<?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안지님의 서재 (안지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So it goes.</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hu, 29 Oct 2026 05:42:04 +0900</lastBuildDate><image><title>안지</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57135169513828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안지</description></image><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Que sera, sera... - [바라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80399</link><pubDate>Mon, 19 Oct 2026 12: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803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69&TPaperId=175803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3/76/coveroff/893746496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69&TPaperId=175803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라모</a><br/>세사르 아이라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세사르 아이라의 &lt;바라모&gt;는 “체계적으로 준비된 삶 따위는 한 순간의 엉뚱한 아수라장 앞에서 아무 힘도 못 쓴다”는 진리를, 시크하고 뻔뻔할 정도의 쿨함으로 입증해 보이는 아방한 코미디이자 철학적인 잔혹극이다.&nbsp;<br>1923년 파나마시티, 오늘의 불운아 바라모는 시인이나 예술가는커녕 세상에서 가장 영혼 없는 얼굴로 서류나 철할 것 같은 소심한 하급 공무원이다. 그런 그의 평온하고 지루한 일상에 대형 엿 같은 사건이 터지니, 바로 나라에서 준 한 달 치 월급 봉투 속 돈이 위조지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억울함에 분통을 터뜨리기는커녕, 이거 잘못 쓰다가 거대한 비리 음모에 휘말려 철창신세를 지는 건 아닐까..하는 새가슴 특유의 패닉에 빠진 바라모는 그 가짜 돈을 버리지도, 쓰지도 못한 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축축한 밤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바로 이 황당한 공포가 그를 기이함이 폭발하는 밤의 세계로 떠밀어 버린다. 그날 밤 파나마의 골목길은 정상적인 이성이 마비된 미친 자들의 정모 장소 같다. 바라모는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이상한 인물들과 부딪히며, 박제된 골프공의 철학적 가치에 대한 쓸데없이 진지한 대화부터, 마당이 사막으로 변해간다는 해괴망측한 이론까지 들어줘야 하는 서스펜스를 겪는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정신과 상담을 예약해야 할 것 같은 이 어처구니없는 우연의 연속 속에서 바라모는 멘탈이 털릴 대로 털린 채 날이 밝아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온다.&nbsp;<br>그리고 여기서 골 때림 시작... 날이 새고 피곤에 지친 바라모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펜을 잡더니, 평생 시 한 줄 안 써본 손으로 순식간에 시 한 편을 갈겨쓴 것이다. 그리고 더 웃긴 건, 단 몇 시간 만에 얼렁뚱땅 쓰인 이 시가 훗날 중앙아메리카 현대 시학의 사조를 새로 쓰는 위대한 걸작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인 개연성을 따진다면 꺼지라 하겠지만,,, 세사르 아이라의 문학판에서는 이게 바로 가장 완벽하고 쿨한 예술의 탄생 공식인가! 작가는 계획을 세우거나 머리를 쥐어짜며 글을 다듬는 고상한 예술가 흉내를 비웃는다. 그에게 예술이란 고통스러운 고뇌의 산물이 아니라, 재수 없는 사건과 엉뚱한 우연들이 충돌하면서 멘탈에 균열이 생길 때 픽 하고 터져 나오는 불꽃놀이에 가까운 듯하다.<br>바라모가 쓴 시가 희대의 걸작이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그 뒤로 깔끔하게 펜을 꺾고 다시는 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다듬지 않고 단 한 번의 해프닝으로 전설이 되어 사라진 이 일회성이야말로 초현실주의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무의식의 한 판 승부이자 거대한 낭만이다. 한편 소설 속 ‘위조지폐’는 문학 그 자체를 비웃는 영리한 메타포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가짜 돈이 진짜인 척 유통되는 순간 사람들을 패닉에 빠뜨리고 사건을 만들어내듯, 문학 역시 100% 픽션에 불과하지만 현실에 침투해 사람들의 머리통을 깨우는 진짜 힘을 발휘한다. 게다가 평범한 소시민이 밤새 겪은 황당한 헛소동을 가리켜 후대의 비평가들이 “현대 시학의 분기점”이라며 엄근진하게 숭배하는 모습은, 우리가 거창하게 신봉하는 ‘위대한 예술’이라는 타이틀조차 세상이 만든 정교한 위조지폐일 수 있음을 시크한 유머로 꼬집는다.&nbsp;<br>결국 &lt;바라모&gt;는 삶을 굳이 치밀하게 계획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삶이 건네는 뜻밖의 엿과 황당한 우연을 경쾌하게 받아칠 때, 일상의 지루한 틀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예술적 순간이 툭 하고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애 쓰지 말쟈. 위조지폐를 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밤거리로 내몰린 바라모의 심정 그대로 케세라 세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3/76/cover150/893746496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237611</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길들여진 폭력의 초상 - [도시와 개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45087</link><pubDate>Wed, 30 Sep 2026 09: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450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2359&TPaperId=175450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983/81/coveroff/895468235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2359&TPaperId=175450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시와 개들</a><br/>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09월<br/></td></tr></table><br/>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데뷔작이자 라틴아메리카 '붐(Boom)' 문학의 포문을 열었던 대표작 &lt;도시의 개들&gt;은 페루 리마의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권력과 규율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되는 비인간적인 폭력과 가부장적 마초이즘의 생얼굴을 냉혹하게 파헤친 사실주의 소설이다. 엄격한 계급과 군국주의적 질서를 통해 국가의 엘리트를 양성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소설이 보여주는 군사학교의 실상은 약육강식과 가혹행위가 일상화된 야만의 축소판이다. 제목에 나오는 ‘개들’은 학교에 막 입학하여 참혹하고 잔혹한 신고식을 치르는 1학년 신입생들을 가리키는 비속어이지만, 동시에 권력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서로를 뜯어먹고 길들여지며 사육되는 생도 전체, 나아가 위선적인 독재 사회와 권위주의적 구조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씁쓸한 초상을 상징한다.<br>학교라는 특수한 울타리 안에서 생도들은 저마다 다른 계층과 출신 배경을 지니고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생존을 위해 결성된 비공식 모임이나 집단적 폭력 구조 속에서 너무나 쉽게 악마화된다. 이 엄혹한 생존 환경 속에서 약자로 몰린 인물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이 사관학교 내부를 흔드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비극이 터진 순간에도 학교 당국과 집단은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세우기보다는 조직의 명예와 시스템의 안위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사건을 은폐하려 든다. 