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생명의 지문 - 생명, 존재의 시원, 그리고 역사에 감춰진 피 이야기
라인하르트 프리들.셜리 미하엘라 소일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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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그리고 이 피를 담고 온 몸에 골고루 순환시키는 심장은 인류 문화사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녀왔습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두 요소는 생명, 영혼, 감정의 중심으로 여겨졌습니다. 고대 문명에서 피는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어 종교 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즈텍 문명에서는 신들에게 바치는 인신 제물의 피가 우주의 균형을 유지한다고 믿었고,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피를 생명과 동일시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또한 심장은 오랫동안 감정과 의지의 중심으로 여겨졌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 세계를 위해 미라를 만들 때 심장을 보존했고, 중세 유럽에서는 심장을 용기와 사랑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과학이 발달하면서 피와 심장의 생리학적 기능이 밝혀졌지만, 문학, 예술, 대중문화에서 "심장이 뛴다", "피가 끓는다" 등의 표현은 강렬한 감정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렇듯 오늘날에도 피와 심장은 생명과 정체성의 상징으로 남아있어, 헌혈이나 장기 기증과 같은 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처럼 피와 심장은 과학적 이해를 넘어 인류의 문화와 정신세계에 깊이 뿌리내린 상징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피, 생명의 지문 (라인하르트 프리들, 셜리 미하엘라 소일 共著, 배명자 譯, 흐름출판, 원제 : Blut - Der Fluss des Lebens: Wie Körper und Geist, Wirtschaft und Kultur mit unserem roten Organ verwoben sind )”는 피가 가진 생물학적 기능을 포함하여 문화적, 역사적, 철학적 의미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대중과학서적입니다.


책은 가슴에 생선칼이 꽂힌 환자의 이야기로 시작해 피의 과학적 특성, 혈액순환의 메커니즘, 수혈의 역사, 피와 관련된 문화적 상징 등을 설명합니다. 저자는 최신 의학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심장이 단순한 펌프가 아닐 수 있다는 흥미롭고도 새로운 관점도 제시합니다. 피를 통해 생명, 의식, 정체성 등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주제들을 탐구하는 이 책은 과학적 정보와 철학적 사유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독특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피'에서는 피의 기본적인 특성과 구성을 시작으로, 피가 지닌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탐구합니다. 이어서 혈액 순환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하고, 수혈과 혈액은행의 운영 과정을 소개합니다. 또한 피와 관련된 다양한 질병들을 다루며, 피가 지닌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도 논의합니다.

2부 '생명'에서는 피의 생성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혈액 순환 시스템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자세히 파헤칩니다. 이어서 피와 생존의 밀접한 관계를 탐구하고, 피가 우리의 감정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피를 통해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인 논의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저자는 피가 단순히 우리 몸을 순환하는 붉은 액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합니다. 피는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문화, 역사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혈연관계는 가족과 사회 구조의 기초가 되며, 혈액형은 때로 성격이나 운명과 연관 지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피는 역사적으로 전쟁, 종교 의식, 의학 발전 등 다양한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저자는 피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이를 인간의 경험과 문화적 맥락 속에서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상처와 치유 과정에 대한 의학적 설명은 인간의 회복력과 생명력에 대한 철학적 고찰로 이어집니다. 현대 의학의 발전과 피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역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혈, 혈액 검사, 유전자 치료 등 현대 의학의 많은 부분이 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최신 의학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심장이 단순한 펌프가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또한 피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헌혈의 중요성, 혈액 거래의 윤리적 문제, 유전자 검사와 프라이버시 등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들을 피의 관점에서 조명합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피가 단순한 생물학적 물질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 정체성, 문화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피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인간과 세상에 대한 더 깊은 통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피를 통해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저자의 주장은 새로운 관점과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피의 순환을 통해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생명의 상호연결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은 피라는 렌즈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럼으로써 하나의 생명 뿐 아니라 생명과 생명 간, 생태계 전체의 연결성도 확장하여 추론하게 합니다. 이는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생명에 대한 경외심 역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지요.



