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에게
한종윤 지음 / 다산글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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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에게'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표지 그림을 보니 단순히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다쳐버린 아이들에게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하나하나 담은 진솔한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나 역시 10대 청소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에 저자의 글이 주는 울림이 더 깊게 다가왔다. 이 책에는 무기력, ADHD, 우울감, 인간관계 등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었거나 곁에서 보았을 고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안타까웠고, 때로는 뭉클했다. 그리고 저자가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들을 나에게 해보며 읽다보니 다양한 아이들의 대답들에 더욱 이입하게 되었고 그 아이들게 전하는 저자의 따스한 진심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은 상담 사례를 나열하는 대신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딪히고 함께 걷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아이들의 감정, 작은 변화의 흔적, 그리고 어른으로서 느끼는 무력함과 자책, 그러나 끝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손을 내미는 용기까지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 책은 총 7가지 주제를 통해 저자와 아이들이 함께 나눈 고민과 깨달음을 전한다. 첫 번째는 '신뢰와 관계의 시작'이다. 믿음은 가장 연약한 순간에 피어나는 감정이며, 진심 어린 소통만이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마음의 병, 이름 붙일 수 없는 고통들'이다. ADHD나 우울감처럼 이름 붙일 수 있는 증상뿐 아니라, 불안, 외로움, 소외감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루며, ‘괜찮지 않은 나’를 이해하는 출발점을 제시한다.


세 번째 주제는 '삶의 경계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도전과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네 번째 주제인 '나를 위한 선택은 무엇인가'에서는 인간관계와 책임, 신뢰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진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진정한 관계란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는 '함께 살아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내는’ 동반자다. 그의 글은 지시가 아닌 고백이고, 교훈이 아니라 삶이다. 여섯 번째는 '어른의 무력감,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아이들의 아픔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순간에도, 그는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다. 변화는 거창하지 않게 찾아오며, 조용하지만 꾸준한 진심이 마음을 움직이는 첫걸음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로 들어가 이 책은 시작부터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지며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살인을 저지른 친구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당신은 문을 열고 도울 것인가, 아니면 신고할 것인가?'

저자는 이 질문을 실제 교실에서 학생들과 토론하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70~80%의 학생들이 친구들 돕기보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를 선택했던 것이다. 친구를 돕기보다는 책임을 우선시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질문의 주체가 부모로 상황이 바뀌자 상황은 달라졌다. 부모라면 돕겠다는 응답이 70%로 급증했고, 신고하겠다는 으답은 30%로 줄었다. 이 변화는 가족과 친구 간의 '신뢰'의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였다. 특히 저자는 전체 학생 중에 80%가 친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여 애초에 도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더 나아가 30%의 학생은 부모에 대한 신뢰조차 낮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드러낸다.


이러한 질문과 상황을 통해 저자는 '믿을 수 잇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면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된다는'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을 원하지만 정작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좋은 사람 주위에는 좋은 사람이 모인다'며 우리 아이들 역시 그런 관계의 중심에 서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때로는 관계가 멈춘 듯하고, 상처받는 일이 반복될 지라도 그것이 결국은 '진짜 내 사람'을 찾는 과정임을 믿고 굳건히 걸어가라는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이 먼저 배려하고 기대를 낮추며 상대를 이해하려는 자세로 살아가길 바래본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쌓아가며 걸어가다보면 결국 나를 믿고 신뢰해주는, 좋은 사람이 선물처럼 찾아올테니까 말이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주제 중 하나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흔히 “너의 꿈은 뭐니?”라고 묻지만, 정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아직 꿈을 찾지 못했거나 꿈이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저는 꿈이 없어요.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잘하는 것도 없고, 자신 있는 것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왔다고 고백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분명 진지하지만, 정작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꾸준히 해보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꿈은 없어도 괜찮다"는 조언에 동의한다. 실제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꿈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꿈이 없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섰을 때, 꿈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나 동기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저자는 꿈을 억지로 정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잘하는 것’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관심과 몰입은 결국 성장으로 이어진다. 둘째, 하루 2시간씩 꾸준히 몰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집중력과 꾸준함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바꿔준다. 셋째, 일일·주간·월간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성취감을 쌓는 것이다. 저자가 근무하는 세계여행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꿈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좋아하는 것을 찾고 꾸준히 해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한 학생은 목공에 몰입해 결국 미술 전공으로 유학을 떠났다.