폭력 그 자체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진실을 묵살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의 침묵과 가부장적 권위주의다. 소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진실을 고발하려는 인물의 갈등을 보여주지만, 결국 그 역시 거대한 권력의 벽과 사회적 압박 앞에 무릎을 꿇고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nbsp;<br>요사는 이 서사를 이끌어가면서 여러 화자의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고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정교하게 교차시키는 '다성악적(polyphonic)' 기법을 선보인다. 특히 학교 안에서 가장 무자비하고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조차 단순한 악인으로 다루지 않고, 하층민으로서 가난과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나운 개가 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 서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편,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가부장적 마초이즘은 요사 문학의 강력한 동력이자 동시에 중요한 비평적 화두가 되는데,요사는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남성 중심적 지배 문화와 군대식 폭력성을 냉혹하게 고발하려는 명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텍스트를 전개하지만, 폭력과 성적 지배를 묘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생생하여 때로는 남성적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고, 여성 인물들은 독립된 주체나 내면을 지닌 인물이라기보다, 남성 생도들의 욕망과 질투, 결핍을 자극하는 매개체나 가부장적 폭력의 배경으로 소모되는 한계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마초성은 긍정적으로 미화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사회적 병리로 해부된다.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학교라는 폭력적인 울타리를 벗어난 인물들이 돌아간 사회 역시 군사학교의 축소판에 불과하며, 그들 모두가 계급적 안락함과 타협을 선택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흡수되는 모습은 "폭력의 울타리를 벗어난 우리는 진짜 인간이 되었는가, 아니면 그저 좀 더 교묘하게 길들여진 도시의 개가 되었는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출간 당시 페루 군부에 의해 국가 모독이라는 이유로 불태워지기도 했다던, 집단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존엄이 파괴되는 과정을 폭로하는 동시에 붐 세대 남성 작가가 지닌 가부장적 시선의 한계와 그것을 넘어서려는 문학적 열정을 동시에 증명하는 작품이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983/81/cover150/895468235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9838151</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힘들다.... - [새엄마 찬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17291</link><pubDate>Tue, 15 Sep 2026 09: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172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376&TPaperId=175172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18/0/coveroff/895460937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376&TPaperId=175172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새엄마 찬양</a><br/>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06월<br/></td></tr></table><br/>"우리는 악을 왕의 망토처럼 차분하게 두르고 다녀야 한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감지하지 못하는 체하는 후광처럼. 대기의 투명한 진흙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는 윤곽은 타락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형식에 관한 최고의 악이다"&nbsp;세자르 모로, &lt;죽도록 사랑하기&gt;<br>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 &lt;새엄마 찬양&gt;의 초입에 등장하는 인용으로 이는 소설 전체가 지향하는 미학적·철학적 역설을 완벽하게 집약하고 있는 듯하다. 이 문장은 유약하고 성찰 없는 도덕성이 세속의 탁함 속에서 맥없이 형체를 잃어버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자신의 금기와 욕망을 직시하고 넘어선 타락과 완벽하게 다듬어진 예술적 형식이 얼마나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존재감을 갖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사는 이 작품에서 도덕적 선악의 기준을 철저히 탈색시킨 채, 관능의 세계를 서양 미술사의 명화들과 정교하게 엇물려놓으며 하나의 완벽한 미학적 성채를 구축해낸다. 브론치노의 &lt;비너스, 쿠피도, 어리석음과 시간의 알레고리&gt;나 프랑수아 부셰, 프랜시스 베이컨 등의 그림은 단순히 인물들이 감상하는 배경 장식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욕망을 투영하고 행동을 유발하며, 도덕적으로 단죄받아야 할 금기된 행위들을 완벽한 artistic form으로 변주하는 핵심적인 텍스트로 기능한다. 의붓아들 알폰소와 새엄마 루크레시아 부인, 그리고 아버지 돈 리고베르토 사이에서 벌어지는 유혹과 파국은 표면적으로는 세속적인 불륜과 금기의 파기를 다루는 듯하지만, 서사를 이끄는 동력은 도덕적 죄의식이 아니라 미적 완전성에 대한 탐닉이다. 천사처럼 무구한 얼굴과 은밀한 악마성을 동시에 체현한 어린 알폰소는 브론치노의 그림 속 쿠피도처럼 어른들의 욕망과 관계를 조용히 조종하며, 정교하게 연출된 판 안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던 성인 인물들은 유혹과 관능 앞에 맥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하여 소설은 관능과 아름다움이야말로 세속의 단단하고 편협한 도덕적 질서를 비웃듯 집어삼키는 '최고의 악'이자 가장 강력한 권력임을 증명하는 탐미주의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는 것처럼 보인다.&nbsp;<br>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소설의 화려한 미학적 성취 뒤에 숨은 서늘한 질문, 즉 탐미주의적 승리의 대가를 치르는 척결 대상이 왜 오직 여성인 루크레시아여야만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nbsp;알폰소는 도덕을 초월한 신화적·자연적 악으로서 미학적 완벽함을 얻고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으며, 돈 리고베르토 역시 밤마다 명화를 통해 관능적 환상을 구축하는 남성적 시선의 주체로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지만, 관능을 실현한 루크레시아는 가부장적 질서를 위협한 단 한 명의 죄인으로 낙인찍혀 집안으로부터 철저히 축출당한다. 이러한 결말은 남성의 관능과 에로틱한 상상력은 고결한 예술적 유희나 미학적 탐구로 포장되는 반면, 그 유혹의 프레임 안에서 반응한 여성의 관능은 가정을 파괴하고 윤리를 더럽힌 오물로 취급받아 모든 도덕적 부채와 사회적 형벌을 혼자 뒤집어쓰게 되는 지독한 성별 불균형과 가부장적 이중잣대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러한 척결의 편향성은 비단 &lt;새엄마 찬양&gt; 한 작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요사의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여성관과 페미니즘적 비판 시각과 깊이 맞닿아 있는 듯하다. 