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후 학교에서 단체 영화관람으로 본 올리비아 핫세& 레오날도 화이팅 주연의《로미와 쥴리엣》은 내 삶의 영역을 보호라는 이름으로 가리고 있던 장막을 걷어 내준 영화였고,
클라크 케이블& 비비안 리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나의 이상적 남성관을 확립시켜준 영화였다.
장국영& 유덕화& 양조위로 이어지는 조각형 꽃미남들의 종합세트 《아비정전》은 인간군상의 틀을 깨고 사람을 이해하는데 깊은 영감을 준 영화로 지금까지도 사랑한다.
대학 입학후 청소년 관람불가의 첫관문으로 선택했던《무릎과 무릎사이》는 한국영화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 미련없이 등 돌리고 호기심 싹뚝 잘라준 두 번 다시 기웃거리고 싶지 않게 해준 유익(?) 한 영화였다.
이후 눈물과 콧물로 가슴속 저 밑바닥의 무의식을 터치해 주고 몇날 며칠 잠못들게 하고 내 눈과 머리속에 각인된 아름다운 장면, 장면들은 OST에 풍덩 뛰어들어 허우적 거리거나 우아하게 유영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했던 다양하고 좋은 영화를 정말 많이 보았다. 그중에서도 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호밀밭의 반항아》라 이야기 할 수 있다.

. . . . . . .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방점을 찍어 준 영화!

소시적 나는 도전정신없이- 사고치거나 말썽피우지 않는- 도덕과 규율 규칙을 준수하며 모범이 되는 정답같은 삶을 사는 것을 지당하게 여기며 살았기에 청소년기에 만난 삐딱한 홀든은 우끼는 짬뽕같아 좋아하지 않았고 그에게 단 한번도 ‘why‘를 적용해보지 않았다. 10년전에 만난 홀든은 묘한 구석은 있으나 용기 없고 지혜 없고 매사 부정의 말만 쏟아 내는 정상참작이 불가한 내가 아는 누군가와 많이 닮은듯 해서 측은지심은 커녕 일말의 동정도 받지 못했었다.
2018년에 다시 만난 6피트2인치 반(185cn) 열여섯 살의 홀든 콜필드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예의 있는 생각덩어리에 적잖은 책을 읽는 영리한 반항아!
홀든의 진면목을 이제야 비로소 보게 되었다.

샐리:
[대체 어디에서 누구하고있는 거야?]

홀든:
[같이 있는 사람 없어. 나하고 나 자신, 그리고 또 나뿐이지]

[그들 모두가 오손도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면서 서로 빈틈없이 잘난 척을 해대며 ...가식을 떨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요런 꼴을 그냥 넘기지 않고 포착하는 홀든은 개념 있고 영혼있는 멋진녀석이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홀든 콜필드

1951년생 홀든 콜필드는 J.D 샐린저의 분신이 아니다.
1919년생 ?J.D 샐린저는 1951년 홀든 콜필드로 거듭난 것이다.


˝나를 산만하게 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하나하나 지워나가고 제거한다˝
오늘 내가 사는 법!

# 2018년10 월 개봉했던 영화를 보고 다시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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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옛날에는1985년 전후, 책을 읽다가 오타를 발견하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알려주면 엄청 고마워하고 가끔은 별로 인기 없지만 자사의 도서를 감사의 뜻으로 집으로 보내주기도 했었다.
근래에는 e-mail로 사진까지 찍어 오타를 콕콕 짚어줘도 감사인사 한줄은 고사하고 답메일도 없는 출판사가 허다하다.

한 두자 오타는 놓칠 수도 있다지만 간혹 오타칠갑 도서는 개정판이 나오면 구독자의 요청시 반드시 교환해 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

p52
[첫 월급을 타 시골의 조모에게 내의를 사 부쳤고, 아버지에게는 넥타이를 선물했다. 그리고는 제법 꽁꼼땅꼼 돈을 모으는 눈치였다.]

책을 읽다가 ‘꽁꼼땅꼼‘이란 단어가 생소하고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아 보았다. 국어사전에 해석이 없다.
꼼꼼도, 땅꼼도, 꼼땅도 없다.

네이버 국어사전이 알려줄 수 없다면 신조어이거나 오타이거나
🔎 꼼꼼땅꼼...
미련하고 둔하면서도 빈틈 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꼼꼼하고 땅꼼하다‘라는 전라도 사투리일 확률이 높다는🔎 결과는 찾았다.

