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그린
마리 베네딕트.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 지음, 김지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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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인우월주의가 팽배하고 흑인을 향한 집단 폭행이 횡행하던 시대에 아프리카계 여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그녀의 이름 벨 마리온 그리너에서 R을 빼고 그린이 되었다. 



벨 다 코스타 그린,

어두운 피부색의 역사를 위해 포르투칼 식 ‘다 코스타’라는 미들 네임을 사용했다. 

 고작 이름 한자 바꾼다고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생이 바뀐 한 여인이 있다. 

JP모건 도서관의 개인 사서로 일하며 희귀 필사본, 고서적, 예술품을 콜렉트한다. 



 백인의 특권을 누리며 살았으나 자신이 잘라낸 뿌리의 상실로 인해 두려움에 떨었다. 언제고 그 뿌리는 그녀를 향해 정체를 드러내고 온 세상에 자신의 정체를 밝혀버릴 듯 했다. 

엄마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남들 속에 섞이라고 다그쳤지만, 

조용히 숨 죽이고 살기에 그녀의 영혼은 열정적이었다. 벨은 영리했다. 타고난 매력을 이용할 줄 아는 노련함과 번뜩이는 지혜로 그녀는 점점 더 상류사회에 깊숙히 들어간다. 매일 매일 외줄타기를 하며 관심을 모으고 자신의 기술과 지식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남성들이 주류로 있는 분야에서 여성으로서 매력을 이용해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늘 새로운 모험을 하고 위험을 감수했다. 



나는 딱 하나를 찾는 거였다. 아무리 잠깐 이라해도, 나를 붙잡아 줄 만한 유대감

P377. 버나드와 이별 후 조너선과의 만남에서



 그녀의 깊은 내면의 결핍과 불안이 버너드를 더욱 특별하게 느끼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특별하게 읽었던 책의 저자인 버너드를 만났다. 르네상스 미술의 노련한 전문가인 그에게 많은 유대감을 느끼며 그 앞에서 온전한 해방을 느꼈다. 그들은 불 같은 사랑에 빠졌다. 그들의 사랑 방식은 지금으로 봐도.. 무척 무모하고 무책임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상황과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한다해도 엄연히 그들은 불륜이었다. 아무리 그의 아내 메리의 지지를 얻었다고 해도. 



입안에서 고급 스파클링 와인 맛이 쓰게 느껴지고 슬픔과 약간의 분노가 일었다. 

(중략)

내 피부가 비교적 하얗다는 사실이 왜 나한테 이런 특혜를 주었던 걸까.

P88

 그녀는 상류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했으나 유색인의 처우가 눈에 밟혔다. 서빙하는 손과 받는 손을 보았다. 사람들 속에 보이지 않는 듯 돌아다니는 유색인들의 삶 대신 그녀는 백인의 삶을 택했다. 



‘벨 다 코스타 그린’이라는 이름으로 포르투칼 할머니를 둔 백인 여성의 삶을 살았다. 성공을 위해 근본 뿌리를 부정하고 승승 장구하던 그녀는 자신을 지지하던 모건의 죽음 후 흔들리게 된다. 



 결국 그녀는 답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간다.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너는 핵심적인 정체성을 버려야 했어. 이름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야. 하지만 영혼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지. 

P385. 아빠가 벨에게

 그녀는 성공을 위해 이렇게 까지 희생해야 했는지 뒤늦게 의문을 가졌다. 거짓 위에 쌓은 성공이 공허하게 다가와 그녀는 모든 것을 밝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네 일과 너만의 특별한 목표를 향해 전진하렴. 그리고 계속해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렴. 지금은 방향을 바꿀 때가 아니야. 너는 이 나라에서 중요한 사서이자 미술 역사가, 자수성가로 가장 성공한 여성 중 한 명이고, 지금 가장 중요한 간 너 자신의 유산을 남기는 거란다. 

