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외로움을 견디는 사람이다. 그 외로움을 얼굴 안쪽에 숨기는 사람이다. 숨겨지는 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혼자다. 이병률의 글이 참,위로가 되었다. 읽는 내내 ˝행복했다˝ 말할 수 있다.
Mamihlatapai가 느껴지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mihlapinatapai



누군가와 여행을 함께하려고 하지 말라. (...) 혼자는 왜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혼자여야만 가능한 단 하나가 있는데 그게 바로 여행이다.
(...) 외로움과 두려움을 조금 해결해보겠다고, 나눠보겠다고, 굳이 누구랑 같이 가겠는가, 아니 말리고만 싶다. - P216

여기, 세상에서 가장 뜻이 긴 단어가 있다. 동시에 의미가 간명한 단어이기도 하고 또 역시 세상의 그 어떤 말로도 번역하기가 난감한 단어라고 하는데 바로 Mamihlapinatapai (마밀라피나타파이)다. 칠레 최남단 섬에 사는 소수민족인 야간 Yaghan족이 쓰는 단어로 뜻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이면서도 어떤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먼저마음을 앞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하면서도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이다. 아주 긴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타국의 언어로 번역하기 가장 난감한 단어로 기네스북에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 단어 하나는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나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꼭 맞는 단추를 채워준다. 사랑의 정의는 한 단어로는 어림도없을뿐더러 저 단어만큼이나 길고도 길다. 적어도 사랑은 ‘정답‘과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사랑은 모든 답을 거부한다. 그렇기에 세상에서 가장 유일한 ‘무엇‘이 있으니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 사랑. - P236

만나고 있다고 다 사랑하는 건 아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그녀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이 몇 번이나 나왔다면 이미 잔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고 그걸 주섬주섬 봉합하려는 너는, 이성 때문에 그러는 것이지 네 영혼이 시켜서가 아닌 거다. 무슨 얘기냐 하면 가만히 네 영혼에게 물어보라는 이야기다. 네 사랑을. - P247

사랑할 때도 너의 등을 사랑하는 건 괜찮다. 너의 정면을 사랑하는 것보다 덜 눈부시고 덜 아프다. 비겁한 일이지만, 비겁하면 덜 아프다. - P264

"왜 이렇게 음식을 안 먹죠?" 하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이랬다.
"다 아는 맛인데요, 뭘."
세상에나. 아는 맛이라고 음식을 입에도 안 대다니. "인간이 아니라 신선이네요"라고 되받아칠 수도, 그렇다고 까무러칠 수도 없는경지의 경지.
내가 딱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싶었다. 너무 많이 먹는 내가 허기지지 않아도 음식에 코를 박고 먹는 나 같은 사람이 살아야 할 방향은 꼭 저것인데 싶어 슬쩍 약이 올랐다. 패자의 기분도 들었다.  - P2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를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 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부분, 「바람의 사생활」 수록 - P155

어느 벚꽃이 피는 날에는 벚꽃잎이 떨어져 흩날리는 숫자만큼을 걸었고 어느 날, 폭포 앞에 섰을 때는 물소리를 이길 만큼을 웃었다. (...)
그때 우리 세 사람의 정체성은 바다를 닮았었다. 세상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만큼 담대했다는 것과 아무리 물을 타도 그 농도가 쉽사리 묽어지지 않는 그것을 닮았다는 면에서 우리는 그토록 바다였다. - P168

어린 세르게이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아까 우리… 왜 앉아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빠가 멀리로 떠나시잖니.

세르게이네 집만이 아니라 다른 집에도 반드시 그런 용도의 의자가 현관문 앞에 놓여 있다는 걸. 그리고 가족들 중 한 사람하고 잠시 이별할 일이 생길 때 그 의자는 의식의 제단처럼 사용된다는 것을. 그래서 의자는 자주 닦인다.
그 누가 됐건, 누군가 먼길을 떠나는 것은 커다란 의미다. 먼길 위에서 안전해야 하고, 성과를 가져와야 하고, 또 남겨두고 온 가족을 많이 생각해야만 하니까. - P179

말없이 앉아 있는 시간 위로 겹쳐지는, 떠난 사람이 남긴 아련함...... 그렇다고 생각의 난간에 아슬아슬 매달려서 떠나 있는 사람을 걱정만 해서도 안 된다. 걱정의 덧니는 의자를 갉아먹는다. - P180

심장 안쪽, 그 너머를 알고 싶고 사람의 깊은 속마음 몇 평을 들여다보고 싶은 건 다, 그 사람을 차지하고 싶은 허기 때문이다. - P1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있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한다.] 124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로만 깎을 수 있다 - P1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을 넘으며 한 사람을 생각한다. 그러면 하나도 힘이 들지 않다.
한 사람은 무게 때문이다. - P85

히로코 씨의 아버지는 살아계실 때, 자신의 장례식에 오게 될 사람들에게 선물해주라면 하나하나 일일이, 많은 나무 접시를 조각하셨다고 했다.
(...)
아마도 이것은 조문 온 하객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몇 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참 넉넉하게도 준비하셨구나.
(...) 나무접시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아끼는 화병 밑에다 아름다운 접시를 받쳤다. 자신이 세상과 이별을 마친 뒤에, 챙기고 인사해야 할 사람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마음을 쓰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니, - P90

세상과의 이별을 앞둔 순간에 단어 하나가 맴돌더라도 그 단어를 마음속에서 꺼내올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  (...)
우리는 살면서 미처 다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어리석게도 영원히 내성적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 P1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