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바닥은 모양이 고르지는 않지만 편편한 돌들을 퍼즐 조각처럼 맞추어 깔았다. 암염소 가죽과 골풀로 만든 돗자리, 버드나무로 짠 몇 가지 가구, ‘버지니아호‘에서 건져온 식기류와 각등들, 망원경, 긴 칼그리고 벽에 걸어놓은 소총 한 자루는 로빈슨이 오랫동안잊고 있었던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는
‘버지니아호‘에서 가져온 몇 개의 상자 속에 들어 있던 옷들-그중 어떤 것은 상당히 멋있었다-도 모조리 꺼냈다.
그 뒤로 그는 저녁마다 옛날식 짧은 바지에 모자를 쓰고 긴양말과 구두를 갖춰 신은 다음에 식사를 하는 습관을 갖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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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그럭저럭 흘러갔지만, 로빈슨은 점점 더 자신의 하루 일과를 잘 계획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진흙탕 속에 다시 떨어져 짐승처럼 살게 될까 봐 늘 두려웠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오롯이 한 명의 인간으로 남아 있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나쁜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가 생각해낼 수 있는 일이라곤 노동과 규칙 그리고 섬에 있는 모든 자원을 샅샅이 조사하는 일뿐이었다.
그의 달력에 따라 1,000일째 되던 날, 로빈슨은 ‘스페란차성‘에 법령을 공포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예복으로 갈아입고, 서서 글을 쓸 수 있도록 고안하여 만든 책상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버지니아호‘에서 찾아낸, 바닷물에 글자가 지워졌지만 상태가 가장 괜찮은 책들 가운데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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