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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다. 새싹이 돋아나 우거지기 시작했다. 푸름이 싱싱할수록, 마음이 시리다. 4월에는 안 좋은 사고가 많았다. 어제도 서울에서 사고가 있었다. 그런 불운한 소식에 책을 집어들어야겠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은, 위안이 되고자 하는 책을 읽어보려고 했다.

 

 

1. <후예>

 

 

 

중국신화를 다룬 중국소설이다. 태양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후예의 이야기와 달나라에 산다는 항아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다. 중국신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소설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활의 명수인 후예는 소설에서 어떻게 그려졌을까. 항아는 어찌 그려졌을까. 알고 있는 신화와 비교하여 읽으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2. <말하자면 좋은 사람>

 

 

 

정이현 작가님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표지부터 따스한 느낌이 든다. 트위터에서 이 소설에 대한 제목은 원래 <당신이 잠깐 혼자이던 순간>이었다고 했다고 한다. 도시의 골목을 혼자 걷는 사람들의 아주 짧은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마음이 글에 어찌 녹아들었을지, 외로운 순간에 이 책이 어찌 읽히게 될지 궁금했다. 각각의 단편이 어떤 느낌으로 와닿을지도 기대되고, 꼭 읽고 싶은 책이다.

 

 

 

3. <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이 최근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중국행 슬로보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번째 소설집이라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도저히 친해질 수 없었던 내가, 소설집을 도전해보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다시 출간된 이 소설집에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친해질 수 있을지 감은 잡히지 않지만 예전과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장편과는 다른 소설집이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4. <느리게 배우는 사람>

 

 

 

제목이 끌렸다. <느리게 배우는 사람>. 느리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무엇이든 빠르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서 느리게 배운다는 것이 어떤 가르침을 줄지 궁금했다. 책 소개를 보니 이 또한 단편집이랬다. SF를 쓴 작가의 초기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아하, 그래서 제목이 <느리게 배우는 사람>이었나. 아, 이 책 꼭 읽었으면 좋겠다. 초기 작품, 왠지 설렌다.

 

 

 

5. <분더킨트>

 

 

 

책소개에서 '음악'이란 키워드를 보았다. 그리고 '소년소녀'라는 키워드가 왠지 성장을 이야기할 것 같다. 배경 자체도 조금은 음울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직 통일 전인 독일, 냉전시대.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담은 이야기. 이런 키워드들이 흥미를 자아낸다. 무엇을 이야기해줄까. 어떤 음악들이 나올까. 좋아하는 소재들이 어우러져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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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평가단 14기에 뽑혔다. 4월에 무슨 책을 읽을까 신간 도서를 많이 둘러보았다. 그중에 읽은 책도 있고 읽고 싶은 책도 있었다.

1. 히가시노 게이고의 <한여름의 방정식>

 

 

갈릴레오 시리즈가 새로 나왔다니! 이 책을 보자마자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가가 형사 시리즈와 갈릴레오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이번엔 어떤 미스터리를 선보일지 책소개만 봐도 눈이 휘둥그레지고 가슴이 떨린다. 그간 보여주었던 그의 작품 세계는 인간미가 넘쳤다. 작은 것 하나에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그 배려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유가와는 이번에 어떤 내용으로 감동을 줄지,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2. 정세랑의 <이만큼 가까이>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공모전 수상작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표지부터가 끌려 읽고 싶어졌다. 무엇보다도 정세랑 작가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필진으로 활동을 해온 사람이기에 절로 관심이 갔다.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 공모전에 당선된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참을 수가 없다.

3.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출판사의 책소개가 끌렸다.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작가를 모르지만, 그가 어떤 이야기를 적었을지 기대가 크다. 이 책이 던지고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어떻게 찾을지 궁금하다.

