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던지고, 달리는 야구의 모든 것 반갑다 사회야 17
김성호 지음, 박재현 그림 / 사계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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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남자들은 모두 야구 광팬이다. 그리고 나 또한 야구를 좋아한다. 특히, 야구장에 가서 다같이 응원하며 야구 보는 것은 정말 너무 좋다.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마구 마구 풀수도 있고 야구장에서 먹는 것은 뭐든지 맛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야구장 근처도 못가서 너무 아쉽다. 뭐라고 할까. 야구장에서 보는 야구는 그냥 집에서 보는 것과는 공기부터 다르다고 할까.

이 책인 우리집 식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이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야구의 역사, 문화 및 야구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 야구 선수들의 고민과 생생한 그들의 모습과 그리고 야구를 보다 깊이 있게 관전할 수 있는 정보들을 대량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야구가 계속 사랑받기 위해 야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다루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야구의 기본 규칙과 야구 전광판 보는 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타자, 투수, 포수, 수비수에 대한 정말 자세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있어서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쉬운 설명과 그림으로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야구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야구는 단지 공을 치고, 던지고, 받고 달리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야구 안에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108번째야 비로소 기회를 잡아 우승을 거머진 컵스의 이야기처럼 우리 인생을 닮은 이야기가 있기에 우리는 그토록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에 환호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야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야구는 특히 숫자 3을 좋아한다. 야구 안에는 담긴 숫자 3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그리고 일본 야구 만화
를 인용하여 시간 제한이 없는 스포츠, 야구가 가진 매력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꼭 패싸움처럼 보이는 벤치 클리어링을 할 때 왜 선수들이 다 나오는지, 그리고 야구는 어느 나라에서 시작된 것인지 등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야구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 뿐만 아니다. 근현대사와 함꼐 성장해온 한국 야구의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서 한국에 야구가 들어온 계기와 급성장하게 된 과정, 프로 야구 창단의 정치적 함의, 야구가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 등을 이야기하여 야구가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프로 야구에서 활약한 재일 교포 선수들. 일본에서 온갖 차별을 받고 자란 재일 교포 선수들의 활약은 소위 말하는 국뽕을 고취시키게 만든다. 세계적인 선수, 박찬호 선수에 대해서는 좀 더 특별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박찬호 선수의 위용을 알 수 있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에는 야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야구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제목아래 이야기하고 있어서 이또한 의미가 깊다고 보겠다. 급성장한 한국 야구지만 그 안에 존재했던 선수 간 폭력과 체벌 문제, 선수 몸 혹사에 관한 문제, 약물 문제와 승부 조작 문제 등. 야구가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점에서 저자가 얼마나 야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야구보다 더 아름다웠던 선수들, 인종 차별이 존재하던 시기 최초의 흑인 야구 선수였던 재키 로빈스, 그리고 그를 지지했던 동료 선수들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는 감동을 전해 준다. 이뿐만 아니라 지진 구호품을 전달하려다가 세상을 뜬 로베르트 클레멘터의 선행, 열악한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정의로운 최동원 선수의 이야기는 야구가 오늘날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데에는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선수가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 담긴 야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진한 감동과 교훈을 주기도 한다. 야구는 많은 한국인이 남녀노소를 떠나 너무나 좋아하는 스포츠이다. 하지만 도서관에 가보면 야구에 대한 책은 그리 많지는 않아서 아쉽다.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하여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좀 더 알게 만드는 이러한 책들이 좀 더 많이 생겨 더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더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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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장해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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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이미 멈칫해버렸다. 젊은 날의 나의 마음 속의 말과 같아서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으면서 엄마에게만 유독이 날카롭게 날을 세웠던 시절이 떠올랐다. 아마 대부분의 K-딸이 나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띠지에 나와 있는 그대로 '엄마를 향한 K-딸들의 속마음을 담'고 있다. 나 또한 여느 K-딸과 다르지 않기에 이 책의 글귀들에 많이 공감하고 같이 웃고 같이 울게 된다. 

