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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ㅣ 클래식 아고라 1
류성룡 지음, 장준호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평점 :
아이의 한국사 학습에 도움이 될 책들과 고전 읽기를 대비해 리스트를 고르다 내 눈과 마음에 들어 온 책. 징비록. 나도 한국사를 공부하며 누가 지었고 왜 만들었고 어떤 내용인지 대략적으로는 여러 번 들었지만 정식으로 읽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핑계를 이유삼아 읽기 시작했는데 왜 현재를 살아나가기 위해 역사를 배우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 했는지 너무 절절하게 느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이 시대로 돌아가 전쟁을 계속 겪어 내고 그 시대를 정말 살아 있으려고 버티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그 시대에는....나라를 지키는 군에 법(룰)이 없었다.
서로 싸우기만 바빠 보였다.
한빌 멀리서 봤었다면 한중일 사이에는 이미 전쟁의 조짐이 여러 곳에서 보이고 있음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기득권 대신들과 백성들은 안일함과 지금의 별 일 없음에 만족하고 나중을 대비하려 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부분을 읽는 동안 안타까웠고 화가 났었다. 임금도 눈치가 보여 그랬는지 아니면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그런지 민심을 동요하지 말라는 말만 하고 있다.
전쟁은 결국 발생했다.
임금을 모시고 피란을 가는 도중에도 서로가 싸움을 멈추지 않았고 죄를 따지기에만 급급했으며 죄를 물어 죽이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누가 누구랑 싸우고 있는건지.... 차라리 전쟁에 나가 싸우게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도 지켜주는 이 하나 없다.
적에게 잡혀가고 죽임을 당하거나 가족을 잃게 되고 모든 것을 빼앗기고 당하고만 있는 백성을 생각하는 이는 ...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마 그 평범한 백성들의 입장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는듯 하다.
글의 후반에는 드디어 이순신이 등장하고 겨우 들리는 승전 소식에 책 읽기가 조금 재미있어 지거나 나아지려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그래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그때를 기록하려 한 거 같아 나도 내 감정을 겨우 누르며 읽기를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책이 제법 두꺼워 받고 나서 놀랐었는데 그럴 만두 하지. 번역 해설을 담당한 선생님의 추가적인 설명과 주변 이야기들을 더 완벽한 이해를 위해 덧붙여 두셨더라.
유성룡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평가는 다 제각각인 듯 하나 전쟁이라는 큰 난리를 겪고 나서 그런 일을 두번 다시 생기지 않도록 반성하고 대비 하려 했다는 자세는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제서야 읽었던 이 징비록은 조선 후기시대와 일본에 대한 외교 및 역사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유성룡이 적어둔 글을 후대의 자손들이 책으로 엮어 냈다고 하는데 지난 시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하마터면 우리는 이 책을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후 이 책은 일본에서도 그렇게 많이 읽히고 유행을 했다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 책의 저자는 마지막에 묻는다.
왜 지금 징비록이냐고.
지금이 그때와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 실제로 무기로 싸우는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는 더 크고 더 어려운 전쟁같은 삶을 계속 살아내고 있으니까. 총 칼이 아닌 그 어떤 다른 것으로도 우린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적들과 계속 싸우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린 계속 대비하며 최악의 상황 앞에 놓였을 때 물러서거나 겁먹어서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방법조차 떠올리지 못하게 되는 걸 막아야 하니까 말이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읽기에 쉽지는 않은 책이었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양이 많기에 끊어서 쉬엄 쉬엄 읽다보니 시간과 노력이 조금 필요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노력해서 읽어 볼 가치가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