저자는 꿈은 거창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라는 거다. 이 담담한 말이 꿈 때문에 힘든 아이들게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 본인 역시 이 책을 통해 쓴 글로 언젠가 ‘유 퀴즈’에 출연하는 꿈이라고 하는데 그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이 책은 청소년의 내면을 향한 깊은 이해와 진정성 있는 동행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한 교사가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하며 마주한 무기력, 우울감, 관계의 어려움 같은 마음의 상처들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고통을 가볍게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이 책에 진솔하게 담겨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관계’이며 ‘조언’보다 앞서는 것은 ‘공감’이라는 거다. 그러기에 아이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끝까지 지지하는 어른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아이가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 무엇보다 신뢰와 공감을 기반으로 한 관계 맺기가 회복의 첫걸음일 것이다. 우리 어른은 아이에게 ‘왜 그래?’라고 묻기 전에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어야 하며 무언가를 극복하라 다그치기보다 그 곁을 지키며 묵묵히 손을 내미는 어른의 존재야말로 청소년에게는 가장 큰 위로이자 힘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아이들의 삶을 지켜보는 모든 부모와 교사, 그리고 ‘어른’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정말 아이의 곁에 귀 기울이며 서 있는가?'를 묻는 것 같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다리는 자세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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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B for BEAUTY - 향기로운 오일이 된 식물들의 모든 것
심나래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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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에 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향긋한 식물에 대한 안내서라기 보다 허브의 생태, 역사, 문화와 과학적인 효능까지 폭넓게 다루며 허브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고대 문명에서의 신성한 식물로서의 역할부터 현대인의 건강과 미용에 이르기까지 허브가 어떻게 인류의 삶에 깊숙이 자리해 왔는지를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풀어내고 있다. 또한 21세기 과학이 밝혀낸 허브와 에센셀 오일의 효능을 통해 향을 넘어선 실제 건강 효과와 그 활용 가능성까지 안내하고 있다.


특히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분야의 국제 전문가인 저자는 76가지 허브를 중심으로 각 식물의 생물학적 특성, 역사적 배경, 화학적 성분과 현대적인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허브에 대한 정말 다채롭고 유익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허브가 어떻게 오일로 추출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 쓰이는지, 또 음식, 술, 향료 등 다양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꽤 흥미롭다.

책은 허브가 단순한 향기의 원료가 아니라 인류와 함께해 온 치유의 동반자이자 생명력 있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저자는 오랜 세월 허브가 신과 인간을 잇고 마음과 몸을 돌보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하며 현대에 와서 감각적 소비 대상으로 축소된 허브의 가치를 다시 조명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허브의 이름과 역사, 문화적 의미를 시작으로 오늘날 과학이 밝혀낸 효능과 오일 활용법까지 통합적으로 다룬다. 특히 아로마테라피에 입문하는 이들은 물론 전문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독자 모두를 위한 실용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길잡이로 구성되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허브의 역사로 시작된다. 허브의 역사는 문명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레가노, 캐러웨이 등의 씨앗과 꽃가루가 유럽의 신석기 유적에서 발견되면서, 인류가 허브를 접한 시기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에는 허브가 의학과 종교의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집트의 고대 의학 문서인 에버스 파피루스에는 다양한 허브의 사용법이 기록되어 있으며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 또한 허브를 신성하고 치유적인 존재로 여겨 적극 활용했다. 중세에는 에센셜 오일 추출 기술이 본격화되었다. 중동의 의사 이븐 시나는 증류 기술을 개선하여 오일을 약과 향수로 활용했고, 유럽의 의학 교육기관과 약국에서도 허브를 체계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허브의 효능은 과학적으로도 검토되기 시작했다. 근대~현대에는 허브 성분의 분자 단위 분석이 본격화되면서, 합성 의약품과 향료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에센셜 오일은 점차 부가적 용도로 축소되었다.