P392

 그녀의 아빠는 인종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책에서 유색인들이 결코 백인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음을 여러 사례로(뛰어난 흑인인물) 증명했다. 그는 앞으로 유색인들에게도 백인들에게 주어지는기회가 오도록 조용히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있다. 벨은 이제라도 자신의 신분을 밝혀야 하는가에 대해 상의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그 길을 계속 갈 것을 말한다. 후대에 언젠가는 역사 속에서 그녀의 뿌리를 밝힐 것이라 말한다. 그때는 백인들에게 유색인들의 뛰어남을 드러내는 증거로 쓰일 것이라 한다. 그녀는 결국 밝히지 않는 것을 허락받고 모건의 개인 도서관을 공공 도서관으로 돌리는 것에 힘쓴다. 



 지금은 피부색으로 흑백을 나누던 지독한 인종차별은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여전히 심심치 않게 들리는 차별로 인한 충돌은 커다란 이슈다. 흑과 백은 다른 모양의 편견으로 사람을 나누고 가른다. 



 내가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거의 일이지만 결코 과거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의 몸 속에 아프리카인은 피가 얼마만큼 흐르는지가 아니라 우리의 성격과 우리의 행동에 따라 규정되어야 한다고, 우리 혈통을 부끄러워해서는 안되고 흑인과 유색인들 모두 단합해서 편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는데, 당신의 행동은 내가 대변한 모든 것들과 내가 일해온 모든 것들과 반대라고.p31

그리고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다. 여기 어울리기 위해서는 이런식으로 행동해야 했다. 엄마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남들 속에 섞이라고 다그쳤지만, 이제야 엄마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이 사람들 속에 동화되려면 나는 대담하고 용감한 행동으로 남들과 다른 면을 훤히 드러내야 했다. P90

우리의 작은 음모를 위해서, 우리는 미래를 피해 과거를 구하고 있어. 나의 재산과 자네의 뛰어난 눈과 성실한 노력을 통해 역사가 제공하는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보물들을 구출하고 보호하는 거야. 책의 진짜 역사를 기록한 예술품과 원고들 말이야. P108

모건 씨가 그립고, 그의 죽음은 내가 이전까지 제대로 인정할 수 없었던 다른 종류의 슬픔이라는 문을 열었다. 그 문 뒤에는 버너드와 내 아기가 우리 아빠와 함께 존재했다. P371

백인 여성으로 살고 있는데 내가 유색인을 위한 중대한 일에 참여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 가짜 신분을 버리고 평등을 위한 싸움에 뛰어들어야 하나? 아빠의 세상에도, 혹은 백인 세계에도 진짜 자리는 없는 것 같아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다.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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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중요하다 - 거룩하게, 가치 있게, 슬기롭게
폴 스티븐스.클라이브 림 지음, 백지윤 옮김 / IVP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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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폴 스티븐슨과 싱가포르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클라이브 림 두사람의 인생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부에 대한 문화적인 측면, 성경적인 서사와 철학과 자본주의가 어떻게 파고들었는지 두 저자는 심도있게 다룹니다. 

오랜 시간 이원론 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특히 일찍이 예술을 택하다보니 무엇보다 세속적인 쪽에 가까웠습니다.(물론 제 삶이 늘 거룩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전 죄를 자주짓는 일반인으로 그래도 종교인의 삶보다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자 애쓰는 사람입니다.) 

 세상일과 하나님의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저의 분야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그 이후부터는 일터로 나가는 일은 제게 예배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유독 돈에 대한 것만은 여전히 세속적이라는 생각, 더러운 돈이라는 단어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다 돈에 대한 공부를 하며저의 요즘 유행하는 신사상을 접하게 되었고, 번영주의 복음에 가까운 신앙을 기웃거렸습니다. 



- 번영주의 복음이란

부와 건강, 긍정의 힘에 대해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조를 말합니다. 몇년 전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이 유행을 했습니다. 저희 집 친정책장에도 꽂혀있습니다.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어떤 면에서 그 말에는 어떤 일과 사람, 장소는 거룩하고 다른 일, 사람, 장소는 속되다는 오랭 이원론적 생각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p62. <돈은 중요하다>中
요약하면, 전 세계의 기독교인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이원론의 근원은 사라지지 않은 구약적 사고와 그리스 철학의 영향, 프로테스탐트 종교개혁 이후 일상의 거룩함이 쇠퇴한 영향, 다른 종교와 철학 들의 영향 등 다양하다.
p108

