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흔들리며 피는 꽃 (황수진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나로 살아가기</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hu, 29 Oct 2026 04:18:59 +0900</lastBuildDate><image><title>황수진</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56875112299361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황수진</description></image><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마이크 벤터, 척 딜런] 판다 패드가 멈춘 날 - [판다 패드가 멈춘 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97419</link><pubDate>Wed, 28 Oct 2026 06: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974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1701&TPaperId=175974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84/75/coveroff/k24213170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1701&TPaperId=175974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판다 패드가 멈춘 날</a><br/>마이크 벤터 지음, 척 딜런 그림, 최미정 옮김 / 다봄 / 2026년 10월<br/></td></tr></table><br/>언제부터 심심함은 견뎌야 할 불편함이 되었을까?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식사 중에도 영상을 시청하며 잠들기 직전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특히 숏폼 콘텐츠가 대중화되면서 우리는 단 몇 초 만에 새로운 자극을 얻고 지루해질 틈도 없이 다음 영상으로 넘어간다. 문제는 이러한 자극에 익숙해질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말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건네는 어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즐길 거리를 찾으면서도 정작 스스로 재미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점점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lt;판다 패드가 멈춘 날&gt;은 이러한 디지털 과잉 시대의 일상을 재치 있는 이야기와 유머러스한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을 무조건 경계하거나 디지털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대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즐거움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사람이 피하려고만 하는 심심함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정말 낭비일까? 누군가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우리는 스스로 즐거움을 발견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lt;판다 패드가 멈춘 날&gt;은 지루함이 사라진 시대에 오히려 지루함이 필요한 이유를 유쾌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br>책은 먼저 패드와 함께라면 언제 어디서든 즐거운 판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침대에 누워서도, 간식을 먹으면서도, 장난감이 가득한 방에서도 판다의 시선은 오직 패드에만 머물러 있다. 주변에는 재미있는 놀잇거리가 넘쳐나지만 판다에게는 화면 속 세상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이처럼 책의 첫 장면은 디지털 기기가 일상의 중심이 되어 버린 우리의 모습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 주며 누구에게나 공감을 이끌어낸다. <br>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판다의 패드가 먹통이 되어 버리고 만다. 화면에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덩그러니 떠 있다. 패드가 멈추자 판다도 그대로 멈춰 버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놀던 판다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방 안을 아무리 둘러봐도 재미있어 보이는 건 하나도 없다. 결국 심심함을 참지 못한 판다는 하품만 연달아 내뱉는다. 장난감과 책이 가득한 방에서도 패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판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낯익다. 화면 속 즐거움에 익숙해진 나머지 주변의 다른 재미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게 된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하다.<br>판다는 심심한 게 세상에서 가장 싫다. 콩을 먹는 것도 싫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것도 싫지만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바로 지루함이다. 심지어 이모가 모은 클립을 구경하는 것조차 싫어하는 판다에게 아무런 즐길 거리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은 그야말로 고역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 '너무'라는 단어가 빼곡하게 채워진 장면이 등장한다. 얼마나 지루한지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판다의 심정을 반복되는 글자로 시각화한 것이다. 화면을 가득 메운 수많은 '너무'와 한쪽에 축 늘어져 있는 판다의 모습은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짧은 문장과 과장된 그림만으로도 지루함에 몸부림치는 판다의 심리가 생생하게 전달된다.​그렇다면 이렇게 너무너무 심심해진 판다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새로운 놀잇거리를 찾아 주거나 인터넷이 다시 연결되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이 대목에서 책은 심심함을 없애기 위해 반드시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은 무료한 순간마다 어른들에게 무엇을 하며 놀아야 하는지 묻곤 한다. 그러나 지루함을 해결하는 방법까지 누군가 알려 준다면 스스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볼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쩌면 판다에게 찾아온 뜻밖의 심심함은 단순한 불행이 아니라 자신만의 놀이를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이제 판다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자극이 아니라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변화일 것이다.​<br>&lt;판다 패드가 멈춘 날&gt;은 패드가 멈추자 자신도 함께 멈춰 버렸던 판다가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심심함이 지닌 뜻밖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막막해하던 판다가 숲속 친구들을 만나며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호저의 호기심과 세상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부엉이의 엉뚱한 상상력 그리고 똥으로 조각품을 만드는 쇠똥구리의 기발한 도전은 재미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소비하는 데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특히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부록은 판다가 경험한 변화를 독자들도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가족이 함께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시간을 정하거나 주변을 관찰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등 일상에서 손쉽게 시도할 수 있는 활동들이 담겨 있어 더욱 유용하다. 책을 읽은 뒤 아이와 함께 놀이를 실천하며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우리는 잠깐의 여유만 생겨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렇게 쉬지 않고 새로운 자극을 좇는 일이 반드시 진정한 휴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허락하고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일 때 이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그렇기에 &lt;판다 패드가 멈춘 날&gt;이 건네는 제안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자는 주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말할 때마다 새로운 놀잇거리를 찾아 주기보다 스스로 궁금해하고 상상하며 무언가를 시도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물론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다. 판다의 패드가 멈춘 덕분에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듯 우리도 가끔은 화면을 끄고 일상의 속도를 늦춰 보면 어떨까? 심심함은 반드시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기 위한 출발점일지도 모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84/75/cover150/k24213170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847582</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가키야 미우] 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 [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97405</link><pubDate>Wed, 28 Oct 2026 06: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974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8466&TPaperId=175974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91/23/coveroff/897604846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8466&TPaperId=175974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a><br/>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1월<br/></td></tr></table><br/>가키야 미우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었던 &lt;후회 병동&gt;은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 보았을 법한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만약 인생에서 단 한 번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살다 보면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루지 못한 꿈이나 놓쳐 버린 기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쉬움으로 남고 때로는 지나온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특히 생의 끝자락에 선 사람이라면 그간의 선택이 더욱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후회를 소재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인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상상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야기는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 하야사카 루미코가 병원 안뜰에서 정체불명의 청진기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는 평가로 고민하던 루미코는 우연히 청진기에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환자들이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인생까지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포기해야 했던 여성과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에게 소홀했던 남성 등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환자들은 그렇게 자신이 살아 보지 못한 인생과 마주한다. 그러나 기대했던 새로운 삶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선택하지 않은 길은 언제나 더 좋아 보이지만 그 길에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역설을 통해 후회 없는 인생이 가능한지 묻는 동시에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br>가키야 미우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었던 &lt;후회 병동&gt;은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 보았을 법한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만약 인생에서 단 한 번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살다 보면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루지 못한 꿈이나 놓쳐 버린 기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쉬움으로 남고 때로는 지나온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특히 생의 끝자락에 선 사람이라면 그간의 선택이 더욱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후회를 소재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인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상상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야기는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 하야사카 루미코가 병원 안뜰에서 정체불명의 청진기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는 평가로 고민하던 루미코는 우연히 청진기에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환자들이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인생까지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포기해야 했던 여성과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에게 소홀했던 남성 등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환자들은 그렇게 자신이 살아 보지 못한 인생과 마주한다. 그러나 기대했던 새로운 삶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선택하지 않은 길은 언제나 더 좋아 보이지만 그 길에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역설을 통해 후회 없는 인생이 가능한지 묻는 동시에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br>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지만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던 루미코에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다. 어느 날 병원 안뜰에서 주운 청진기로 사토코를 진찰하던 중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죽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외침에 이어 자신의 뜻대로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들려오지만 정작 사토코는 입을 다문 채 누워 있다. 처음에는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환청이 들린다고 생각했지만 목소리의 내용은 사토코가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사토코가 평생 마음에 담아 둔 미련은 어머니의 반대로 포기해야 했던 배우의 꿈이었다. 연예계의 냉혹한 현실을 잘 아는 어머니는 딸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사토코에게는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할 기회조차 빼앗긴 일이었다. 루미코는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토코의 분노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과 어머니를 향한 원망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다.​청진기의 신비로운 능력은 다른 환자를 진찰하면서 더욱 분명해진다. 췌장암 말기인 마흔다섯 살 야에가시 고지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자 중학교 3학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루미코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은지 묻자 그는 실제로 중학교 3학년을 이야기하며 친구에게 저지른 잘못을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청진기에서 들려온 내용과 환자의 대답이 일치하면서 루미코는 자신이 경험한 현상이 단순한 착각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동안 환자의 말과 행동만으로 심정을 짐작해야 했던 그녀에게 청진기는 타인의 내면에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된 셈이다. 나아가 이 특별한 도구는 환자들이 후회의 순간으로 돌아가 당시와 다른 선택을 했을 때 펼쳐졌을 인생까지 경험하도록 이끈다. 과연 지나간 선택을 바꾼다면 오랫동안 품어 온 미련도 사라질 수 있을까? 소설은 이러한 설정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펼쳐 보인다.<br>사토코는 과거로 돌아가 그토록 바라던 배우의 길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인생을 경험한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예계에 데뷔해 꿈을 이루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 후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가려 해도 유명인의 딸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생활고 때문에 시작한 아르바이트마저 언론의 관심거리가 된다. 자신이 원했던 삶을 선택했음에도 새로운 후회가 생겨난 것이다. 그제야 사토코는 어머니가 연예계 진출을 반대했던 이유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가난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배우가 되었던 어머니 역시 성공의 대가로 사생활을 포기해야 했고 딸에게만큼은 그러한 고충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사토코는 다른 인생을 살아 보고서야 어머니의 결정에 담긴 진심을 깨닫는다.​현실로 돌아온 사토코는 배우의 꿈을 막았던 일을 사과하는 어머니에게 오히려 그 선택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오래도록 살아갈 것이라 믿었기에 평온한 삶을 바랐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는 말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은 작품의 핵심을 잘 드러낸다. 선택하지 않은 길이 더 행복했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어떤 인생에도 저마다의 어려움과 아쉬움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토코는 과거를 바꾸는 것보다 지나온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랫동안 품었던 원망과 미련을 내려놓은 그녀는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얻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미소 지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lt;후회 병동&gt;에는 이루지 못한 꿈을 아쉬워하는 사토코 외에도 저마다의 선택을 되돌아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일에 매달리느라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놓쳐 버린 게이치와 딸의 결혼을 반대했던 일을 후회하는 지토세 그리고 중학교 시절 친구에게 저지른 잘못을 평생 마음의 빚으로 간직해 온 고지까지 사연은 제각각이다. 이들이 품은 미련은 꿈과 가족 그리고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루미코는 네 사람의 또 다른 인생을 함께 경험하며 그들이 선택하지 않았던 길의 끝을 지켜본다. 그러나 소설은 어느 쪽이 더 행복한 삶이었는지 쉽게 결론짓지 않는다. 선택하지 않은 인생은 언제나 더 근사해 보이지만 그 길에도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과 새로운 후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키야 미우는 이들의 사연을 통해 후회란 반드시 잘못된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감정임을 일깨운다.​인생은 수많은 선택이 이어져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어느 한 순간의 결정만으로 그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끝내 받아들여야 할 것은 선택하지 못한 삶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수많은 갈림길을 지나 여기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인지도 모른다. 삶의 마지막에 필요한 것은 모든 후회를 지워 버리는 기적이 아니라 그 후회까지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일 것이다. 지나온 날들이 모두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 모든 선택과 우연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더 이상 살아 보지 못한 인생을 아쉬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삶을 온전히 인정할 수 있다면 마지막 순간에도 조용히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좋은 인생이란 후회를 남기지 않은 삶이 아니라 후회마저 품은 채 자신의 삶과 기꺼이 화해할 수 있는 인생일지도 모른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91/23/cover150/897604846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912305</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정영옥] 편지할게요 - [편지할게요 (1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94703</link><pubDate>Mon, 26 Oct 2026 22: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947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1215&TPaperId=175947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91/12/coveroff/k12213121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1215&TPaperId=175947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편지할게요 (1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a><br/>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17년 12월<br/></td></tr></table><br/>편지 봉투를 보는 듯한 표지가 눈길을 끌어 읽게 된 책이다. 손으로 쓴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드물어진 요즘, 정영욱 작가의 &lt;편지할게요&gt;는 표지와 제목부터 흥미롭게 다가왔다. &lt;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gt;, &lt;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gt; 등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정영욱 작가의 데뷔작인 이 책은 2017년 첫 출간 이후 10주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 작품이다. 초판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문장을 세심하게 다듬고 그동안 작가가 쌓아 온 경험과 정서를 더해 한층 깊이 있는 글로 완성하였다.​&lt;편지할게요&gt;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후회처럼 인간관계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을 편지 형식으로 풀어낸 에세이이다. 책에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부터 관계가 끝난 뒤에야 깨닫게 된 감정, 끝내 전하지 못한 안부까지 여러 사연이 담겨 있다. 각각의 글은 서로 다른 대상을 향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순간들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상대에게 직접 말하지 못했던 생각을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풀어낸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는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이야기를 내세우기보다 관계 속에서 쉽게 지나치거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게 이 책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저마다 지나온 관계를 되짚어 보고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까지 돌아보게 만든다.<br>책에 가장 먼저 실린 「편지하겠습니다」는 이 책이 어떤 마음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문체가 편지를 읽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그 이유가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문장이 너무나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수취인이 분명하지만 끝내 전해지지 못한 글들을 바닥에서 주워 모으듯 하나둘 엮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는 이 책이 처음부터 완성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과 지나간 관계의 흔적을 모아 만들어진 책임을 보여 준다. 