그러던 중 프랑스 화학자 르네 모리스 가트포세가 라벤더 오일을 통해 화상을 치료한 경험을 계기로 ‘아로마테라피’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아로마테라피의 효과를 확산시키며, 이는 현대에 이르러 의료·웰빙·미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비록 현대 과학이 허브의 많은 효능을 밝혀냈지만 여전히 일부 치유 작용은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는 허브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여전히 탐구할 가치가 있는 ‘살아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책의 향 구분법을 설명함으로써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어서 에센셀 오일과 캐리어 오일의 정이와 특징에 대한 설명과 주요 허브 원산지에 대한 정보 역시 너무나 유익하다.


특히 이 책은 에센셜 오일에 포함된 주요 화학 성분에 대한 설명을 통해 허브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에스테르, 알데하이드, 케톤, 페놀, 모노테르펜 등 다양한 성분들이 각각의 향과 작용 방식에 따라 신체에 다른 효과를 미치며, 진정, 소염, 항균, 순환 촉진 등 다양한 치유 작용을 한다. 예를 들어 리날룰은 자극이 적어 피부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시네올은 호흡기에 좋으며 페놀 계열은 강력한 항감염 작용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한 오일 사용법을 넘어 성분별 특성과 효능까지 체계적으로 알려줌으로써 독자들이 에센셜 오일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끈다.


책은 허브 하나하나의 식물적 특성과 효능을 고정된 틀로 설명하지 않고, 각 허브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허브는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중심으로, 또 어떤 허브는 주요 성분과 치료 효능, 또는 현대적 활용법에 중점을 두는 등 허브마다 다른 구성과 서술 방식으로 설명되어 독자에게 더 깊이 있고 생생한 정보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라벤더 편은 식물로서의 생태와 원산지, 품종 분류부터 시작해 고대 로마와 중세 유럽에서의 역사적 활용, 프랑스 화학자의 화상 치료 경험을 통해 탄생한 아로마테라피의 기원, 그리고 오늘날 임상적으로 입증된 정서 안정과 피부 진정 효능까지 전방위적인 서술이 돋보인다.


