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놀아 줘요!
명로진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런 책 정말 절실했다.

 

어릴적 나의 아빠는 말그대로 100점짜리 아빠였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때도 도시로 나와 기술을 배울때도 아빠의 일은 곧 내가 더 많이 놀 수 있는 놀이감을 만드는 또하나의 기술이 되곤했다.

아빠는 단 한번도 우리(나와 4살 어린 남동생)에게 어떻게 놀것인가 물어본 적이 없다. 또한 단 한번도 놀이감을 우리더러 가져오라고 한적도 없다. 가난한 어린시절에 역시 단 한번도 장난감이란걸 돈주고 사본적이 없다. 하지만 아빠가 쉬는날은 어김없이 아빠와 놀았고 놀이는 아침이불에서 시작해서 저녁이불속까지 이어졌다.

기억할수도 없는 어린 시절엔(그땐 아빠가 농사를 지으셨단다) 넓은 흙마당과 막대기 하나로 하루종일 놀았단다. 도시로 나와 목수가 되신 우리 아빠는 길거리에 버려진 나무토막이나 판자따위를 주워와 멋진 책상, 썰매, 얼레 등을 만드셨고 그런것들을 만들땐 언제나 우리를 동참시키셨다. 잘 만들어진 썰매는 동네 아이들의 부러움과 시기를 한몸에 받게하기에 충분했고 다음해도 그 다음해도 여전히 인기 대 폭팔이었다. 물론 우리에게 썰매를 들려 그냥 내보내는 법도 없었다. 반드시 아빠가 따라나섰고 우린 그런 아빠를 썰매보다 더 뻐기기에 바빴다. 물론 놀이감은 썰매뿐이 아니었다. 캠프라도 갈라치면 아빠는 길가에 핀 작은 잡초의 이름까지 우리에게 설명해줬고 어떻게하면 그것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도 이야기해주셨다. 우리아빠는 우리가 다 자라 어른이 된 지금도 나의 아들에게 여전히 그렇게 열심히 재밌게 마음에서 우러나서 놀아주신다.

 

내가 그리 자랐기때문에 난 세상 모든 아빠들이 그럴거라는 생각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다른 친구들이 아빠가 엄하고 무섭다고 말해도 우리아빠역시 엄할땐 냉정하고 엄격하신 분이었기에 그 범주 안에서의 무서움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편을 만나고 남편의 아버지 즉 시아버지를 만나고 나서야 세상 그 누구보다 우리아빠가 멋진 아빠였다는걸 알았다.

남편은 아빠가 어떻게 하는거라는걸 몰랐다. 잘해야한다는걸 알고 잘하고싶어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고 있다. 그건 그런 아빠와 함께 자라지 않았기때문이란걸 나중에야 알았다. 남편의 아이에대한 사랑이 나의 아빠보다 적다고 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더 늦은 나이에 본 아이라 똥꼬에 뽀뽀까지 할 정도다. 그런 남편에게 일종의 놀이 네비게이션같은것이 필요했다.

 

남편은 책이라고 하면 읽어주는것밖에 모른다. 책으로 집을 지을줄도 책으로 징검다리를 만들줄도 책으로 방패를 만들줄도 모른다. 십여분 책을 읽어주다보면 금방 지친다. 조르는 아이를 이길 방법이 없어 결국 나에게 떠넘기곤 하는것이다. 그런 남편에게 이제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게 된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우선 이시대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하는 아빠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면 우선 어떤 마음가짐이어야하는가부터 설명한다. 사실 그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아빠란것이 대단한 것이 아님을 그리고 대단하지 않다고해서 무시해서도 안됨을 그리고 오히려  아빠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바둑판과 바둑알만가지고도 얼마든지 몇시간씩 놀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한다. 물론 그 방법은 저자가 응용한 방법이다. 좀더 창의적인 아빠라면 더 많은 방법을 생각해낼것이 틀림없다.  사실 저자가 말하고싶어하는건 그거다. 저자가 말하는 방법만 고스란히 따라한다면 역시 좋은아빠라 보기 힘들것이다. 응용하고 더 많은 방법을 찾아내길 바라는 것이다. 아이의 협조를 받기도하고 머리를 짜내가며 다른 방법을 찾아가는것 그것이 놀이의 시작이다.

 

책장이 쉽게 잘 넘어가는 책이다. 받자마자 단숨에 절반이상을 읽어버릴정도로 술술 잘 읽힌다. 경제, 처세 등의 책만 읽고 있던 남편에게 읽어보라고해도 하룻저녁이면 독파할 수 있을정도이기에 부담없이 강요할 수 있다. 내용도 쉽다. 실천 가능한 놀이들이 얼마든지 있어 우선 모방부터 시작하도록 유도하기에 너무 좋은 책이다.(응용이 안되면 모방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엄마인 내가 먼저 읽고 조언 해주기에도 너무 편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얼마든지 지인들에게 추천해도 좋을것같다.

 

아이와 놀아주는건 아빠만의 몫은 아니다. 우리집에선 물론 시간이 조금 더 많은 엄마인 내가 아이와 조금 더 많이 놀아준다. 하지만 아빠가 놀아주는건 엄마가 놀아주는것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난 그것을 확신한다. 내 어린 시절 그 많은 놀이에서 아빠는 우리들의 대장이었고 우린 대장을 쫓는 충실하고 행복한 쫄병이 되었었다. 그런 아빠였기에 엄격함이 더욱 의미가 있었고 아빠의 인생에 대한 조언과 아빠의 우리에 대한 믿음이 우리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흔들림없이 지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다. (아빠의 바램대로 남동생은 의대를 수석으로 입학해서 6년간 장학금으로 졸업하고 신경외과 의사가 되었고, 난 교사가 되었다. )

 

이 책이 말하는 잘 놀아주는 아빠가 좋은 아빠라는 말에 200% 공감한다. 즐거움이 경쟁력이라는 말 역시 너무나 공감한다. 그래서 마음만 좋은 아빠인 남편을 진정 좋은 아빠를 만들기위해 수시로 이 책을 남편앞에 들이 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