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인 이야기 -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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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8년 한 남자가 베네치아 길거리에서 살해당합니다. 


이름은 로렌치노 데 메디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메디치 가문에 속한 사람입니다. 로렌치노는 단순히 메디치 가문의 사람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사촌 형제이자 피렌체를 다스리던 알레산드로 공작을 암살하고 베네치아로 망명한 인물이기도 했지요. 



 그러면 로렌치노 암살을 사주한 배후는 누구였을까요? 여러 증거들은 알레산드로 공작이 암살당한 후 공작위에 오른 코시모 1세를 향해 있었습니다. 반박한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타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대중이나 역사가들 모두 코시모가 벌인 복수극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5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최근 새로운 문서가 발견되면서 역사 속에 숨겨졌던 진범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카를 5세가 그 범인이었던 것입니다.



 카를 5세도 로렌치노를 살인 청부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로렌치노에게 살해당한 알레산드로 공작이 카를 5세의 사위였기 때문이지요.  

 

 “문명과 바다(산처럼, 2009)”를 읽기 전까지는 주경철 교수를 단순히 유럽사 전공자이자 번역가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후 “대항해 시대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바다 인류 (휴머니스트, 2022)”, “모험과 문명의 교류사 (산처럼, 2015)”와 같은 저자의 문명사, 교류사와 관련한 저작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저작을 남기는 훌륭한 학자가 있다는 사실에 이유모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대항해 시대” 같은 저작은 기존 대륙 문명 관점의 역사 해석에서 벗어나 근대 세계사를 해양 세계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15~18세기에 이르는 세계사를 독자적으로 조망하였다는 평가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일반 독자들에게 주경철 교수는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사를 인물 중심으로 다룬 “유럽인 이야기 (휴머니스트, 2017)” 3부작에 대해 더 잘 알지 않나 싶습니다. 유럽사를 이야기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다루면서도 학문적 깊이가 느껴지는 저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중세 유럽인 이야기 (주경철 著, 휴머니스트)”는 “유럽인 이야기” 3부작의 프리퀄 성격을 가진 저작으로 바로 중세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빈란드라 불리오는 땅, 지금의 그린란드에 정착촌을 만들기도 하고,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바이킹 이야기를 시작으로, 종교의 시대에 이름을 남긴 여러 인물들, 그리고 궁정에서 펼쳐진 권력 암투와 사랑 이야기, 전염병과 그 전염병이 불어온 사회 현상, 그리고 권력을 강화하려는 여러 권력자들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유럽 중세사를 여행하는 마일스톤이라 할 수 있는 인물과 사건들로 가득합니다.  




아티클 하나 하나는 10페이지 남짓이라 최근 독서 트렌드에도 맞게 관심 있는 부분만 짬 내서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금방 읽어버렸습니다. 중세 유럽사 입문서로도 손색없는 저작입니다. 



 Ps. 책의 마지막 아티클이 프라 마우로의 지도인 점은 저자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합니다. 




 #주경철 #중세유럽인이야기 #휴머니스트 #리뷰어스클럽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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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1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한 사진이 리뷰에 담긴 것 같네요,ㅠㅠ

Micca.Kim 2023-11-20 09:29   좋아요 0 | URL
아 그렇네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불확정성원리 - 광학의 역사부터 슈뢰딩거 방정식의 탄생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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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불확정성 원리 (정완상 著, 성림원북스)”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정완상 교수는 현재 경상대학교 물리학과에 재직 중인 물리학자로 대중과 소통하는 여러 과학 저작에도 열심인 분입니다. 이번에 읽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불확정성 원리”는 다른 대중 과학 서적에서 다루지 않는 과학 이론과 관련한 논문 그 자체에 집중하여 독자들에게 해당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목과 달리 페이지를 넘겨가며 마냥 쉽게 읽을 수만은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설명자체를 인터뷰나 강의 형식 등을 빌어 독자들의 접근을 보다 쉽게 하고 있습니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아낼 수 없고, 두 측정값의 부정확도를 일정 이하로 줄일 수 없다”는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핵심 개념 중 하나입니다. 즉, 이 책은 양자역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양자역학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볼츠만(Ludwig Boltzmann), 막스 플랑크 (Max Planck),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이나 드 브로이(Louis de Broglie)? 아니면 보어(Niels Bohr)나 하이젠베르그(Werner Heisenberg),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막스 보른(Max Born), 폴 디렉(Paul Dirac)?


저자는 그 역사의 시작을 고대 그리스 헤론(Heron)까지 끌어올립니다. 양자역학을 설명하는데 광학을 빼놓을 수 없고 빛의 성질을 다룬 광학의 역사는 헤론(AD 1C)부터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헤론은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음을 처음 알아냈고 네덜란드의 스넬(Willebrord Snel van Royen)은 빛의 굴절 법칙을 찾아냈습니다. 