저자는 자신의 문장이 고르지 못하고 모든 글이 습작처럼 보일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고백에서 꾸미지 않은 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보내려다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이 책의 글들은 완벽하게 정돈된 문장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에 더 무게를 둔다. 그런 점에서 「편지하겠습니다」는 단순한 머리말을 넘어 앞으로 만나게 될 글들을 어떤 시선으로 읽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안내문처럼 다가온다.<br>「윤슬」은 평범한 단어 하나가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기억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글이다. 부산의 관람차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연인이 물결 위에 반짝이는 햇빛을 가리키며 ‘윤슬’이라는 순우리말을 알려 준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이 머문 곳은 아름다운 바다도 햇빛도 아닌 창에 비친 연인의 얼굴이었다. 그에게 윤슬은 물결에 비치는 빛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과 눈빛이었으며 그 순간 느꼈던 설렘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 사람과의 관계는 지나간 일이 되었지만 바다 위에 햇살이 반짝일 때마다 함께했던 순간은 여전히 되살아난다. 특히 “그에게 배운 단어는 윤슬과 사랑, 그리고 나지막한 슬픔이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이 글의 여운을 더한다. 하나의 단어에 사랑의 시작과 이별 이후의 그리움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특정한 장소나 음악, 익숙한 말 한마디를 통해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윤슬」은 이처럼 일상의 사소한 풍경에 남겨진 기억을 통해 사랑이 끝난 뒤에도 그때의 감정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 준다.<br>「외로움에 대하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외로움의 의미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외로움이 단순히 혼자 있거나 곁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비롯되는 감정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더는 그리워할 사람조차 없을 때, 힘든 순간에도 누구에게 기대고 싶지 않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때 비로소 진정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속에 소중한 사람이 남아 있다는 뜻이며 기댈 사람을 찾는다는 것 역시 여전히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말하는 외로움은 단순한 고독을 넘어 누군가를 향한 마음마저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 특히 과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글을 썼지만 이제는 그 사람을 그리워하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한다는 고백이 인상적이다.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사람보다 그를 그리워할 수 있었던 시간 자체가 그리워졌다는 점에서 외로움의 깊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글은 외로움이 곁에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감정만은 아니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하게 한다.​&lt;편지할게요&gt;는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말들을 모아 놓은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한때 소중했던 사람과의 기억을 되짚으며 관계가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들을 들여다본다. 특히 상대의 하루를 궁금해하며 수많은 안부를 묻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말없이 안아 주고 싶다는 고백이 인상적이다. 상대를 더 많이 알고 싶었던 마음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의 힘겨운 순간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자신의 글이 누군가의 외로운 새벽을 위로할 수 있다면 서로를 알지 못하고 관계가 이어지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말에서는 편지가 지닌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편지는 반드시 답장을 받거나 상대에게 도착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마음을 글로 남기는 행위 자체가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진심을 전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타인의 사연을 읽는 동시에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한다. 누구에게나 다시 연락하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이제는 전할 수 없게 된 말이나 뒤늦게 깨달은 마음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주소가 변했다 해도 편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상대에게 닿을 수 없더라도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전한다. 이는 지나간 관계에 매달리겠다는 다짐이라기보다 한때 자신이 품었던 감정까지 부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손으로 편지를 쓰는 일이 낯설어진 시대이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바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문득 오래전 연락이 끊긴 사람과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문장이 아니라 서툴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려는 작은 용기인지도 모르겠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91/12/cover150/k1221312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911249</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장강명] 근미래의풍경 - [근미래의 풍경]</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87014</link><pubDate>Thu, 22 Oct 2026 19: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8701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1917&TPaperId=1758701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73/56/coveroff/k9721319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1917&TPaperId=1758701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근미래의 풍경</a><br/>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br/></td></tr></table><br/>장강명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읽어 보고 싶었던 &lt;근미래의 풍경&gt;. 그런데 책을 펼치기 전 띠지에 적힌 “이 짧은 소설들은 예언이 아니라 질문이다”라는 문장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미래를 다룬 소설이라면 흔히 첨단 기술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상이나 그로 인해 발생할 위험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강명 작가는 미래를 예측하거나 경고하는 대신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묻는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알고리즘이 취향을 분석하며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한층 발전한 기술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든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lt;근미래의 풍경&gt;은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하여 출산과 육아, 노동과 인간관계, 죽음 이후의 애도에 이르기까지 달라진 일상의 모습을 24편의 짧은 소설에 담아냈다.​이 책에서 눈여겨볼 점은 기술의 발전 자체보다 그것이 사회에 도입되고 확산되는 과정에 주목한다는 사실이다. 인공자궁과 육아 안드로이드, 가정 관리 시스템과 디지털 제사 등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서비스는 저마다 현실적인 필요와 욕망을 바탕으로 탄생한다. 특히 개인의 취향과 소비를 넘어 사고방식까지 설계하는 초거대 기업 '네카팡'을 중심으로 기업의 이윤 추구와 사회 제도의 변화가 긴밀하게 맞물린다. 이는 저자가 꾸준히 탐구해 온 'STS SF(과학기술과 사회를 다루는 SF)'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과 언론 기사, 토크쇼 인터뷰와 기업 회의 등 다채로운 서술 형식을 활용해 실제 미래 사회의 기록을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함을 더한다. 무엇보다 작품 속 기술들이 공상적인 발명품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구조와 사회적 요구를 바탕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그래서 이 책이 그려낸 미래는 낯선 상상의 세계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책을 덮을 무렵에는 과연 기술이 만들어 낸 편리하고 완벽한 세상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을 의미하는 것일까?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br>소설집의 첫 번째 작품인 &lt;생각의 관문 앞에서&gt;는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장면으로 시작한다. 막말로 인기를 얻은 3선 국회의원은 초거대 기업 네카팡이 여론과 사회 전반을 좌우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붙인다. 작품 속 사람들은 네카팡이 선별한 기사를 읽고 추천 영상을 시청하며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글을 쓰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후보자 역시 과거 네카팡의 윤리준칙위원회에 참여하며 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일조한 인물이다. 이처럼 두 사람의 공방이 절정에 이른 순간 뜻밖의 반전이 드러난다. 지금까지의 청문회는 실제 상황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사전 연습이었던 것이다. 준비팀은 청문회에서 오가는 발언보다 포털에 올라갈 요약 영상과 인공지능이 작성할 기사의 제목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상대 정치인의 발언과 행동을 오랫동안 수집해 그의 반응까지 예측하고 있었다. 네카팡의 영향력을 비판하는 정치적 논쟁조차 정작 네카팡의 기술에 의존해 준비되고 있었던 셈이다.​바로 이러한 모순이 작품의 핵심을 관통한다. 거대 기업의 권력을 견제해야 할 정치인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전문가들마저 자신들이 비판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기업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윤리규칙이 오히려 네카팡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nbsp;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사실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선의의 개입이 도리어 기존의 권력구조를 공고히 하는 역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네카팡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생각의 관문'이라는 제목이 지닌 의미가 더욱 선명해지는 듯하다. 정보에 접근하는 통로를 장악한 기업이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검색엔진과 추천 알고리즘에 일상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오늘날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는 자유롭게 정보를 선택한다고 믿지만 그 선택지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선별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내렸다고 믿는 판단은 과연 어디까지 온전히 자신의 것일까?<br>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작품은 멸종 동물 복원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다룬 &lt;죽은 동물, 되살아난 동물, 죽일 동물&gt;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사라진 도도새가 초거대 기업 네카팡의 합성생물학 기술로 부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네카팡은 복원한 동물을 원래 서식지에 돌려보내고 관광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지역 경제와 기업의 이익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이후 멸종된 여행비둘기까지 되살려 식용으로 사육하고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면서 생태계 복원은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대신 나중에 복원하겠다는 약속만으로 환경 파괴를 정당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철도 건설에 방해되는 동물을 일단 멸종시킨 뒤 공사가 끝나면 되살리는 편이 경제적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한다. 여기에 멸종한 줄 알았던 로키산메뚜기 떼가 농경지를 습격하자 네카팡의 회장은 유전자만 보관해 두면 언제든 복원할 수 있다며 아예 멸종시켜 버리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이제는 어떤 종을 없앨 것인지 결정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셈이다.​이 작품의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등장한 기술이 오히려 생태계 파괴의 면죄부가 되는 역설에 있다. 멸종 동물 복원이라는 놀라운 성취는 처음에는 인간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업의 수익과 개발의 효율성이 우선되는 순간 생명은 필요에 따라 없애거나 되살릴 수 있는 관리 대상으로 전락한다. 특히 여행비둘기를 먹는 것이 오히려 종을 보호하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는 네카팡 회장의 주장은 경제적 논리가 어떻게 환경 보호의 언어로 포장되는지를 보여 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복원 기술에 대한 믿음이 멸종 자체의 위험성을 가볍게 여기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사라진 종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서 오랜 시간 형성된 생태계와 그 안의 복잡한 관계까지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작품은 인간에게 생명을 복원할 능력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마음대로 없앨 권리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과 윤리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일은 분명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오만을 키우고 있는 것일까?​그리고 &lt;공통 경험의 종말&gt; 역시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를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영화 &lt;타이타닉&gt;을 본 딸과 이야기를 나누던 주영은 자신이 기억하는 내용과 딸의 설명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딸이 본 영화에서는 잭과 로즈의 역할이 뒤바뀌고 결말마저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성반전 버전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딸이 그마저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요 장면은 쇼츠와 팬 제작 영상으로 대신하고 나머지는 AI가 요약한 영상을 배속으로 시청한 것이 전부였다. 주영은 친구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더 이상 같은 작품을 통해 공통의 경험을 나누지 못하는 현실을 우려한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질수록 자신들 역시 영상을 배속으로 시청하거나 불편한 장면을 수정하는 등 원작을 변형해 감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급기야 원작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주영조차 자신이 본 &lt;벤허&gt;에 다른 영화의 장면들이 뒤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젊은 세대의 감상 방식을 비판하던 기성세대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같은 변화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이러한 반전은 작품이 단순히 세대 간 문화적 차이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인공지능과 플랫폼이 콘텐츠의 제작과 소비 방식을 바꾸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공통 경험의 의미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같은 영화를 본 사람들이 동일한 장면을 떠올리며 감상을 나눌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의 취향과 편집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도 있다. 물론 과거에도 검열된 영화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줄거리를 통해 작품을 접하는 일이 있었기에 이러한 변화를 무조건 문화적 퇴보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인공지능이 개인마다 다른 버전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대에는 무엇이 원작이며 어디까지를 같은 작품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진다. 나아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공통의 기억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작품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편집된 세계를 경험하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지 묻고 있다.<br>이 책의 매력은 과학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무조건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본다. 장강명 작가는 인공자궁과 육아 안드로이드, 디지털 제사처럼 편리함을 약속하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인간의 관계와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세밀하게 짚어낸다. 특히 기업의 이해관계와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욕망을 함께 들여다보며 변화의 이면에 숨겨진 모순과 딜레마를 드러낸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가져다줄 혜택에 주목하지만 그 대가로 무엇을 잃게 될지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강조하듯이 이 소설들은 미래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하는 질문에 가깝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발전을 거부하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는 데 있을 것이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도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까지 결정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보여 주면서도 지금 우리의 선택과 책임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이 실현된 세상인가? 아니면 그 속에서도 인간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켜 낼 수 있는 세상인가?라는 하나의 물음을 남게 만든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73/56/cover150/k9721319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735685</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마크 버먼] 뇌는 자연을 원한다 - [뇌는 자연을 원한다 - 환경신경과학 석학이 밝혀낸 지친 뇌를 가장 빨리 회복하는 방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83995</link><pubDate>Wed, 21 Oct 2026 09: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839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1591&TPaperId=175839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1/88/coveroff/k1021315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1591&TPaperId=175839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뇌는 자연을 원한다 - 환경신경과학 석학이 밝혀낸 지친 뇌를 가장 빨리 회복하는 방법</a><br/>마크 버먼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는데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쁜 일과를 마치고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휴식 방법이다. 하지만 몸은 쉬고 있어도 뇌는 여전히 수많은 자극을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업무와 공부는 물론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과 거리의 소음까지 우리의 주의력을 끊임없이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친 뇌를 제대로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환경신경과학 분야를 개척한 마크 버먼은 그 해답을 뜻밖에도 자연에서 찾는다. 그의 책인 &lt;뇌는 자연을 원한다&gt;는 공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주의력과 기억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연이 인간의 뇌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20여 년간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해 온 저자는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자연이 지닌 회복 효과를 구체적으로 밝혀낸다. 흥미로운 점은 자연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자연을 접하면 인지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거나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뇌의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책은 여기서 나아가 학교와 직장, 병원과 도시를 인간의 뇌가 더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방법까지 모색한다. 특히 집중력 저하와 만성적인 피로를 개인의 의지나 생활 습관만이 아닌 환경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진정한 휴식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친 뇌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도 새롭게 다가온다. &lt;뇌는 자연을 원한다&gt;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연의 가치를 뇌과학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며 휴식과 회복에 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br>그렇다면 자연은 실제로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저자가 자연과 뇌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은 공원에서의 산책이라는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기억력과 주의력을 소모하는 어려운 인지 과제를 수행하게 한 뒤 한 집단은 나무가 우거진 수목원을, 다른 집단은 차량과 상점으로 복잡한 도심을 걷도록 했다. 두 집단은 같은 시간 동안 같은 거리를 걸었지만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자연 속을 산책한 참가자들은 기억력과 주의력 과제에서 뚜렷한 향상을 보인 반면 도심을 걸은 참가자들에게서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단순히 걷는 행위보다 어떤 환경에서 걷느냐가 뇌의 인지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자연의 효과를 주관적인 기분 변화가 아닌 객관적인 인지 능력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 연구는 자연과 인간의 뇌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저자가 환경신경과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러한 연구의 출발점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외할머니가 심어 놓은 은청가문비나무 아래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보냈던 시간은 당시에는 그저 평범한 추억이었지만 훗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연이 인간에게 이롭다는 오랜 통념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뇌 영상 분석과 시선 추적 실험은 물론 스마트폰 위치 데이터까지 활용하며 연구의 범위를 넓혀 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이 인지 기능뿐 아니라 신체적·정서적 건강과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나무가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더 좋은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는 자연의 가치가 개인적인 휴식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을 보여 준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연을 단순히 여가를 즐기거나 심리적 위안을 얻는 공간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자연은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환경적 조건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는 것이다.