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어야한다. 특히나 역사적인 일에 대하여 픽션과 넌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재를 가지고 전개되는 이야기는 더욱 흥미를 배가 시킨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흔히 사학계에서 재야 역사학자들의 이야기로만 인식되고 있고, 아직 확실한 학설로 대접 받지 못하고 있는 '환단고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실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일제 강점기에 그 자취를 감춘 우리나라 고대사에 관련된 문헌들이 아직 일본 왕궁의 지하 창고에 보관되어 있고, 그 역사책들이 세상에 나온다면 고대의 찬란하고 광활한 우리의 고조선 역사가 인정을 받는것은 물론이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과의 영토 문제나 일본과의 독도 영토 문제, 또한 대마도가 우리의 땅이었다는 문제까지 손쉽게 해결 될것이고, 우리 역사를 새롭게 정립 시키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주인공인 의사가 내시경 원리를 이용하여, 역사학자와 같이 손잡고 땅속에 묻힌 역사책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의 초반부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일제가 조선의 역사를 말살하고 정신을 지배하기 위하여 시작하는 일이 우리나라 고조선을 위시한 그 전후의 역사에 대한 기록을 없애버리고 역사 왜곡을 시작하는 중반부의 이야기-단군 역사를 신화로 만들고, 발해의 영역을 떼어버리고, 신라 통일을 내세워 우리역사를 한반도 안으로 가두어 버리는 이야기에서는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 작금의 현실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언젠가 중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문화사학자 위치우위의가 쓴 중국문화답사기 "중국문화기행"의 책 첫 여행 답사기가 발해 유적지 이야기 인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느낌이
그대로 전해 오는것 같았다.
역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역사를 감추고자 하는 무리들에 의하여 죽음을 당하는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건 또하나의 좌절일것이다. 그것이 역사 앞에 서 있는 우리의 자화상 일지도 모른다. 이 "환단고기"가 세상에 나와서 표효하기 전까지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만 떠 돌때 우리가 느끼는 아픔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