너무 사랑하기에 더 화가 나고, 너무 사랑하기에 더 걱정되고 안타까운 이 아이러니한 관계가 바로 엄마와 딸의 관계가 아닐까. 가장 사랑하지만 가장 많이 상처를 주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서로를 결코 놓을 수 없다. 

이 책은 딸로서 그동안 엄마에게 보일 수 없었던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울고 웃었던 엄마와의 일상 에피소드를  통해 찬찬히 하나씩 이야기 한다. 그동안 쉽사리 털어 놓지 못하였던 속마음을 쏟아놓으면서 딸로 살아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속이 시원해지고, 더 유쾌하고 더 애뜻한 공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엄마와 더 사이좋게,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한 다정한 제안들에 덩달아 따스해진다.

부모 자식 간에서 늘 약자는 부모가 아닐까.  더 많이 사랑하기에, 부모이기에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더 내어 줄 것이 없나 살피는.. 그 마음들을 내가 부모가 되기 전까지 몰랐다. 난 딸이니까 당연히 받아도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에도 당연한 것은 없음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그러니 부모로 그 수많은 세월 주고 또 주는 그 마음에 감사하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늘 참고 또 참기만 해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만 해서 쌓인 스트레스들이 엄마를 아프게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면 아프다고 울고, 슬프면 슬프다고 울어도 되는데.. 그 수많은 세월 참고 또 참기만 한 엄마의 가슴에 얼마나 많은 상처가 쌓이고 또 쌓였을지 감히 가늠되지 않는다. 그런 엄마에게 나도 전하고 싶다. 이제는 울어도 된다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감추려 하지 말고 표현해도 된다고 말이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이 책은 엄마를 향한 딸의 마음을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전하고 있다. 파트 1에서는 철이 들기 전에는 하지 못했던 말로 이제는 꺼낼 수 있는 마음의 말을 담고 있다. 파트 2에서는 더 늦기 전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엄마를 안아 주겠다는 결심과 다짐을 담고 있고, 파트 3에는 한국에서 딸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한번도 털어 놓지 못했던 딸의 진심을 전한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 4에서는 더 늦기 전에 진심을 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와 같은 글을 모았다. 

저자는 내 엄마라서, 내 딸이라서 서로의 마음을 잘 알거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마음은 전할 수 있을 때 전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또 설사 마음을 전해서 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런 동상이몽을 하기에 서로를 사랑하고 더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거라고 말이다. 엄마와 딸은 지지고 볶고 싸우고 서로에게 삐지기도 해도, 결국에서 사랑하여야 하는 관계임을 잊지 말자고 말이다. 

그러한 그 진심들은 바로 나의 마음이자, 딸의 마음이라서 이 책에 담긴 그 모든 말들에 공감하고 또 공감해본다. 그리고 나도 저자처럼 엄마에게 진한 러브레터를 보내본다. 사랑하기에, 그 누구보다 더 사랑하기에 더 걱정되고, 더 안쓰러운 나의 마음을 엄마에게 진심을 담아 표현할 것이다. 엄마, 엄마가 내 엄마라서 고맙고 저는 엄마와 함께라서 행복하고 잘 살 수 있었어요. 늘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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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방귀 가루 괴짜 박사 프록토르 1
요 네스뵈 지음, 페르 뒤브비그 그림, 장미란 옮김 / 사계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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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jinick77/222576068586

벌써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아이들이 좋아할 듯한 책이다. <신기한 방귀 가루>는 괴짜 박사 프록토르가 만든 초강력 방귀 가루로 지하 감옥 탈출에서 시작해 하수관에서 펼쳐지는 아나콘다와의 결투, 독립 기념일에 터지는 환상적인 축포쇼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모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동화다. 이 책은 북유럽 최고의 추리 작가인 요 네스뵈의 첫 판타지 동화다. 이 책은 요 네스뵈 작가가 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기획한 동화로, 출간되자마자 노르웨이와 북유럽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 현재 5권까지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괴짜 박사 프록토르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은 이야기가 벌어지는 때와 장소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배경이 되고 있는 오슬로에 대한 설명으로 코딱지만한 나라의 코딱지만한 수도라는 표현이 재미있었는지, 우리집 2호는 이 책의 도입부를 외울 정도로 좋아하였다. 역시 아이들에게는 방귀, 코딱지, 오즘 등등과  같은 표현들은 여전히 재미있는 표현인가보다. ^^