<br>자연이 인간의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저자는 그 효과가 나타나는 원리를 더욱 깊이 탐구한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은 주의 회복 이론이다. 인간이 특정한 일에 집중할 때 사용하는 의도적 주의는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피로해진다. 반면 자연은 새소리나 흔들리는 나뭇가지, 흐르는 물결처럼 특별한 노력 없이도 관심을 끄는 부드러운 매혹을 제공한다. 이러한 자극이 의도적 주의에 휴식을 주어 집중력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약 50분간 자연을 산책한 참가자들의 주의 관련 기능은 약 20퍼센트 향상되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 산책을 즐기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자연을 경험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인지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던 셈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자연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효과가 확인되면서 중요한 것은 걷기 자체보다 자연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이러한 발견은 정신적으로 더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도 자연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특히 우울증 환자들이 부정적인 생각과 기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우울 반추에 주목했다. 이러한 사고 과정은 상당한 주의력을 소모시키고 일상적인 인지 활동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연이 제공하는 부드러운 자극은 부정적인 생각의 악순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반대로 자연 속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우울한 생각을 심화시키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설계한다. 자연의 회복 효과가 단순히 집중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과 뇌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정신건강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그리고 자연의 회복 효과는 주의력과 정신건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이 신체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토론토 주민들의 건강 정보와 50만 그루가 넘는 나무의 분포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거주지 주변에 나무가 많을수록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평균 크기의 나무가 열한 그루 더 있는 지역에서는 뇌졸중과 당뇨병, 심장병 같은 심혈관 대사 질환의 발생률이 약 1퍼센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미국에서 외래 해충인 호리비단벌레의 확산으로 물푸레나무가 대규모로 사라진 지역에서는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이러한 연구만으로 자연과 건강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시의 나무가 단순한 경관이나 편의시설을 넘어 주민들의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된 공공 자원이라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하다.​저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실제 질병을 겪는 환자들의 치료와 회복 과정으로 확장한다. 특히 암 환자들은 질병 자체의 부담뿐 아니라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를 경험하기도 한다.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2주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20분간 정원을 가꾸거나 산책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주의 기능과 삶의 질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나아가 녹지가 풍부한 지역일수록 알츠하이머병의 발병률이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아직 자연이 질병을 직접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발견은 의료적 처치와 더불어 환자가 머무는 환경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결국 자연은 건강한 사람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질병과 노화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인 셈이다.​이처럼 자연이 인간의 인지 기능과 정신건강은 물론 질병의 회복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특히 &lt;뇌는 자연을 원한다&gt;가 강조하는 것은 자연을 개인의 취향이나 여가 활동이 아닌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식습관과 운동, 수면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더욱이 자연에 대한 접근성이 건강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를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 둘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누구나 일상에서 녹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학교와 주거 공간, 의료시설과 도시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결국 자연을 보존하고 생활 가까이에 들이는 것은 개인의 건강을 위한 노력인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공동의 과제이기도 하다.​무엇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과학적 연구를 독자의 일상과 연결한다는 데 있다. 각 장 끝에 수록된 '오늘의 환경 실험'은 독자가 직접 생활 속 변화를 시도하고 그 효과를 관찰하도록 이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을 다시 살펴보거나 익숙한 생활 공간을 조금 다르게 꾸미는 일도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자연이 모든 피로와 질병을 해결하는 만능 처방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건강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우리가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요소를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니 특별한 휴식을 찾아 멀리 떠나기보다 평범한 하루에 자연이 얼마나 자리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게 된다. 우리는 더 건강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이제는 그 삶을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하지 않을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1/88/cover150/k10213159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18817</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다영] 하루 5분! 코파츄의 진짜 웃기는 과학 뉴스 - [하루 5분! 코파츄의 진짜 웃기는 과학 뉴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75423</link><pubDate>Fri, 16 Oct 2026 15: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754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0646&TPaperId=175754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50/59/coveroff/893645064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0646&TPaperId=175754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하루 5분! 코파츄의 진짜 웃기는 과학 뉴스</a><br/>다영 지음, 밤코 그림 / 창비 / 2026년 09월<br/></td></tr></table><br/>제목만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lt;하루 5분! 코파츄의 진짜 웃기는 과학 뉴스&gt;라는 제목에서 과학과 웃음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외계인은 정말 존재할까? 사람마다 똥 모양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컵라면과 봉지라면 중 어느 쪽이 더 맛있을까? 평소 한 번쯤 궁금해했을 법한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들이 이 책에서는 흥미진진한 과학 뉴스로 펼쳐진다. &lt;하루 5분! 코파츄의 진짜 웃기는 과학 뉴스&gt;는 이처럼 어린이들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30가지 궁금증을 과학의 원리로 풀어낸 책이다.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친숙한 소재와 유쾌한 이야기에 녹여 내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하루에 단 5분씩 한 가지 주제를 읽으면 한 달 만에 책 한 권을 완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과학을 단순히 공부하고 암기해야 할 지식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즐거운 탐구의 과정으로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이처럼 일상의 궁금증을 흥미로운 과학 뉴스로 전해 주는 주인공은 바로 뛰어난 과학 지식과 날카로운 관찰력을 지닌 크리에이터 '코파츄'와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의 PD '버니'이다. 달콤한 디저트와 낮잠을 좋아하는 코파츄와 매사에 철저한 버니는 서로 다른 성격에도 불구하고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며 어린이들의 궁금증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바람마을 주민들과 미워할 수 없는 악당까지 가세하면서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과학 방송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재미에 더해 현직 초등 교사이자 EBS 과학 교재 집필진인 다영 작가의 쉽고 명쾌한 설명은 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밤코의 재치 있는 그림과 백여 장의 생생한 사진은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다. 또한 댓글 쓰기와 퀴즈, 단어 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며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방법까지 소개해 과학적 사고력과 정보 판별 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재미와 배움을 조화롭게 담아낸 데다 초등 과학 교과와도 연계되어 있어 과학에 흥미를 붙이고 싶은 어린이는 물론 긴 글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에게도 좋은 독서의 출발점이 되어 줄 듯하다.<br>책은 본격적인 과학 뉴스에 앞서 각 주제가 초등 과학 교과의 어느 학년, 어떤 단원과 연결되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외계인의 존재부터 인공지능과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이야기가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지식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덕분에 어린이들은 평소 궁금했던 주제를 찾아 읽는 것은 물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거나 앞으로 배울 개념을 미리 접하는 등 자신의 관심과 학습 수준에 맞춰 책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교과서에서 접했던 과학 개념이 일상 속 흥미로운 현상들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준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처럼 단순히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교과 학습과 독서를 연계해 배움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세심한 기획이 엿보인다.<br>이어 책을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도록 일곱 가지 활용법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먼저 코파츄가 전하는 과학 뉴스를 통해 물리와 화학, 생물과 지구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접한 뒤 뉴스에 등장한 주요 용어를 정리하고 자신의 의견을 직접 남겨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제와 관련된 퀴즈로 이해도를 점검하고 풍부한 사진 자료와 배경지식을 통해 궁금증을 한층 깊이 있게 파고들도록 이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코파츄와 등장인물들이 가짜 뉴스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아무거나 믿지 마!' 코너이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주장을 접하면서 무엇이 사실인지 스스로 따져 보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팩트 체크'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새롭게 알아두면 좋을 과학 상식까지 보충해 준다. 이처럼 뉴스를 읽는 데서 출발해 생각을 표현하고 사실을 검증하는 단계로 이어지는 구성은 어린이들이 과학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다.<br>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과학 뉴스는 바로 '외계인의 존재를 밝혀라!'이다.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 지구인 말고도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오랫동안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 온 이 질문을 코파츄는 외계인의 정체를 추적하는 긴급 뉴스처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외계인을 찾기 위해 전파를 보내고 탐사선을 발사해 온 과학자들의 노력부터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까지 살펴보며 우주 탐사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특히 외계 생명체가 반드시 인간과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작은 미생물의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타이탄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들을 소개하며 호기심을 넓혀 간다. 여기에 낯선 과학 용어를 알기 쉽게 정리하고 바람마을 주민들이 외계인의 존재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주고받는 장면을 더해 읽는 재미를 높였다. 게다가 독자 역시 자신의 생각을 직접 남길 수 있어 아직 정답이 밝혀지지 않은 과학적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고민해 볼 수 있다.​이렇게 하나의 뉴스가 끝나면 '알쏭달쏭 과학 퀴즈'를 통해 앞서 읽은 내용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과정이 이어진다. 문제마다 정답과 함께 자세한 해설을 제시해 어린이들이 과학적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거대한 우주의 신비'에서는 우주의 크기와 팽창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주로 쏘아 올린 탐사선'에서는 보이저 1호와 2호의 탐사 여정을 소개하며 관심의 범위를 더욱 넓혀 준다. 특히 보이저호에 실린 황금 음반에 지구의 소리와 모습을 담아 우주로 보냈다는 이야기는 언젠가 외계 생명체와 만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설레임마져 생기게 만든다. 이처럼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해 관련 지식을 차례로 확장하는 구성은 어린이들이 과학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짧은 뉴스 한 편에 다양한 읽을거리와 깊이 있는 정보를 짜임새 있게 담아냈다는 점도 이 책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라 하겠다. ​이처럼 &lt;하루 5분! 코파츄의 진짜 웃기는 과학 뉴스&gt;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에 유익한 지식을 절묘하게 녹여 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현직 초등 교사인 다영 작가의 풍부한 교육 경험이 책 곳곳에 반영되어 있어 더욱 믿음이 간다. 우주에서는 과연 어떤 냄새가 날지, 좀비 바이러스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지, 왜 우리는 자극적인 음식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지 등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평소 엉뚱하게만 여겼던 질문에 뜻밖의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무척 유쾌하고 재미가 있다. 코파츄와 버니의 익살스러운 대화에 웃음이 터지고 바람마을 주민들의 재치 있는 댓글을 읽다 보면 마치 과학 방송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여기에 정답을 예상하며 풀어 보는 퀴즈와 가짜 뉴스의 허점을 찾아내는 활동까지 더해져 책장을 넘기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단순한 흥미를 넘어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판단하는 태도까지 기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세심한 구성이 돋보인다.​무엇보다 이 책은 과학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세계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컵라면과 봉지라면의 맛을 비교하는 사소한 의문조차 깊이 들여다보면 새로운 발견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학을 잘하기에 앞서 먼저 좋아하는 마음을 길러 주는 좋은 길잡이가 될 듯싶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운 제목과 그림에 이끌려 펼쳤다가도 어느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고 예상과 다른 사실을 마주할 때면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풍경도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과학을 시험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세상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운 탐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변화일 것이다. 하루 5분의 짧은 독서가 어린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심어 주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 주기를 기대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50/59/cover150/893645064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505916</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은모든] 서울 풍류  - [서울 풍류 - 멋스럽고 운치 있게 서울을 감각하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23291</link><pubDate>Fri, 18 Sep 2026 08: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232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1275&TPaperId=175232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7/95/coveroff/k11213127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1275&TPaperId=175232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서울 풍류 - 멋스럽고 운치 있게 서울을 감각하는 법</a><br/>은모든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09월<br/></td></tr></table><br/>너무 바쁘게만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는 어느새 풍류를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해야 할 일은 늘 많고 하루는 빠르게 흘러가지만, 정작 계절의 변화를 살피거나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즐기고,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 잠시 머무는 일에는 점점 인색해진다. 그래서 서울이라는 익숙한 도시에서 풍류를 즐기는 법을 이야기하는 &lt;서울 풍류&gt;에 더욱 관심이 갔다. 풍류라고 하면 흔히 옛 선비들의 고상한 취미나 한가로운 생활을 떠올리기 쉽지만, 은모든 작가가 말하는 풍류는 훨씬 현실적이고 일상적이다. 자신이 사는 곳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맛과 멋과 흥을 발견하며 오늘의 삶을 제대로 즐기는 일에 가깝다.​소설가 은모든의 첫 에세이인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서울 곳곳을 누비며 직접 보고 맛보고 즐긴 것들을 담아낸다. 오래된 노포에서 만나는 추억의 음식부터 매화가 풍성하게 피는 장소, 성곽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도서관, 도심에서 반딧불을 볼 수 있는 곳까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서울의 다양한 얼굴이 책 속에 펼쳐진다. 꽃과 술, 음식과 산책, 계절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서울에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즐거움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lt;서울 풍류&gt;는 특별한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지금 내가 살아가는 곳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잘 놀고 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하다.<br>저자가 말하는 풍류의 바탕에는 잘 놀아야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국악 공연에서 듣게 되는 ‘잘한다!’라는 추임새를 떠올리며 잘한다는 말을 제대로 건네는 일조차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말한다. 치열한 경쟁과 평가에 익숙한 우리는 타인에게는 물론이고 스스로에게도 좀처럼 후한 말을 건네지 못한 채 무엇이든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려 하기보다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잘 쓰고 싶다면 우선 써야 하고 오래 쓰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스스로를 환기할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잘하고 싶은 일은 꾸준히 하고, 계속하기 위해서는 잘 놀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그에게 잘 노는 일의 중심에는 서울이 있다. 한강과 천변을 걸으며 계절을 느끼고, 궁궐과 미술관을 찾고, 작은 서점이나 음악 감상 공간을 기웃거리며 새로운 것을 만난다. 낯선 동네에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과 술을 즐기고, 마음에 남은 장소는 다시 소설 속 이야기로 옮겨가기도 한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살았던 나 역시 이런 대목을 읽으며 익숙했던 풍경들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서울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대전에서 지내며 이 책을 읽다 보니 정작 지나치고도 보지 못했던 장소와 즐거움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결국 풍류란 멀리 떠나 특별한 경험을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곳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태도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br>책은 맛의 풍류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서울 곳곳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맨 처음으로 책은 연희동의 오래된 식당들을 따라가며 그 안에 쌓인 맛과 기억, 시간의 흔적을 들여다본다. 양은 주전자에 담긴 따뜻한 엽차와 육수, 어린 시절 먹던 냉면의 맛은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했던 외식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렇게 한 끼의 음식은 어느 순간 한 사람의 과거와 연결되고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공통된 기억으로까지 확장된다. 이어 저자는 노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는 사라진 피맛골을 떠올린다. 나 역시 서울에서 오래 살며 피맛골의 유래와 그곳이 지닌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이 대목이 더욱 반갑게 다가왔다. 