그의 문학은 남미 사회의 폭력성과 독재, 마초주의의 야만성을 파헤친 뛰어난 서사적 기교로 찬사를 받아왔으나, 그 서사를 구성하는 여성 인물의 재현 방식에 있어서는 지속적으로 가부장적 남성 중심 시선의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로 요사의 작품에서 여성은 독립적인 내면과 주체성을 지닌 존재라기보다 남성 주인공의 성적 환상과 관능적 욕망을 투영하는 대상이나 미학적 관찰의 객체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육체는 아름답게 찬미되지만, 그 찬미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프레임을 틀어쥐고 시선의 정치를 행하는 남성들이며, 여성은 그 남성적 환상이 작동하기 위해 배치된 미학적 도구에 가까운 위치를 점한다. 둘째로 요사가 정치적·사회적 폭력을 고발하는 정통 소설들에서도 여성 인물들은 가부장적 권력과 마초적 폭력의 최전선에 노출된 희생자로 그려진다. 이러한 묘사는 독재와 남성 권력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강력한 장치로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늘 지배당하고 짓밟히며 수동적으로 수난을 겪는 무력한 피해자의 틀 안에 고착시킨다는 페미니즘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셋째로 요사의 서사는 여성을 조형할 때 가부장제가 오랜 세월 구축해온 이분법적 프레임을 유의미하게 해체하지 못한다. 결국 요사는 19세기 탐미주의 문학이 지녔던 여성을 팜프 파탈이자 관능의 객체로 위치시키던 고전적 한계를 20세기 남미라는 공간으로 가져와 재현하였으며,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관능의 유희는 남성 인물들이 나누고 그로 인한 도덕적 단죄와 파국의 비극은 여성에게 떠넘기는 가부장적 서사 구조를 완성했다.&nbsp;<br>그럼에도 불구하고 &lt;새엄마 찬양&gt;이 선사하는 미학적 충격과 서사적 긴장감은 여전히 강력한데, 이는 역설적으로 요사가 구축한 이 화려하고 서늘한 탐미주의적 성채가 도덕의 무기력함을 증명함과 동시에, 그 성채의 가파른 계단이 어떤 여성의 희생과 축출을 딛고 세워졌는가를 눈부시게 비춰주기 때문이다. 도덕을 초월한 완벽한 미적 형태가 주는 매혹에 압도당하는 동시에, 그 완벽함의 뒤편에서 작동하는 가부장적 권력의 서늘한 계산법을 읽어냄으로써 비로소 텍스트의 미학적 성취와 정서적·사회적 한계를 입체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nbsp;<br>여튼 분량이 적어서 후루룩 넘어가면서도 이래 저래 좀 힘들었던, 이전에 웃겨서 웃느라 웃으며 읽었던 &lt;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gt; 역시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찝찝함을&nbsp;가부장적 역사 서사를 여성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는&nbsp;라틴아메리카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로 좀 잠재워야겠...추천 받아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718/0/cover150/895460937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180037</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요사의 요사스러움 -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07099</link><pubDate>Thu, 10 Sep 2026 13: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070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058&TPaperId=175070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96/65/coveroff/89546090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058&TPaperId=175070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a><br/>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br/></td></tr></table><br/>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lt;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gt;는 라틴아메리카 현대문학이 다다를 수 있는 미학적 완성도, 거친 현실을 아름다움으로 변주하는 독보적인 문장의 힘, 그리고 관료주의를 통쾌하게 꼬집는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표면적으로는 읽는 내내 배를 잡게 만드는 코믹함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웃음의 장막 아래에는 권력의 위선과 국가 시스템의 기형성을 정확히 겨냥한 예리한 정치적 함의가 촘촘히 엮여 있다. 서사는 아마존 오지 주둔 페루 군대 내의 통제 불가능한 성적 욕구와 민간인 마찰, 군기 확립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환장 극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지극히 금욕적이고 철저한 원칙주의자인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가 책임을 맡아 군인들을 위한 이동 창녀 조직, 일명 ‘수국초특(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을 운용하게 된다. 판탈레온은 특유의 꽉 막힌 고지식함으로 여성 대원들의 봉사 횟수, 이용 시간, 수용 인원, 심지어 사정거리와 침대 간 거리까지 수학적·행정적으로 완벽히 데이터화하며 조직을 폭발적인 성공으로 이끈다. 이 ‘수국초특’의 가동 과정은 겉으로는 청교도적 엄숙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속으로는 부패해 가는 페루 군부와 정치 권력에 대한 통렬한 패러디로 완성된다. 이 기형적인 시스템 안에서 군부와 정치계는 거대한 매춘업소로 변모하고, 손 하나 묻히지 않는 장성급과 영관급은 그 업소의 관리인이며, 판탈레온 같은 하급 장교는 비윤리적 실무를 서류로 깔끔하게 세탁해 바치는 뚜쟁이나 기둥서방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사회 최하층으로 취급받던 창녀들이야말로 시스템을 가동하는 실질적 ‘엘리트 집단’이 되는 자극적인 역설을 통해, 소설은 묵직한 정치적 비판과 풍자를 신랄하게 전개한다. 소설 중간중간 삽입되는 군 공식 보고서의 영혼 없는 코믹함, 사적 편지, 라디오 방송 대본, 환각적 독백 등 다양한 텍스트를 촘촘히 직조해 낸 다성악적(Polyphonic) 구성은 가히 이 작품의 백미이자 독서의 재미를 200% 보장하는 요소다. 특히 5장,8장의 정신없이 이어지는 교차 대화가 아주 흥미로운데, 관료주의는 숫자를 위해 성(性)과 인간을 통제하고, 방주교는 구원을 위해 어린아이의 생명을 십자가에 매달아 제물로 바친다. 요사는 이 두 집단을 교차시키며, 국가 시스템의 차가운 관료주의 역시 사이비 종교의 광기와 다를 바 없이 기형적이고 위험하다는 점을 폭로한다. 권력의 민낯을 신랄하게 밝혀내는 고도의 정치적 풍자, 숭고한 블랙 유머, 그리고 경이로운 문장미가 완벽하게 맞물려 완성된 걸작, 이 책은 현재 내 책장 배 올해의 책 1위로 등극하엿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진짜 미친 사람....도른자....]]></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96/65/cover150/89546090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66550</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 [빵충 사육 준수 사항]</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02928</link><pubDate>Tue, 08 Sep 2026 15: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50292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0313&TPaperId=1750292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2/66/coveroff/k2421303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0313&TPaperId=1750292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빵충 사육 준수 사항</a><br/>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07월<br/></td></tr></table><br/>김혜영 작가의 장편소설 &lt;빵충 사육 준수 사항&gt;은 갓 구운 소금빵의 겉바속촉한 비주얼과 짭조름한 풍미를 완벽하게 복제한 식용 애벌레 '빵충'이라는 미친 설정으로 시작해, 벼랑 끝 청년의 생존 투쟁과 인간의 터져 나가는 탐욕을 기쾌하고 뻔뻔하게 그려낸 신개념 코믹 크리처 서스펜스다. 한때 망할 놈의 음악을 한답시고 트럼펫을 불며 폼 잡다가 밑바닥을 치고 시골로 튕겨 나온 주인공 정한은, 인생 막판 뒤집기로 전 재산을 털어 정부 지원 신산업인 '빵충 사육'에 영끌 투자를 감행한다. 