책의 도입부에는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하나씩 소개를 한다. 우선 빨간 집에서 아케르후스 요새의 사령관인 아빠와 엄마와 함께 사는 리세에 대한 소개를 한다. 리세는 바로 앞의 노란집에 단짝 친구가 살았었는데 그 친구가 사릅스보르그라는 도시로 이사를 가서 외로웠다. 그런데 바로 그 집에 누군가가 이사를 온 것이다. 바로 키 작은 빨강 머리의 남자 아이, 불레가 바로 노란집으로 이사온 아이다. 리세와 볼레는 신기한 방귀가루를 만든 프록토르 박사와 함께하는 주인공으로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이야기의 시작은 리세와 불레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불레에게 말을 걸어온 한 남자는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괴짜 프록토르 박사다. 키가 크고 비쩍 말랐으며 하얀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생김새에 파란 외투를 입고 있는 프록토르 박사를 볼레는 처음에는 살이 빠진 산타클로스이거나 미치광이 교수라고 생각한다. 프록토르 박사 역시 스스로를 미치광이 교수라고 소개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불레와 프록토르 박사. 둘은 프록토르 박사의 지하실로 내려가 몸을 빛나게 해주는 형광 가루 등등 프록토르 박사의 발명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불레는 프록토르 박사의 발명품을 먹게 되는데, 그게 바로 프록토르 박사의 새 발명품인 방귀가루였다. 그렇게 불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만들어진 방귀가루는 이 책의 주요 소재가 되어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프록토르 박사와 헤어져서 학교에 가게 된 불레. 불레는 너무나 작은 키로 심술궂은 트롤스와 트륌에게 놀림을 당하고 짖궂은 장난을 당하지만 불레는 굴하지 않는다.

불레는 어디에 가든 트룰스와 트륌과 같은 아이들은 있다고 리세에게 말한다. 트룰스와 트륌과 같은 아이들의 괴롭힘에도 굴하지 않는 불레의 모습이 참 당차서 좋았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비록 키는 작고 빨간 머리의 불레가 왜소하며 나약한 아이처럼 보일지라도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가는 모습에서 대리 만족과 쾌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볼레는 리세와 함께 프록토르 박사를 찾아간다. 

볼레가 학교에 간 사이 드디어 방귀가루를 완성시킨 프록토르 박사. 볼레는 방귀가루를 실험하기로 하고 방귀가루를 엄청난 파워에 만족하고선 독립기념일에 아이들에게 팔기로 하고 셋은 즐거워한다. 

