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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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님의 첫 에세이라는 것만으로도이 책을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금이 작가는 70만 부 이상 판매된 <너도 하늘말나리야>, 뮤지컬로 각색되기도 한 <유진과 유진>,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준 <거기, 내가 가면 안되요?>, 최근에 너무나 재밌고 흥미롭게 읽은 <허구의 삶>  등 따뜻한 문체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38년 동안 주옥 같은 작품을 써와 어린이부터 성인 독자까지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작가이다. 

등단 이후 쭉 소설을 써온 이금이 작가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이탈리아로 떠나 한 달 동안 머문 시간들을 엮어서 에세이로 엮었다.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 '운 좋게'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다시 자유롭게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이 책에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절친한 친구들과 오래전부터 '환갑이 되기 전 긴 여행 다녀오기'를 버킷 리스트로 삼았었다고 한다. 아무리 인생은 60부터라 하고, '신중년'이라는 단어로 60대를 새롭게 칭해도, 저자가 느끼기에 60은 왠지 노년으로 들어가는 관문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즐겁게 60대를 맞이하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보상 같은 걸 스스로 주고 싶어서 그렇게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일정이 안 맞는 친구들을 제외하고 보니 40년 넘은 친구 진과 단둘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탈리아'라고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관광지에서부터 시작해 눈여겨 보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마을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친구와 함께, 혹은 홀로 다니며 발견한 이탈리아 구석구석의 풍경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이 책 가득 담고 있다.  

장편 소설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 저자와 절친과의 여행은 '쉰여덟 살 봄, 첫 문장을 쓰듯 우리는 떠났다'로 시작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다. 아무리 40년 된 친구라 해도 단 둘이 딱 붙어서 한 달을 보낸다니. 떠나기 전부터 저자는 주변인들의 걱정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역시나, 걱정은 여행지에서 현실이 되고, 생각치 못한 상황은 여행지에서 계속해서 나타난다. 여행 계획을 아무리 잘 짜놓아아 인생이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처럼 여행지에서 계획했던 것들이 어긋나기도 하고, 예상하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두 여행자는 다양한 시련 앞에서 그때마다 지혜롭게 극복하고 느긋한 자세로 해결해하가는 모습은 인생 선배의 연륜을 느끼게 한다. 

여행 전부터 이번 여행의 테마를 '휴식'으로 정하였을 만큼 느슨하게 일정을 짰지만, 사람으 그리 쉽게 변하는 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느슨'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느슨'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왕 가는 거 제대로 보고 즐겨야 한다는 저자와 여유와 낭만을 즐기는 친구 진이 한 달 동안 느끼는 성격 차이, 그로 인한 갈등, 화해하는 과정도 사실 이 책을 보는 재미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행지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이들의 여유와 지혜는 본받을 만하다. 

폼베이에서 화산으로 인해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저 화산이 지금 폭발한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저자. 그 생각은 '지금, 여기'에서의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르고 그저 흘러보낸다. 

저자는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이 장편소설 한 편을 준비하는 마음과 같다고 했다. 시작하기 전 구상하고 계획하는 과정이 그렇고, 소설과 여행 모두 기승전결이 존재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반대로 소설은 고쳐 쓸 수 있지만 시간과 함께 흘러가버린 여행은 고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  한 번 살면 그 뿐인 인생과 닮았다.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여행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인생을 더 잘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 또한 여행 후 자신이 많이 달라졌음을 이 책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퇴고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여행이라는 예행연습을 통해 인생을 좀 더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인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페르마타(페르마타는 이탈리아어로 '잠시 멈춘다'와 함께 '길게 늘이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에서의 시간은 페르마타로 연주하듯 여유롭게 보낸 시간을 통해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의 행간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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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1 - 정원사의 선물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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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이라는 제목과 표지의 커다랗고 무성한 잎들과 빨간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신비한 숲 속을 들어가는 소녀의 뒷모습, 그리고 책 날개의 "한 달 안에 치료 약을 찾지 못하면 너의 심장은 내 것이다!"라는 문구가 과연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이 책은 기괴한 요괴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주인공 시아의 신비한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에게 이끌려 굴속으로 뛰어들게 된 시아. 그것은 모든 것을 달라지게 만들었고, 시아가 기괴한 요괴 레스토랑에 이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시아는 그렇게 고양이 루이에게 홀린 듯 따라가다가 '기괴한 레스토랑' 있는 요괴 마을에 들어가게 되고, 레스토랑 주인인 해돈에게 자신의 심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기괴한 레스토랑에 들어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괴한 요괴들을 보는 것도 기가 막힌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레스토랑 주인인 해돈을 위해 자신의 심장을 내놓아야 한다니. 시아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요괴의 음식을 먹으면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리고선 요괴의 음식을 다 먹어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겠다고 말을 한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모면한 시아는 한달 안에 레스토랑에서 머물며 식당일을 하면서 해돈 병을 나을 수 있는 다른 치료법을 찾기로 약속을 한다. 그렇게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해돈의 병을 낫게 해줄 약을 한 달안에 구해와야 하는 시아.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된 첫날부터 열여섯 살 시아에게는 감담하기 힘든 일들만 일어나게 된다.