과거 서민들이 고관대작의 행차를 피해 다니던 골목이 수백 년 동안 식당과 주점이 모인 공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서울의 오래된 맛이 단순한 음식 이상의 시간을 품고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사라진 피맛골의 흔적은 종각의 오래된 빈대떡집 ‘열차집’으로 이어진다. 1950년부터 이어져온 이곳에는 옛 피맛골의 사진과 세월이 묻은 낙서가 남아 있고 맷돌에 직접 간 녹두를 돼지기름에 지져낸 빈대떡 역시 오랫동안 지켜온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작가는 요즘의 바삭한 전과는 다른 그 맛과 식감을 경험하며 익숙한 취향만 고집하기보다 새로운 맛을 시도해 보는 것 또한 작은 모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벽을 가득 채운 서로 반대되는 정치적 구호들이다. 처음에는 첨예한 대립의 흔적으로 보이지만 작가는 오히려 그것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오가며 같은 음식을 먹어 왔다는 공존의 증거로 바라본다. 오래된 음식 한 접시 안에서 개인의 추억과 서울의 역사,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발견해내는 것. 바로 이런 시선이 &lt;서울 풍류&gt;가 보여주는 맛의 풍류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각각의 이야기 뒤에 덧붙인 ‘풍류 노트’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노포 이야기에 이어지는 풍류 노트에서는 '자녀나 조카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오래된 식당’을 노포의 기준으로 제시하며 하천이나 시장 주변을 살피고 제철 메뉴가 있는 가게를 눈여겨보는 등 자신만의 노포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작가의 경험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자가 직접 자신만의 풍류를 찾아 나서게 한다는 점에서 &lt;서울 풍류&gt;만의 흥미로운 구성이 아닐까 싶다.​결국 &lt;서울 풍류&gt;가 이야기하는 것은 서울의 좋은 장소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만은 아닌 것 같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바라볼 때 마음이 움직이는지조차 잊기 쉽다. 은모든 작가는 그런 우리에게 계속 살아가고, 계속 무언가를 해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것들을 곁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보고, 듣고, 먹고, 걷고, 사람을 만나며 얻은 경험이 다시 글쓰기로 이어지는 작가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잘 노는 일’ 역시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중요한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서울의 맛과 멋과 흥을 소개하는 에세이인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오래 이어가며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서울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지금은 대전에 살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익숙했던 도시를 새삼 돌아보게 만들었다.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친 풍경과 경험이 적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풍류가 반드시 서울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도시에 사느냐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얼마나 관심 있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발견하느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서울에서 미처 누리지 못했던 풍류를 아쉬워하기보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맛과 멋과 흥에도 조금 더 눈을 돌려보고 싶다. &lt;서울 풍류&gt;가 내게 남긴 가장 큰 변화는 어쩌면 바로 그렇게 익숙한 일상을 다시 바라보고 싶게 만든 마음인지도 모르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7/95/cover150/k11213127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79504</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하유지]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 - [어떤 계절은 영원하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21218</link><pubDate>Thu, 17 Sep 2026 06: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212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131162&TPaperId=175212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5/31/coveroff/k9621311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131162&TPaperId=175212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떤 계절은 영원하지</a><br/>하유지 지음 / 돌베개 / 2026년 08월<br/></td></tr></table><br/>제목과 감성 넘치는 책표지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lt;어떤 계절은 영원하지&gt;는 부모의 부재 속에서 자란 열일곱 살 오한봄에게 어느 날 엄마와 첫사랑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사계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름에서 시작해 가을과 겨울을 지나 봄으로 향하는 시간 동안 한봄은 가족과 사랑, 독립과 관계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엄마의 자리가 다시 채워질 수 있는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지, 그리고 혼자 살아가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 사이에서 어떤 거리를 찾아야 하는지를 한 소녀의 성장 과정 속에 섬세하게 풀어낸다.​이 소설은 모녀 관계를 중심에 둔 가족 이야기이면서 첫사랑의 설렘을 담은 이야기이고, 동시에 정서적인 자립과 관계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이 반드시 갈등하거나 등을 돌리는 일만은 아니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역시 그 사람에게 전적으로 기대는 것과는 다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질문들은 단지 청소년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어서 청소년 소설임에도 어른인 내가 읽으면서도 여러 장면과 감정에 공감하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의 부재와 상처, 실패처럼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문제를 지나치게 어둡게 끌고 가지 않고 불완전하고 자주 흔들리는 사람도 다시 관계를 맺고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회복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열일곱 살 한봄이 사계절을 지나며 어떤 관계를 선택하고 어떤 모습으로 달라지게 될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br>소설은 여름방학 수학 특강 첫날, 한봄이 학원 복도에서 낯익은 얼굴의 추동하와 마주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동하는 한봄이 사는 아파트에서 종종 보았던 택배 기사였고 알고 보니 자신과 같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한봄은 그동안 동하가 1401호로 와야 할 택배를 자꾸 1301호에 두고 갔다며 말을 걸고 조금은 엉뚱한 첫 대화를 나누게 된다. ‘가을 추, 겨울 동, 여름 하’를 쓰는 동하의 이름에 봄만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봄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에 담긴 계절을 계기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택배 기사와 고객으로 스쳐 지나가던 사이가 같은 학원에서 다시 만나면서 새로운 관계로 이어지는 이 장면은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열어주며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그리고 주인공 한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키워온 할머니 강만춘이다. ‘늦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할머니는 한봄에게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고, 한봄 역시 할머니가 없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 부재를 온몸으로 느낄 만큼 깊이 의지하고 있다. 반면 엄마 서윤혜는 한봄에게 이름 그대로 서운한 사람이다. 직접 키우지는 않았지만 매달 돈을 보내고 수박과 감, 영양제 같은 물건을 꾸준히 택배로 보내며 멀리서 두 사람의 삶에 관여해 왔다. 한봄은 그런 엄마를 일부러 ‘서운해 씨’라고 부르며 궁금해하지 않으려 애쓴다. 자신에게는 할머니만 있으면 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할머니가 대동맥 판막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보호자로 엄마를 불러야겠다고 말하면서 한봄이 애써 밀어두었던 엄마의 존재가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오기 시작한다.<br>할머니의 수술이 결정되면서 한봄이 오랫동안 외면해 온 엄마의 존재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한봄의 아빠는 한봄이 태어나기 전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고, 엄마 서윤혜는 갓 태어난 한봄을 시어머니인 강만춘에게 맡긴 뒤 떠났다. 이후 엄마는 매달 양육비를 보내고 계절마다 과일이나 생활용품, 영양제 등을 택배로 보내며 멀리서 한봄의 삶에 흔적을 남겨왔다. 하지만 어린 한봄이 할머니의 휴대전화에서 엄마의 존재를 알아내 연락을 보냈을 때 돌아온 것은 아무런 답도 없는 침묵이었다. 그 뒤로 도착하는 택배 상자는 한봄에게 엄마가 보내는 일방적인 답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한봄은 서윤혜라는 이름을 일부러 ‘서운해 씨’라고 부르며 엄마를 향한 궁금증과 기대를 차단하고 자신에게는 할머니만 있으면 된다고 믿으며 살아왔던 것이다.​그런 한봄에게 할머니가 수술 전후의 보호자로 엄마를 부르겠다고 선언한 일은 단순히 낯선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하는 문제와는 달랐다. 더구나 할머니는 한봄이 서윤혜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으면 수술도 받지 않겠다고 못을 박는다. 한봄은 이미 자신이 다 컸고 엄마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엄마가 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 앞에서는 오래전의 감정들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면서도 좋은 사람일까 봐 오히려 두렵고, 미워하는 편이 차라리 마음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모습에서는 한봄이 쌓아 온 무관심이 사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였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한봄은 할머니의 수술을 계기로 애써 철벽 밖에 두었던 엄마를 다시 자신의 삶 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자신에게 찾아올 변화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채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한봄은 할머니에게서 평생 서로 믿고 아끼는 사람이 세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을 듣고서 자신의 세 자리 가운데 두 자리는 이미 할머니와 단짝 규림이가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남은 한 자리이다. 할머니의 심장 수술을 앞두고 오래된 상실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한봄은 자신도 모르게 곁을 지켜 줄 또 한 사람을 찾기 시작하고 그 후보에 엄마를 올렸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오랫동안 미워하고 외면해 온 사람에게 다시 마음이 움직이는 일이 못마땅하면서도 함께 지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엄마를 향한 기대와 연민까지 완전히 밀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과거의 상처를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안은 채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가는 일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연 한봄의 세 번째 자리는 누구로 채워질지, 그리고 엄마와 동하를 비롯해 한봄의 곁에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 갈지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슬픔과 불행은 엄연히 다르다’는 한봄의 생각이다. 부모의 부재로 때때로 슬펐지만 할머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았기에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는 한봄의 모습은 결국 삶을 결정하는 것은 결핍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느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봄은 사계절을 지나며 엄마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고 동하와 마음을 나누며 언제까지나 그대로일 것 같았던 할머니와 규림이와의 관계 역시 언젠가는 달라질 수 있음을 조금씩 받아들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계는 영원히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더라도 함께 보낸 시간과 그 안에서 주고받은 사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무엇보다 한봄이 평생 믿고 아낄 세 사람을 찾는 데서 출발해 결국 그중 한 자리를 자기 자신에게 내어주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만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혼자일 때 온전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진정한 자립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회복은 상처를 완전히 지우거나 더 이상 실패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무너진 뒤에도 다시 시작하고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힘에 가깝다고 본다. 계절은 머물지 않고 사람과 관계 역시 계속 변하지만, 어떤 시간은 오래도록 한 사람 안에 남아 다음 계절을 살아갈 힘이 된다. &lt;어떤 계절은 영원하지&gt;는 그렇게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조금씩 자신을 믿고 환대하는 법을 배워 가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보여주기에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5/31/cover150/k9621311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53125</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현] 내 마음을 키우는 100문장 : 푸른 사자 와니니 필사책 - [내 마음을 키우는 100문장 - 푸른 사자 와니니 필사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21216</link><pubDate>Thu, 17 Sep 2026 06: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212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0638&TPaperId=175212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8/98/coveroff/893645063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50638&TPaperId=175212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 마음을 키우는 100문장 - 푸른 사자 와니니 필사책</a><br/>이현 지음 / 창비 / 2026년 08월<br/></td></tr></table><br/>우리 집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lt;푸른 사자 와니니&gt;. 2015년 첫 권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이어진 이야기가 2026년 10권으로 완결되었을 때, 긴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했다는 뿌듯함보다 이제 더는 새로운 와니니를 만날 수 없다는 섭섭함이 더 크게 남았다. 그런데 그 아쉬운 마음을 달래 주듯 &lt;내 마음을 키우는 100문장: 푸른 사자 와니니 필사책&gt;이 찾아왔다. IBBY가 선정한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자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인기 뮤지컬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진 &lt;푸른 사자 와니니&gt; 시리즈는 지난 10년 동안 누적 판매 100만 부를 기록하며 많은 독자에게 사랑 받아 왔다. 이번 책은 그 긴 여정을 마무리한 뒤 시리즈 전권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 100개를 골라 한 권에 담았다는 점에서 와니니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더욱 반갑게 느껴질 만하다.​무리에서 쫓겨났던 어린 암사자 와니니가 친구들을 만나 자신만의 무리를 이루고 진정한 우두머리로 성장하기까지, 열 권에 걸쳐 펼쳐졌던 이야기를 이번에는 필사라는 방식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용기와 가능성, 우정과 가족, 나다움과 성장에 관한 문장을 하루 한 줄씩 천천히 읽고 직접 써 보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문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오늘의 단어’를 통해 어휘를 익히고 자신만의 문장까지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lt;푸른 사자 와니니&gt;의 팬이라면 익숙한 장면과 문장을 손으로 한 자 한 자 옮겨 쓰며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고 반갑다. 완결된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와니니를 만나고 필사를 통해 와니니가 전해 주었던 용기와 성장의 감동에 다시 한번 빠져볼 수 있다니 이보다 더 반가운 책이 있을까.<br>책은 본격적인 필사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이 책을 활용하는 법’을 제시해 독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부담 없이 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필사할 필요 없이 차례를 살펴 그날 나에게 필요한 문장을 골라도 되고, 문장 전체를 따라 쓰거나 강조된 부분만 선택해 필사해도 좋다. 필사를 마친 뒤에는 ‘오늘의 단어’를 활용해 뜻과 예문을 살펴보고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 볼 수 있으며 마지막에는 해당 문장의 번호를 ‘마음을 키우는 필사 습관 기록’에 표시해 얼마나 진행했는지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좋은 문장을 베껴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읽고, 쓰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어 갈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는 점이 돋보인다.<br>책의 첫 번째 필사 문장은 1권 29쪽, ‘초원 제일의 암사자’라는 제목의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직 작고 약한 와니니가 마디바 할머니를 닮은 멋진 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장면으로, “와니니는 마디바 할머니를 닮고 싶었다. 아직 작고 약하지만 반드시 멋진 사자로 자라날 자신이 있었다.”라는 문장이 강조되어 있다. 지금의 모습만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단정 짓지 않고 앞으로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를 바라보는 와니니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아직’이라는 말에는 현재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끝은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고, ‘반드시’라는 말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단순히 어린 사자가 어른 사자로 자라는 모습을 넘어 자신이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마음을 보여 주는 문장으로 읽힌다.​한 장의 구성도 이런 문장의 의미를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짜여 있다. 왼쪽에는 원작의 앞뒤 문맥과 함께 필사할 부분을 따로 표시해 두었고, 문장이 어느 권 몇 쪽에서 나온 것인지도 적혀 있어 필요하면 원작의 장면을 다시 찾아볼 수 있다. 이어 아래쪽의 ‘오늘의 단어’에서는 이 장면과 연결되는 ‘자라나다’를 제시해 단어의 여러 뜻을 살펴보게 한다. 오른쪽에는 문장을 직접 써 볼 수 있는 넉넉한 공간과 함께 ‘오늘의 단어’를 활용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보는 활동도 마련되어 있다. 한 문장을 그대로 따라 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이해하고, 단어의 뜻을 넓혀 보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필사와 어휘 학습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br>책에 실린 여러 문장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3권 182~183쪽에서 가져온 “그러니 어려움과 함께 지내는 법을 찾아 보자는 거야.”라는 문장이다. 앞으로도 계속 어려운 일이 있을 거냐는 잠보의 물음에 와니니는 그렇다고 답하면서, 어려움을 없애거나 피하는 대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보통 우리는 힘든 일이 닥치면 빨리 해결하거나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문장은 삶에서 어려움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리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가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어차피 우리는 늘 어려웠어.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잖아.”라는 앞선 대화와 이어서 읽으면, 와니니의 말이 단순한 위로나 낙관이 아니라 이미 여러 번 힘든 시간을 지나온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라는 점에서 더 깊게 다가온다.​이 장면의 제목인 ‘어려움과 함께 사는 법’ 역시 문장의 의미를 잘 보여 준다. 어려움을 무조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래에 제시된 오늘의 단어도 바로 ‘어렵다’로, ‘하기가 까다로워 힘에 겹다’, ‘겪게 되는 곤란이나 시련이 많다’라는 뜻을 함께 살펴보게 한다.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와니니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니 그 뜻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찾아오고 모든 문제가 뜻대로 해결되는 것도 아닌 만큼 그때마다 어떻게 버틸 것인지보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다.​결국 &lt;내 마음을 키우는 100문장: 푸른 사자 와니니 필사책&gt;은 &lt;푸른 사자 와니니&gt;를 좋아했던 독자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만나는 책이고, 아직 시리즈를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와니니의 세계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입구가 되어 준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눈으로 읽고 지나가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써 보며 그 문장이 왜 오래 남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좋다. 용기, 우정, 가족, 희망, 나다움, 성장처럼 어린이들이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주제들이 와니니와 친구들의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전해지기 때문에 억지로 교훈을 가르친다는 느낌도 적다. 한 문장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와니니의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도 돌아보게 된다.​특히 이 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필사책이라기보다 &lt;푸른 사자 와니니&gt;를 함께 읽어 온 부모나 어른 독자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같은 문장이라도 처음 이야기를 읽었을 때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마주했을 때 받아들이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한 문장씩 골라 써 보며 서로 어떤 문장이 마음에 남았는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은 독서 시간이 될 것 같다. 시리즈가 완결되었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100개의 문장을 통해 와니니와 다시 만나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말을 내 손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꽤 반가운 선물처럼 느껴졌다.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 두기보다, 그날그날 마음에 필요한 문장을 찾아 천천히 오래 곁에 두면 더더 좋을 것 같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8/98/cover150/893645063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189847</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최성희] 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  - [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16384</link><pubDate>Mon, 14 Sep 2026 20: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163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0459&TPaperId=175163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56/coveroff/k35213045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0459&TPaperId=175163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a><br/>최성희 지음, 권용철 옮김 / 사계절 / 2026년 09월<br/></td></tr></table><br/>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lt;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gt;는 우리가 익숙하게 배워 온 한국 근현대사를 여성의 시선에서 다시 바라보는 책이다. 