#피생명의지문 #라인하르트프리들 #셜리미하엘라소일 #흐름출판 #배명자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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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로저 크루즈 지음, 김정은 옮김 / 현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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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에서의 의사소통은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주어지고, 또한 우리는 문자, 이메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기는 하였지요. 하지만 이러한 매체들은 때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짧은 문자나 이메일에서 발생하는 의도의 왜곡, 그리고 비언어적 신호가 결여된 상태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취약한지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은 상대방의 의도를 추측하거나 불필요한 가정을 하면서 잘못된 해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곤 하지요. 인간의 의사소통 과정을 정말 복잡하고 복잡하고 미묘한 과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소통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최근에 읽은 책,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로저 크루즈 著, 김정은 譯, 현암사, 원제 : Failure to Communicate: Why We Misunderstand What We Hear, Read, and See )”는 이런 관점에서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인지심리학자인 저자가 의사소통의 실패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언어학, 심리학, 인지과학 등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말하고, 듣고, 읽고, 보는 과정에서 왜 서로를 잘못 이해하게 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의사소통 문제들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하며, 오해가 생기는 다양한 원인을 심리적, 언어적, 인지적, 사회적, 맥락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단순한 말실수부터 국제적 오해까지 폭넓은 상황을 다루면서, 의사소통의 복잡성과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 자체가 의사소통 실패의 서로 다른 측면을 다루고 있으면서,  특히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 가져온 도전도 다루고 있어, 현대인의 일상적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의사소통의 문제들을 예시로 들며,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읽은 부분은 바로 현대 사회의 특징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소셜 미디어가 가져오는 새로운 형태의 의사소통 문제입니다.  바로 9장 중 ‘소셜 미디어에는 맥락이 없다’ 파트가 의미심장했습니다. 저자는 이 파트에서 온라인 의사소통의 특성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해에 대해 논의합니다.


또한 저자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표정, 제스처, 톤 등이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인지적 요인, 특히 기억의 왜곡이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데 이 부분 역시 중요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편향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오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특히 법정 증언이나 목격자 진술의 신뢰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의사소통의 실패를 단순한 실수나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하여서는 안되고, 인간의 인지 과정과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여 더 넓은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저자는 의사소통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의사소통의 복잡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의사소통이 단순히 말하고 듣는 행위가 아니라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의사소통의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며, 더 효과적이고 공감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다 볼 수 있습니다.




#무슨말인지이해하셨어요 #로저크루즈 #김정은 #현암사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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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 - 우리와 그들을 갈라놓는 양극화의 기묘한 작동 방식
바르트 브란트스마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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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는 점점 더 양극화되고 극단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 vs 그들'의 구도가 강화되며, 중간지대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의 확산 속도는 빨라졌지만, 동시에 확증 편향, 그리고 에코 체임버 현상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강화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을 어렵게 만듭니다. 정치적으로는 극우 세력의 부상, 경제적으로는 빈부 격차의 확대, 사회적으로는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의 심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 (바르트 브란트스마 著, 안은주 譯, 한스미디어, 원제 : Polarisatie - inzicht in de dynamiek van wij-zij denken)”는 의미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양극화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먼저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을 ‘양극화 해겷을 위한 명징한 참고서’를 만들기 위함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양극화를 '우리 vs 그들'이라는 사고방식에 기반한 현상으로 정의합니다. 단순한 의견 차이와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 규정하고 다른 집단을 적대시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양극화 과정은 우리 vs 그들 사고 형성 -> 대립 강화 -> 입장 고착화 -> 갈등 확산 -> 극단화 등을 거치는데 이러한 구조화는 양극화에 대한 이해를 높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가 양극화 현상에 참여하는 다섯 가지 역할 그룹(주동자, 동조자, 방관자, 희생자, 중재자)을 구분한 것입니다. 이러한 구분은 양극화 상황에서 각 개인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합니다. 또한 양극화가 지속적인 '연료'를 필요로 하며, 논리보다는 감정에 의한 호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갈등 상황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중간 지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저자는 극단적인 입장을 가진 '주동자'들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대신,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방관자' 그룹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통찰을 줄 것입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단순히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을 만들고 공통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갈등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으로,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미디어와 정치가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는 빠르게 확산되지만, 그만큼 대립적인 의견도 쉽게 퍼지고 확대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저자의 해결책은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론적 분석과 함께 실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양극화 해소를 위한 4가지 전략적 접근(목표 변경, 주제 변경, 위치 변경, 어조 변경 등)은 독자들이 실제 갈등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됩니다.


양극화라는 복잡한 현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저자의 분석은 철저하고 신중하며,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실용적이면서도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책의 내용이 주로 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혔다시피, 이는 유럽이나 미국 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제인 양극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함과 동시에 실용적인 해결책을 고민해볼 수 있는 독서 경험을 독자에게 줍니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중도와 균형의 메시지는 더욱 큰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우리는왜극단에서는가 #바르트브란트스마 #안은주 #한스미디어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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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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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의 발전은 우리 몸에 대한 호기심이자, 자신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부학자의 세계 (콜린 살터 著, 조은영 譯, 해나무, 원제 : The Anatomists' Library: The Books that Unlocked the Secrets of the Human Body)를 쓴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몸은 곧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지요. 