특히 라벤더는 그 자체로 아로마테라피의 출발점이라 할 만큼 중요한 허브로, 주성분인 리날릴 아세테이트는 불안감, 우울감, 수면장애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며, 피부 진정과 염증 완화에도 유용하다.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신경계의 안정을 유도해 혈압, 심박수, 호흡수를 낮추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각 허브를 단순히 ‘오일의 원료’로 보지 않고, 식물, 문화, 과학, 치료라는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하며 독자가 허브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이 책은 허브를 단순한 향기나 감각의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인류의 지혜가 만나는 입체적 존재로 재조명하는 책이라 하겠다. 식물의 생태부터 역사, 문화, 화학, 그리고 실생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점으로 접근함으로써 허브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이 책은 에센셜 오일에 담긴 성분의 구조와 효능까지 구체적으로 다루며 아로마테라피가 단순한 힐링 트렌드가 아니라 근거 기반의 자연 요법임을 명확히 한다. 저자가 정리한 국내 독자 친화적 ‘8가지 향 계열’ 분류는 향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며 향이라는 감각을 삶과 연결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허브가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생화학적 전략이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은 식물과 인간의 오래된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생존의 흔적과 인간의 지혜를 한데 엮어, 우리가 허브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를 차분하고도 설득력 있게 안내한다. 따라서 이 책은 건강과 미용, 그리고 웰빙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단순한 정보서를 넘어선 과학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안내서라 하겠다.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체계적으로 풀어낸 이 책은 허브를 통해 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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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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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폭 빠져 읽었던 <스파이 코스트>, 마티니 클럽의 두번째 이야기라 하여 읽게 된 책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시작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수면 아래 숨겨딘 섬뜩한 진실이 한 여름 해변 마을의 평온안 일상을 흔들고 십 대 소녀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통해 수십 년전의 어두운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은 숨막히게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은퇴한 CIA 요원들의 독서모임인 '마티니 클럽'이 다시 등장하고 유력한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책의 시작은 1972년 메인주 퓨리티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되며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조용한 마을의 일상을 지키는 경찰관 랜디 펠레티에는 평소처럼 아침 근무를 마치고 메리골드 카페에서 커피와 머핀으로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평화는 갑작스러운 자동차 사고와 함께 산산이 무너진다. 연이어 발생한 세 건의 사망 사고, 피범벅이 된 거리, 그리고 그 중심에 선 흰색 밴.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랜디는 운전자 샘 타킨을 구조하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더 이상 그가 알던 샘이 아니었다. 마치 이성을 잃은 듯한 그의 눈동자와 비인간적인 행동은 평범한 목수였던 샘에게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음을 드러낸다. 두 사람 사이의 몸싸움은 점점 격렬해지고 랜디는 경찰관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애쓰지만,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다. 샘은 결국 랜디의 권총을 빼앗아 들이대고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이렇게 시작부터 이 책은 단순한 폭력의 충돌을 넘어 의문과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미스터리로 시작하며 이야기에 폭 빠지게 만든다. 평소 조용하고 성실했던 이웃 샘 타킨이 갑자기 이성을 잃은 듯한 행동을 보이며 랜디에게 폭력을 가하고 끝내 그의 권총을 빼앗아 방아쇠를 당기기까지의 급격한 변화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온다. 특히 그의 눈동자에 비친 비인간적인 광기와 더 이상 샘이 아닌 무엇인가처럼 느껴지는 존재감은 이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강렬한 궁금증을 남긴다. 샘은 왜 갑자기 사고를 냈는가? 그는 무엇에 의해 변화된 것인가? 라는 질문을 안은 채 이야기의 다음 장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2장은 현재 시점으로 전환되며 반가운 얼굴인 마티니 클럽의 매기와 그녀의 동료들을 다시 소개한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 장면은 첫 장의 충격적인 과거 사건과는 대조적으로 완벽한 여름 저녁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시작된다. 매기와 친구들은 들판의 피크닉 테이블에 둘러앉아 마티니를 나누고 쌍안경으로 제비를 관찰하며 독서 모임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단순한 은퇴자들의 모임이 아니라는 점은 곧 드러난다. 바로 이들이 모두 전직 CIA 요원이며 수십 년 전 함께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사총사라는 사실이다. ‘마티니 클럽’은 겉보기엔 여느 시골 마을의 소박한 독서 모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은퇴한 요원들이 지적 도전과 유대감을 유지하며 비밀을 공유하는 특별한 모임이다. 매기, 벤, 잉그리드, 데클란은 각각 다른 전문성과 개성을 가진 이들은 여전히 날카로운 감각과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다시 수면 아래 감춰진 사건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암시가 분위기 곳곳에 흐른다. 이렇게 2장에서는 마티니 클럽의 일상 속 유쾌함과 과거의 흔적, 그리고 이들이 가진 잠재된 힘을 함께 보여주며 이 조용한 저녁이 곧 찾아올 사건의 서막임을 예고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3장의 이야기. 3장은 수잔과 가족이 시아버지 조지 코너버의 유골을 싣고 메인주 북쪽의 여름 별장으로 향하는 여정을 다룬다. 수잔은 유골함을 다른 짐과 함께 트렁크에 넣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느끼지만 시어머니 엘리자베스는 담담하게 유골을 짐 사이에 넣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수잔은 시아버지를 잘 알지 못했고, 특별한 애착도 느끼지 않는다. 함께 차에 탄 수잔, 남편 에단, 딸 조이, 시어머니 엘리자베스는 메인주의 해안가 도로를 따라 여름 별장으로 이동하면서 조용한 대화를 나눈다. 조이는 휴대폰을 보며 ‘메이든 호수’의 유래에 대해 질문하고 가족들은 오래전 익사 사고와 관련된 전설을 이야기하며 가볍게 반응한다. 에단은 조이에게 메인주의 호수는 독사도 없고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조이는 다이빙을 하고 싶다며 들뜬 모습을 보인다.

