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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평점 :
네이버에 속물근성을 검색해 보니 '금전이나 명예를 제일로 치고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생각이나 성질'이라고 나온다. 누구나 자기만의 속물근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분명 재미있다. 술술 읽히는 문체와 각각의 사물에 대한 역사와 상식이 깃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욕망의 덩어리 인간은 늘 미를 쫓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예쁜 것에 눈이 간다. 술을 좋아하는 저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대안을 찾던 중 우연히 맛본 홍차로 인해 그 매력에 빠지면서 찻잔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저자가 고르고 고른 찻잔 사진은 내가 봐도 그 특이함과 아름다움에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아, 이런 홍차 잔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차'라는 문화에 담긴 역사와 인문학은 곧 아비투스로 귀결되는 데 현대에도 여전하다고 생각되었다.
격식과 품격 하면 떠오르는 양복 정장에 얽힌 내용을 읽으며 뭐가 이렇게 복잡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짧은 글에서 그에 대한 새로운 상식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양복을 격식대로 입으면 참 불편하다 싶지만 가끔은 품위 있는 멋을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저자는 피력한다. 저자는 경복궁 주변에서 정통 한복이 아닌 변형된 한복을 입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에서 잘못된 한복의 이미지가 심어질까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는데 내 눈에도 변형된 한복은 어딘가 불편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스태퍼드셔 도그 인형이란 강아지 소품을 일컫는데 영국 빅토리아 시대, 19세기에 유행했다고 한다. 주로 주택의 난로 선반에 올려놓아서 '난로 강아지'로도 불렀다고 한다. 당시 전형적인 부르주아들의 신분 상징 장식품으로 신분 상승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저자는 '비누'에 얽힌 역사도 들려주며 사치품이 일상에 녹아들 때는 미감보다 기능이 더 도드라짐에 조선시대 가채의 흔적 없는 사라짐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지만 건질 게 많은 내용이 매력적인 책이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