꿈틀거리는 빵충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대박을 치고 통장에 찍히는 대기업급 숫자를 보며 정한은 마침내 흙수저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고 착각하지만, 이 기묘하고 맛있는 애벌레를 안전하게 키우려면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까다로운 '사육 준수 사항'이라는 룰북이 존재한다. 문제는 조금이라도 더 살찌우고 크게 키워 거액을 벌어들이려는 사육자들의 눈먼 탐욕과 "설마 별일 생기겠어?"라는 안일함이었다. 경고를 씹고 하나씩 규칙을 어기기 시작하자, 소설은 씁쓸한 짠내 나는 청년 잔혹극에서 한순간에 약을 사정없이 판 듯한 엽기 크리처 난장판으로 대폭주한다. 귀여운 소금빵 코스프레를 벗어던진 빵충들은 식인 성향을 드러내며 통제 불능의 괴물로 변모하고, 사육장은 단숨에 코믹과 비명이 난무하는 헬게이트로 변한다. 이러한 설정과 서사 구조는 1904년 발표된 H. G. 웰스의 고전 SF 소설 &lt;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gt;를 소름 돋을 정도로 강렬하게 연상시킨다. 웰스의 소설에서 성장을 촉진하는 신물질 '허클라 물질'이 연구자들의 부주의와 관리 소홀로 유출되어 쥐와 닭, 곤충들을 공포의 거대 크리처로 탈바꿈시키고 끝내 기존 문명의 질서를 위협했던 것처럼, &lt;빵충 사육 준수 사항&gt; 역시 인간의 오만함과 방심이 초래한 생물학적 파국이라는 거대한 장르적 계보를 잇는다. 웰스가 20세기 초 과학기술의 폭주와 문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문명론적 풍자를 보여주었다면, 김혜영 작가는 이 영리한 모티브를 가져와 현대 한국 사회의 청년 생존 투쟁, 자본주의의 날것 그대로인 욕망, 그리고 B급 매운맛 감성으로 완벽히 재해석해 냈다. 작가는 황당무계한 세계관을 쓸데없이 고퀄리티인 취재력과 디테일한 묘사로 밀어붙여 독자에게 웃기면서도 가슴 졸이는 고밀도의 도파민 폭탄을 안긴다. 그러고 보면 작품 속 '사육 준수 사항'은 단순한 벌레 키우기 매뉴얼이 아니라, 웰스의 소설 속 통제력을 잃은 인간 사회처럼 자본주의라는 미친 굴레 속에서 인간이 최소한 짐승이나 벌레가 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마지막 양심의 마지노선이었을지도 모른다. 파국이 몰아쳐 사육장이 개판 오분전이 된 와중에도 도망치는 대신 자기가 싼 똥을 치우고 과오의 대가를 치르겠다고 나서는 정한의 무기는 다름 아닌 '음악'이다. 돈이 안 된다며 던져버렸던 그 망할 놈의 예술이, 역설적이게도 지옥 같은 파국 속에서 그를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남게 만드는 유일한 가오이자 영혼의 방파제가 되어준 셈. 소금빵 탈을 쓴 애벌레가 선사하는 골 때리는 웃음과 서늘한 스릴, 그리고 삭막한 자본의 세계에서 인간의 존엄을 건져 올린 것이 결국 예술이었다는 이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역설ㅋ 깊고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2/66/cover150/k2421303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726639</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완벽해서 더욱 완전한 해체 - [가벼운 나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82640</link><pubDate>Mon, 31 Aug 2026 11: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8264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901628&TPaperId=1748264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6/10/coveroff/8960901628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901628&TPaperId=1748264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가벼운 나날</a><br/>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26년 08월<br/></td></tr></table><br/>제임스 설터의 &lt;가벼운 나날&gt;은 한마디로 인스타그램 감성 샷 100장 뒤에 숨겨진 씁쓸한 현실 부부의 종말을 극도로 고급스럽게 그려낸 소설이다. 1960년대 뉴욕 근교, 허드슨 강이 한눈에 보이는 대저택에서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비리와 네드라 부부가 등장한다. 남편은 잘나가는 건축가에 아내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홈파티의 여왕, 여기에 토끼 같은 두 딸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리얼리티 쇼 인생 성공 편 그 자체다. 이들은 매일 밤 분위기 있는 조명 아래 고급 와인을 기울이고 예술을 논하며 완벽한 갓생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터 빼고 쌩얼로 마주한 이들의 속사정은 참으로 퀴퀴하다. 폭발적인 외도나 막장 드라마급 도자기 파괴 쇼가 터지는 건 아니다. 그저 월요일 아침 출근길처럼 조용하고 무기력하게 권태가 밀려올 뿐이다. "너를 미워하진 않지만, 너랑 있는 내가 너무 지루해"라는 심정으로 각자 몰래 딴짓을 좀 하다가, 결국 "우리 각자 길 가자"라며 아주 우아하고 젠틀하게 갈라선다. 극적인 싸움 하나 없이 물 흐르듯 가정이 파탄 나는 과정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읽다 보면 어? 이렇게 스무스하게 망한다고? 싶은 지경이다. 이혼 후 네드라와 비리는 각기 다른 길을 걸으며 늙어가고, 한때 그토록 눈부시게 빛나던 허드슨 강가의 집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오직 과거의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제임스 설터의 문체는 매우 시각적이고 시적이어서, 허드슨 강의 빛깔, 계절의 변화,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의 질감과 공기의 온도까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소설은 삶의 비극성을 과장하여 슬퍼하기보다는, 아무리 아름답고 완벽한 순간이라 할지라도 시간이라는 거대한 불가항력 앞에서는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인생의 무상함을 담담하고 우아한 어조로 말해준다. 삶을 너무 깊이 알고 있는 작가는 세월이 흘러 시들어버린 청춘과 해체된 가정의 쓸쓸함 속에서도, 한때 그들이 나누었던 찬란했던 시간과 빛나던 순간들 그 자체는 결코 부정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lt;가벼운 나날&gt;은 스펙터클한 서사 대신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미세한 균열,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의 자취를 치밀하게 기록한 작품으로, 삶의 찬란함과 상실을 동시에 감상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의 소설이며, 한참을 숨 고르며 읽느라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소설. 그렇다. 이 책은 서사를 쫓아가기 위해 책장을 허겁지겁 넘기는 책이 아니라, 문장 하나가 주는 감각에 체해서 한참을 가만히 머물게 만드는 책이다. 빛의 각도나 공기의 결을 묘사한 문장에 턱 막혀서 숨을 고르고,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되는 바로 그 경험이야말로 설터가 주는 '읽는 기쁨'의 정수. 다 같이 느껴보쟈...]]></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6/10/cover150/8960901628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761023</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 -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 LLM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글과 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66585</link><pubDate>Sun, 23 Aug 2026 10: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6658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46658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46658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 LLM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글과 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a><br/>마크 코켈버그 외 지음, 신동숙 옮김, 손화철 감수 / 생각이음 / 2026년 04월<br/></td></tr></table><br/>이제 기계가 나보다 글을 더 잘 쓰는데 내 밥줄은 안전한가?