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풍경 진흙과 하늘이 뒤섞인 빛깔. 완벽한 그림이다. 그림을 책상 위 벽에 붙였다. 그림이 내게 거울 역할을 한다.

화가들이 붙잡지 못해 절망하는 진짜 빛이 아침마다 덧 창으로 새어 들어오고, 침대에 누워있는 내 얼굴 위쪽 벽에 줄무늬를 그린다. 빛이 내게 말한다. 열어. 어서 열어봐. 놀라게 해줄게 있어. 다른 모든 날과 엄연히 다른 하루는 언제나 놀랍다. - P52

나는 글을 쓸 때 잉크로 쓰지 않는다. 가벼움으로 쓴다. 설명을 잘 했는지 모르겠다. 잉크는 구매할 수 있으나 가벼움을 파는 상점은 없다.
(...)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여름 비의 도도한 서늘함에, 침대맡에 팽개쳐 둔 펼쳐진 책의 날개들에, 일할 때 들려오는 수도원 종소리에, 활기찬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음에, 풀입을 씹듯 수천 번 중얼거리 이름에, (...) 기다리던 편지를 읽기 전에 잠시 뜸을 들이다 열어보는 몽골몽글한 마음에, - P53

10시 이후, 프랑스어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우리를 깨운다. 라신, 라퐁텐, 파스칼, 몽테뉴, 그 외 여러 작가들이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려고 위대한 문학의 지하 납골당에서 빠져나온다. - P62

요즘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세 가지는 글쓰기, 아르부아 와인, 소나타3번이다. 처음 두 개는 액체다. 잉크와 와인. 세 번째는 기체다. 날개와 기쁨. 밤마다 몇 개의 미지수를 지닌 방정식 앞에서 머뭇거리듯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기다림, 피곤, 지루함으로 이루어진 투박한 삶을 사로잡고, 평범한 날들의 실체를 잊으려 굳이 애쓰지 않은 채 그런 날들을 자신의 기반과 자양분과 비상의 토양으로 만든다. 우선은 미미하게 시작하여, 주저하며 시도하고, 활로 거칠게 현을 긁다가, 단번에 모든 것을 모아, 맑은 공기의 푸가 속으로 날아간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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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분리된 음이 아니라, 두 음이 서로 퉁겨 튀어 오를 때 생기는 기쁨이라는 것이다.
불행은 당신과 상대방의 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탈할 때 찾아온다. - P33

나를 찾으면, 아버지는 고함을 지르며 수돗가로 끌고 가서는 내 머리를 붙잡고 오랫동안 물을 맞게 한다. 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차가운 물을 쏟아붓는다 한들 무엇을 배우게 할 수 있다는 건지. (...) 어두운 침묵과 야수의 시선과 굳게 다문 입술을 견뎌내야 했을 것이다. 그건 최악 중의 최악이다. - P37

나는 정원 안쪽으로 가서 보리수나무에 몸을 기대고 둘러본다. 떨어지는 나뭇잎, 기어가는 개미, 갈라지는 구름. 볼거리는 도처에 있다. 문득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나니 성은 검은색으로, 하늘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허기가 져서 (...) 찬장을 뒤져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슬픔이 밀려온다. 슬픔은 허기 옆에 있고, 배가 아닌 눈으로 전해진다. 여기가 공용 장소라는 사실이 슬프다. 모두를 위한 것은 누구를 위한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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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누런 이빨을 가지고 있다.



내 첫사랑은 늑대다. - P7

우울증은 일식日蝕 같은 거야. 달이 마음 앞에 슬며시 끼어드는 거야. 그러면 마음은 자신의 빛을 더는 내지 못해. 낮이 밤이 되는 거란다. 우울증은 부드러우면서 캄캄해.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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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인생에서 즐거움을 끌어내고 싶다면
그대는 이 세상에 가치를 부여해야만 하네.˝
괴테 ⤴️
샹포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낫다.˝]


행복을 이루는 세 원천

인간을 이루는 것
인간이 지닌 것
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

나를 이루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지닌 것은 무엇인가?
또한
나는 다른 인간들에게 뭘 보여주고 싶은가?

"하루 종일 달려서 해가 질 무렵 목적지에 닿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시인 페트라르카 - P180

자신이 읽은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기를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 먹은 음식을 모두 몸 안에 지니고 있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사람은 음식을 먹은 것으로 육체적인 삶을 살아왔고, 책을 읽은 것으로는 정신적인 삶을 살아 지금의 자신이 되었다. - P183

명예는 아침 이슬 같고 흐르는 구름 같은데...
결국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명예에 대한 욕심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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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
사랑할 사람
희망






어리석은 사람은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면서 고집만큼은 황소 고집인 경향이 있다. 어찌나 꽉 막힌 생각과 고집으로 덤비는지 신들도 바보와의 싸움에서는 진다고 한다. - P114

행복은 나에게 있을 때 정작 보지 못하고 나에게서 떠난 뒤에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을 부러워한다.
(...)
할 일이 있고,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을 때 그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 P115

출판계 저작물 중 10분의 9는 독자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것 말고 다른 목적이 없다. 이를 위해 저자 출판사 평론가들은 적극적으로 공모하고 있다.
문학가, 매문업자(賣文業者), 다작가들이 이 시대의 좋은 취향과 참된 문화를 가지고 놀면서 성공한 것은 교활하고 저급하지만 장사가 되는 술책이라 할 수 있다. - P123

"돈에는 더 많은 돈 이외에는 다른 친구가 없다."

"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다가 그 내일에 묘지로 간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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