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이 너는 반드시 우리 가문의 이름을 되살리고, 우리집안 명예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 어머니는 늘상 이런 말을 후렴구처럼 외워대곤 했다. 아직도 그의 종갓집 문중은 안동 지역의부유한 땅에서 대대로 권세와 번창을 누리고 있었지만, 정작 한철의가족은 할아버지 시절부터 본가와 연락을 끊은 채 떨어져 살던 터였다. 가세가 기운 지금 그들의 형편은 이웃 소작농들보다 사정이 나올게 없었으나, 가문의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한 형식적인 예의범절을 엄격히 지키며 양반으로서의 긍지를 간직하고 있었다. 가족들은언젠가 한철이 대학에 진학하여 훌륭한 직업을 가지고 출세하게 되면 그들 모두를 현재의 비참함으로부터 구원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323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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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흑백으로 딱 잘라 나눌 수는 없는 법이야." 연화가 대꾸했다.
"어쨌든, 지금은 우리 둘 다 잠이나 자자."
302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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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나니,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내일 옥희를 만나면이 모든 것을 그에게 설명해 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세상 무엇보다안전하게 지켜내고 싶은 사람이 바로 옥희라는 것도 말해주고 싶다.
250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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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나는 종로 암흑가의 세심한 견제와 균형을 갑작스레 뒤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매일 내 수하들을 셋씩 혹은 넷씩 짝지어 보냈고, 그러면 그들은일주일에 한 번씩 같은 장소를 방문하며 수금을 해왔다. 우리는 누구에게라도 마지막 남은 돈까지 쥐어짜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했다. 바로 그럴 때 진정한 반항심이 깃들기 마련이니, 이런 일을하려면 상대를 절박한 상태로 몰아넣지 않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건 나를 탁월한 싸움꾼으로 만들어준 또 다른 요인이기도 했다.239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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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는 옥희에게 말하고 싶었다.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네가 있다고. 마치 집이라도 되는 양, 넌 아예 그곳에 눌러앉아 살 수도 있을거라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수줍음의 물결이 그를 뒤덮어 정호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아침 햇살이 옥희의 속눈썹 끝에서 반짝였다.
간밤에 빗어 땋아둔 머리에서 아무렇게나 빠져나온 잔머리들이 옥희의 얼굴 주위를 구름처럼 곱슬곱슬하게 덮었다. 옥희는 지금까지살아온 열한 해의 삶보다 훨씬 더 위대한 무엇인가를 약속하는 밝은빛에 둘러싸여 있었고, 정호는 다가올 그 미래 속 옥희의 모습까지도 미리 넘겨다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212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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