라며 밤잠 설치는 이 시대 인간들에게 던지는 매우 지적이고 뼈 있는 럭비공 같은 책이다. 저자들은 AI를 그저 말 잘 듣는 똑똑한 계산기 정도로 폄하하는 쿨한 척하는 거대 언어 모델 통제자파와, 곧 챗GPT가 자의식을 갖고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며 벌벌 떠는 터미네이터 유니버스 파를 동시에 반박한다. 저자들은 페르디낭 드 소쉬르와 자크 데리다, 롤랑 바르트 같은 프랑스 철학자들의 묵직한 이름표를 붙여 와서 AI의 실체를 턴다. AI는 영혼이나 의식이 있어서 감동적인 썰을 푸는 게 아니라, 그저 엄청난 양의 텍스트 데이터 속에서 기호와 기호를 확률적으로 연쇄하며 영혼 있는 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즉, 데리다가 말한 의미의 지연과 차연을 0과 1의 숫자로 무한 굴리기 하는 환각 장인인 셈이다. 이로써 말을 하고 글을 쓰므로 나는 고귀한 인간이다라며 수천 년간 폼 잡던 서구의 로고스 중심주의는 챗GPT의 속사포 텍스트 연타를 맞고 KO 패를 당했다. 롤랑 바르트가 예언했던 저자의 죽음은 이제 출판사가 AI 작가에게 인쇄를 보내는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아아, 인간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통곡을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 인간 혼자 짱 먹던 오만한 언어관을 버리고 기계라는 엉뚱한 대화 상대와 섞여 사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수다 방식을 만들자라고 윙크를 건넨다. 기계가 뱉어내는 언어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가짜 뉴스나 데이터 편향을 일으키며 우리 현실을 진짜로 뒤흔드는 실전형 언어 행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날리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가 문장을 기계처럼 퐁퐁 솟아내듯 자동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해야 할 일은 그 텍스트 뒤에 숨은 헛소리와 권력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아내는 비판적 리터러시와 인문학적 현타 감지기를 켜는 것이다. 기계가 언어를 쓰는 시대에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건 AI의 자의식이 아니라, 기계가 짠 영혼 없는 텍스트를 영혼 없이 받아먹으며 스스로 뇌를 비워버리는 인간의 생각 자동화이니 말이다. 아무리 기계가 알잘딱깔센이라 한들,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150/k982138963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49125</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본전 생각... - [THE ODYSSEY 오뒷세이아 - 흔들리는 인간에 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59217</link><pubDate>Wed, 19 Aug 2026 09: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5921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0810&TPaperId=174592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2/27/coveroff/k8221308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0810&TPaperId=1745921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THE ODYSSEY 오뒷세이아 - 흔들리는 인간에 대하여</a><br/>조태경 지음 / 논픽션 / 2026년 07월<br/></td></tr></table><br/>호메로스의 &lt;오뒷세이아&gt;를 읽기 전 워밍업용으로 읽었다. 그렇다 조태경의 &lt;오뒷세이아: 흔들리는 인간에 대하여&gt;는 본격 호메로스 원전을 펼치기 전, 가이드북으로 집어 들기 그럭저럭 괜찮은 책이다. 인생이라는 파도에 멀미를 느낀다면 원래 인간은 좀 흔들려야 제맛이라는 신화 속 위로에 적잖이 마음도 편해질 것이다. 세이렌의 유혹 앞에서 스스로를 돛대에 묶었던 오뒷세우스처럼, 이 거친 세속의 바다에서 내 멘탈을 어떻게 단단히 묶어둘 것인가를 고민하게도 해준다. 다만, 진입장벽을 허물다 못해 문조차 없애버린 듯한 로우 레베루는 양날의 검이다. 아무리 쉽게 읽히는 게 좋다지만 (아마도) 그리스 로마 신화 덕후이자 주식하는 군필 한국 남자(아마도)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1차원적인 비유가 잊을만 하면 툭 하고 튀어 나온다. 신의 분노와 거대한 운명 앞에 뼈저리게 느끼는 고독, 불멸의 삶을 차버리고 굳이 '죽음'이 기다리는 인간의 삶으로 걸어 들어가는 귀향의 숭고함이, '투자 리스크 관리'나 '군대 서열' 등으로 치환될 때의 짜침이란... 3,000년을 버텨온 신화의 아우라가 순식간에 '흔한 처세서 1'로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뭐랄지 책의 톤앤매너가 살짝 어정쩡하다. 성인 독자에게는 "어린이용인가?" 하는 아쉬움을 주고, 진짜 어린이 독자에게는 "군대…?" 하고 갸우뚱하게 만들 것같은. 여튼, &lt;오뒷세이아&gt;라는 거대한 산에 가볍게 발만 담그고 싶은 입문자에겐 아주 친절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책이다만, 문학 특유의 깊은 풍미와 묵직한 서사를 기대하는 고전 예민러들에겐 오링난 듯한 가벼운 텍스트 앞에 본전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2/27/cover150/k8221308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322702</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낭만도 교훈도 없는 잔혹한 계절의 기록 - [1차원이 되고 싶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48083</link><pubDate>Thu, 13 Aug 2026 10: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4808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274X&TPaperId=174480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031/82/coveroff/895468274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274X&TPaperId=1744808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1차원이 되고 싶어</a><br/>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br/></td></tr></table><br/>박상영 작가의 &lt;1차원이 되고 싶어&gt;는 2000년대 초반, 여름의 열기와 습도가 지옥 모드로 폭발하던 D시(아마도 대구)를 배경으로 청소년기의 흑역사, 열병 같은 사랑, 그리고 십대들의 잔혹한 매운맛 인간관계를 제대로 구현해 낸 작품이다. 소설의 제목이자 핵심 모티프인 '1차원'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3차원의 세상에서 탈출해 너와 나를 직선으로 싹 연결하는 단 하나의 관계에 대한 절박한 갈망을 뜻한다. 어차피 남의 속마음 읽기는 만렙이 될 수 없고 타인과의 관계는 오해와 헛발질의 연속인데, 주인공은 온갖 신호 오류가 난무하는 다차원적인 세상의 소음 속에서 제발 너와 나 사이에 와이파이 단단히 터지는 직선 하나만 그어달라는 심정으로 1차원적인 단순함과 명료함을 갈구한다.<br>이러한 주인공의 절박함은 2000년대 초반이라는 Y2K 특유의 밀레니엄 감성과 조합되어 한층 더 진해진다. 싸이월드 도토리와 일촌평으로 마음을 표현하던 그 시절, 심지어 배경은 보수적이고 답답한 분위기까지 감도는 도시다. 이 정교한 공간성 위에서 소설은 단순한 추억 팔이를 넘어,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의 고립감을 꽉 찬 밀도로 증폭시킨다.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꼭 숨겨야 하는 비밀들, 입시 위주의 잔혹한 환경 속에서 작가는 겉으로는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속으로는 뼈가 시려오는 특유의 서늘한 입담으로 십대들의 위태로운 일탈을 펼쳐 보인다. 인물들이 던지는 가벼운 대사 뒤에는 말로 다 못 한 쓸쓸함이 칼날처럼 날을 세우고 있다.<br>나는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른바 '성장 소설'을 좀처럼 읽지 않는다. 교훈적인 깨달음이나 미숙함의 풋풋한 극복, 혹은 낭만적으로 포장된 청춘의 성장기를 마주하며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는 일이 거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중·고등학생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심지어 책장을 다 넘긴 후에도 이것을 감히 '성장 소설'이라는 무던한 단어로 분류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여타 성장 소설들이 '비 온 뒤에 땅이 굳고, 아이들은 성숙한 어른이 됩니다'라는 아름다운 교훈을 준다면, 이 책의 인물들은 성숙해지기는커녕 압도적인 폭력성 속에서 일단 오늘 하루만 살아남자는 모드로 몸부림을 친다. 