그리고 초강력 방귀 가루 제조에도 성공하게 된 프록토르 박사. 그가 만든 방귀 가루는 너무 강력해서 우주선 없이도 우주 비행을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상품이다. 그의 조수 역할을 자처한 볼레와 리세는 미국 항국 우주국 나사에 판매하기로 하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남의 특허를 훔쳐 백만장자가 된 트라네 씨와 그의 짖궂은 쌍둥이 아들  트롤스와 트륌은 방귀 가루를 손을 넣기 위해 볼레와 프록토르 박사를 죽음의 지하 감옥으로 보내 버린다. 과연 이들은 죽음의 지하 감옥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하에서 아나콘다와 죽음의 결투를 벌이는 이는 과연 누구이며, 그 결투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나 재미있는 환상의 모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이미 책 제목에서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이야기인 <신기한 방귀 가루>. 게다가 신기한 방귀 가루를 되찾으려는 볼레와 프록토르의 모험 이야기는 이야기 속에 폭 빠지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작은 키에도 아이들의 짖궂은 장난에도, 지하 감옥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자신만의 길을 굳세게 가는 볼레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이며 똑똑한 지능을 뽐내며 사건의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리세의 캐릭터 또한 참 매력적이다. 이런 매력적인 아이들과 괴짜 박사 프록토르의 이야기이니 당연히 재미있을 수 밖에 없으며 어찌보면 다소 황당무게한 설정이나 이야기라 할지라도 판타지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엉뚱한 전개는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그와 동시에 괴짜박사 프록토르의 다음 발명품은 무엇일지도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볼레와 리세의 다음 이야기도 역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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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루나 에디션)
이평 지음 / 부크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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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상관없이 인간관계에서 고민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살면 살수록 더 어려운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이렇게 인간 관계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들에게 사이다와 같은 발언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머릿 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인간 '관계;에 관한 문제들을 속 시원히 정리해 주고 나아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글로 많은 독자들에게 애정을 받았던 <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가 2021년 새로운 에디션으로 출간한 것이다. 표지 속의 조금씩 차오르는 달처럼 이 책을 통해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로 인한 고민과 복잡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살다보면 이유를 알지 못한 체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인정하면서 살기에도 참 짧은 시간인데, 어떤 이유든지 간데 남을 까 내리기에 바쁜 사람들.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로 대하는 사람들 말이다. 참 답이 안나오는 관계를 마주치지 않고 살면 좋은데, 어찌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는가. 그럴 때는 그 관계에서 전전긍긍할 필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 이유 없이 너를 싫어하면 싫어할 이유를 하나 만들어줘라'라고 말하는 저자의 사이다 같이 속시원한 발언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참 간단 명료한 방법이 있었는데 그동안 나는 속을 끓였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이유도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아까운 나의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이를 팍팍 내는 이들에게는 망설이지 말고 유유상종으로 대하라는 저자의 말이 그동안의 나의 방식과는 너무나 달라서 마음에 든다. ㅋㅋ

이런 사람은 꼭 있지 않나 싶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 남에게는 칼같이 냉정한. 사실 이런 사람과의 시간은 참 피곤하다.  어떤 관계가 당연한 게 있겠는가. 상대방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지 그 사람과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데, 자신은 상대방에게 함부로 자기 마음대로 대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라니. '소중한 사람과는 소중한 이야기만 좋은 사람과는 좋은 말만 공유하며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이 되어야 한다.(p35)'라는 저자의 말처럼 자신이 상대방으로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소중하게 대해야 하며 그래야 그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누군가가 힘들어 보일 때 자기 기준에 맞춰서 충고 혹은 조언을 하는 이들은 사실 불편하다. 듣기는 하지만 그다지 다가오지도 않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힘들고 지친다고 누군가가 다가온다면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일,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제각각이므로 자신이 언제 제일 행복한지를 알아두는 것도 필요할 듯 싶다. 맛있는 음식 혹은 따스한 차 한잔, 혹은 햇빛을 받으면서 잠시 산책하는 일 등등. 무언가를 하는 게 자신을 다시 행복의 경계선에 가까이 가게 하는 지를 알아두면서 조그마한 행복이라도 누리면서 사는 일, 그것이야 말로 행복한 삶을 사는 자세일 것이다. 

저자는 한껏 처지고 우울함에 정신을 못 차릴 때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사는 버릇이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사소한 즐거움일 수도 있고, 어찌보면 돈낭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고 소소한 것에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돈낭비로 보일지도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소비가 아닐까 싶다. 소소하고 작지만, 너무 익숙해져서 지나치곤 했지만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야 말로 큰 행복도 누릴 수 있음을 잊지 말기를 바래본다. 