개항과 근대화, 일제강점기와 항일운동, 해방과 한국전쟁, 독재와 민주화, 그리고 오늘날의 촛불과 응원봉 시위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따라가면서 그동안 역사 기록의 중심에서 쉽게 만나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역할을 함께 살펴본다. 명성황후와 순헌황귀비처럼 왕실에서 근대를 맞이한 여성부터 신식 교육을 받은 여학생과 유관순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한 신여성, 전쟁과 산업화의 시간을 살아낸 여성, 민주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위해 거리와 광장으로 나선 이들까지 다양한 인물과 장면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역사의 모든 순간에 여성들이 함께 있었으며 다만 그 존재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동안 비어 있거나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자리를 하나씩 되짚으며 우리가 알고 있던 한국 근현대사의 모습을 보다 넓고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이 책을 쓴 최성희 저자는 재일 교포 3세로 조선 근대사와 교육사, 젠더사를 연구해 온 역사학자이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책에는 잘 알려진 여성 인물들 뿐만 아니라 재일 조선인, 재한 일본인 여성, 북한 여성, 중국 조선족과 이주 여성 등 서로 다른 위치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시간을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도 폭넓게 담겨 있다. 특히 역사를 왕과 장군, 정치가와 전쟁을 중심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교육과 노동, 가족과 일상, 저항과 연대의 영역으로까지 시선을 넓혀 살펴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각 시대와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소개해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근현대사를 보다 친숙하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책을 통해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한국 근현대사의 장면들이 전혀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br>책은 저자가 대학에서 역사 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역사 속 인물 중 세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라고 던진 질문에서 시작한다. 막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들을 생각해 보면 왕이나 장군, 정치가처럼 대부분 남성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배워 온 역사 역시 정복과 전쟁, 정치와 권력의 변화를 중심으로 기록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의 삶과 역할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비교적 가까운 근현대사에서도 식민 지배와 항일운동,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 같은 사건을 떠올릴 때 먼저 언급되는 인물들은 여전히 남성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성들이 역사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들 역시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서로 연대하고 저항하며 정치에 참여해 역사적 장면들을 함께 만들어 왔다. 다만 그들의 존재와 목소리가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고 우리가 배우는 역사에서도 쉽게 만나기 어려웠을 뿐이다.​이러한 문제의식은 저자가 ‘history’를 ‘his story’와 ‘her story’라는 말로 풀어내는 대목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history’는 본래 ‘탐구’를 뜻하는 그리스어 historia에서 유래했지만, 저자는 오랫동안 남성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온 역사가 마치 ‘his story’, 즉 ‘그들의 이야기’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her story’, 즉 ‘그녀들의 이야기’의 자리에서 다시 바라본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묻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존 역사에 몇몇 여성 인물을 덧붙이는 데 있지 않다. 지금까지 누구의 경험이 역사로 기록되어 왔고, 누구의 삶과 목소리가 그 바깥에 놓여 있었는지를 다시 살펴보는 데 의미가 있다. 더구나 저자가 말하는 ‘her story’는 여성만을 위한 역사도 아니다. 여성과 남성,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역사를 보다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이며 결국 누구의 삶도 역사에서 쉽게 지워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 이어지는 듯하다. ​책의 첫 장은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에서 근대를 마주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명성황후는 당시 여성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정치의 영역에 직접 등장하여 개화와 외교 문제에 관여했고, 순헌황귀비 역시 아관파천에 관여하는 한편 여성 교육의 확대에 힘썼다. 저자는 명성황후를 둘러싼 엇갈린 평가를 함께 제시하면서도 한 여성이 정치 공간에 모습을 드러내고 근대의 변화와 직접 맞부딪쳤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후 왕실을 넘어 학교와 거리, 사회 곳곳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는 여성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특히 2장에서 다루는 1910~1930년대 여학생들의 모습은 그 변화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신식 학교에 다닌 여성들은 단순히 교육의 기회를 얻는 데 만족하지 않고 학교 안의 부당한 현실에 직접 목소리를 냈다. 여성 차별적이거나 낡은 사고방식을 지닌 교원을 거부하며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는 동맹 휴학에 나섰고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행동으로 맞섰다. 당시 여성에게 기대되던 모습이 집 안에서 남편이나 형제를 따르며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행동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여학생들은 학교 안의 문제뿐 아니라 만세 운동과 항일운동에도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유관순뿐 아니라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여성들이 함께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어 갔다. 여기에 나혜석, 허영숙, 최승희처럼 예술과 전문직의 영역으로 나아간 신여성들의 삶까지 더해지며 근대가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 준 시대인 동시에 기존의 질서와 끊임없이 충돌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야 했던 시대였음을 보여준다.<br>3장에서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속에서 여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동원되고 피해를 입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1930년대 이후 일본의 전시 체제가 강화되면서 조선 여성들 역시 공장과 탄광 등으로 동원되었고 그중에서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은 바로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이다. 저자는 위안부와 위안소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일본군의 관여를 축소하려는 주장에 맞서 관련 일본군 문서와 모집 광고 등 확인된 1차 자료를 통해 그 실체를 짚어 간다. 1932년 상하이에 처음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위안소는 이후 일본, 조선, 대만,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일본군이 진출한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이처럼 위안소가 광범위하게 운영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일부 지역에서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라 전쟁 수행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만들어지고 관리된 제도였음을 보여준다.​이 장이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여성들의 고통까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945년 해방 이후에도 한반도는 곧 한국전쟁을 맞았고 여성들은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민간인 학살과 사별, 피난과 이산을 겪으며 또 다른 상처를 떠안아야 했다. 저자는 이처럼 전쟁을 국가와 군대의 움직임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의 몸과 삶이 어떻게 전쟁 체제에 편입되고 희생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짚는 대목은 이 문제가 과거의 한 사건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역사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br>4장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독재 정권과 민주화의 시간을 지나온 여성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그동안 반정부 시위와 5·18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주로 시위대의 최전선에 섰던 남성들을 중심으로 기억되어 왔다. 하지만 저자는 그 곁에 수많은 여성들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기억되는 박기순, 이한열의 어머니이자 이후 거리의 투사가 된 배은심을 비롯해 5월 광주에서 시민군에 합류하고 부상자를 치료하거나 주먹밥을 만들어 나르며 항쟁을 지원했던 여성들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어머니와 부인, 딸들이 가족의 죽음을 개인적인 슬픔으로만 남겨 두지 않고 사망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는 점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직접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뿐 아니라 남겨진 자리에서 진실을 요구하며 싸움을 이어 간 여성들의 시간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장은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여성들만 다루는 게 아니라 타국으로 떠나 노동했던 파독 간호사와 농촌에서 새마을운동에 동원되었던 여성들의 삶을 함께 살피며 산업화와 국가 정책 속에서 여성들이 맡아야 했던 역할까지 보여준다. 또한 민주화 이후에도 여성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음을 짚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세상에 알리고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한 운동, 가족법 개정 운동과 여성 노동 운동을 거쳐 촛불 시위와 응원봉 시위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각 시대의 문제 앞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민주화가 이루어진 뒤에도 사회의 남성 중심적 구조가 곧바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투쟁은 민주주의의 완성 이후에 덧붙여진 이야기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범위를 계속 넓혀 온 과정으로 읽혔다.​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시선은 한반도 안에만 한정짓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으로 건너가 재일 조선인과 조선족으로 살아간 여성들, 반대로 일본에서 한반도로 건너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여성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로 들어온 이주 여성들의 삶까지 살펴보며 젠더와 민족, 노동과 결혼의 문제가 서로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 민주화 이후 여성들의 사회·정치 진출과 IMF 외환 위기, 여성 혐오 범죄와 미투 운동, 트랜스젠더 여성의 권리 문제, 북한 여성들의 삶까지 다루면서 여성의 역사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각 장의 끝에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다큐멘터리 등을 함께 소개해 책에서 만난 역사적 장면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구성도 무척 흥미롭다. 익숙하게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도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her story’를 새롭게 만들어 기존의 남성 중심 역사를 대신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동안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를 되찾아 서로의 역사를 함께 이해하는 ‘our story’로 나아가자는 데 더 가깝다. 저자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침묵하지 않아야 미래의 불행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도 성별과 세대, 국적과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말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며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건과 인물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누구의 목소리가 기록에서 빠져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lt;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gt;는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자리를 다시 보여주는 역사책인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역사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56/cover150/k35213045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045696</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김남희] 우리에게도 고양이 같은 잠이 필요하다 - [우리에게도 고양이 같은 잠이 필요하다 - 김남희 잡문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07299</link><pubDate>Thu, 10 Sep 2026 14: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5072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0339&TPaperId=175072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20/50/coveroff/k58213033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0339&TPaperId=175072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에게도 고양이 같은 잠이 필요하다 - 김남희 잡문집</a><br/>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26년 08월<br/></td></tr></table><br/>제목만으로도 한 번쯤 멈춰 보게 되는 책이 있다. &lt;우리에게도 고양이 같은 잠이 필요하다&gt;도 그런 책이었다. 고양이가 담긴 표지와 함께 '고양이 같은 잠'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고, 바쁘게 움직이고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우리에게 왜 이런 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지 궁금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여행작가 김남희 작가가 2003년 첫 여행을 시작한 이후 20년 넘게 써온 일기와 세계 곳곳에서 직접 촬영한 고양이 사진을 함께 엮어낸 책이다. 그날 먹은 음식과 하루의 지출처럼 사소한 기록부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당시의 고민과 감정, 시간이 흐르며 달라진 생각까지 수십 권의 일기장에 남겨진 문장들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여기에 다마스쿠스의 시장 골목과 그리스의 오래된 항구, 알바니아의 숲을 비롯해 여러 여행지에서 마주친 고양이들의 사진이 더해져 저자가 지나온 시간과 여행의 흔적을 글과 사진으로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인상적인 특징이다.<br>“기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기에, 어떻게든 기록하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여행지의 특별한 풍경이나 경험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2003년 1월 인천 포구에서 시작된 여행의 기록이 2026년 여름까지 이어졌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 책이 한두 번의 여행을 정리한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길을 걷고 낯선 곳에 머무는 동안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 나이 들고 변해가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 무엇이든 더 많이 이루려 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는 법에 대한 생각이 오랜 시간의 기록 속에 자연스럽게 쌓여 있다. 결국 이 책은 세계 곳곳을 걸어온 한 여행자의 기록이면서 빠르게 살아가는 것이 익숙해진 우리에게 자신의 속도와 보폭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br>저자는 먼저 여행을 다니면서 유난히 고양이에게 눈길이 갔던 이유를 들려준다. 고양이는 주변의 흐름이나 사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은 채 제 방식대로 움직이고 쉬어 간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자 역시 걷던 속도를 늦추게 되고, 꼭 세워 둔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야 할 일과 목표로 하루를 빈틈없이 채우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 고양이는 가만히 머무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br>그렇기에 저자에게 고양이는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귀여운 동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쉼 없이 성과를 내고 성실해야 한다는 삶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해내야 한다는 부담에서 잠시 떨어져 쉬고, 멈추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일 역시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 제목 속 ‘고양이 같은 잠’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더 잘 살아가기 위해 계속 힘을 쏟는 것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책의 시작부터 또렷하게 드러나며 이후 이어질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br>책장을 넘기다 보면 여행과 삶에 대한 짧은 문장 사이사이에 세계 곳곳에서 만난 고양이들이 불쑥 나타난다. 그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과 관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으로 시선이 옮겨가게 된다. 특히 ‘한 사람의 영원’이라는 글에서는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말할 때 과연 그 사람의 어디까지를 알고 있는지 묻는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고 해도 결국 기억 속에 남는 것은 특정한 순간의 표정이나 말, 그때의 분위기처럼 아주 제한된 장면일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렇게 잠시 마주했던 모습을 그 사람 전체인 것처럼 오래 간직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짧게 스쳐간 한순간이 오랫동안 한 사람을 기억하게 만드는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br>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여행지에서 만난 나이 든 여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버스에서 길을 묻자 주변의 여성들이 함께 나서서 방법을 알려주고, 말을 튼 뒤에는 과자와 빵까지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이런 여자들이 더 좋아진다고 말한다. 저자에게 나이 든 여자들은 오랜 시간 가족과 주변 사람을 돌보며 살아온 경험 덕분인지 타인의 곤란함이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존재로 다가온다.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계산보다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 자신보다 타인의 안부를 먼저 살피는 태도에서 삶을 오래 살아온 사람만의 너그러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 역시 너무 공감이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단순히 시간의 흐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사정을 조금 더 이해하고 기꺼이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저자가 자신도 그런 여자들처럼 너그럽고 순박하게 늙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이 오래 남았고 나 역시 그러고 싶다.<br>삶에 대해 이야기한 여러 글 가운데 '삶을 견디는 재능'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남는다. 저자는 매일의 노을과 꽃향기, 공기와 바다의 소리가 어제와는 다르게 느껴진다는 사실에서 작은 위로를 발견한다. 거창한 사건이나 특별한 성취가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변화에 마음이 움직이고 그 안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태도야말로 삶을 버텨내는 자신의 힘이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며 삶을 견디는 힘은 반드시 강한 의지나 대단한 목표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위로를 발견할 수 있는 마음에서도 생겨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하루 속 작은 변화에 여전히 마음이 반응한다는 사실 자체가 삶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br>책을 다 읽고 나면 &lt;우리에게도 고양이 같은 잠이 필요하다&gt;는 여행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견디고 받아들여온 시간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피할 수 없는 외로움과 관계의 빈자리, 나이 들어가는 마음과 사소한 것에서 얻는 위로까지 저자가 지나온 여러 순간들이 짧은 글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모든 것을 잘해내거나 흔들리지 않는 삶을 말하기보다 때로는 지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다시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은 삶에 대한 특별한 답을 제시한다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디고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공감이 갔다.<br>결국 이 책이 전하는 위로는 삶이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보다는 힘든 순간이 있어도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데에 가깝다고 본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한순간의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고 외로움을 피할 수 없어도 타인의 온기에 기대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으며 거창한 행복이 아니더라도 하루의 작은 변화에서 위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고양이처럼 조금 느슨해지고 아무것도 이루지 않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다. 오랜 시간 걷고 쓰며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삶을 찾아온 저자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잘 살아낸다는 것은 끝까지 애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도 다시 자신의 보폭으로 하루를 이어가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남는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20/50/cover150/k58213033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205064</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입티셍 아겔, 세실 룽]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 하루 한 장 사회정서 활동 -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 하루 한 장 사회정서 활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8798</link><pubDate>Sat, 29 Aug 2026 14: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879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0324&TPaperId=174787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6/35/coveroff/k90213032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0324&TPaperId=1747879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 하루 한 장 사회정서 활동</a><br/>입티셍 아겔.