성장이 아니라 인격의 유약한 부분들이 덜컹거리며 깎여나가는 마모의 기록에 가깝다. 비밀이 짓밟히고 관계가 비틀어지는 모습은 희망찬 성장기보다는 오히려 스릴러나 장르물 같은 서늘함을 자아낸다. 게다가 과거의 스토킹 및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서사와 현재 시점이 번갈아 나오면서, 그 시절의 상처가 어른이 된다고 깔끔하게 자동 치유되는 게 아니라는 씁쓸한 현실까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영수증처럼 처박혀 있는 부채감이 현재의 삶을 짤짤 털어대는 것이다.<br>그렇게 참아왔던 감정의 폭주가 사이다 뚜껑 터지듯 한 번에 터져 나오는 클라이맥스가 바로 소설 후반부의 장례식장 옥상 씬인 듯한데... 삶과 죽음의 냄새가 짙게 베인 장례식장, 그것도 공중에 위태롭게 떠 있어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조차 없는 '옥상'이라는 공간은 두 사람이 처한 막장 같은 처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경계선에 간당간당하게 서서 나눈 이 이별이 가슴을 후벼파는 진짜 이유는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서로를 지키기 위해 혹은 더 이상 상처 주지 않으려고 억지로 손을 놓아야 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아직 어른들 밑에서 치킨이나 사 먹으며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세상의 추위와 폭력을 맨몸으로 맞서며 울컥 쏟아낸 눈물은, 나이와 퀴어라는 키워드를 완전히 뛰어넘어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처절하게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저릴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슬픔을 자극한다.<br>




가볍게 슥 읽히는 유쾌한 문체 뒤에 묵직한 감정의 펀치를 숨겨둔 무서운 작품이다. 미숙했던 시절, 너와 나 사이에 1차원의 직선을 곧게 그어보려고 애썼지만 끝내 일그러진 도형처럼 상처만 남았던 그 시절의 방황. 비록 그것이 예쁜 포장지로 싸인 성장이라는 결말을 맺지는 못했을지라도, 그 지독하게 뜨거웠던 실패의 역사 자체가 역설적으로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튼튼하고 아픈 뼈대가 되어주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코믹함 섞인 서늘함과 애틋함으로 묵직하게 살리고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8031/82/cover150/895468274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0318207</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자폭과 팩폭으로 완성한 현대사회 해부학 - [지도와 영토 - 2010 공쿠르 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44626</link><pubDate>Tue, 11 Aug 2026 15: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446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7631&TPaperId=174446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07/70/coveroff/895469763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7631&TPaperId=174446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도와 영토 - 2010 공쿠르 상 수상작</a><br/>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01월<br/></td></tr></table><br/>프랑스의 대표적 현대 작가 미셸 우엘벡의 &lt;지도와 영토&gt;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예술 시장, 그리고 인간의 고독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이다. 주인공 예술가 제드 마르탱의 작품 세계와 우엘벡 자신을 소설 속 인물로 등장시켜 잔혹하게 끝장내는 파격적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명제는 바로 "지도가 영토보다 더 흥미롭다"는 것. 날것의 찌질하고 불완전한 현실(영토)보다는, 자본주의가 예쁘게 포장하고 보정한 브랜드와 기호(지도)에 사족을 못 쓰는 현대인의 허세를 정곡으로 찌른다. 주인공인 화가 제드 마르탱의 '노동 연작' 역시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예술도, 노동도, 인간관계도 결국 '얼마에 팔리냐'로 귀결되는 서늘한 현실을 보여준다. 심지어 우엘벡은 소설 속 자폐적이고 찌질한 작가 본인을 직접 등장시킨 뒤,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셀프 도륙'을 감행한다. 자학적 피학성애에 가까운 이 연출은 서구 문명의 종말을 온몸으로 웅변한다. 결국 인간이 만든 화려한 인스타그램용 '지도'는 다 사라지고, 잡초만 무성한 '영토'만 남을 것이라는 결말은 서늘한 블랙 코미디 그 자체다.<br>내가 우엘벡의 작품을 약 15년 전에 &lt;소립자&gt;를 시작으로 &lt;플랫폼&gt;,&lt;어느 섬의 가능성&gt;,&lt;세로토닌&gt;까지 읽고는 다시는 우엘뷁의 책은 읽지 않겠다 결심했는데, 이유는 이 책들이 현대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음에도 동시에 백인 이성애자 남성의 사랑관계에 대한 절망을 묘사하면서 어김없이 수반하는 거침없는 여성 혐오, 여성 신체에 대한 집착적인 물화, 타문화에 대한 PC함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편견과 도발적 발언 등이 참을 수 없게 역겨웠기 때문이다. 그 중 &lt;세로토닌&gt;을 보고 있자면 '늙음에 대한 병적 집착'으로 몸은 시드는데 욕망만 살아남은 자가 겪는 절망적인 형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꼴보기 싫은 자기연민)을 보여준다. 우엘벡에게 노화는 단순히 나이가 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에서 육체적 상품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비극이자 소외랄까. 항우울제 부작용으로 성기능을 잃어가면서도 머릿속엔 젊음에 대한 욕망이 그대로 남아있어, 지독한 수치심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꼴값까지. 여기서 젊은 여성은 단순히 성적 대상을 넘어 잃어버린 생명력을 구원해 줄 마지막 환상이지만, 스스로 자격 미달임을 알기에 결국 찌질한 피해의식과 절망으로 귀결된다. 결국 그의 노화 집착은 불쾌감을 넘어 씁쓸함을 느끼게 만드는데, 이는 백인 이성애자 남성이 누려온 권력과 육체의 유통기한이 완전히 끝났음을 작가 스스로가 체감하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인 셈... 하...뷁스럽냐 아니냐..ㅋ<br>그럼에도 애증의 우엘뷁... 왜그랬는지 나도 몰라 어쩌다 보니 손에 들고 있던 &lt;지도와 영토&gt;. 그의 기존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순한 맛'이다. 기존 소설들에서 나타난 자극적인 성적 묘사나 노골적인 여성 신체 대상화가 확실히 줄었으며, 사회적 스캔들을 야기하는 정치·인종적 도발 대신 '예술과 자본', '노동과 고독'이라는 보다 보편적이고 건조한 주제에 집중한다. 나아가 타자를 향한 날 선 공격성을 자신을 파괴하고 희화화하는 자학적 유머로 선회함으로써 독성을 대폭 완화했다. 결과적으로 작가의 혐오적 도발에 방해받지 않고 현대 문명의 가공된 기호성과 자본주의적 고독을 파헤치는 그의 서늘하고 정교한 미학적 통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늙음을 애써 관조하는 듯한 그가 어쩐지 짠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튼 &lt;지도와 영토&gt;는 냉소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현대 자본주의와 예술 시장, 인간의 고독을 딥하게 말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 제드가 식물이 인공적인 미니어처와 문명의 흔적을 덮어버리는 영상 작업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장면은, 결국 인간이 만든 모든 '지도(기호)'가 사라지고 '영토(자연/시간)'만이 남게 될 것이라는 서늘한 무상함을 남긴다. 우리가 매일 쫓는 가치나 이미지, SNS 속 삶이 혹시 실재하는 영토를 잊게 만드는 '화려한 지도'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작품이다.