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비비안 마이어가 기억날 듯 말 듯 하다. 특별히 사진을 배우진 않았지만 그냥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관심도 많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더욱 사진 찍는 걸 즐기게 되었는데 몇 년 전부턴 뜸하다. 아니, 거의 잘 찍지 않는다. 그 당시엔 목적이 있는 사진 찍기였기에 참 재미있는 활동이었고 열정도 상당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이 세상에 나온 건 절대적인 우연이었다. 2007년 시카고 경매장에서 존 말루프는 무명 사진작가가 찍은 네거티브 필름으로 가득한 상자를 구매한다. 본능적으로 상자 속 물건들이 특별하다는 걸 알아챈 그는 경매에서 같은 작가의 사진을 구매한 사람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의 노력으로 무명작가의 작품을 거의 다 모을 수 있었다. 세상엔 이렇게 우연히 발견되는 보석들이 있기에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이 무명 사진작가는 바로 비비안 마이어로 14만 점 중에서 4만 5000장은 현상도 하지 않은 채 발견되었다니 사뭇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의 사진을 적극 모은 말루프와 골드스타인은 그녀의 사진을 공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엄청난 반항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비비안 마이어의 전기라 칭할 수 있는 도서로, 그녀는 왜 직업 사진작가가 되지 않았고, 사진을 현상하지 않았으며, 또 자신의 사진을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아 그녀가 태어나기 전의 역사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그녀의 삶과 사진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다. 단지 무명 사진작가의 이름만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 관한 정보를 찾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그녀에 관한 세세한 정보를 찾아낸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부록 C를 통해 그 과정도 밝히고 있다.) 숱한 세월 속에서 그가 찾아낸 자료는 무척 인상적이었고 놀라웠다.
책 속에는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사진을 모르는 이가 봐도 참 잘 찍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각의 사진에는 배경과 연도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에 대한 특징을 통해지닌 값어치를 확인하며 감상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또한 나 나름대로의 감상평도 마음속에 남겨 보았다.
기억은 희미해지고 사라지지만 영원히 남는 건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무명작가의 열정과 삶이 고스란히 저장된 사진이 세상에 빛을 본 순간 그녀는 너무나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추한다. 정말 멋진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