세실 룽 지음, 마르그리트 쿠르티외 그림, 장한라 옮김, 김선경 감수 / 다봄 / 2026년 08월<br/></td></tr></table><br/>아이들에게 무엇을 할 때 행복하니?라고 물으면 의외로 선뜻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지금 느끼는 감정이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질문하고 생각하고 말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lt;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gt;는 바로 이러한 연습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실천형 사회정서 활동책이다. 매일 하나씩 질문에 답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 보면서 자신의 감정과 강점, 몸의 감각을 살펴보고 차츰 다른 사람과 자연으로 관심의 범위를 넓혀 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음과 친해지기’, ‘건강하게 내 몸 돌보기’, ‘함께 살아가기’라는 세 가지 주제를 따라가며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알아가고 자신만의 행복 기준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이끈다.<br>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은 단순히 기분이 좋거나 즐거운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행복을 마음의 건강, 몸의 건강,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설명한다. 스트레스나 힘든 일을 완전히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견디고 회복하는 힘, 자신과 주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 역시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 특히 행복을 우연히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충분히 쉬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스스로 선택하고 다른 사람과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이러한 설명은 행복을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일상에서 연습하고 키워 갈 수 있는 능력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일,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감사나 감탄을 표현하는 작은 행동들이 결국 행복을 이루는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최신 행복 연구를 바탕으로 활동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조언에 그치지 않고,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를 생활 속에서 직접 경험해 보도록 한다. 결국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정해진 행복의 모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행복의 조건을 하나씩 발견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책의 첫 번째 주제인 ‘마음과 친해지기’에서는 자신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활동이 이어진다. ‘나의 초상화’, ‘내게 기쁨을 안겨 주는 것들’처럼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에서 출발해 문화와 언어, 창의성, 장점과 가치, 감정과 꿈에 이르기까지 점차 생각의 범위를 넓혀 간다. 특히 첫 활동인 ‘나의 초상화’에서는 자신의 얼굴을 그리거나 사진을 붙인 뒤 주변에 자신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한다. 단순히 외모를 그려 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하고 자신을 설명하는 특징을 직접 찾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후 활동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이어지는 ‘내게 기쁨을 안겨 주는 것들’에서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대상을 ‘사람’, ‘물건’, ‘장소’, ‘사건’으로 나누어 적거나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하게 한다. 막연히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를 묻는 대신 구체적인 범주를 제시해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하나씩 떠올릴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이후에는 ‘나의 힘’, ‘나의 장점’, ‘나의 가치’를 통해 자신이 가진 강점과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을 살펴보고, 감정을 알아보고 다스리는 활동과 ‘나의 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읽고 이해하는 데 그치는 책이라기보다 질문에 답하고 그리고, 붙이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직접 확인하도록 만든 활동책이라는 성격이 이 부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이 책의 장점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 동안 계속 써 나가며 완성하는 책이라는 데 있다. 50가지 주제 활동에 더해 32주 동안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리추얼 활동지를 마련해 두어, 그날의 생각과 경험을 기록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이어지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빈칸이 많았던 책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말과 그림, 경험으로 채워진다는 점도 흥미로울 듯 싶다. 같은 질문이라도 언제 답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어 한 권을 완성한 뒤에는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변화해 왔는지를 확인하는 기록이 되기도 할 것이다.​무엇보다 이 책은 사회정서학습을 별도의 지식이나 훈계로 전달하지 않고 아이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을 듯 싶다. 혼자 작성할 수도 있지만 부모나 교사가 활동에 함께 참여한다면 평소 쉽게 꺼내지 못했던 생각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평가받기 쉬운 환경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을 꾸준히 마련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정답을 찾아 적는 활동책이 아니라 자신의 답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책이라는 점에서 &lt;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gt;는 아이가 스스로를 알아가고 성장 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유용한 활동책이라 할 수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6/35/cover150/k90213032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463569</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정모] 극한 진화의 세계 - [극한 진화의 세계 -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발견한 생존의 법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4466</link><pubDate>Thu, 27 Aug 2026 06: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446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0849&TPaperId=174744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4/51/coveroff/k21213084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0849&TPaperId=1747446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극한 진화의 세계 -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발견한 생존의 법칙</a><br/>이정모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08월<br/></td></tr></table><br/>&lt;극한 진화의 세계&gt;라는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갔다. 대체 생명체는 어디까지 견디고, 또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이 책은 인간이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심해와 극지, 화산섬 같은 극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응해 온 26종의 동식물을 통해 진화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400도에 가까운 고온의 물 주변을 터전으로 삼는 폼페이웜, 우주 공간에서도 버틸 수 있는 물곰,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심해에 적응한 초롱아귀 등 책에 등장하는 생명체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의 독특한 생존 전략을 그저 흥미로운 자연 현상으로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오히려 이 생명체들이 극한의 환경에 맞춰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렸는지 살펴보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진화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흔히 진화라고 하면 더 강해지고, 더 복잡해지고,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는 방향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때로 필요 없는 감각이나 기관을 없애고, 먹이와 호흡 방식은 물론 성별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난 방식으로 변화해 왔다. 여기에 110여 컷의 생생한 사진과 최신 과학 연구를 더해 이들의 생존 전략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심해 1000미터에서 시작해 극지와 화산섬을 거쳐 인간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극한 환경인 도시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진화가 단순히 더 강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달라져 온 결과임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br>책의 첫 번째 주인공은 수심 600미터 안팎의 어두운 바다에 사는 마크로핀나 미크로스토마이다. 머리가 투명하고 그 안에 관 모양의 눈이 들어 있는 이 물고기는 한때 눈이 없는 생물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살아 있는 모습이 촬영되면서 위를 향한 눈이 필요할 때 앞으로 회전하고 투명한 머리는 빛을 통과시키면서 눈을 보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먹이가 드문 심해에서는 빠르게 움직이기보다 기다리고 관해파리 주변의 먹이를 이용하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살아간다.​처음에는 기이하게만 보이는 모습이지만 저자는 이를 심해라는 환경에 맞춰 이루어진 진화의 결과로 바라본다. 빛이 부족하자 더 적은 빛도 감지할 수 있는 눈이 필요했고 에너지가 부족하자 빠름보다 기다림이 유리해졌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극한을 단순히 견디기 힘든 조건이 아니라 기존의 기준이 바뀌는 지점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익숙한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 생명은 새로운 방식을 선택하고 마크로핀나 미크로스토마의 독특한 모습 역시 그런 선택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진 결과인 것이다.​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생명체는 벨처바다뱀이다. 바다에서 평생을 살아가지만 아가미가 없어 반드시 수면으로 올라와 폐로 숨을 쉬어야 하는 파충류이다. 대신 긴 폐에 공기를 저장하고 심장 박동과 움직임을 줄여 한 시간 넘게 잠수하기도 하며 납작한 꼬리로 물을 효율적으로 밀어낸다. 바닷속 생활에 맞춰 염분을 배출하는 기관을 갖추고 피부를 통해 일부 산소를 받아들이는 능력도 생겼다. 육지에 알을 낳으러 돌아가는 일부 바다뱀과 달리 새끼까지 바다에서 낳는다는 점은 그 조상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육지에서 바다로 생활 영역을 옮겨 온 과정을 잘 보여준다.​그러나 벨처바다뱀의 삶에서 더 눈길을 끈 것은 이렇게 바다에 적응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제약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물속에서 살지만 물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고, 바닷물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비가 내려 만들어지는 담수에 의존하며 낮은 수온 때문에 모든 바다로 퍼져 나갈 수도 없다. 바다는 넓은 생활 공간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공기와 담수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남긴 셈이다. 결국 벨처바다뱀의 모습은 진화가 모든 결점을 없애 완벽한 생물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여러 한계를 그대로 안은 채 주어진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br>​그리고 오리너구리 역시 기존의 분류 기준만으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생명체이다. 털로 덮인 포유류이면서 알을 낳고, 젖꼭지 없이 피부에서 나오는 젖으로 새끼를 키운다. 물속에서는 눈과 귀를 닫은 채 부리에 있는 전기수용기와 기계수용기로 먹이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수컷의 뒷다리에는 독침까지 달려 있다. 물갈퀴와 발톱을 함께 지닌 몸도 물과 육지를 오가며 살아가는 생활에 맞춰져 있다.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특징들이 한몸에 모여 있어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는 여러 동물을 이어붙인 가짜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는 사실도 흥미롭다.​그러나 오리너구리의 이야기가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런 특징을 덜 진화한 모습이나 불완전한 중간 단계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오리너구리는 다른 포유류와 오래전에 갈라져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단공류의 한 계통이다. 우리가 익숙한 포유류의 모습이 진화의 정답인 것도 아니며 알을 낳고 전기를 감지하는 오리너구리 역시 생명이 선택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길이다. 결국 진화는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곧장 나아가는 직선이 아니라 수많은 갈래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틀린 답이 아니라 다른 답이라는 오리너구리의 이야기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분류와 기준만으로 생명의 다양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lt;극한 진화의 세계&gt;를 읽고 나면 진화를 바라보는 기준부터 달라진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더 강해지고 더 완벽해지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놓인 환경에 맞춰 때로는 기존의 능력을 줄이고 익숙한 방식을 버리면서까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투명한 머리 속에 눈을 숨긴 마크로핀나 미크로스토마, 바다에 살면서도 공기를 찾아 수면으로 올라와야 하는 벨처바다뱀, 여러 동물의 특징을 뒤섞어 놓은 듯한 오리너구리의 모습은 모두 그 사실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하나의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조건에서 서로 다른 해답을 만들어 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이상하거나 불완전하다고 여겼던 모습조차 그 생명에게는 오랜 시간 살아남아 온 가장 적절한 방식이었던 셈이다.​그리고 책의 시선은 마지막에 인간에게로 향한다.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해 온 생명체들을 바라보다 보면 이제는 인간 자체가 다른 생명들에게 하나의 극한 환경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도시와 오염, 기후변화, 사육과 길들이기 속에서 수많은 생명은 또다시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결국 다른 생명체를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까지 되묻게 한다. 수많은 생명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온 시간을 생각한다면 이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우리의 기준에 맞추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리를 남겨 주는 일이 아닐까. &lt;극한 진화의 세계&gt;는 진화의 놀라움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 역시 수많은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4/51/cover150/k21213084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545129</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미치 앨봄] 트와이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4464</link><pubDate>Thu, 27 Aug 2026 06: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4464</guid><description><![CDATA[<br><br>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는 ‘트와이스’라는 설정과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마침 사전 서평단에 당첨되어 정식 출간 전에 조금 일찍 &lt;트와이스&gt;를 만나볼 수 있었다. &lt;모리와 함께한 화요일&gt;의 작가 미치 앨봄이 쓴 이 작품은 ‘인생의 모든 순간에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라는 흥미로운 가정에서 출발한다. 한 번의 선택으로 지나가 버리는 것이 당연한 삶에서 같은 순간을 다시 경험하고 앞선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설정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다.​소설의 이야기는 카지노 조사관 앞에 놓인 한 남자의 낡은 노트에서 시작된다. 그 안에는 인생의 모든 순간에 두 번의 기회를 얻었던 알피 로건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 어린 시절 처음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알게 된 알피는 이후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두 번씩 겪으며 예상치 못한 삶을 살아간다. 한 번 경험한 순간을 다시 살아볼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에 카지노 조사관이 알피의 기록을 읽어나가는 구성이 더해지면서 그의 능력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가 어떤 선택들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하나씩 따라가게 만들며 이야기 자체에 완전 빠져들게 만든다. <br>알피가 자신의 능력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여덟 살 때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였다. 병을 앓던 어머니가 집에서 쉬고 있던 어느 날, 알피는 곁에 있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잠든 알피는 다음 날 아침 믿기 어려운 일을 겪는다. 전날과 똑같은 상황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어머니 곁에 머문 알피는 이미 한 번 이 시간을 겪었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털어놓는다.​어머니는 놀랍게도 알피의 말을 이해하고 그에게 일어난 일이 집안의 일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동시에 두 번째 기회가 첫 번째보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모든 실수를 고치려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능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무엇보다 알피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다. 시간을 되돌려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는 있었지만 죽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첫 번째에는 어머니의 임종을 놓쳤고 두 번째에는 바로 곁에서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알피에게 ‘한 번 더'라는 기회는 처음부터 단순한 행운만은 아니었다.​이후 이어지는 알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어떤 방식으로 두 번째 기회를 사용해 왔는지, 그리고 그 선택들이 그의 삶에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가 조금씩 드러난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것은 티저북이라 알피의 긴 삶과 그가 감추고 있는 이야기의 전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한 번 더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얼핏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행운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번째 선택이 언제나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한번 고쳐 쓴 삶 역시 또 다른 후회와 실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이 능력을 행운이라고만 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lt;트와이스&gt;는 완벽한 선택을 반복할 수 있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선택과 실수까지 포함한 불완전한 시간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도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고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부족하고 아쉬운 선택까지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티저북은 가장 궁금한 지점에서 이야기를 멈춘다. 후회와 실수로 가득한 과거를 지나온 알피가 마지막까지 되돌리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결국 어떤 답을 내리게 될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어 정식 출간본에서 이어질 다음 내용이 더욱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된 티저북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27/pimg_63923408026033577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4464</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남예은] 굿나잇 헤어살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4463</link><pubDate>Thu, 27 Aug 2026 06: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4463</guid><description><![CDATA[<br><br><br>&lt;굿나잇 헤어살롱&gt;이라는 독특한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악귀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밤 10시에 문을 여는 퇴귀 전용 미용실인 굿나잇 헤어살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커트와 파마, 두피 관리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미용실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에서는 머리카락만 다듬는 것이 아니라 손님에게 붙은 귀신까지 함께 정리해 준다. 필요하다면 출장 미용도 나간다는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일상적인 공간인 미용실과 퇴귀라는 전혀 다른 소재가 자연스럽게 한데 묶이며 눈길을 끈다.​사계절 출판사의 가제본 서평단으로 뽑혀 운 좋게 정식 출간에 앞서 공개된 70쪽 남짓한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분량은 짧지만 귀신을 퇴치하는 미용실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빠른 전개가 맞물리면서 어느새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귀신과 괴물, 퇴마와 액션과 같은 소재에 일상의 미용이라는 의외의 요소를 결합한 방식도 신선하고, 장면마다 긴장감과 궁금증을 이어 가는 구성 덕분에 읽는 흐름도 쉽게 끊기지 않는다. 오히려 제한된 분량만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이야기는 금세 속도를 내고 자연스럽게 그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br>소설은 불길에 휩싸인 보육원에서 한 아이가 홀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방 안은 연기로 가득하고 창문에는 쇠창살까지 설치되어 있어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아이가 팽나무 화분을 끌어안은 채 정신을 잃어 갈 때, 온몸이 하얀 비늘로 덮인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 아이를 구해 낸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검은 비늘의 괴물들이 아이를 내놓으라며 길을 막고, 하얀 괴물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들과 맞선다. 