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투르크인들과 전쟁이 벌어졌다. 나의 외삼촌 테랄바의 메다르도 자작은 말을 타고 보헤미아 평원을 가로질러 기독교도들의 병영으로 가는 중이었다.]
메다르도는 갓 청년기에 접어든 선과 악이 뒤섞인 감정들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전장에 나선다.
대포 조작 미숙으로 포탄을 정면으로 맞아 전신이 두 동강나 [ 머리에는 한쪽 귀, 한쪽 뺨, 반쪽 코, 입 반쪽, 이마 반쪽 그리고 턱이 반쪽 남아 있었다. 몸의 다른 반쪽은 죽처럼 흐물흐물해졌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 오른쪽만 남은 반쪼가리 인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한 반쪽의 메다르도 와 뒤이어 돌아온 선한 반쪽의 메다르도는 파멜라에게 각각 청혼을 하고 파멜라는 악한 반쪽과 선한 반쪽의 청혼을 다 받음으로... 결투를 하다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입고 재봉합 된다.
기괴한 동화같은 소설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이탈로 칼비노의 동화같은 3 부작
중 첫 번째 《반쪼가리 자작》, 나머지 두 편도 기대된다.
사악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선 하기만 한 것도 아닌
인간 본성의 반쪽들이 결국은 하나여야 온전한 나, 우리로.
성선설도 반쪽 성악설도 반쪽
선과 악이 내장된 built in - crossover의 온전체
재밌네.
사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악하면서도 선한 인간!

갈기갈기 찢긴 유해라도 남아 있으면 전사자 마차에 실렸다. 잘 묻어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 유해조차 없는 것들은 황새 밥으로 남겨졌다. 그 무렵 전사자들이 자꾸 늘어나서 부상병을 가리는 규정이 많이 완화되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메다르도의 잔해들은 부상자로 간주되어서 부상자 마차에 실렸다. ㆍ ㆍ ㆍ 군의관들이 핀셋, 톱, 바늘, 절단된 팔다리, 긴수술용 실을 들고 그 주변에서 정신없이 움직였다. 사망자들이 잇따랐고 군의관들은 죽어 가는 사람들을 살려 낼 수 있는 방법들을 이미 다 동원해 보았다. 여기를 자르고 저쪽을 꿰매고 터진 상처들을 막고 정맥을 장갑처럼 뒤집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정맥 안에는 피보다 실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잘 기워서 구멍을 막았다. 부상자가 죽으면 그 사람의 신체에서 성한 부분을 모두 가려내 다른 부상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 제일 어지럽게 얽힌 것은 내장들이었다. 만약 어쩌다가 그것들이 흩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떻게 제자리를 찾게 할지 아무도 몰랐다. 시트를 잡아당기자 무시무시하게 부서진 자작의 몸이 보였다. 한쪽 팔과 다리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쪽 팔과 다리 사이에 있어야 할 가슴과 복부가 모두 달아나고 없었다. - P19
"우와, 신기한 일이야!" 금방 죽지 않는다면 의사들이 그를 살려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의사들은 자작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동안 불쌍한 병사들은 팔에 맞은 화살 때문에 패혈증으로 죽어 갔다. 의사들은 메다르도를 꿰매고 맞추고 혼합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나의 외삼촌은 한쪽 눈, 반쪽 입을 열었고 팽창된 한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었다. 외삼촌은 테랄바 가문의 강한 체질로 버텨낸 것이다. 이제 그는 반쪽이되어 살아났다. - P20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어? 인간이 반쪽이 된다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거든. 그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어" ㆍ ㆍ ㆍ "아, 파멜라 이건 반쪽짜리 인간의 선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과 사물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야. 사람이든 사물이든 각각 그들 나름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이지. ㆍ ㆍ ㆍ 반쪼가리가 되었거나 뿌리가 뽑힌 존재는 나만이 아니야, 파멜라, 모든 사람들이 악으로 고통받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면서 너 자신도 치료할 수 있을 거야." - P88
"마침내 난 완전한 신랑을 얻었어." 그렇게 해서 외삼촌은 사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악하면서도 선한 온전한 인간으로 되돌아왔다. 표면적으로는 반쪽이되기 전과 달라진 점은 없었다. 그러나 그에겐 두 반쪽이 재결합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주 현명해질 수 있었다. 그는 행복한 생활을 했고 많은 자녀를 두었으며 올바른 통치를 했다. 아마도 우리는 자작이 온전한 인간으로 돌아옴으로써 놀랄 만큼 행복한 시대가 열리리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상이 아주 복잡해져서 온전한 자작 혼자서는 그것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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