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모두 남자인 울 집엔 특별히 공구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모두가 똥 손이고 공구를 다룰 줄 모른다. 지금도 거실 등 하나가 수명을 다해 번쩍거리는 데 그 누구 하나 답답해하는 이가 없다.(나 빼고) 하여튼 특성화고 출신인 둘째 덕분에(?) 그나마 전동드릴 하나는 있지만 사용한 적 역시나 전무하다. 이 책은 이런 집안 분위기로 인해 평소 다양한 공구와 그 쓰임새가 궁금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손재주가 없고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다 보니 '만들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물론 한때 열풍을 일으킨 DIY가 인기 있을 땐 배워 보고 싶었으나 마음뿐이었다. 공구를 이용해 직접 뚝딱 만들어 내는 이들이 부러울 뿐이다. 현재는 직접 만드는 것보단 그저 집안에 탈 난 것들을 수리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만 희망한다.
- '여기에 선반을 달아볼까?', '테라스에 가림막을 달면 어떨까?', '망가진 빨래건조대를 고쳐 써볼까?' 지금 상태에서 얼마나 더 편안해질 수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공구와 함께하는 일은 그래서 특별하다. 물건을 사랑하는 것이 그 물건에 쌓인 추억을 되새기는 일이라면, 공구를 좋아하는 것은 공간에 잠재된 가능성을 생각하고 끄집어내는 일이다. ... 인생에 도움이 되는 친구이자 든든한 파트너인 공구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어떻게 만났는지, 함께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하고, 가끔은 웃픈 실패담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 싶었다.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고, 얼마든지 서툴러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P 8~9
1장에서는 전동 드라이버, 수동 드라이버, 드라이버 비트와 나사못, 렌치, 자, 전동 드릴 등 다양한 공구를 만난다. 어쩌면 기본적인 공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 데 하나씩 그 쓰임새를 알아가는 재미와 흥미로움이 컸다. 울 집에서 유일하게 그나마 자주 쓰이는 공구는 바로 수동 드라이버이다. 솔직히 이마저도 필요할 땐 어디다 뒀는지 몰라 여기저기 찾기가 일쑤인데 크게 나사 풀 일이 없다 보니 그런 것 같다.
-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건 돌리는 힘이 아니라 '누르는 힘'이다. P 30
특별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수동 드라이버의 제대로 된 이용 방법에 대해 몰랐었나 보다. 아니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맞겠다. 수동 드라이버는 돌리는 힘이 아닌 누르는 힘으로 나사를 푸는 것이라니, 사실 내가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춰 사용했는지도 확실치 않다.
드라이버 비트와 나사못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나는 그저 길이에 대한 차이만 생각했는데 그 제각각의 용도를 정확히 알게 되어 좋았다. 눈에 익은 공구라도 그 정확한 명칭조차 몰랐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흐뭇하다.
벽에 뭘 장식하는 걸 싫어하다 보니 못 박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벽을 활용한 장식대들이 탐이 난다. 나사는 그냥 박으면 된다 생각했는데 앞서 구멍을 먼저 뚫어야 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 많은 만큼 유익함으로 다가온다.
2장에서는 '도구와 공구의 경계에서'편으로 타카, 가위, 커터, 플라이어, 실리콘과 실리콘건, 글루건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참 신기하면서도 매우 편리한 것으로 생각한 공구(?)가 타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걸 알았다. 딱히 쓸 일이 있을까마는 탐나는 녀석이다.
부지런한 이들에게만 주로 필요한 것이 공구라 생각했다. 물론 여전히 내게 필요한 공구는 별로 없지만 저자가 직접 경험한 시행착오를 통한 그 올바른 사용법과 팁은 공구 초보자에겐 분명 많은 도움이 된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분과 각각의 공구가 지닌 쓰임새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도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