결국 궁지에 몰린 순간 팽나무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아이 안에 잠들어 있던 알 수 없는 힘이 깨어난다.​다음 날 병원에서 눈을 뜬 아이에게 전날 밤의 일은 설명할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사람들은 괴물 이야기를 사고의 충격으로 본 헛것이나 꿈으로 여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날의 화재와 괴물에 대한 기억도 서서히 희미해진다. 하지만 자신을 살리려 했던 하얀 괴물과 자신을 노렸던 검은 괴물, 그리고 팽나무를 통해 드러난 아이의 힘은 앞으로 굿나잇 헤어살롱과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증을 남긴다.<br>본격적인 이야기는 굿나잇 헤어살롱의 세 헤어스타일리스트 홍해와 성공, 매화가 출장 미용을 위해 산속의 한 저택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세 사람은 겉모습부터 성격까지 제각각이지만 평범한 미용사들과는 거리가 멀다. 기억을 잃은 채 열일곱 살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홍해는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고 무엇이든 먹을 수 있으며, 성공은 팽나무 신령과 연결되어 특별한 힘을 사용한다. 매화 역시 악귀를 상대하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는 세 사람의 모습은 무거워질 수 있는 퇴귀 이야기에 적당한 유쾌함을 더한다.​이날 이들이 찾아간 곳은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집에 머물고 있는 고등학생 이보미의 집이다. 보미의 언니 보아가 한 달 전 학교에서 목숨을 잃은 뒤 보미에게도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고, 먼저 도움을 요청한 사람 역시 보아였다. 저택에 도착한 세 사람은 보아의 영혼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보미에게 붙은 존재가 단순한 악귀가 아니라는 단서를 하나씩 찾아낸다. 특히 사진 속 보아와 보미, 친구들의 머리카락에 검붉은 기운이 얽혀 있는 것을 확인한 홍해는 그 배후에 수살귀가 있음을 알아챈다. 한 사람에게 붙은 귀신을 떼어 내는 일로 보였던 의뢰가 여러 학생과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굿나잇 헤어살롱의 첫 번째 퇴귀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br>보미에게 붙은 존재가 수살귀임을 알아챈 세 사람은 곧바로 퇴귀에 들어간다. 매화꽃 샴푸와 트리트먼트 젤, 퇴귀 가위처럼 미용 도구 하나하나가 악귀를 몰아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보미의 몸에 깃든 악귀를 머리카락으로 끌어내 잘라 내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수살귀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홍해를 ‘불가사리’라고 부르며 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듯한 말을 던지고 기억을 잃은 홍해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크게 흔들린다.​홍해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잃어버린 기억만이 아니다. 얼마 전 퇴귀 과정에서 김 실장이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을 겪은 뒤부터 그는 동료들이 또다시 다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성공과 매화가 몸을 아끼지 않고 악귀와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기에 수살귀를 따라가면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더해진다. 보미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과 자신의 과거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홍해. 과연 이들은 수살귀의 방해를 뚫고 무사히 퇴귀를 끝낼 수 있을까?​70쪽 남짓한 가제본을 덮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것이다. 강렬한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개성 뚜렷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퇴귀 과정에서는 긴장감을 높이다가도 세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풀어 주는 등 호러 판타지의 재미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무섭고 기묘한 장면 사이에 유쾌함을 적절히 섞어 놓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무엇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 정식 출간본을 기다리게 한다. 홍해가 잃어버린 기억과 정체는 무엇인지, 굿나잇 헤어살롱의 사람들은 어떤 사연을 지니고 있는지, 앞으로 또 어떤 귀신과 손님을 만나게 될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귀신을 쫓는 미용사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읽게 된 책이지만, 가제본을 읽고 나니 이제는 굿나잇 헤어살롱에서 펼쳐질 더 큰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짧게 맛본 만큼 정식 출간본에서는 어떤 세계가 더 펼쳐질지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827/pimg_63923408060123886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74463</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현] 푸른 사자 와니니 10 - 초원으로 가는 길 - [푸른 사자 와니니 10 - 초원으로 가는 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50606</link><pubDate>Fri, 14 Aug 2026 15: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506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43542&TPaperId=174506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9/52/coveroff/893644354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43542&TPaperId=174506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푸른 사자 와니니 10 - 초원으로 가는 길</a><br/>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6년 07월<br/></td></tr></table><br/>우리 집 아이들이 참 좋아하였던 &lt;푸른 사자 와니니&gt; 시리즈가 드디어 완결이 되었다. 이 책은 쓸모없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났던 어린 암사자 와니니가 수많은 만남과 선택을 거치며 한 시대를 이끄는 우두머리로 성장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2015년 첫 권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이어진 이야기는 어느덧 100만 명이 넘는 독자를 만났고, 초등학교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도 꾸준히 읽혀 왔다. 2022년에는 IBBY가 선정한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읽어야 할 책’에 이름을 올렸으며, 2025년에는 권정생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뮤지컬에 이어 공연 실황 영화까지 제작되면서 책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무대와 스크린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한 권의 동화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10년에 걸쳐 독자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으니 &lt;푸른 사자 와니니&gt;의 오랜 독자로서 마지막 권을 만나는 감회가 남다르다.​그 긴 여정의 마지막인 &lt;푸른 사자 와니니 10: 초원으로 가는 길&gt;은 지금까지 시리즈를 관통해 온 ‘성장’이라는 주제를 이전과는 다른 위치에서 풀어낸다. 처음의 와니니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 초원을 달리던 어린 사자였다면 이제는 무리를 책임지는 우두머리이자 성장한 딸들의 선택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가 되었다. 오랜 벗과의 이별과 불타 버린 검은 땅, 새로운 삶을 꿈꾸는 다음 세대를 마주하면서 와니니가 고민해야 할 것 역시 달라진다. 이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만큼이나 자신이 지켜 온 것을 어떻게 물려주고,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어린 암사자의 홀로서기에서 출발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무엇을 남기고 물려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와니니가 처음 초원에 홀로 내던져졌던 순간부터 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지금까지의 변화를 생각하면 이러한 결말은 지난 10년의 이야기가 어디를 향해 달려왔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br>책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등장인물과 주요 인물들의 관계, 지난 권까지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 놓아 오랜만에 시리즈를 다시 만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권에 이르는 동안 와니니 곁에는 수많은 사자들이 머물렀다가 떠났고, 새로운 무리와 다음 세대가 등장하면서 인물들의 관계도 한층 넓어졌다. 특히 이번 권에서는 와니니 무리뿐 아니라 이들을 도운 코끼리와 새롭게 등장하는 수사자들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그동안 이어져 온 관계와 현재의 상황을 정리한 뒤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앞 이야기’에서는 한 살 무렵 무리에서 쫓겨났던 와니니가 친구들을 만나 자신만의 무리를 이루고 검은 땅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짚어 주면서 어린 암사자였던 와니니가 지금의 우두머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지나왔는지도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한다.<br>10권은 인간이 놓은 불이 와니니 무리가 살아온 검은 땅을 집어삼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불길은 마른 풀숲을 따라 빠르게 번지고 와니니는 무리를 이끌고 불길이 닿지 않은 바위 언덕을 넘어 인간의 길 건너편 낯선 초원으로 피한다. 평소라면 서로 쫓고 쫓겼을 동물들까지 한 방향으로 달아날 만큼 불은 초원을 순식간에 뒤흔든다. 와니니 역시 무리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이지만 피난길 내내 마음에 걸리는 존재가 있다. 지난 권에서 입은 상처가 낫지 않아 눈에 띄게 쇠약해진 바라바라였다.​가까스로 불길을 벗어나 새로운 풀숲에 도착한 와니니는 그제야 바라바라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힘차게 포효하며 곁에 있던 바라바라가 끝내 무리를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와니니는 곧바로 그를 찾아 되돌아가지만 검은 땅은 이미 불길에 휩싸였고 어디에서도 바라바라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삶의 터전을 잃은 상황에서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벗마저 사라지면서 완결편의 시작부터 와니니에게 또 한 번의 큰 상실이 찾아온다.<br>불길을 피해 도착한 새로운 초원은 검은 땅과 달리 사냥감이 풍부하고 평화롭다. 성장한 딸들은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며 새로운 만남과 모험을 기대하지만, 와니니의 마음은 여전히 검은 땅을 향해 있다. 불에 타 모든 것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이 돋고 동물들이 돌아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터전을 일구고 무리를 키워 온 와니니에게 검은 땅은 쉽게 포기하고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딸들에게는 익숙한 터전을 지키는 일보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었다.​그런 딸들의 모습은 첫 권에서 마디바가 정한 질서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섰던 어린 와니니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는 자신이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입장이었던 와니니가 이제는 부모이자 우두머리가 되어 다음 세대의 선택을 지켜봐야 하는 위치에 선 것이다. 자신이 지켜 온 검은 땅으로 돌아가려는 와니니와 새로운 세상을 향하려는 딸들의 모습이 나란히 놓이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세대의 변화로 시선을 넓힌다. 와니니의 성장이 자신만의 무리를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 무리에서 자란 이들이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바라보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낯선 초원에서 와니니는 오래전 자신이 찾아 나섰던 전설의 장소와 다시 연결된다. 호기심 많은 타야리가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가 두 늙은 수코끼리에게 구조되는데, 그들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비구름이 머무는 초원’이다. 이곳은 첫 권에서 어린 와니니가 잠보, 아산테 아저씨, 말라이카와 함께 찾아갔다가 가파른 낭떠러지에 막혀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곳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뜻밖의 방식으로 다시 그곳의 소식을 접한 와니니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한편 낯선 초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와니니의 딸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새로운 존재들을 만나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하면서 저마다 원하는 삶의 모습이 조금씩 뚜렷해지는 것이다. 와니니는 그런 딸들의 선택을 대신 결정하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지켜보며 필요할 때는 떠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다. 이후 다시 찾은 검은 땅에도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기다리고 있어 와니니는 우두머리로서 또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하는 사냥만이 사냥인 건 아니다'라는 말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만큼 실패하고 돌아서고 다시 선택하는 경험도 중요하다는 와니니 무리의 삶의 방식을 보여 주며 오래 마음에 남는다. ​&lt;푸른 사자 와니니&gt;의 첫 장면을 떠올려 보면 와니니의 변화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무리에서 쫓겨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 헤매던 어린 암사자는 어느새 다른 이들을 이끌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할 줄 아는 우두머리가 되었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 새로운 시작을 거치며 조금씩 달라져 온 와니니의 모습은 10권에 걸친 긴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그리고 “초원이 선물한 오늘을 살아갈 것이다.”라는 와니니의 다짐도 오래 남는다. 10년 전 작고 서툰 암사자로 처음 만났던 와니니가 훌쩍 성장한 것처럼, 이 시리즈를 좋아했던 우리 집 아이들도 어느새 한 명은 성인이 되었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릴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와니니의 초원을 만나 온 지난 시간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어 마지막 책을 덮는 마음이 남다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9/52/cover150/893644354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695221</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조우리] 도도클럽 1- 보름밤의 담력 시험 - [도도클럽 1 - 보름밤의 담력 시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44979</link><pubDate>Tue, 11 Aug 2026 18: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449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1773&TPaperId=174449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0/24/coveroff/89364317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1773&TPaperId=174449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도클럽 1 - 보름밤의 담력 시험</a><br/>조우리 지음 / 창비 / 2026년 07월<br/></td></tr></table><br/>표지 그림 속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읽게 된 책이다. &lt;도도 클럽 1 - 보름밤의 담력시험&gt;은 한국 전통의 도사를 키우는 도량중학교를 배경으로 각자의 비밀을 지닌 비아, 도림, 소이가 도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에 도깨비와 요괴, 부적과 도술 등 우리 전통 설화의 요소를 더해 학교 판타지라는 익숙한 장르를 새로운 분위기로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는 도량중학교 입학을 앞둔 세 친구가 보름밤 담력시험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도깨비왕의 후계자인 비아, 도사 집안 출신으로 부적을 사용하는 도림, 인간을 관찰하기 위해 지구에 온 외계인 소이는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 채 요괴와 맞서게 된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세 친구가 서로를 알아가고 도사로서 첫 시험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모험과 성장의 시작을 보여 준다.​본격적인 이야기는 도량중학교 신입생들이 예비 소집일에 참석하기 위해 도량산을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산 아래에 도착하지만, 안내문을 든 채 혼자 학교를 찾아가야 한다. 그중 비아는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을 생각하며 설레지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 긴장하기도 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오른쪽 가슴에 손을 얹는 모습에서 비아가 인간이 아닌 어린 도깨비라는 사실도 드러난다.​학교로 향하는 길에서 아이들은 오르막길과 갈림길을 지나며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처음 만난 아이들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 과정은 앞으로 이들이 친구가 되고 함께 사건을 겪게 될 것임을 보여 준다. 산속에 자리한 도량중학교와 학생들만 참석할 수 있는 예비 소집일, 그리고 저마다 비밀을 지닌 신입생들의 등장은 학교가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며 이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br>도량중학교에 들어선 뒤에는 또 다른 주인공 도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신입생 대표로 단상에 오른 도림은 단정한 단발머리와 또렷한 인상만으로도 첫 등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아와는 다른 분위기를 지닌 도림은 유서 깊은 도사 집안의 막내딸로, 도사라는 존재와 도량중학교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덕분에 도림을 통해 작품의 세계관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특히 도림이 지니고 있는 만사형통 부적은 이후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장치이자 어떤 사건이 다가올지 기대하게 만든다. 도림의 아버지는 꼭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라고 당부하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 부적이 쓰이게 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이처럼 저자는 도사와 부적이라는 우리 전통의 소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여 내며 앞으로 펼쳐질 사건을 기대하게 만든다. 비아와 도림, 그리고 아직 모습을 모두 드러내지 않은 소이가 어떤 방식으로 힘을 모아 가게 될지 더욱 궁금해진다. ​본격적인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보름밤에 열리는 신입생 담력시험이다. 룸메이트가 된 비아와 도림은 늘 수첩을 들고 다니는 소이와 함께 예상하지 못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서로 다른 성격과 비밀을 지닌 세 아이가 처음으로 힘을 모으는 과정은 앞으로 이어질 모험의 출발점이 된다.​그리고 담력시험은 단순히 용기를 겨루는 행사가 아니라 도량중학교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을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학생들만의 전통이라고 생각했던 시험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곳곳에 남겨진 단서들은 '이 시험은 왜 열리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저자는 사건의 실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은 채 긴장감을 이어 가며 독자가 세 친구와 함께 학교의 비밀을 따라가도록 이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세 친구가 마주하게 될 첫 번째 모험의 결말이 궁금해진다.​이 책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시리즈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첫 권에서는 도도클럽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세 친구가 처음으로 힘을 모으는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앞으로 이어질 모험을 위한 배경과 인물들의 관계를 차근차근 쌓아 나간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사건의 해결 자체보다 도도클럽이 어떤 모임이며 세 친구가 어떤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하다.​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 전통 설화의 소재를 학교 판타지와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깨비와 도사, 요괴와 부적 같은 요소를 학교생활 속에 녹여 내면서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구성하고 있어 굉장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나몬 작가의 그림은 도량중학교와 등장인물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 책 말미에 수록된 한자어 사전은 작품 속 용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첫 권에서 도도클럽이 결성되고 첫 사건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이들이 어떤 사건을 만나고 도사로서 어떻게 성장해 갈지 다음 권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0/24/cover150/89364317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302401</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김선미]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 -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37711</link><pubDate>Fri, 07 Aug 2026 16: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3771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0127&TPaperId=174377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3/75/coveroff/k8921301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0127&TPaperId=1743771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a><br/>김선미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07월<br/></td></tr></table><br/>책의 띠지에 적힌 “슬픔도 유행이 되어야 사람들이 안 잊어.”라는 문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작품의 일부를 먼저 읽었을 때는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단숨에 읽었지만, 결말까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유명 인플루언서 진다이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지, 작가가 이 사건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정식 출간과 함께 비로소 작품 전체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lt;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gt;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이면에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인간관계와 인정 욕구를 담아내고 있다. 소설은 조회수와 '좋아요'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이미지가 실제 삶을 대신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다니'가 진다이아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단순히 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은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쉽게 소비하고 판단하는지, 그리고 화면 속 이미지가 아닌 한 사람 자체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되짚어 보게 한다.