수잔은 여정을 통해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은 남편 에단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는 첫 번째 책 출간 이후 글이 써지지 않아 고민해 왔지만, 이번 여행이 그에게는 한동안의 휴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수잔은 생각한다. 도착 후에는 조지의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며 별장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일 계획이다. 이렇듯 평온해 보이는 수잔에게 곧 큰 사건이 닥쳐온다. 바로 딸 조이의 실종이다. 여름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던 중, 조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수잔의 일상은 한순간에 뒤흔들린다.


평화롭던 휴양지는 긴장감에 휩싸이고, 지역 경찰과 함께 전직 CIA 요원들로 구성된 마티니 클럽도 수사에 나서게 된다. 이들은 매기의 오랜 이웃, 루터(1권에서도 나온 바로 그 루터다)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급기야 루터의 차에서 조이의 혈흔까지 발견되면서 루터는 구속되기까지 하는데.. 과연 루터가 진범인걸까? 친구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되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과거의 오래된 비밀과 이 사건 사이에 예상치 못한 연결 고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연 수잔은 무사히 조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조이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수면 아래 감추어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이 맨 처음 샘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샘은 어떤 진실의 시작인 것일까? 뒷 이야기와 이 책이 가리키는 진실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평화롭던 여름 별장에서 벌어진 십 대 소녀의 실종을 중심으로 수십 년 전 과거의 비밀과 얽힌 현재의 사건을 정교하게 연결해낸 본격 미스터리 스릴러다. 무엇보다 전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마티니 클럽의 활약은 이번 이야기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전직 CIA 요원이라는 과거를 가진 이들은 단순한 은퇴자가 아니라 예리한 통찰과 팀워크로 사건의 본질에 다가서는 핵심 인물들로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전작에서처럼 매기와 동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실종 사건을 추적하며 복잡하게 얽힌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간다. 이들의 노련함과 인간적인 매력은 단순한 추리 요소를 넘어 독자로 하여금 이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빠른 전개와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다층적인 인물 서사는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며 동시에 마티니 클럽이라는 독특한 존재가 중심축으로 활약함으로써 여느 스릴러물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 책은 미스터리의 쾌감은 물론 관계와 기억, 진실의 무게까지 함께 짚어내며 마지막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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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언어들 - 세포에서 우주까지, 안주현의 생명과학 이야기
안주현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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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은 결국 생명으로 이어진다!"