 "분열된 양심"에 혼란을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저자는 이 이원론적인 가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가라는 질문에 대해 "오직 신앙"과 "삶"의 철저한 통합으로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얼마전 설교에서 들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이것은 삶을 '거룩한 것'과 '속된 것'으로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속된 것'이 '거룩한 것'의 우선권 안에서 제자리를 찾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R.T.프랜스는 마태복음 22:15~22 주석 <돈은 중요하다>中

그리고 '은혜'라는 단어에 돈의 영역과 영적인 영역을 묶어버립니다. 물질과 영적인 부분의 분리가 아닌 통합. 그리스도가 우리와 연합한 것 처럼 돈을 하나님의 나라의 동력이라 말합니다. 돈에 대한 것을 다루지만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청지기 의식,십일조를 강조하는 것 이상으로 자본주의가 '황제'(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쳐라.라는 성구에서 차용한 단어입니다)가 되어버린 세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질문합니다. 부요한 하나님의 복만 간구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 부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슬기롭고 지혜로운 방식으로 방안을 펼쳐냅니다. 마치 성경 속에서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곤경에 처하게 하기 위한 질문에 지혜로우셨던 것 처럼요. 

​'돈은 중요합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도구로서 중립적인 가치로 사용할 때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만족을 모르는 돈에 대한 사랑은 결국 새로운 우상이 되고 맙니다. 이 우상을 제하는 방법에서 또 다시 '은혜'가 나옵니다. 

은혜는 돈에 대한 탐욕을 제한 할 수 있다. (중략)
전심으로 하나님을 위해 살며 일할 수 있게 해준다.(중략)
은혜는 돈을 버는 과정이 번 돈으로 무엇을 하는지 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주님을 두려워하면서 성실한 마음으로 "일하라는 비전을 받았던 골로새 사회의 종들과 주인들이 그랬듯이, 우리 역시 산업, 정보, 서비스, 창조 영역에서 하는 일들을
"주꼐 하듯이"할 수 있다.
p126


덧,  '자주 넘어지는 사람, 육아를 핑계로 침체기에 머물고 있는 내가 감히 기독 서적의 리뷰를 쓸 수 있을까...'

저는 늘 '자격'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주춤하게 됩니다. 그러나 돈으로 시작했으나 복음과 청지기 의식으로 삶의 초대받았습니다. 돈에 기웃거리는 마음의 죄책감을 풀어주었습니다.  



추천 대상

-부자가 되는 공식에 자주 기웃거리는 사람
-세속적인 돈과 거룩함 사이의 분열된 양심으로 마음에 불편함을 갖고 있는 사람

* 바로 제가 여기 해당되었었네요. 

그러한 이원론은 하나님의 목적이라든지 돈을 거룩하게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돈을 그저 ‘이 세상‘의 영역으로 격하시켜 버린다. 더 나쁜 것은, 서서히 스며드는 이러한 이원론이 두 층위의 영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p92

돈은 영적 방사능과 같다. 그 힘은 선하게도, 악하게도 사용될 수 있다. 돈은 하나님이 선하게,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창조하신 힘들중 하나다. 죄 떄문에 오염되었지만, 구속될 수 있다. p138

1)우리의 개인적 시간, 능력, 재정을 다른 이들의 유익을 위해 투자하고 바르게 사용하는 것.(벧전 4:10)

2) 복음에 선포된 하나님의 은혜를 맡아 귀하게 간직하고 나누는 것(벧전 4:10)

3) ‘그리스도 안에‘있다는 징표로서(물질적인 소유를 포함해서) 삶을 성숙하게 나누는 것.

청지기로서 우리가 재산과 부를 사용하는 것에 더 조심하고 부지런해져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p184

청지기 역할은 우리의 영성과 제자도의 온도계다. 우리의 재물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눅 12:34). 궁핍한 형제 자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의 척도다. (약 2:15,요일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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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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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류는 지금 그 당시보다 더 큰 물리적, 윤리적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환멸의 세상에서 어떻게하면 의미 있게 살수 있는지 제시하는게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 p7 한국 독자들에게.

