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1
[결국 면 셔츠 다섯 장,
리넨 셔츠 석 장,
최고급 면트렁크 스물두 장,
이집트면 티셔츠 아홉 장,
넥타이 세 개,
여름 스웨터 석 장,
파자마 한 장을 산 뒤,
내미는 가격을 보고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울 뻔했다.]
나는 면트렁크 스물두 장까지 읽고
드러누웠는데 ....
대단스 👍 村上 龍 🐲 엄청나다
p94
[셔츠는 신기하다. 한 번도 입지 않고 지그시 바라만 봐도 행복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
책은 신기하다. 한 번도 읽지 않고 지그시 바라만 봐도 행복하고 부자가 된 것 같다. 🤗
무라카미 류를 백 번 이해 할 수 있다🤭

슈퍼마켓 매장엔 ‘이 토마토는 누마즈의 ○○씨가 만들었습니다.‘ 하고 생산자의 사진이 붙어 있어서 "항상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라고 중얼거리면서 산다. 하지만 집필 중의 나는 완전 상거지 차림이다. 셔츠도 입지 않고, 넥타이를 할 리도 없고, 그냥 주위에 뒹구는 바지와 스웨터를 주워 입고, 수염은 듬성듬성 나고, 머리는 까치집을 짓고, 눈매는 한없이 험악하다. 스쳐 지나가는 아줌마들이 의악 하며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나를 피한다. 수상한 놈이라고 생각했는지 남자 점원이 내 뒤를 따라다닌 적도 몇 번이나 있다. 그럴 때, 가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나도 놀란다. 스웨터에는 구멍이 나 있고, 수염은 아무렇게나 길렀고, 뺨은 홀쭉하고, 까칠한 얼굴 속에서 눈만 번쩍거린다. 스웨터는 옛날에 페루자에서 산 구찌 캐시미어지만, 구멍이 뚫려서 구찌고 캐시미어고 아무 상관도 없다. 대체로 구찌는 겉으로 봐선 모른다. 이런 남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면 나라도 도망치고 힘원이라면 뒤를 밟겠구나 싶다. 계산대에 가면 직원이 ‘이 사람, 제대로 돈은 낼까?‘ 하는얼굴을 한다. - P72
호텔 방에 돌아와 몇 번이나 청구서를 보며 단위가 틀린게 아닌지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ㆍ ㆍ ㆍ 150유로짜리 티셔츠를 회색, 검은색, 파란색 등 열한 장이나 샀다. 티셔츠만 20만 엔 가까이 산 것이다. ㆍ ㆍ ㆍ 일본에 돌아와 슈트를 맞추는 단골 양복점에 가서 그 티셔츠 이야기를 했다. 친구인 주인이 꼭 보고 싶다고 해서 셔츠를 걷고 보여 주었다. 손가락으로 비벼 보며 섬세함을 확인한 그는 "이건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최고급 면이네."라고 했다. "이런 소재로 티셔츠를 만들다니, 이탈리아 사람들 역시 대단해." 그럼 이걸 산 나는 잘못한 게 없네, 라고 묻자, "열한 장이나 산 건 좀 그렇지만, 어쨌든 이건 유일무이한 티셔츠야."라고 주인이 대답했다. 그 후 나는 이 티셔츠를 완전히 특별 대우하고 있다. 옷장도 따로, 빨래도 따로, 말리는 것도 따로. 아무리 고주망태가 된 날 밤이어도 티셔츠만큼은 꼭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 P37
점원의 눈은 이런 굵은 허리와 짧은 다리로 이렇게 세련된 이탈리안 라인의 바지를 입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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