책 제목인 관계를 정리한다는 말은 어쩌면 너무 살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자신의 너무 지치고 힘들 상태라면 가끔씩은 그 관계들을 정리할 필요도 있지 않나 싶다. 방청소를 하듯이, 책상 정리를 하듯이 말이다. 구지 나에게 필요하지 않는 관계라면 더이상 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 책은 어쩌면 누군가는 절대로 하지 못할 관계에 대한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짧은 글들로 살아가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나자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타인의 시선 때문에, 타인의 말 때문에, 그리고 언젠가는 끊어질 관계 때문에 더이상은 힘들어하지 않도록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대한 정리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나 자신이 행복해야 이 세상도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그렇게 이 책을 통해 복잡하고 힘든 관계에서 벗어나 내 마음의 여유와 행복을 더 풍성하게 채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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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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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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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 작가님의 신간이다. 책 표지의 띠지를 통해  "우리에게 "믿음이 사라져가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공부하는 학자로서 예루살렘에서 보낸 한 달의 경험과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오늘날 종교 공동체와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들여다 보고 있다. 저자는 유럽 역사를 들여다 보며 지금과 같이 혼란한 시기가 과거에도 있었음을 짚어내고, 고통과 환란의 시대에 신을 찾았던 사람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지금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종교가 있든 없든 각자 마주한 삶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 지 함께 생각해보기를 제안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종교는 인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뗄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저자는 법과 정치가 종교와 분리된 것은 불과 몇 세기에 지나지 않았고, 10세기 초반 유럽의 혼란한 시대적 상황에 불안에 떨던 민중은 교회로 몰려와 신의 보호와 자비를 청하기도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 속에 종교와 인간이 걸어온 흔적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때 '멘토'의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다. 멘토라 불리는 사람 중에는 종교계 인사들이 참 많았었다. 과거 우리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종교계에서 헌신하던 분들 가운데서 생각의 어른들을 찾아 조언을 듣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다같이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어른이란 생물학적으로 다 자라거나 나이든 사람, 혹은 지위나 항렬이 높은 사람을 말하지는 않는다. 생각의 어른이란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에게 생각의 어른을 밖에서  찾고 바라기만 하지 말고, 우리가 생각의 어른이 되어 줄 수는 없는지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우리가 바라는, 혼란산 삶 속에서 누군가를 이끌어주고 기댈 수 있는 '생각의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삶의 태도로 살아가기.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말씀에 귀기울이면서 하나씩 배워간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하는 말씀 하나 하나가 참 좋아서 되새기고 싶다. 특히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은 돈이나 재산이 아니라 실패의 시간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태도와 정서라는 저자의 말씀은 부모로서 살아가야할 태도에 대하여서도 깨닫게 한다. 똑같이 스승 예수를 배신한 베드로와 유다의 삶을 보며 누가 의인인지 악인인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패를 마주하는 태도와 그것을 마주하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하 알려주는 말씀이 참 와닿았다. 우리는 보통 실패 앞에서는 좌절하고, 고통스러워서 마주서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패에 마주함으로써 더 강해지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저자는 특히 흑사평과 기근 등으로 고통의 시기를 겪었던 중세의 모습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비춰보며, 과거 인류가 중세 를 거쳐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예를 틀어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졌으나 그것을 계기로 의학이 어떻게 종교로부터 독립된 학문이 되었고, 역사 속에서 종교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정치로부터 분리될 수 있었는지, 그것이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를 살핀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주장되었던 종교의 자유를 언급하며, 오늘날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종교 행사나 각종 집회가 금지되고 있는 중에 몇몇 종교 공동체가 내세운 종교의 자유는 과연 합당한가하는 문제를 짚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과거 한국 사회는 경제 발전을 위해 나머지 가치를 무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가 불균형적으로 성장하였고, 그리고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이 차단되어왔음을 말하고 있다. 현재는 그래도 그때보다 많은 것이 풍요로워졌고, 대화나 타협의 시도도 점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상처만큼은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으며 그결과 성별간의 논쟁, 종교간 마찰, 정치적 대립 등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어느 한쪽이 오랫동안 강하게 억눌러왔고, 침묵을 강요당해왔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지금과 같은 마찰은 양쪽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고 있다는 의미에서 변화의 씨앗은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그렇게 어찌보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든 것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나 또한 믿고 싶다. 

서문에서 저자는 '오늘의 아픔과 절망을 바꿀 수 있는 내일이 있다면 인간은 그 아픔과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견디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마치 기록적 폭염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곧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청명한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딜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수많은 역사 속 종교와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며, 이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한 이야기이기에 더 많은 공감과 깊은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고백하자면 나는 저자와는 다른 종교를 가진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속의 주옥 같은 그의 말씀 하나 하나를 되새기며 살아가고 싶고 우리는 결국에는 다같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꺼라는 믿음을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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