게다가 시아는 해돈에게 병의 유일한 치료약이 인간의 심장이라고 말한 늙은 마녀 야콥의 지하실에서 야콥의 약 배달을 하는 소년, 쥬드와 같이 머물게 된다.

밀가루 방에서 만나게 된 긴 타원형의 분홍빛 얼굴에 누군가 칼로 뚫어 놓은 것 같이 뻥 뚫린 눈과 입을 가지고 있고 팔이 여섯개나 되는 이상한 괴짜. 이 이상하고 흉측한 요괴에게 시아는 쥬드를 대신하여 약을 배달하기도 하고, 에그타임마다 보이는 달걀들의 행렬을 보기도 한다. 게다가 이뿐만이 아니라 기괴하고 다양한 요괴들이 너무나 많은 이 곳에서 시아는 치료 약의 행방은 커녕 존재 여부 자체도 모른다. 게다가 모든 레스토랑의 요괴들이 입에 올리기 두려워하는 하츠라는 악마를 만나게 되기까지 한다. 하츠를 만나게 되며 시아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게 되는데.. 과연 시아는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해돈의 치료약을 찾아 자신의 심장을 지킬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


주인공 시아 이 책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참 다양한다. 밀가루 방에서의 밀가루 반죽을 하는 요괴와 달걀들, 그리고 술의 방에서 만나는 술꾼. 자신의 눈물로 만든 술에 취해, 그 술을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려야하고, 눈물을 흘리기 위해 과거에 갇혀있는 술꾼. 과거 때문에 울고 또 그 과거를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 다는 술꾼의 모습이 왠지 우리를 너무 닮아 계속 보게 된다. 그리고 늙은 마녀 야콥,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게 억울하여 울기만 하고 같이 놀아달라고 보채는 꼬마 마녀 리디아, 차의 방에서 만난 떠들이 아주머니와 법석이 아주머니, 모든 요괴가 두려워하는 악마 리츠, 레스토랑의 주인 해돈 등등.. 기괴하고 신비로우며 독특한 인물들의 묘사는 이 책의 이야기에 폭 빠져들게 만든다.

<기괴한 레스토랑>은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1권은 주인공 시아가 기괴한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며 닥치는 시련과 이를 이겨나기 위해 만나는 요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시아 뿐만 아니라 에페소드마다 등장하는 한 명 한명이 각자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판타지 가득한 장면 묘사와 각각의 인물이 지닌 특색들은 이야기 자체에 몰입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심, 행복 등과 같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나도 모르게 인물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같이 모험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그렇기에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 책을 다 읽고서도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지게 되어 끝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과연 2권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너무 기대되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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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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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유퀴즈에서 유품정리사가 나와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한참 흘렸다. 이 책은 바로 유퀴즈에 나온 유품정리사 김새별님과 특수청소업무를 담당하시는 전애원님이 전하는 우리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5년 동안 천번이 훌쩍 넘는 죽음을 마주하였건만 아직도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고인을 만나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김새별님과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전애원님이 전하는 우리 이웃의 마지막 순간들을 모아 펴낸 책의 개정판이 바로 이 책이다. 유퀴즈를 통해 죽음에 대한 의미와 고찰을 전하기도 한 이 책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한다.


