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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책을 읽는 내내, 하나의 긴 미로에 빠져서 오직 하나의 출구(이해)를 찾기 위하여 이리저리 혹은 앞장으로 다시 오고 가기를 반복하다가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겨우 햇빛이 들어오는 문틈을 찾은것 같은 이 책-박주영 작가의 "고요한 밤의눈"-이다.
이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것은 순전히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소개글에서 나는 아주 오래전 최명희 작가의 혼불의 첫부분인 망자를 위하여 지붕위에 올라가서 치마를 흔들며 망자를 보내는 의식을 행하던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기억해 내었기 대문이다. 또한 그런 형식의 소설일거라고 지레 짐작한 탓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의 이러한 기대를 비웃듯 스파이라고 지칭된 다섯명의 살아가는이야기들이 주된 이야기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들을 살펴보면, 병원에서 깨어보니 자기의 일생에서 15년이라는 세월을 망각하고 본인이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x라고 칭하는 사람. 그리고 X의 지인이자 유일한 연인 사이로 자리매김해 가는 스파이 Y, 이 두사람의 보스인 B,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언니를 찾기 위하여 언니인양 위장하고 정신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 동생 D, 현재는 초라하지만 미래의 주인공을 꿈꾸는 소설가 Z,
이 다섯명은 수학에서 거의 모든것을 담아낼수 있는 X축과 Y축 위에서 우리 현실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건 첫째로 우리의 현실은 끊임없이 누군가에 의해서 감시받고 제약받고 있다는것,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무수한 것들이 있다는것 (실체가 보이지 않는 양심,기억,진실등을 포함하여) 이런 사회적,정치적 요소들이 퍼즐을 맞추는 개임처럼 다섯개의 조각에서 하나의 조각으로 합해져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때로는 무기력한 사람속에 같이 포함되어 있다는 동질감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에는 나도 감시 당하는 사람중에 한명일것으로 여겨 주위를 둘러보게 만들게도 한다.
그러나 이 다섯명의 에피소드가 전달하고자하는 소설적 재미나 긴장감은 조금 약하지만, 현 시대가 가지고 있는 시대성이라 할까,문제 의식의 일부분을 지적하고자 하는 작가의 치열한 시대정신은 인정해 주어야 할것 같다.
작가는 말하고 있듯이 "아직도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가로 살아야겠다"는 작가의 약속을 기억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