4. 다카기 아키미쓰의 <파계재판>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라는 카피 문구도 호기심을 자아내지만 전공이 법인 나로서는 법정소설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검은숲에서 야심차게 블라인드리뷰 이벤트를 했던 책이었기에 읽어보고 싶어졌다. 법정을 어떤 식으로 그렸을지를 가장 주목하고 싶은데,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만큼 현실적이고 현장감이 있고, 법정물다운 이야기였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자살클럽>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추리'라니! 책소개글을 본 순간 읽고 싶어졌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도 <보물섬>도 다 좋아하는 작품이기에, 그가 쓴 추리는 어떤 이야기일지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거기다가 단순히 추리도 아니고 '모험'이 가미된 추리물이라니. 끌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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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스
어빈 웰시 지음, 김지선 옮김 / 단숨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거리에서 온갖 쓰레기 봉투가 쌓인 더미를 본다. 그 안에는 누군가 먹다 버린 음료수도 있고 누가 씹다 뱉어버린 껌도 있고, 어느 누군가가 몰래 싸지르고 간 토사물도 있다. 꾸깃해진 과자 봉지 사이로 삐져 나온 잔해들. 그 쓰레기를 떠올리면서 나는 <필스>를 읽었다. 그 쓰레기처럼 브루스 로버트슨도 그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자기중심적이고 비열하고, 타인을 향한 배려심이 전혀 없는 안하무인과 후안무치인 모습을 보면서 통쾌하기보다는 불편함을 느꼈다. 거북함과 동시에 혐오감이 덕지덕지 새어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경위에 오르기 위해서 동료를 이용하고 동료를 모함하고, 심지어 친구마저 배신하는 그 모습에서, 얼마나 아연실색을 했는지. 그는 인간쓰레기였고 경찰이라기 보다는 범죄자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그가 여자와 하는 그 수많은 행위들, 남자를 조롱하고 친구를 비웃고, 여자들의 품격마저 떨어뜨리는 그 기가 막히는 말과 행동들.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 모습에서 나는 실망과 더불어 경악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내내 불편했던 것은, 나 또한 그처럼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그가 보여주는 그 추악한 모습들. 누군가를 모함하고 누군가를 깔보고 누군가를 매도하는 그 모습들은 언제라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할 수도 있는 행동들이었다. 형법에서 '잠재적 범죄자'라는 용어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고 사람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범죄자'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나 또한 그 잠재적 범죄자에 해당되는 것이리라. 비록 브루스의 모습을 보면서 치를 떨지만 한편으로는 그 행동에 공감을 하게 되는, 그런 모습들. 누군가를 헐뜯고 누군가를 비난하고, 어쩔 때에는 누군가를 나쁘게 몰아가는 나쁜 근성들. 나는 그것과 조우하기 싫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다.

 

브루스는, 어떤 한 남자를 살리려고 했다. 심장질환으로 인하여 거리에 쓰러진 한 남자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죽고 말았고, 그는 절망한다. 왜 그는 절망했는가? 왜 그는 그렇게 눈물을 흘렸는가? 왜 그는, 자기 자신을 그렇게 슬픔에 잠기게 두었는가?

 

그가 '인간적'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가 그 수많은 악행을 뒤로 하고 오직 하나의 점처럼 숭고하게 빛나는 착하고 선한 브루스의 모습이었다. 그 하나의 모습으로 인하여, 그의 매력이 반전되었다. 인간쓰레기가 아니라 불쌍히 봐야할 대상으로.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사악한 면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을 혐오하거나 싫어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브루스가 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행동들이었다. 그가 사람을 살리려고 한 것은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발판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남자는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고 그가 죽음으로 인하여 브루스는 '나은 인간'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모두 잃고 말았다.

 

몰락할 수밖에 없는 인생. 뿌린 대로 거두리라.

왜 이 글의 제목을 마지막에 가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지 나는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 <필스>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아니라, 브루스 로버트슨이라는 하나의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필스>라는 단어. 브루스는 항상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강하고 절대 남의 말에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남을 조죵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캐럴을 잃어버리면서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신은 그것을 늦게 깨달았을 뿐이다. 아주 늦게. 자기 자신이 중독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동정을 사게 될 때까지 몰랐을 뿐이다. 어쩌면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기중심적이고 자존심이 무척 강하고, 나르시즘에 심취한 사람이었으니까.

 

나약하기 때문에 망가질 수 있던 한 인간의 추락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약해지지 않으려고 그는 얼마나 버텼던가. 버티고 버텼지만, 그는 결국 고꾸라졌다.

 

그가 몰락하고 나서야, 비로서 웃을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그 다음엔 이런 질문을 받겠지.

 

'어떤 기분이 들었습니까?'

 

 

 

 

오물filth

다른 것은 짐승.

 

ㅡ누가 진짜 오물인가를 보여주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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