 김새별님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삶과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친구의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예의를 다하는 모습에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아 장례지도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유적들의 요청으로 유품정리를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는 유품정리사로 15년째 살아가고 있다.

 세상을 떠난 이의 인생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일을 하는 저자들의 현실에서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 자체가 주는 어려움과 힘듦에 더하는 사람들의 눈총들, 식당에 가서 냄새가 난다고 쫓겨나기 일쑤였으며 주차 되어 있는 차를 보고서도 재수없다며 빨리 차를 빼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고 한다. 가끔은 서럽고 힘들지만 그래도 저자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아무도 거두는 이 없는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흔적을 치우고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수많은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강렬하고도 누구도 잊어서는 안되는 메세지, 

 '당신과 나,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 으로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다.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신 앞에서 모두가 코를 막은 채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부모만은 그 사체를 끌어안고서 슬픔을 토해낸다. 부모에게는 살아있든, 죽었든, 부패했든 소중한 자식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부모의 시신 앞에서 오로지 돈에만 관심을 두는 자식들, 연락조차 하지 않는 자식들.. 참 못난 자식들이 너무 많다. 자식은 부모를 등지지만 부모는 절대 그러지 못한다는 걸, 내가 부모가 되고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이 책 속 죽음 앞에서 다시 깨닫는다. 부모의 그 깊은 사랑을..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그 어떤 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도 부정적이다. 그렇기에 저자들은 고달프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들이 아마 하는 일보다 더 고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일에 대한 값어치를 알아주는 가족과 사람들이 있기에 오랜 세월 일을 지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라도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진다. 길을 잃어 무섭고 싫은 수많은 영혼들의 마지막을 잘 정리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이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작은 집을 구해 사셨던 할머니의 죽음. 수의안 봉투에는 자식들이 돈봉투가 있었다.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여기서 죽어도 괜찮냐고 물어보았다는 할머니에게 집주인 할아버지는 그래도 된다고 했다고 말하는 데에서 얼마나 울컥하던지. 자식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에게도 폐가 끼지고 싶지 않았던 할머니의 그 마음에 먹먹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속의 수많은 죽음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나의 작은 관심이 누구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큰 희망과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죽음 앞에서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은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지금 이 순간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안부 전화, 따스한 말 한마디를 먼저 전하며 살아야 겠다.


 그리고,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는 동안 저자는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맞이하는 건 천 명 중 한 명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을 부록으로 첨부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7계명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이 책,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을 전해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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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차일드 - 제1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4
이재문 지음, 김지인 그림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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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표지 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책이다. 게다가 "제1회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 하니 더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차별과 편견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돌연변이 아이들의 힘찬 도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가상의 질병인 '몬스터 차일드 증후군'을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판타지 동화다. 몇 년 전 많은 인기를 끌었던 'X맨'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돌연변이를 소재로 하여, 이 책에서는 불시에 털복숭이로 변하는 아이들이 사회적 문제이자 위험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자기 정체를 숨기며 살아온 주인공 오하늬가 일곱번 째로 전학 간 학교에서 자신과 같은 돌연변이 연우를 만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몇 달 전부터 마을에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수원의 나무 하나가 뽑히고, 일년 동안 고생한 배추 농사가 다 망해 버리게 되지 않나, 읍내 마트의 창고가 처참히 부서지기도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축사에는 피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하여 사람들은 축사에 CCTV와 경보장치를 설치한다. 그런데 마침 오늘 밤, 경보가 울린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서는 남자. 무슨 일이 있어도 소를 지키리라 마음 먹는 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휙하고 빠르게 축사 맞은편 헛간으로 들어간다. 검은 그림자를 드디어 보게 된 남자는 목표물에 마취총을 발사하지만 마취총은 바닥에 박히고야 만다. 작은 검은 그림자는 제 몸의 두 배가 되는 송아지를 둘러맨체 하늘로 날아올랐다. 남자는 놀라서 "괴, 괴물이다!"라고 소리치고서 정신을 잃는다.