<br>“제드는 이제 자신이 진정으로 속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이 세상을 떠나리라는 것을, 그나마 풍성하지도 않았던 인간관계가 하나하나 말라가다가 마침내 완전히 고갈되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그의 삶은 현재 안주하고 있는, 완벽하게 마감처리된 이 아우디 A6 올로드 안과 같으리라. 고요하고 기쁨이 없는 상태, 요컨대 무감각한 중립 상태 말이다.” P.273]]></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07/70/cover150/895469763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1077019</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 염천에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이 책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41047</link><pubDate>Sun, 09 Aug 2026 17: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4104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13817&TPaperId=1744104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869/5/coveroff/89374138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13817&TPaperId=1744104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기후변화 시대의 사랑</a><br/>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21년 04월<br/></td></tr></table><br/>김기창의 &lt;기후변화 시대의 사랑&gt;은 한마디로 “지구가 망해가는데 연애는 무슨 연애냐” 싶다가도 “아, 그래도 사람이 멸망 직전엔 손이라도 잡아야지” 하게 만드는 스펙터클 감성 디스토피아 소설집이다. 보통 영화에서 지구 종말이라고 하면 헐리우드 액션 배우가 망치를 들고 나타나 운석을 깨부수거나 Hero가 나타나 전 세계를 구하지만, 이 책은 그딴 영웅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아주 잔인하고도 지극히 현실적인 팩트를 기반으로 시작한다. 대신 이상기후, 해수면 상승, 미세먼지 폭탄, 변종 바이러스 같은 온갖 지구의 억까 속에서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는 아주 평범하고 불쌍한 인간 1,2,3,4...의 이야기가 10편의 단편으로 빽빽하게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이건 어디 멀리 있는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일 출근길에 마스크 세 개 겹쳐 쓰고 보트를 타야 할 것 같은 실감 나는 서늘함이 등골을 스친다. 특히나 이 책에서 가장 골 때리면서도 울컥하게 만드는 지점은 바로 제목에 당당하게 들어가 있는 ‘사랑’이라는 단어다. 방독면을 써야 숨을 쉬고 깨끗한 물 한 컵 구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마당에 낭만적인 고백이나 염장 지르는 로맨스는 당연히 사치다. 여기 나오는 사랑은 지극히 찌질하고, 비참하며, 때로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발악에 가깝다. 부자들은 에어컨 빵빵하고 안전한 해발 고도로 이사 갈 때 약자들은 물에 잠겨가는 반지하에서 서로 체온을 나누며 “너라도 살아라” 하고 물병을 건네는 게 이 동네의 사랑 방식이다. 작가는 인간들이 지구를 막 써먹어서 벌받는 와중에도 끝까지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오염된 공기 속에서 손을 잡아주는 행위야말로 인간이 동물이나 기계와 다른 마지막 폼생폼사의 근거라고 말한다. 심지어 이 사랑은 남녀 간의 연애질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이나 파괴된 자연, 그리고 하필 이런 망해가는 세상에 태어나버린 불쌍한 2세들을 향한 짠한 연민으로 뻗어 나간다. 결국 이 소설집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지구를 구하자” 같은 거창하고 도덕책 같은 소리가 아니다. 어차피 인간이 저지른 업보로 세계가 멸망의 길을 향해 천천히 수몰되어 가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옆 사람한테 짜증 내지 말고 사탕 하나라도 더 챙겨주는 다정함을 잃지 말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위로다. 세상이 차갑게 식어가고 미세먼지가 앞을 가로막을지라도, 서로의 멍청함과 약함을 품어주는 그 오지랖과 온기야말로 디스토피아라는 거대한 똥밭에서 인간이 피워낼 수 있는 최고의 저항이자 마지막 유머라는 사실을 이 책은 아주 뼈아프고도 위트 있게 증명해 낸다. 올 여름 최고 기온을 찍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이 염천에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이 책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869/5/cover150/89374138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8690540</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망사의 천재 - [조금 망한 사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37116</link><pubDate>Fri, 07 Aug 2026 11: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371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934890&TPaperId=174371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052/51/coveroff/k4629348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934890&TPaperId=174371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조금 망한 사랑</a><br/>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br/></td></tr></table><br/>김지연 작가의 소설집 &lt;조금 망한 사랑&gt;은 관계의 균열과 삶의 파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서사를 담담하게 그려낸 현실 밀착형 작품이다. 망한 사랑. 와중에 붙은 ‘조금’ 이라는 수식어가 어쩐지 확실히 망했음을 확인시켜 주는 듯하다. 조금 망하든 완전 망하든 뭐래도 일단 망한 것은 망한 것이세요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다시 붙여보고 싶은 일말의 희망으로 보여 짠하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확정적으로 망했네 싶고. 그러나 극적이거나 비극적인 파멸 대신 일상에서 슬그머니 어긋나거나 망가진 사랑을 다루면서, 건조함 속에 묘한 위트와 특유의 대화체 중심 서사로 묵직한 가라앉음 대신 이상한 안도감을 선사한다. 빚, 주거 문제, 연애와 우정의 균열 등 외부적 현실 조건이 개인을 흔드는 과정을 그리면서도, 인물 간의 건조한 대화를 통해 묵묵히 상황을 견뎌내는 과정을 포착한다. 원초적인 불평등과 결핍 속에 내던져진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불행 앞에서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식의 자기연민이나 피해의식에 빠지지 않는다. 비극을 드라마틱하게 포장하거나 극복하려 애쓰지 않고, 이미 망해버린 현실을 삶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채 담담하게 다음 순간을 살아낸다. 작가의 퀴어 정체성과 맞물려 형성된 사회적 외곽 인물들의 감각은 삶의 비참함에 압도당하는 대신 ‘망함’을 초월해버린 단단하고 무심한 태도로 이어진다. 감정적 낭비나 자기 연민 없이 현실을 무덤덤하게 견디는 이 서늘함과 초월적 태도...가 너무 좋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052/51/cover150/k4629348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0525168</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어차피 망할 인생 -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32750</link><pubDate>Tue, 04 Aug 2026 22: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327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830862&TPaperId=174327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382/55/coveroff/k2728308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830862&TPaperId=174327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a><br/>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br/></td></tr></table><br/>인생이라는 게 원래 태어나보니 빈손이고 죽을 때도 빈손이라 근본적으로 개털이자 무의미의 연속인데, 그렇다고 냅다 한강 물 온도 체크하러 가거나 방구석에서 징징대지 말고 어차피 허무한 인생, 비겁함 없이 우아하고 센스 있게 살다 가자 라고 김영민 교수가 고전(장자, 사기 등) 들먹이면서 죽비 때리는 책이다. 