이후 페르마(Pierre de Fermat), 훅(Robert Hooke)과 같은 당대의 수학자, 과학자들이 빛의 성질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고 이후 빛을 설명하는 이론은 뉴턴(Isaac Newton)의 입자설과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의 파동설로 나뉘게 됩니다. 하지만 토마스 영 (Thomas Young)에 의한 이중 슬릿 실험으로 인해 파동설이 대세로 자리잡게 되지만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원리에 영향을 받은 드 브로이에 의해 ‘물질파’, 즉 물질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진 개념이 설명되면서 빛의 성질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게 됩니다.


수식이나 방정식이 있으면 책의 판매량은 그에 비례하여 줄어든다고 스티븐 호킹이 이야기했다고 하던가요? 이 책은 앞서 이야기한 양자역학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있어 오리지널 논문을 바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수식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수식만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수식 중간 중간에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어서 (설명을 받아들이려는 의지만 있다면) 생각보다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말이나 글로 설명할 때보다 오히려 개념이 명쾌하게 이해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 책은 불확정성에 대한 이론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시리즈의 다른 책에서는 양자 역학과 원자 이론까지 설명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양자 역학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가장쉬운과학수업 #불확정성원리 #정완상 #성림원북스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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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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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은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시험을 제안하면서 기계와 인간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언어적 행동이 가능한 기계는 지능을 가진 것을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장했습니다. 이를 튜링 테스트 혹은 이미테이션 게임이라 부릅니다. 


지능. 익숙한 단어이지만 이를 정의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인간이 가진 철학적, 윤리적 고민은 인공 지능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인간인 종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왔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다른 종 혹은 다른 존재의 지능에 대해서는 그 고민의 깊이가 얕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인 지능인지, 무엇이 인간인지에 대한 사회 보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그리고 ‘알파고’나 ‘Chat GPT’ 같은 인공지능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게 되면서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지능인지에 대한 고민은 단순히 형이상학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作, 북다)”를 읽었습니다.



루치아. 금속뼈대, 인공관절, 흡사 마네킹을 닮은 얼굴을 가진 이 존재를 안드로이드라 말합니다. 폐기 처분을 받고 도망친 로봇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이 아니지만 천국에 가고 싶어하는 인공 개체입니다. 죽음 너머로 떠난 그분을 돌보기 위해. 루치아는 천국에 가기 위해 노사제로부터 병자성사를 받습니다. 병자성사는 그 자체로 유효한 것. (Ex opere Operato) 이제 천국에 갈 수 있을까요?


레미지오. 루치아에게 병자성사를 행한 노신부입니다. 하지만 루치아에게 속았음을 알고 온갖 저주를 퍼붓습니다. 로봇은 천국에 갈 수 없는 것일까요? ‘우리의 천국’에는 기계를 위한 자리는 없는 것일까요? 자기인식이 가능한 기계라 하더라도 ‘인간이 아니기에’ 생명이 꺼지면 용광로에 던져지면 끝나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치아로부터 구원을 받습니다. 



루치아는 인간의 천국을 넘본 죄로 마녀로 규정됩니다. 이제 다시 마녀 사냥이 시작됩니다. 



인간 만의 것을 넘본 존재. 그리고 인간이라는 범주의 확장 .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마녀 사냥. 이 소설은 독자에게 철학적 사유거리를 던져주는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인간을 규정하는 범주적 특징은 무엇일지, 비인간이 인간다움을 획득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소설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생각들이 교차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만 박성환 작가의 단편 ‘레디 메이드 보살’이 연상되는 시간이기도 했구요.






#녹슬지않는세계 #김아직 #북다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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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로 만든 세계
마이클 울드리지 지음, 김의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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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로 만든 세계 (마이클 울드리지 著, 김의석 譯, RHK, 원제 : The Road to Conscious Machines: The Story of AI)”를 읽었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을 다룬 책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원제를 보고 AI의 역사, 그리고 인공 의식까지의 미래를 다룬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AI이 탄생하기까지의 복잡한 여정, 진화, 윤리적 고려 사항, 인공 의식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잠재적 경로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전문 지식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하여 흥미진진하게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AI, 인공지능 (人工知能, Artificial Intelligence). 그 시작을 어디로 봐야 할까요? 관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지만 저자는 엘런 튜링 (Alan Mathison Turing, 1912~1954)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튜링 머신과 튜링 테스트는 오늘날 컴퓨터와 인공지능 발전의 기틀을 만들었다 보고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저자는 AI 기술 발전에 대한 초창기 역사를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합니다. 특히 AI 개발 초기 존 매카시와 같은 선구자들이 직면한 낙관주의와 도전은 이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라는 사실에 직면하면서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이후 알고리즘이 데이터로부터 학습하기 시작하여 상당한 발전을 이끌어낸 방법에 중점을 두고 머신 러닝으로의 전환까지 역사 역시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이 역사는 이후 신경망의 출현과 딥러닝의 혁신적 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저자는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풀어내어 이 분야의 초보자와 전문가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기술적인 세부 사항과 이러한 혁신을 주도하는 개인에 대한 일화를 엮어 기술 여정을 인간의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탁월하고 독자의 공감대를 얻어내는데 능숙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AI 연구가 직면할 수 있는 윤리적 차원에 대한 부분입니다. 특히 현대 AI 담론에 있어 핵심이 되는 편향성, 투명성, 책임감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학습 데이터 채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된 알고리즘과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이러한 윤리적 과제에 대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윤리적 고려 사항은 AI 개발이 단순한 기술적인 노력 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에 대한 신중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습니다.