 몬스터 차일드의 프롤로그 부분이다. 이미 프롤로그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괴물로 변한 아이가 마을에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는 이미 돌연변이 아이가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돌연변이 아이들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가축들을 잡아 먹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주인공 오하늬와 오산들이는 MCS 환자다. 뮤턴트 캔서로스 신드롬(Mutant Cancerous Syndrome). 우리말로 '돌연변이종양 증후군'. 하지만 사람들은 이 병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 부른다. 몬스터 차일드 신드롬(Monster Child Syndrome), '괴물 아이 증후군'이라고 말이다. 이 병은 다섯살과 일곱살 사이에 증상이 시작되는데, 한 가지 공통된 증상은 발작을 일으킨 뒤에 신체가 변이되는 것이다. 온몸에 털이 나고 몸집이 커지며 힘도 몇 배나 강해진다. 하늬 남매는 늘 억제제를 먹으며 발작을 억누르고, 발작을 일으켜 정체를 들키게 되면 전학과 이사를 반복했다. 그렇게 일곱번째 전학을 앞두고 긴장한 엄마의 모습으로 이 책의 본 내용이 시작된다.


하늬는 이태껏 억제제를 먹으며 발작을 억누르며 자신이 MCS 환자라는 것을 숨기고만 살아왔다. 하지만 연우는 학교에서 발작과 변이를 일으키고, 반 아이들이 따돌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한 연우의 모습이 하늬에게는 충격이며 혼란에 빠지게 한다. 이 책은 가상의 질병인 MCS에 대해 너무나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고 할까. 그런데 MCS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른 아이들이나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통제가 불가능하며, 변이한 상태에서는 사람을 공격하고, 짐승처럼 날고기를 먹고, 털끝만 닿아도 전염되는 감염병이라는 말 등등. 그 무성한 소문들은 하늬와 산들이, 연우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데 말이다. 그리고 하늬와 산들이가 찾아가 'MCS 자립 훈련소'. 소장님은 MCS가 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과연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게 될까. 하늬도 이태껏 자신 안에 괴물이 있기에 그 괴물이 드러나지 않도록 꾹꾹 누르면서 살기만 했는데, 과연 스스로를 사랑하게 될까.


 그러다 하교길에 하늬는 발작을 일으킨 연우를 도와주려 한다. 아이들은 변이한 연우에게 다가가면 위험하다고 했지만, 하늬는 연우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거라고 굳게 믿는다. 연우를 도와주려다 발작을 일으킨 하늬는 연우의 아지트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그것도 난생처음, 완전한 변이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토록 변이를 두려워하던 하늬에게 완전한 변이가 오히려 자유로움을 안겨주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하늬는 변이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지 조차 못하는데, 연우는 하늬를 전과 다름 없는 눈으로 대한다. 그것은 하늬를 낫게 해주려고 애쓴 엄마도, 함께 비밀을 지켜온 동생 산들이도 해주지 않은 것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이가 있다는 거 자체에 하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용기가 조금씩 생기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생기게 된다. 마을 농장이 괴물의 습격을 받게 된 것이다. 과연 누가 마을 농장을 습격한 것일까. 마을에 연우, 하늬, 산들 말고도 또 다른 괴물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괴물의 정체는?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


 이태컷 자신을 부정하고만 살아온 하늬와 스스로를 미워할 수 없기에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포기하고 혼자서만 살아온 연우. 이 책에서 두 아이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하지만 어느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하늬와 연우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치유하고, 상처받은 다른 돌연변이 아이들도 감싸 안으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은 꽤 감동적이며 울컥하게 만든다. 차별과 편견에 맞서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기에 더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아이들이 괴물 같아요'라는 문장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사회와 어른들은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거나 조절을 어려워하고, 서투르거나 어리다는 이유로 어린이를 함부로 평가가 하거나 통제하려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이러한 어린이가 처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숨기지 않고 작품 내에 녹여냈다. 각자 저마다의 고유한 모습으로 변이하여 숲 속을 자유로이 뛰어다니며 노는 돌연변이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모습으로 자유롭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뭉클하고야 말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지구를 지켜주는 슈퍼 히어로는 바로 어린이들이라는 걸, 어리석한 어른인 나는 다시금 되뇌여본다. 우리 곁에 있는 슈퍼 히어로들이 지금 보다 더 행복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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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조연희 지음, 원은희 그림 / 쌤앤파커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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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주황색 표지의 선명한 눈물자국에 자꾸 마음에 걸렸다. 이 책은 가난했던 1970년~1990년에 서울 산동네 서민 아파트에서 한 여성 시인이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을 보내며 느꼈던 감정들과 인생에 대한 기록을 시와 산문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기도 전에 그녀의 삶이 그리 녹록치 않음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표지 속의 눈물 때문이리라.