마지막 장을 덮고서야 이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의무에 충실하게 글을 적었다. 아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극적인 사건 전개로 쉬이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605p를 휘몰아 치듯 격동의 50년을 그렸다. 보는 내내 내 눈앞에서 그려지는 그림과 살아숨쉴 것같은 인물들로 그들의 삶에 공감했고, 희노애락에 함께 심취했다.

"모든 인간은 근복적으로 자신이 고유한 의미를 지닌 존재라고 믿는다. 그러지 않으면 각자의 인생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다."p117

일제시대 배경에 우리가 존경하고 찬사를 보내는 독립운동의사나 열사가 아닌 그 시대의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니 조금 더 낮은 곳을 향한다. 기생 옥희와 그녀의 친구 연화, 거리의 아이 정호와 인력거꾼 한철이 주요인물이다.

아니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명보라는 인물과 김성수 그리고 또 다른 기생 예단이(월향과 연화의 이모,옥희를 키웠다) , 그리고 야마다 겐조와 이토. 흥미로운 점은 살인을 밥먹듯이 하고,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일본인들을 철저한 악의 축으로 그리지 않았다. 자신의 선택에 의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해 자각하고, 잘못 된 것에 대해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계속 그 길로 걸어 간 것에 대한 점은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배경은 일제시대부터 해방과 6.25 전쟁을 거쳐 박정희 대통령시대까지 흘러나온다. 1918년, 우리가 기억하는 3월의 시위가 일어나기 한 해 전 산 속에서 호랑이와의 대치로 시작한다. 일제시대, 식민시대라는 한국의 한은 제법 많은 영화와 소설, 드라마의 소재거리이다. 나라를 잃고 많은 압제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가슴 속에 뜨거운 불씨를 남기는 듯 하다. 부잣집 도련님인 성수는 거절하는 독립 자금을 천하다고 멸시받는 기생들은 자신들의 수입의 3/1을 내고 1919년 3월의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연인 단이 앞에서 면을 세우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태극기 1만장을 자신의 출판사에서 찍어준 성수는 후에 이 일덕에 매국노, 친일의 재판 앞에서 면죄부를 받고 당당하게 풀려난다. 극한의 상황에서 선도 명예를 지키는 것이란 어려운 일이다. 이 시대의 난무하는 배신과 타인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 현재에도 흔하게 뉴스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작금의 현실이 살기 팍팍하다는 증거로 보여 입이 쓰다.

실타래처럼 꼬인 관계와 상황 속에서 매 순간 인물들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에 알맞는 길을 걸어간다. 시대의 아픔을 품고 때로는 인격을 상실하며 괴물로 변질 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묵묵하게 견디어 낸 이도있다.

어린 기생 옥희가 만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우연히 찾게 되는 꿈까지 그녀의 전 생애가 담겨있다. 삶의 구비구비마다 그녀는 견뎌내고, 버티고 넘어섰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 하나 하나가 작은 땅 조선의 야수, 호랑이가 아니었을까.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선택에 의해 바퀴를 굴리며 살아갔다. 그 방향의 끝이 비극으로 끝날 지라도, 그들은 자신의 신념으로 살아갔다. 죽음 앞에서 삶이 완전한 비극, 혹은 희극이 있을까. 각자 삶의 가치대로 살아가다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것이 삶의 화양연화든 회한이든 각자의 몫이다. 명보와 정호의 끝도


<밑줄긋기>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연화와 나, 우리의 인연은 깊고, 지금의 이 삶을 초월한 전생에서부터 온 것이지."p92

-옥희

"우리가 하는 운동의 목적은 그저 멸종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정의로운 일을 하는 거야. 우리가 서로를 설득할 수 없는 평행선상으로 계속 되돌아오고 있다는 거 알겠나?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결정하는 것은 진정으로 논리의 영역 밖에 있어. 내 행동 방식을 이해해 주리라 기대하지는 않겠네. 나는 그저 내 영혼이 시키는 걸 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지." p192

-3월 1일 거사를 앞두고 명보가 동창 성수에게. (아직은 급진적인 공산당이 되기 전)

"극장 밖에서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요. 왜냐고요? 그냥, 당신은 당신으로 거기 서 있었고, 나도 거기 함께 서 있었으니까....... 그렇게 단순하고 그렇게 복잡한 거예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거고요."p351