띠지 속 문구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과학이라는 언어로 생명을 읽어내고 있다. 초파리의 신경계 발생을 연구해 온 생명과학자이자 현재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안주현 저자가 교실과 유튜브 현장에서 갈고 닦은 생활 밀착형인 40편의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게 담아내었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이라는 전통적 교과의 경계를 허물고 '생명'이라는 관점을 중심축으로 삼아 통합적인 서술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40편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골라 읽을 수도 있고, 각각의 주제가 유기적으로 생명이라는 중심 개념에 연결되어 있어 통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자외선으로 인한 돌연변이에서 공룡의 멸종, 안 아픈 주사와 시드볼트(종자 저장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재들이 해시태그와 함께 정리되어 있어 과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과학적 사실을 단순히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으로 이어나갈지를 스스로 성찰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투구계의 푸른 피를 통해 생명윤리를 고민하게 만들고, 혈압계 하나로 순환계의 과학을 자연스럽게 풀어냄으로써 교양서 이상의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안 아픈 주사’를 향한 과학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주사에 대한 두려움, 그 작고 날카로운 바늘이 만들어내는 공포를 과학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저자는 주사기를 둘러싼 역사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고통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과학이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를 설득력 있게 담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의약품 전달 수단이었던 주사기는 반복 사용으로 인한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한 일회용 제품의 등장, 약물 투입량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유리 주사기의 개발 등을 거쳐 진화해왔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두려움’이다. 통증에 대한 공포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백신 접종을 기피하게 만들며 예방의학의 실효성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문제를 단순한 심리 현상이 아닌 과학의 과제로 바라보고 있다. 바늘 없이 고압 분사로 약물을 체내에 침투시키는 ‘제트 인젝터’부터 통증 없이 약물을 반복 주입할 수 있는 ‘레이저 제트 주사기’,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바늘을 피부에 접촉시키는 ‘마이크로니들’까지 다양한 기술들이 어떻게 인간의 불안을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마이크로니들은 피부의 표피층까지만 침투해 면역세포에 직접 약물을 전달할 수 있어 통증은 줄이면서 백신의 효과는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이처럼 고통 없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기술적 시도는 과학이 단순한 지식 축적을 넘어 인간 중심의 문제 해결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 책은 과학을 지식의 영역이 아닌 삶과 감정이 깃든 현실 속 이야기로 끌어와 우리에게 ‘왜 과학이 중요하며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진다. 그 덕분에 주사기 하나조차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된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시드볼트’, 즉 종자금고에 관한 내용이다. 식물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존재다. 식량, 의약품, 생활 자원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기반으로서 인류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전쟁, 질병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대재앙이 닥친다면 현재의 식물 자원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위기에 대비해 세계 곳곳에서 식물 종자를 장기 보존하고 있는 시설, 특히 시드볼트의 존재를 소개한다. 일반적인 종자은행이 농업이나 연구를 위해 비교적 짧은 기간 종자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시설이라면 시드볼트는 인류 문명이 붕괴된 이후를 상정한 ‘지구 최후의 날’ 대비책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 저장된 종자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절대로 외부로 반출되지 않으며 인류가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을 경우 다시 식물을 재건하는 마지막 희망이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우리나라 경상북도 봉화군에 위치한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다. 조선시대 실록을 보관했던 장소 인근에 위치한 이 시설은 해발 600m 지점에서 지하 46m까지 파고들어 강화 콘크리트와 내진 설계로 설계된 철통 보안 공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2025년 기준으로 6,000종이 넘는 식물 종자 28만 점 이상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시드볼트는 일정한 온도(영하 20℃)와 습도(40% 이하)를 유지해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종자의 생명력을 지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저장소의 구조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종자의 생물학적 특성과 휴면 능력, 그리고 역사적으로 700년 된 연꽃 씨앗이 발아에 성공한 사례 등을 통해 종자가 얼마나 강인한 생명의 형태인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종자를 보관하고 있어도 그것이 자라날 ‘환경’이 없다면 무의미하다는 사실 또한 일깨워준다. 결국 시드볼트는 ‘종자의 저장’이라는 기술을 넘어 우리가 지켜야 할 지구 생태계의 경고이자 약속인 셈이다.


