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HAKUNAMATATA > 풀에 대해 관심이있다면

13년전의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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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너의 여름은?

기상관측기록을 매일 매일 갱신하는 폭염으로 숨막히는 도시와 사람들은 유리 볼 안에서 하얀 눈이 흩날리는 겨울을
나는 유리 볼 밖에서 이글이글 지글지글 불타는 여름을
지구상에서 유리遊離되어
유리琉璃bowl 밖 여름을 憧憬한다


[풍경이 더이상 풍경일 수 없을 때, 나도 그 풍경의 일부라는 생각이든 순간 생긴 불안이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 우리 가족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이유도, 눈이 녹고 새순이돋는 까닭도 모두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시간이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펀드는 듯했다. - P21

 직접 연락하지 않아도 그런 소문은 
귀에 잘들어왔다. 이수는 자기 근황도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몰락을 얘기할 때 이수도 그런 식의 관심을 비친 적있었다. 경박해 보이지 않으려 적당한 탄식을 섞어 안타까움을 표한 적 있었다. 그 자식 공부 잘했는데. 그러니까 걔가 그렇게 될줄 어떻게 알았어. 
인생 길게 봐야 하나봐. 누구는 벌써 부장 달았던데. 걔가 잘 풀릴 줄 아무도 몰랐잖아. 동일한 출발선을 돌아본뒤 교훈을 찾고 줄거리를 복기할 입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어색한침묵이 돌면 금방 다른 화제를 찾아내겠지. - P92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 P173

휴대전화 속 부고를 떠올리며 문득 
유리 볼 속 겨울을 생각했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 P182

나는 어떤 시간이 내 안에 통째로 들어온 걸 알았다.
그리고 그걸 매일매일 구체적으로 고통스럽게 감각해야 한다는것도 피부 위 허물이 새살처럼 계속 돋아날 수 있다는 
데 놀랐다.
그건 마치 ‘죽음‘ 위에서, 다른 건 몰라도 ‘죽음‘만은 계속 피어날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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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고 김병연에겐 詩가 있고
고산 김정호에게는 地圖가 있다.


실사구시의, 이용후생의, 경세치용의 실학자


무릇 지도란 판별이 쉽고 품기가 간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쓰임에서 가치가 없다면 모든 작업이 다 도로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지도란 저울과 같다.
사람살이의 저울이요 세상살이의 균형추요 생사갈림의 나침반이다. 손쉽게 땅의 요긴함과 해로움을 알아보게 하고, 완만한것과 급한 것. 너른 것과 좁은 것,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미리 분별하게 할 뿐 아니라, 시기를 살펴 위급할 때엔 가히 생사를 손바닥처럼 뒤집을 수 있으니 어찌 이것을 만민의 저울이라 하지는 않겠는가 - P16

실사구시의 자세가 가장 필요한 것이 지리학이요. 지도 제작이라 할 수 있네."



고산자의 대동여지도는 그런 면에서 획기적이라할 것이네. 축척과 방위가 놀랄 만큼 정확하고 실증적이라 그 말일세. 게다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알아보기 쉬운 그 기호들좀 봐. 놀랍게 과학적인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어. 실학정신의 기본이란 이런 것일세." - P195

"저는...감히 말씀드리지만,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한지도를 그리고자 합니다. 이용후생입지요. 제 선친께서 일찍이실제와 다른 지도로 억울하게 작고하셨습니다. 관아에서 내준 지도였어요. 지도란 사람살이의 흥망은 물론이고 목숨줄이 달려있는 겁니다. 대마도가 역사적으로 우리 강토냐 아니냐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정적으로는 나도 대마도, 우리 땅이라 하고싶습니다. 그러나 인문학적 이상이나 정치적인 목적, 판단은 제소임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다시 말해 대마도를 우리 강토로 그려내도록 하는 일은, 여기 계신 대감 같은 분의 소임이지요." - P196




이해 저해 해가 가고 또 끝없이 가네
이날 저날 날이 가고 또 끝없이 오네
해가 가고 달이 왔다 또 가고 나니
하늘의 시간과 사람 일이 다 이 가운데 있네
年年年去無窮去
日日日來不盡來
年去月來來又去
天時人事此中催
_난고 김병연, 「是是非非詩」 - P209

"이제, 바람이..... 가는 길을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길을 내몸 안에 지도로 새겨넣을까 하이, 오랜.....옛산이 되고 나면 그 길이 보일걸세. 허헛. 내 처음부터 그리고 싶었던 지도가 사실은 그것이었네. 그 동안 자네 신세가 많았어."


돛이 바람에 펄럭거리고 있다. 좋은 바람이다. 물 위의 길은 바람에 따라 생겨나고 바람 끝을 따라 또한 이내 지워진다. 그는 뱃전에 서서 삽시간에 멀어지는 마포나루를 본다.
햇빛이 투명하고 한없이 희다.

이후,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세상천지에 아무도 없다. - P347

다만 나라가 망하고도 그가 믿었던 유장한 강과 우뚝한 산은망하지 않고 살아남아 무궁한 것은, 훗날 그 강토에서 사는 사람들이 본 그대로다.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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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 虚

왜 채우려고 안달인가?

샹그릴라는 샹그릴라이게
그냥 내버려 둬라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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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다 파티 外 35편, 짧은 한편 한편이 우리네 삶 그 자체라 쪼다들의 파티에 나 또한 초대된.


다자이 오사무, 가와바타 야스나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로맹 가리,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천부의 재능을 받았으나 그 천형의 무게와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반항의 수단이 자살뿐일까?
다수의 영향력 있는 작가들의 선택이 늘 의문이고 안타깝고 연구대상이었는데
박범신 작가연보를 보니 어린시절 가정환경의 영향과 염세주의에 빠져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었다.
습관화된 자살시도,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본인도 기가 막힐까?
천부적 재능도 천형도 아닌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성향이 그들을 견디지 못하게 한걸까?
삶이 이렇게 그렇게 파란만장해야만 글을 써내고 책이 만들어지는가?
전혜린, 마광수, .....
또 궁금하고 고민에 빠져든다.
박범신 작가는 천수를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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