AI에 대한 연구 중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바로 의식을 가진 기계, 즉 인공 의식에 대한 연구일 것입니다. 저자는 앨런 튜링이 제안한 유명한 테스트에 초점을 맞춰 기계 지능을 판단하기 위한 여려 역사를 설명하고 튜링 테스트가 가진 한계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끌어나가면서 현대 AI가 가진 한계 역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기술적 측면 뿐 아니라 철학적, 윤리적 측면에서 독자의 고민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주제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성이 높은 아젠다일 수 있습니다.이 책 역시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홀히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의료, 자율주행, 기후 환경 등 AI가 가진 더 넓은 영향력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주제를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책을 쓰고 출간한 시점이 2019~2020년 정도라 최근 각광받고 있는 chat-GPT 같은 LLM (Large Language Model)에 대한 업데이트는 안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만족한 독서경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괄호로만든세계 #마이클울드리지 #김의석 #RHK #리뷰어스클럽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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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옳다는 착각 - 내 편 편향이 초래하는 파국의 심리학
크리스토퍼 J. 퍼거슨 지음, 김희봉 옮김 / 선순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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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옳다는 착각 (크리스토퍼 J. 퍼거슨 著, 김희봉 譯, 선순환, 원제 : Catastrophe!: How Psychology Explains Why Good People Make Bad Situations Worse)”를 읽었습니다. 



인지 편향으로 인한 인간의 오류에 대해 다룬 교양 심리학 서적입니다. 인지 편향은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여 잘못되거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이죠. 특히 갖가지 재앙 혹은 긴급 상황에서 발생하는 인지 편향은 가끔 대파국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책에서 저자는 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에어프랑스 447편 추락사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009년에 벌어진 이 사고는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사고입니다. 과냉각으로 인해 속도계가 잠깐 이상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오토파일럿이 잠깐 해제되었던 상황에서 부기장의 과실로 인해 실속(失速)  상태에 빠진 비행기가 추락한 사고입니다. 이 책 초반부에는 당시 부기장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에 대해 상황이 자세히 나와 있으습니다. 비록 유능하고 잘 훈련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위기 상황에서 불완전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 누구나 감정에 휩쓸려 혼란에 빠지게 되고 불필요하거나 불합리한 선택으로 인해 파국을 맞이할 수 있는 인지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는 인간이 가진 정상적인 인지 능력 자체가 비효율적이며 좋지 않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특히 이상을 일으켰던 속도계나, 잠깐 해제되었던 오토 파일럿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조종간을 지속적으로 잡아당겨 고도를 높이려 했던 부기장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잘못된 행동임이 분명하지만,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를 저자는 인내 오류 (perseverative error)라 일컫습니다. 사실 비행기 조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비슷한 오류를 수없이 저지르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러한 오류 상황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고, 판단력이 흐려지며, 충동성이 증가합니다. 이는 문명 이전 상황에서는 분명 도움이 되는 인지 기능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이 기능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많은 상황에서 효율적이지 않은 기능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우리는 이를 인지 편향 혹은 인지 오류라 일컫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비록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놀라운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음모론이 성행하는 것이지요. 책에서는 ‘죠스’라는 영화의 흥행이 상어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논박합니다. 


이 주장은 ‘죠스’라는 영화를 통해 상어의 공격이 치명적이고 공포스럽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고 상어를 죽이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 상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죠스’의 원작자인 피터 벤클리조차 자신이 이 소설을 쓴 것을 후회한다는 말까지 했다는 사례를 덧붙입니다. 



물론 상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영화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상어의 개체 수는 ‘죠스’ 개봉 전부터 꾸준히 감소해왔으며 그 이후에도 그 경향성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죠스’ 영화의 흥행은 그 추세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상어 개체 수 감소는 상어나 어족 자원의 남획에서 비롯한 생태계 파괴의 결과물일 뿐 상어 혐오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의 일부 주장은 추가적인 보강 독서가 필요한 내용이긴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지 편향으로 인한 불합리한, 그리고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는지 그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독서였습니다. 



#나만옳다는착각 #크리스토퍼J퍼거슨 #김희봉 #선순환 #책좋사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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