즉, "토닥토닥 다 잘 될 거야~" 같은 염가의 힐링에 속아 시간 버리지 말고, 어차피 다 망하고 죽을 목숨이라는 차가운 팩트를 기껍게 받아들인 다음, 그 허무함이라는 배경화면 위에서 차나 한 잔 정갈하게 우려 마시고 드립이나 치면서 오늘 하루를 미학적으로 폼나게 버텨내자는 철학적 츤데레의 유쾌한 생존 가이드북. 인생에 대단하고 거창한 우주적 의미 같은 건 원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역설적으로 '잘해야 한다'는 거대한 압박감에서도 놓여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삶이 진짜 팍팍하고 힘든 사람한테 "어차피 인생 무의미하니까 집착 버리고 우아하게 살아"라고 하는 건,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꼰대질과 방향만 다를 뿐 또 다른 형태의 '상팔자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 본인은 서울대 교수라는 안정적인 지위에서 고전 읽으며 차 마실 여유가 있으니 할 수 있는 유희 아니냐는 비판도 충분히 가능하고. 결국 이 책이 '뼈 때리는 통찰'로 읽히느냐, 아니면 '선비질하는 꼰대의 가르침'으로 읽히느냐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태와 온도 차에 달려 있다. '꼰대의 가르침'처럼 느껴진다면 굳이 깊게 의미 부여하며 모실 필요도 없다. 그 마저도 "어라, 이 양반도 은근히 선비질하네?" 하고 쿡 찔러보며 가볍게 소비하는 게, 어쩌면 이 책을 가장 '김영민스럽게' 읽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의 목표를 잃어버렸거나, 번아웃&amp;허무감으로 마음이 빈곤해진 이들이라면... 헛헛함과 유쾌함 사이의 묘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즐기면서, 책 속의 건조한 드립들을 한 편씩 음미해 보쟈. 잠깐들 쉬어 가보쟈~&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382/55/cover150/k2728308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3825596</link></image></item><item><author>안지</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낭만적 환상이 안겨준 무기력한 환멸의 서사 - [감정 교육 2]</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28697</link><pubDate>Sun, 02 Aug 2026 19: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7135169/174286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3746323&TPaperId=174286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440/44/coveroff/e89374632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3746323&TPaperId=174286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감정 교육 2</a><br/>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지영화 옮김 / 민음사 / 2014년 08월<br/></td></tr></table><br/>귀스타브 플로베르의 &lt;감정교육&gt;은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정점이자, 현대 모더니즘 소설의 문을 연 거대한 걸작'이라고 일컫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게 제작된 고품격 고구마 서사시이기도 하다. 1840년부터 1867년까지의 파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시골 출신 훈남 청년 프레데릭 모로가 파리로 상경해 야망, 연애, 정치적 혼란 속에서 훌륭하게 자빠지고 몰락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프레데릭은 연상의 유부녀 아르누 부인을 평생 최애로 모시며 짝사랑하는 와중에도, 돈 많은 미망인이나 화려한 기생 사이를 바쁘게 양다리 걸치며 꼴값을 떤다. 그리고 예술가, 혁명가, 투기꾼 등 파리의 각종 속물들과 어울리며 호기롭게 시도하는 사업마다 족족 말아먹고, 결국 그 어떤 사랑도, 야망도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늙어가며 "아 우리집에 금송아지 있었지" 같은 소리나 중얼거리는 결말을 맞이한다. &lt;감정교육&gt;의 가장 큰 문학사적 의의는 시련을 극복하고 어엿한 어른이 되는 기존 교양소설의 공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인공이 완벽하게 '노답·노성장'으로 일관하는 '성장 없는 교양소설''을 완성했다는 점이라 하겠다ㅋ 제목인 '감정교육' 역시 "사랑을 통해 성숙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이 어떻게 무기력하게 마모되고 낭만적 환상이 현실이라는 팩트 폭격 앞에 박살 나는가"를 알려주는 역설적이고 서늘한 튜토리얼이랄까... 더욱이 플로베르는 프레데릭의 찌질한 낭만적 방황을 1848년 2월 혁명과 쿠데타라는 당대 프랑스의 대혼란과 완벽하게 병렬시킨다. 청년들이 외치던 거창한 혁명 공약이 결국 정치가들의 배신과 속물주의 속에서 헛소리로 끝났듯, 프레데릭의 사랑과 야망 역시 지저분한 타협 속에서 허무하게 스러져 가게 말이다. 즉, 거창한 꿈을 품었다가 허탈하게 무너지는 개인과 역사의 콜라보를 그려낸 씁쓸한 환멸의 파노라마인 셈이다. 여기서 플로베르의 또 다른 대작 &lt;보바리 부인&gt;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플로베르가 '환멸'을 다루는 재주란 정말....ㅋㅋ 두 소설의 공통점은 드라마나 소설을 너무 많이 봐서 눈만 높아진 주인공이 초라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자멸한다는 점인데, 엠마 보바리가 삼류 연애소설에 빠져 시골 의사 남편을 무시하고 로맨스를 찾아 탈출을 시도하듯, 프레데릭 역시 낭만적 성공을 꿈꾸며 파리를 기웃거리지만 감정과 통장 잔고만 소모할 뿐이다. 둘 다 실행력은 없으면서 이상만 높은 인물들이라 잔인한 플로베르는 이들에게 어떠한 동정표나 도덕적 쉴드도 쳐주지 않고, 팝콘을 씹듯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들의 허영심을 폭로한다. 차이라면 두 작품의 '환멸의 규모'랄까. &lt;보바리 부인&gt;이 좁혀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엠마라는 개인이 사치와 불륜 끝에 사채 빚에 짓눌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매운맛의 극적 비극이라면, &lt;감정교육&gt;은 대도시 파리 전체를 무대로 온갖 속물들이 얽히고 설키며 세월의 흐름 속에 주인공의 열정이 잔잔하게 마모되어 가는 순한맛의 미지근한 허무를 보여준다. (과연 이게 순한맛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비유하자면 &lt;보바리 부인&gt;은 한 개인의 망상과 파멸을 정교하게 해부한 '현미경'이고, &lt;감정교육&gt;은 한 세대 전체의 찌질함과 역사적 혼란을 널찍하게 담아낸 '망원경'이라 할 수 있을 듯. 출간 당시 &lt;감정교육&gt;은 "주인공이 너무 답답하다", "줄거리가 산만해서 답답해 죽겠다"는 독자들의 야유 속에 묻혔다고 하는데, 훗날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프란츠 카프카 같은 현대 문학의 거장들에게 "삶의 무의미함과 찌질함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내다니!"라는 찬사를 받으며 현대 모더니즘 문학의 기틀을 다진 위대한 걸작으로 남았다고 한다. (혹시 동족상잔일까....ㅋㅋ) 심지어 그 중 프루스트는 말했단다. "&lt;감정교육&gt;의 프레데릭은 바로 나" 라고ㅋ 여튼 거창한 야망과 낭만적 환상을 품고 파리에 상경한 청춘이 현실의 속물주의와 역사적 혼란 속에서 완벽하게 무기력해져 가는 과정을 서늘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문학사상 가장 고품격인 '성장 없는' '환멸'의 서사시! 읽어보시라. 진짜 너무 재밌다. 소설의 묘미란 정말...ㅋ<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440/44/cover150/e89374632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440440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