결국 이 책은 과학을 배워야 할 지식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분류에 의해 단편적으로 흩어졌던 개념들을 하나의 생명의 이야기로 엮어서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되는 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 시선들은 교과서나 책 속 지식이 아니라 물방울과 거미줄, 소리와 색, 씨앗과 주사와 같이 일상 속 평범한 사물에서 시작되는 점 역시 이 책의 특색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과학을 설명함에 있어 우리의 삶과 분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험실의 언어는 교실에서 수업이 되고 다시 대중과의 대화로 확장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그야말로 '생명의 언어들'을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 줌으로써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계속되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또다른 읽기를 지속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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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질러, 운동장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 리커버) 창비아동문고 279
진형민 지음, 이한솔 그림 / 창비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집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소리 질러, 운동장>의 10주년 리커버로 출간되어 다시 읽게 되었다. 워낙에 야구를 좋아해서 주말마다 운동장서 야구를 했던 아이들이었던지라 이 책의 이야기에 폭 빠져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었던 이 책이 출간 10주년을 맞아 리커버 특별판으로 다시 나왔다니 어찌나 반갑던지. 아이들도 나도 반가움과 추억에 빠져 책을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야구라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과 우정, 그리고 세상의 벽에 맞서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야구부에서 쫓겨난 김동해와 여자라는 이유로 야구부에 들어가지 못한 공희주가 만든 '막야구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운동장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장소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도니다. 그리고 운동장을 둘러싼 갈등과 화해, 학교와 사회의 규칙에 대한 질문, 그리고 함께하는 힘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감동과 오랜 울림을 가져다준다. 번듯한 장비가 없어도 충분히 즐겁고 유쾌하며 단단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마 오랫동안 마음에 남지 않을까.


이 책은 야구를 진짜로 좋아하는 김동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야구부에 들어가 매일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던 동해는 경기에서 번번이 아웃되면서도 야구를 향한 열정을 잃지 않는 아이다. 그러던 중 열린 지역 예선 경기에서 모두가 세이프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동해는 자신의 팀이 아웃당한 장면을 솔직하게 증언하다. 그 정직한 동해의 한마디로 팀은 패배하고 감독님에게 동해는 야구부를 그만 나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왜 우리 편을 안드냐는 비난에도 끝까지 스포츠 정신과 양심을 지키는 아이가 바로 동해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해주의 이야기. 공해주는 어릴 때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던 야구를 사랑하는 아이다.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야구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 야구부는 공해주가 여자라는 이유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실력보다는 성별로 판단하는 벽 앞에서도 희주는 운동장에서 혼자 공을 던지고 차며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희주의 아빠는 수학학원 원장이다. 엄마의 권유로 아빠의 학원에 다니고 있긴 하지만 희주는 수학보다는 야구에 마음이 더 끌린다. 희주의 아빠는 딸의 성적이 오르지 않아 걱정을 하면서도 학원 운영에 피해를 줄까 두려워 해주에게 학원에 나오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야구를 너무 좋아하지만 소외되어진 두 아이, 김동해와 공해주는 운동장에서 만나 번듯한 장비나 유니폼도 없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막야구'를 시작하게 된다.


멋진 글러브도, 든든한 방망이도, 반짝이는 유니폼도 없지만 막야구부 아이들은 야구 모자 하나에 맨주먹으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야구를 즐겼다. 야구부처럼 시원한 타구를 날리거나 능숙하게 공을 잡아내지 못해도 기죽거나 창피해하지 않고 마음껏 웃고 야구 그 자체를 즐겼다고 할까. 모든 게 다 갖추어지지 않고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지만 야구에 몰입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은 절로 웃음이 났다. 바로 이런 게 운동장이, 그리고 야구가 아이들에게 주는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야구를 즐기던 막야구부 아이이들은 뜻밖의 장애물에 마주하게 된다. 방과 후 운동장을 차지하는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야구부 감독의 견제 때문이다. 감독은 학교 대표 야구부를 위해 막야구부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쫓아내려고 하는데.. 과연 막야구부 아이들은 운동장을 지켜낼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아이들만의 기발한 방법에 아마 누구라도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키워가는 모습에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 운동장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라 정의와 진리, 평등 그리고 연대와 용기와 같이 살면서 꼭 알아야 할 가치들을 배우고 익히며 성장하는 장소가 된다. 김동해와 공희주, 그리고 막야구부 아이들은 그 소중한 운동장에서 부당한 현실에 맞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그 모습들이 주는 울림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깊이 퍼진다. 책은 '우리가 배워야 할 거의 모든 것은 운동장에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함께 뛰고 부딪히고 서로 웃고 즐기며 자라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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