외국어 번역본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개정판이 나오면 ‘꼼꼼땅꼼‘으로 고칠까
작가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무슨 뜻인지?
노벨문학상 띠지만 삐까삐까하게 둘러쳐 놓은 출판사!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6쇄_2005년6월17일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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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는 용기가 필요한 거다.아버지의 나직한 말이 금간 허공에 새겨졌다. 나는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순 없는 거다.
그 말은 여전히 우스꽝스러웠다. 
‘속인다‘는 동사와 ‘자신‘이라는 목적어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속일 수 없다‘고 했겠지만, 감히 그 두 단어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그에게 의심을 품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그 두 단어를 그렇게 자신의 내면에서 연결했고, 이음새조차도 깨끗이 봉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말을 나에게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67

손은 제2의 얼굴이다. 손의 생김새와 동작을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얼굴 뒤로 감춘 것들의 일부를 느낄수 있다. 마치 나름의 인격을 가진 독자적인 생명체처럼 손은 움직이고, 떨고, 감정을 발산한다. - P77

"웃음이란게 얼마나 웃기는 가짠지. 사람들은 모르니까?." - P117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기억의 살과 내장을 조금씩 조금씩 썩게 만들고, 흔적을 없애며, 마침내 흰 뼈 몇 줌만 남게 만든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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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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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과 나

한 강과 나는 이리저리 엮어보려해도 도무지 무관한 아무관계도 아니다.
그녀가 태어난 1970년, 그 해에 나는 부산직할시 동래구 온천2동에서 지극히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기억 하나.

온천2동 우리집 처마밑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함께 살았다. 동화속 흥부네 물어다준 금은보화 빵빵 터지는 박 씨를 우리집에도 한 개쯤 물어다 주길 뚫어져라 쳐다보며 주문외듯 소원했으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제비똥 말고는 우리에게 무해무익無害益한채로.

기억 둘.

경남 진해에 사셨던 외할아버지께서 부산에 사는 딸네에(우리엄마는 1남7녀중 세 번째 태어났고 일곱 딸 중 외할아버지에게 각별한 마음이 들게 하는 안스런 딸이었지 싶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깜짝 이벤트를 해 주시려 했었는지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는지-보고 싶고 궁금했는지 모르겠으나 당시에 상상하기도 어려운 특대형 문어 한 마리를 태종대에서 낚시로 잡으셨다며 들고 오셨다. 모두 입을 쩍 벌린채 다물지 못할 만큼의 큰문어대가리 아래 긴다리들이 능글능글 꿈지락거리고 있었던 기억.
그 문어를 초장에 찍어 데쳐먹었는지 말렸는지 기억은 없다. 외할아버지께서도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시고 외가댁으로 가셨는지도 모르겠다. 당시는 진해와 부산간 거리가 그리 가깝다고 여기지 않았었다 .
다만 뜻밖의 외할아버지의 방문은 참 즐거웠다. 그리고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맺힐랑 말랑했던 순간을 포착한 기억과 주무시고 가시라는 딸의 가족들에게 손사레치시며 어둑해질무렵 끝내 등을 보이시고 우리집을 나서셨던 기억 한 장면.

기억 셋.

가족들이 해수욕장으로 여름피서를 가기 전날 삼남매 중 마땅한 수영복이 없었던 나를 위해 아버지께서 급하게 수영복을 사오셨는데 원피스도 아니고 비키니도 아니고 빨간바탕에 검은 줄이였는지 검정바탕에 빨간 줄이였는지 아마 빨간바탕에 검은 줄무늬였을 것이다. 상의 없는 반바지 한 장을 내일 입을 수영복이라며 사오셨다. 나는 괜찮았는데 엄마는 상당히 어처구니 없어 하셨던 기억, 아무리 어려도 딸인데.
그 반바지를 입고 해운대해수욕장에 갔는지 엄마가 시장에서 바꿔오셨는지 그냥 평소대로 헐렁한 티셔츠에 팬티를 입었는지 그 이후의 기억이 없다. 몇 년 뒤 해운대 해변에서 찍은 사진 속에 남동생이 그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마 나는 그날 런닝아래 팬티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강, 그녀는 2016년( 멘부커상)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굵직하게 그었다.
나는 여전히 평범平凡한체로 조금 비범非凡하다면 몸속에 남들은 없는 철심을 오른쪽 무릎아래에 고정시키고 자랑스런 한국인 한 강, 그녀의 책을 내돈 주고 사서 읽고 있다.
그녀의 《채식주의자》와《흰》 두 권의 소설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한 권의 시집을 읽고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되었다.
無線으로 연결된, 그러나 끊어지지 않을 관계가 되었다.

여기까지는 2016년에 남겨 놓은 기록---------
그리고 8년이 지났다.

2024년 한강 그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 전세계문학사에 더 굵직하게 또 한 획을 그었다.
나는 여전히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뿐, 자랑스런 한국의 소설가는 서랍속에 차곡차곡 쓴 글들을 넣어 두고, 1970년으로 부터 5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서랍속 저녁을 공유한다는 한 가지를 제외하면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나는 8년전에 느낀 평범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저 조금 더 늙은 여자로 오늘도 서랍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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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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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이상을 심한 목감기로 고통스러웠다.
진료받은 의사에게 침도 삼키기 어려우면서 주절거릴 것이 아니라 이 한 줄이었으면 충분했는데... [바늘이라도 한웅큼 삼킨 것처럼 목이 따끔거렸다]p9
한 줄의 간결하고도 적확한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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