이 책, “해부학자의 세계’는 해부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5000년간 인간의 몸에 대한 탐구를 주요 해부학 서적을 통해 분석하고 조명합니다. 해부학은 인간의 몸을 다루지만, 사회, 문화, 종교, 예술까지 포괄하는 의외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해부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의학 지식의 발전사뿐만 아니라, 인쇄술의 발달, 예술 기법의 변화, 종교와 과학의 갈등, 법률과 윤리의 발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도전과 이에 맞서 인류 문명의 진보를 이루어내는 과정이 잘 그려져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해부학 삽화의 변천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흥미로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인체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깊어져 왔는지를 한눈에 파악하고 이해의 깊이를 다르게 만들어줍니다. 단순히 의학적 지식의 발전을 넘어,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해 왔는지에 대한 문화사적인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각 시대의 주요 해부학자들의 업적을 통해 그들이 당면했던 도전과 극복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갈레노스의 체액설이 어떻게 1300년 동안이나 서양 의학을 지배했는지, 그리고 베살리우스가 어떻게 이를 뒤엎고 근대 해부학의 기초를 놓았는지를 설명합니다. 혈액 순환 이론, 현미경을 이용한 연구 등, 각 시대의 획기적인 발견들이 어떻게 인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의학과의 연결고리도 제시합니다. 현대적 영상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해부학적 지식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기술적 진보 속에서도 고전적인 해부학적 접근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지식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매체로써의 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이들이 어떻게 인류의 발전에 기여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각 시대의 주요 해부학 서적들이 어떻게 제작되고 유통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당시의 의학 교육과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식의 기록과 전파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인류의 지적 발전을 이끌어왔는지를 설명하는데, 결국 ‘책’이라는 형태가 타임캡슐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5000년의 역사를 명쾌하게 정리하면서도, 각 시대의 특징과 주요 인물들의 업적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면서, 인체에 대한 지식이 단순한 과학적 탐구를 넘어 인류의 지적, 문화적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또한 해부학의 발전이 의학 지식의 축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한 의학사를 다루고 있다기 보다는 인류의 지적 탐구 여정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 있는 책이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해부학자의세계, #콜린살터, #해나무, #조은영, #이북카페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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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 - 노벨상 경제학자가 바라본 미국, 그리고 기회와 불평등
앵거스 디턴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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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 (앵거슨 디턴 著, 안현실, 정성철 共譯, 한국경제신문, 원제 : Economics in America: An Immigrant Economist Explores the Land of Inequality)”를 읽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이 미국 경제와 사회의 불평등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는 본인 스스로가 이민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학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봅니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 불평등, 빈곤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경제학이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 탐구합니다. 저자는 경제학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정치와 경제학의 상호작용,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실제 사회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을 현실 세계와 긴밀히 연결시키면서 저자는 복잡하고 난해한 경제 이론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또한 동시에 이러한 이론들이 실제 사회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에 관한 장에서 저자는 199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최저임금 논쟁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경제학 연구가 어떻게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경제학의 한계와 문제점을 솔직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이 지나치게 자본 중심적이며, 인간의 행복과 복지를 단순히 돈으로만 측정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분석하는 장에서, 저자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인 미국의 의료 체계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이는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경제 측정의 복잡성과 그 정치적 함의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인플레이션과 빈곤 측정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이러한 측정이 단순한 기술적 과제를 넘어 깊은 사회경제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인플레이션 측정과 관련하여, 저자는 소비 패턴의 변화, 새로운 상품의 등장, 품질 변화 등이 정확한 측정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더 나아가, 그는 인플레이션 측정 결과가 연금, 최저임금, 세금 등 다양한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가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1996년 보스킨 위원회의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을 예로 들며, 저자는 인플레이션 측정의 정치적 민감성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빈곤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과정임을 강조하며,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의 개념 차이가 측정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특히 미국의 공식적인 빈곤 측정 시스템에 대한 그의 비판은 신랄합니다. 저자는 현재의 시스템이 실제 생활 수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정책 결정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제라는 사회적 현상을 측정하는데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들도 많습니다.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의 데이터 신뢰성 문제, 측정 방법론의 변화가 시계열 데이터의 일관성에 미치는 영향, 국가 간 경제 지표 비교의 어려움 등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경제 측정이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작업이 아니라, 결국은 복잡한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경제학과 정치의 관계에 관한 지적이나 학계 내부의 성차별에 대한 문제 역시 생각해볼 거리가 있습니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종종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경제적 분석에 반영한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경제학이 객관성을 잃고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여성 경제학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한 지적은 단순히 평등의 문제를 넘어서, 다양성 부족으로 인해 경제학 연구의 질과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적입니다. 

이러한 주장과 지적들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가지는 신뢰성과 영향력, 올바른 학문에 대한 방향성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제기로 보입니다. 


이 책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큰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저자는 노벨상 수상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현재의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경제학의 가치와 잠재력을 인정합니다. 그는 경제학이 인간의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고 믿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져 있습니다. 디턴의 명쾌한 설명과 다양한 예시는 복잡한 경제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저자의 개인적 경험담과 노벨상 수상 과정에 대한 이야기 역시 책을 읽어나가는데 흥미를 주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상호연결성을 고려할 때, 다른 국가들의 상황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읽어볼 수 있었을 것인데 말이지요.


#좋은경제학나쁜경제학, #앵거스디턴, #한국경제신문, #안현실, #정성철, #이북카페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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