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이 너는 반드시 우리 가문의 이름을 되살리고, 우리집안 명예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 어머니는 늘상 이런 말을 후렴구처럼 외워대곤 했다. 아직도 그의 종갓집 문중은 안동 지역의부유한 땅에서 대대로 권세와 번창을 누리고 있었지만, 정작 한철의가족은 할아버지 시절부터 본가와 연락을 끊은 채 떨어져 살던 터였다. 가세가 기운 지금 그들의 형편은 이웃 소작농들보다 사정이 나올게 없었으나, 가문의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한 형식적인 예의범절을 엄격히 지키며 양반으로서의 긍지를 간직하고 있었다. 가족들은언젠가 한철이 대학에 진학하여 훌륭한 직업을 가지고 출세하게 되면 그들 모두를 현재의 비참함으로부터 구원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323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