지지리도 가난했던 1970년에 저자는 서울 산동네 서민 아파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그 시절을 거쳐 1990년에 대학생이 되어서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에세이 형식을 띄고 있지만 시와 사실에 상상을 보탠 성장소설이다. 너무나 가슴 아프고 힘든 시기를 거친 그녀의 이야기 사이 사이에는 위로를 건네는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다.

직업군인이었던 저자의 아버지는 군수물자를 빼돌린 부하 때문에 전역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도 군무원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이어가지만 정리해고가 된 후 파친코(슬롯머신)에 빠져 전 재산을 탕진하게 되고 저자의 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돈을 벌어 세 자매를 키운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들은 감수성 깊은 소녀가 보기에는 너무 절망스러운 현실이엇을 거다. 게다가 아버지가 은행에서 융자 받은 저자와 언니의 학비까지 파친코 기계에 쳐넣을 때 힘으로는 도저히 당할 수 없었던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눈물을 흘리며 증오의 눈빛으로 노려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녀에게 아버지의 일탈과 가난은 폭력이었던 거다. 그 시절 가난과 폭력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저항은 '응시'하는 거였다는 고백에 자꾸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녀의 먹먹한 고백 옆에 실린 그림. 왠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나무 위의 노란 새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 그 시절 너무 힘들었던 그녀와 어머니를 위로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고난하고 힘들었던 처절한 응시의 기록과 같은 산문과 함께 저자가 직접 적은 시들도 함께 수록 되어 있다. 산문과 함께 수록된 시들은 그 시절 그녀의 살모가 감정들을 너무 잘 담고 있어서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하는데 특히, 시 <워킹 푸어>는 그 시절 너무나 힘들었던 저자의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벗어나기 힘든 가난과 가족이기에 더 날카로웠던 상처들. 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의 이야기는 암울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감이 된다. 그 시절에 많은 이들이 아마 이토록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처절하도록 아픈 이야기들이지만 왠지 동정이나 연민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 시절 그 시대에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삶을 살았기에 지금의 모든 것이 넉넉하고 빨리 변하는 시대가 왔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땀들 덕분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나의 부모님들도 고된 삶을 사셨기에, 지금의 내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이토록 편안함이 감사해진다.

선생님의 호출로 학교에 오게 된 저자의 어머니. 파란 슬리퍼에 몸빼 바지를 입은 어머니가 부끄러웠지만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발가게에 들려 하얀 운동화를 사 주신다. 그리고 저자는 엄마의 파란 슬리퍼를 자신이 신고 엄마에게 새 운동화를 신긴다. 그렇게 서로를 기댄 채 집으로 걸어가는 모녀. 상상만해도 자꾸 눈물이 나는 대목이다.

이 책은 산문과 시가 섞여 저자의 어린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서를 쓰고 삭발까지 시도하였던 저자가 마음을 고쳐 먹고서 작가가 되기를 결심하고 문예창작과에 진학한다. 여대생이 된 저자의 앞에는 가난보다 더 위험한 독재와 폭력이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최류탄이 난무하는 거리. 그리고 그 속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문학을 이야기하고 불의와 싸웠던 그 젊음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다 처절하고 암울하다. 그 시절 자체가 너무나 암울하고 처절했기 때문이다. 그런 시절을 보내온 여성 시인인 저자의 응시를 담은 이 책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삶이란 진정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처절한 시간을 거쳐온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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