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마르고_김멜라


그녀는 마치 운동화 끈을 묶기 위해 구부려 앉은 아이를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사람이란 기다리기만 하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존재라고 믿는 것 같았다.
(...)
그녀는 사람에게 다가가 마음을 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먼저 주고, 준 만큼 되돌려 받지 못해도 다시 자기의 것을 주었다. 결국 그건 자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멀리, 크게 보면 그렇다고. - P27

가을 하늘이 파란 사탕 껍질처럼 펼쳐진 날이었다.



자긴 이미 여섯 살 때부터 알았다고. 그런 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 언젠가 자신이 신을 찾게 될 거라는 믿음이나 언젠가 예술을 하게 될 거라는 예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하게 되는, 영혼에 새겨진 주름 같은 것이라고. - P32

그리고 그 나무를 보았다. 산비탈에 서 있던, 한눈에도 메마르고 병들어 보이던 나무,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는 일이 고달프다는 듯 꽈배기처럼 몸을 뒤틀며 자란 나무. 다가가 굵은 줄기를 어루만지자 과자 조각처럼 껍질이 부서졌다. 그 껍질 속으로 검게 썩은 속살이 보였다. 그런데도 가지에 달린 잎만은 풍성해 둥근 잎들이 마치 꿀을 바른듯 윤이 났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잎 두들기는 빗소리, 멀리 새 우는 소리, 아직 입안에 남아 있는 오이 향. 체와 대니는 먼 훗날 누군가 발견하게 될 산의 비밀을 상상하며 나무 아래 씨앗을 심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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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1 소설 보다
김멜라.나일선.위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읽다 보면 익숙해져! 처음엔 두번 세번 문맥을 연결해서 읽어야 알똥말똥 한데....˝어 마따. 너 오소옹포응 있히?˝ ˝오,소,옹,포,쯩! ˝ 아~고소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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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렇게 (도대체씨 처럼)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작은 아기 밥그릇 만도 못하면서 커다란 밥솥 같은 행동을 하지 못해 후회를... 그릇만큼 살아!

값이 싼 가전일수록 자아가 발달할 수 있다 - P12

평생 나와 잘 맞는 것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 P66

어떤 것은 어느 순간 중요하지 않게 된다 - P67

내가 나로 살 수 없게 하는 것들을 최대한 피할 것이다. 그것들에서 멀리멀리 달아날 것이다.
나는 최대한의 내가 될 것이다. - P70

일기라는 게 참 부질없는 것같다가도...
가만히 보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게 있다.
영원한 괴로움은 드물다는 것이다.

‘지금 이 괴로움도 언젠기른 희미해지겠지‘ - P90

살면서 즐거운 순간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그때마다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본다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짧은 순간들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그 와중에 얼마 되지 않는 즐거운 순간을 징검다리 삼아 밟으며 건너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해왔다. (...)
예측 가능한 징검다리가 있지는 않은지 두리번거리는 것이다. 그것을 밟고 이 삶을 건너가기 위하여.

- P102

약간 불쾌한 일이 있었는데 그냥 흘려보내기로 했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 의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사람에 의해 일어난 매우 중요한 사건마저 몇 년 지난 후에는 시시한 일이 되어버리기 일쑤인데.  - P111

정리의 신이 내릴 때가 있다.



‘추억의 신‘이 나타나면 사라진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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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20 소설 보다
서장원.신종원.우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각성자 우다영! 고감도 감정이입 능력자! ˝안다는 기억이고, 기억이 우리를 구성한다˝ 놀라운 기억력의 작동, 아즈와 깔로 소설을 쓰는 작가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읽을 수록 빠져듭니다. 조금 더 깊게. 이러다 나도 각성자 될 수 있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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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품에서는 익숙한 냄새, 정갈하게 마른 행주의 냄새 뒤주 가득한 생활의 냄새, 늦가을 사과 껍질의 냄새가 났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술래가 잊어버린 숨바꼭질 멤버처럼 거기 꼭 숨겨지기를 바라면서. - P376

아무래도 좋다는 듯 툭 내뱉을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마음 그 마음결에 지그재그로 팼을 상처 자국 때문에 밍의 가슴은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 P380

뒤죽박죽으로 흩어진 파편적인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흔들리며 뒤섞였다. 우연의 일치는 이런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 P385

일요일, 오후가 구멍 난 자루 속의 설탕가루들처럼 솔솔 새나갔다. - P398

동생은 마치, 옆집 고양이가 죽었다는 전보를 전하는 우체부처럼 그 말을 했다. 일말의 감동이나 후회 없이, 조그맣고 몸이 건조하게.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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