<br>이야기의 시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진다이아의 죽음보다 그 죽음을 둘러싼 온라인의 풍경이다. 마지막 게시물의 댓글 창에는 추모와 비난, 의혹이 뒤섞여 끊임없이 쌓이고,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좋아요' 수는 늘어나지만 팔로워 수는 빠르게 줄어든다. 이 장면은 한 사람의 죽음마저도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소비되고, 관심 또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소셜미디어의 단면을 보여 준다.​저자는 이러한 풍경을 제시한 뒤 곧바로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진다이아를 둘러싼 엇갈린 반응과 분위기를 먼저 보여 주며 '과연 진다이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품게 한다. 이후 이야기는 그 질문을 따라 진다이아의 삶을 하나씩 되짚어 나가고 독자는 흩어진 단서를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br>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진다이아를 하나의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엄마와 동생 루비, 세정, 수영, 그리고 서준까지 저마다 기억하는 진다이아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저자는 한 사람을 둘러싼 여러 기억과 감정을 쌓아 가며 인플루언서라는 이미지 뒤에 있던 진다이아의 삶을 보여 준다.​다니가 진다이아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에서 그녀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장면도 인상 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사진 한 장이었지만 진다이아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기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남는다. 소설은 이 장면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어떻게 타인의 시선과 숫자에 자신을 맞추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결국 진다이아의 이야기는 한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넘어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책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바로 '본다는 것'의 의미이다. 추모식장에서는 진다이아를 기리는 영상이 흐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진을 찍고 게시물에 올릴 문구와 해시태그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 장면은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아들이는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타인을 기억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사람보다 이미지와 반응에 더 익숙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그런 점에서 &lt;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gt;는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넘어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우리는 보이는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쉽게 판단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소설은 서로 다른 기억과 시선 속에서 한 사람을 단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며 타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제대로 바라보려는 태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향한 이야기인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3/75/cover150/k89213012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337585</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권혜경] 감정 조절 - [감정 조절 -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 내는 방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23943</link><pubDate>Fri, 31 Jul 2026 15: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2394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349&TPaperId=174239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9/78/coveroff/893247634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349&TPaperId=1742394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감정 조절 -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 내는 방법</a><br/>권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07월<br/></td></tr></table><br/>'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내는 방법'이라는 소제목의 문구가 인상 깊어 읽게 된 책이다.이 책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2016년 출간 이후 감정 조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꾸준히 읽혀 온 이 책은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축적한 심리 치료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반영해 오늘날 더욱 중요해진 감정 조절의 의미를 다시 정리하며 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 건강한 관계와 안정된 삶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이번 개정증보판은 변화한 사회 현실을 반영해 내용을 한층 보강했다고 한다. 세대 간 트라우마의 대물림과 내면가족체계(IFS) 심리 치료를 비롯하여 남녀 갈등, 여성을 향한 폭력, 공포를 이용한 진영 갈등, 마음의 다중성 등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 심리적 문제들을 새롭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 애착 유형 검사와 장별 명상 실습을 추가하여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직접 돌아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책은 변화한 사회 환경 속에서 감정을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br>책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부분은 감정 조절의 핵심을 안전감에서 찾는 관점이다. 저자는 감정 조절을 단순히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본능과 연결된 기능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때 비로소 사고하고 협력하며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발달해 왔다. 반대로 신체적·심리적 안전이 위협받는 순간에는 이를 생존의 위기로 인식해 싸우거나 도망가고 때로는 얼어붙는 방어 반응을 우선적으로 작동시킨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나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보다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먼저가 되므로, 감정 조절 역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저자는 이러한 안전감을 개인의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형성되는 개인적 안전감 뿐 아니라 학교와 직장, 사회와 국가처럼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사회적 안전감 역시 감정 조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결국 안정된 환경은 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유연하게 다루고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토대가 되며 감정 조절이 가능한 개인들이 다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더 큰 안전감을 형성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감정 조절을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감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생존 시스템으로 설명한 점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자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 부분이다.<br>책은 먼저 감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감정을 현재의 경험을 빠르게 해석하고 행동의 방향을 알려 주는 생존의 신호로 설명한다. 불안은 위험을 피하도록 경고하고, 기쁨은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도록 이끌며, 슬픔과 분노 역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감정은 표정과 시선, 목소리, 몸짓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상태를 전달하고 서로 공감하도록 돕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결국 감정은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해 갖추게 된 필수적인 기능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이러한 관점 위에서 저자는 감정 조절의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감정 조절은 화를 참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며 좋은 감정만 선택적으로 느끼는 상태는 더더욱 아니다.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되 그 감정에 휘둘려 이성을 잃지도, 반대로 감정을 무감각하게 차단하지도 않는 상태가 진정한 감정 조절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람마다 감정을 견딜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감정 조절이 잘되는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균형을 유지하는 반면, 그 범위가 좁을수록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분노하거나 불안과 우울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마음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 감정 조절의 본질이라는 점을 책을 통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br>그리고 감정 조절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몸과 마음을 서로 분리된 것으로 보는 대신, 하나의 경험을 함께 처리하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바라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의 뇌를 생존 기능을 담당하는 뇌간, 감정과 기억을 다루는 변연계, 이성과 판단을 맡는 대뇌피질로 나누어 살펴본다. 특히 변연계에 속한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는 화재경보기처럼 작동해 사소한 자극에도 위협 신호를 보낼 수 있고 해마는 경험을 시간과 공간의 맥락 속에서 기억으로 저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감정에 압도되면 경험이 온전한 이야기로 정리되지 못한 채 파편적인 감각과 공포로 남을 수 있으며 이후 비슷한 자극을 만났을 때 과거의 일이 현재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 설명을 통해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는 행동을 단순히 의지 부족이나 성격의 문제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대뇌피질, 특히 전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위협이 강하게 감지되면 편도체와 뇌간의 생존 반응이 우선하면서 전전두엽의 이성적 판단 능력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자율신경계도 함께 반응해 교감신경은 심장박동과 호흡을 빠르게 하며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시키고, 부교감신경은 몸을 느리게 하며 휴식과 회복을 돕는다. 두 체계가 상황에 맞게 균형을 이루면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불안과 분노가 계속되거나 무기력하게 얼어붙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감정 조절은 생각만으로 마음을 통제하는 일이 아니라 뇌와 신체, 기억과 신경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위협에서 벗어나 평형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br>이후 책은 감정 조절의 원리와 원인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심호흡과 근육 이완, 명상처럼 몸의 긴장을 낮추는 방법부터 상상과 놀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활용하는 방법, 관계 속 갈등을 보다 건강하게 다루는 태도까지 폭넓게 다룬다. 도파민과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 감정과 관련된 신체 반응을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하여 자신의 상태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유아기에 양육자와 맺은 관계가 성인이 된 이후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하고 독자가 자신의 관계 방식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성인 애착 검사’를 실어 이해를 돕고 있다. 여기에 각 장의 내용과 연결된 명상 실습까지 더해져 책에서 배운 개념을 머리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신체 반응을 직접 관찰하고 연습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더욱 유용하다. ​결국 &lt;감정 조절&gt;은 감정 문제를 개인의 의지나 성격 탓으로 돌리지 않고 한 사람이 살아온 관계와 환경, 몸과 신경계의 반응까지 함께 살펴보게 만든다.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을 단순히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미성숙하다고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위협을 경험했고 왜 방어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감정 상태는 가정과 학교, 직장과 사회의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감정 조절을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감정을 없애거나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고 있어 더 현실적이다. 불안과 분노, 슬픔 같은 감정도 삶에 필요한 신호임을 인정하고 그 감정이 삶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다시 중심을 찾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자신의 애착 유형과 반복되는 반응을 점검하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며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씩 넓어질 수 있다. 책을 통해 오늘날 처럼 불안과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나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건강한 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책을 통해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을 선물하였다고 본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9/78/cover150/893247634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297841</link></image></item><item><author>황수진</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리앤 텐 브링크] 독성인간 - [독성 인간 - 그들의 다크 심리를 무력화하는 7가지 심리 전략]</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19055</link><pubDate>Wed, 29 Jul 2026 13: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6875112/174190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300281&TPaperId=174190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87/68/coveroff/890130028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300281&TPaperId=174190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독성 인간 - 그들의 다크 심리를 무력화하는 7가지 심리 전략</a><br/>리앤 텐 브링크 지음, 김효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독성 인간'이라는 제목에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스트, 마키아벨리언, 사디즘과 같은 이른바 어둠의 성격 유형을 지닌 사람들이 개인과 조직,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인물들이 영화나 범죄 사건 속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직장의 상사, 동료, 연인, 이웃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임을 보여 주며 그들의 행동 원리와 거짓, 조종의 메커니즘을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한다.​특히 이 책은 단순히 독성 인간의 특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우리는 오히려 그들에게 쉽게 끌리는지, 무례함을 능력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거짓말과 가스라이팅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등을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교도소 수감자부터 헤지펀드 매니저,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 대상을 바탕으로 독성 인간이 권력을 획득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한편, 그들의 조종과 기만에서 벗어나 삶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br>저자는 먼저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오랫동안 편견과 오해 속에서 사용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동성애자에게까지 사이코패스 성격이라는 낙인을 찍었던 사례를 통해 개념이 얼마나 모호하게 남용되었는지를 설명한 뒤, 현대 심리학은 이를 냉담함과 조종성, 충동성, 반사회성 등으로 이루어진 측정 가능한 성격 특성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러한 어두운 성향은 연쇄살인범이나 강력범죄자 같은 극단적인 인물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 타인을 괴롭히는 이웃이나 자신을 과시하며 뒤에서 험담하는 동료, 상대를 통제하려는 연인처럼 우리의 일상 속 다양한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사이코패시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틀임을 강조하고 있다.​책은 인간 본성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수의 독성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협력과 공감을 바탕으로 살아가지만 독성 인간에게 권력과 신뢰가 집중될 때 조직과 사회의 기준은 쉽게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 책은 독성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미리 식별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인물이 영향력을 얻지 못하도록 우리의 판단 기준을 돌아볼 필요성을 제안한다. 결국 독성 인간을 연구하는 목적은 인간을 불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데 있음을 일깨워 준다.<br>이러한 독성 인간은 극소수의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분포하고 있다. 저자는 여러 심리학 연구를 종합한 결과, 연구 대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체 인구의 약 20퍼센트가 비교적 강한 어둠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적십자사 헌혈자나 노숙자 쉼터 자원봉사자처럼 친사회적 행동을 실천하는 집단에서는 그 비율이 더 낮아질 수 있는 반면,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훨씬 높은 수치가 나타났다. 이는 독성 인간이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연속선 형태로 분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평소에는 선량한 사람이라도 극심한 스트레스나 특정한 환경에서는 일시적으로 냉담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상황적 사이코패스'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의 행동은 성격과 환경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임을 설명하고 있다.​이처럼 인간의 어두운 성향은 하나의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적 틀로 '어둠의 네 가지 유형(Dark Tetrad)'을 제시한다. 사이코패시를 비롯해 과도한 자기애를 보이는 나르시시즘, 타인을 계산적으로 이용하고 조종하려는 마키아벨리즘, 타인의 고통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디즘은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지만 공감 능력의 결핍과 타인을 도구처럼 대하는 태도라는 공통된 기반을 공유한다. 또한 이러한 성향은 반사회성 성격장애나 자기애성 성격장애 등과도 일부 맞닿아 있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며 각각의 특성을 함께 이해할 때 현실에서 마주하는 독성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독성 인간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그들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독성 인간에게 쉽게 속는 이유가 피상적 매력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자신감 있고 호감 가는 모습으로 다가와 상대의 신뢰를 얻은 뒤 조종과 기만을 시작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진실 기본값(truth-default)'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독성 인간은 이러한 인간 심리를 누구보다 교묘하게 이용하며 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한다.​그렇다고 이들의 거짓을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눈을 피하거나 안절부절못한다는 통념과 달리 진실을 가려내는 핵심은 비언어적 행동보다 이야기의 구체성과 일관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준비된 거짓말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 앞에서 쉽게 허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 분석과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독성 인간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는 질문법과 진단 기준을 제시하며 중요한 것은 상대를 무조건 의심하는 태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과 모순된 언행을 차분히 관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독성 인간을 알아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감에만 의존하기보다 심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데 있음을 깨닫게 한다.​책을 다 읽고 오래 남은 질문은 '독성 인간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그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저자는 관계를 끊을 수 있다면 미련보다 현실을 선택하고 떠날 수 없는 관계라면 명확한 경계를 세우며 상대의 말보다 행동과 사실을 확인하라고 권한다. 독성 인간이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에 자신의 삶을 맡기기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지켜 내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뜻이다. 관계의 방향은 결국 상대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서 결정된다는 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그리고 책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독성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군중심리와 경쟁, 스트레스 같은 환경 속에서 누구에게나 드러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한다. 평범한 사람도 상황에 따라 독성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타인을 경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자신의 말과 행동까지 돌아보게 한다. 결국 건강한 관계는 누군가를 바꾸려는 기대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스스로의 태도를 다듬으려는 노력 속에서 만들어짐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87/68/cover150/890130028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876871</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