-인력거를 끄는 한철이 사랑하는 옥희에게

"소수의 몽상가들은 그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달, 강, 기차역, 빗소리, 따스란 죽 한 그릇 처럼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도, 몽상가들은 여러겹의 의미를 지닌 신비로운 무엇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세상은 사진이라기 보단 유화여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바깥쪽에 있는 색깔만을 바라볼 때 이들은 영원히 그 아해 감춰진 색깔을 바라본다. 몽상가가 아닌 사람이 유리를 통해 보는 풍경을, 몽상가들은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는 셈이다." p417

"사실 술이나 아편 같은 거라도 없으면 다들 어떻게 버티겠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걸." 옥희는 감기처럼 흔해진 증상이 된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p428

-옥희가 아편에 중독되어 사라진 연화를 찾다가 정호에게.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거지." p431

-정호 바닷가 고동카페에서

"그렇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우리 중 가장 강인한 사람은 바로 옥희 너야....... 내가 죽고 이 전쟁이 끝난 뒤에도 너는 꼭 살아남을 거다. "p467

-단이가 죽음을 앞두고 옥희에게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그게 널 위한 내 조언이야."p514

-옥희에게하는 이토의 조언

"인생은 곧 바퀴였다. 영민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그 바퀴를 잘 굴려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반면 어리석거나 운이 나쁜 사람은 그 바퀴에 잘못 깔려 무참히 짓밟힐 수도 있었다. 그 두 극단 사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직 그 바퀴를 앞쪽으로 굴러가게 하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 p546

-사랑대신 야망을 택한 한철

-노년의 옥희가 바닷가에서


오랜시간 한 남자를 사랑했으나 배신 당했고, 한 남자의 사랑을 받았으나 끝내 놓친 옥희는 노년에 가장 아름다운 한 때를 기억했다. 그리고 삶이 살아볼 만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의 물질을 하며 제게 맡겨진 업둥이 철수를 기른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마치 독자에게 건네는 저자의 위로와 같았다. 일제 시대를 버티고 또 전쟁의 시기를 버텨낸 한 여인의 입을 통해 말했다. 조금 더 견뎌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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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뤼아르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1
폴 엘뤼아르 지음, 조윤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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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으로 시가 저벅저벅 들어 온 이후로 제게는

시로 이루어 진 책장이 두칸 생겼어요. 특히 그 삶의 한 부분이 아닌 여러 시절을 담은 시는 더욱 시선이 가고는 합니다. 이 시집을 읽으며 을유에서 나온 다른 시선 집으로 세번째 칸을 마련해야하나 고민 중입니다😃😃😃

​ 저는 시를 읽어내기 위해 해설을 읽지 않습니다. 

그냥 소리내어 읽어 내릴 뿐입니다.

몇번을 소리내어 읽다가 마음에 들면 필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몇자 나의 과거나 현재를 들추며 시를 매개로 작가와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추석 연휴 이따금 시집을 펴서 읽다가 바뀌어버린 문체에 작가의 삶이 궁금해서 해설을 펴보았습니다. 

바람과 구름, 흙과 바람을 빛깔을 담은 언어로 표현하고 사랑을 노래하던 시가 초현실주의를 지나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채로운 색감 대신 채워진 것은 고뇌와 자유를 부르는 저항이었습니다.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정서가 확장되어 연대성을 드러냈습니다. 삶과 죽음을 아우르고 고통과 슬픔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시인은 영감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엘뤼아르는 자신의 시적 소명, 생의 소명을 ‘다르게’살고 ‘다르게’ 보는 것에 두었다. 

-자유와 사랑을 노래한 시인 폴 엘뤼아르

(해설) 조윤경의 말 중


<네 눈의 곡선이>

네 눈의 곡선이 내 마음을 맴돈다,

춤추는 감미로운 원,

시간의 후광, 안락한 밤의 요람이여,

그리하여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더는 알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네 눈이 항상 나를 보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다 상대의 는 속에서 더이상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 발견하는 일은 참 씁쓸합니다. 모든 가치가 변해도 사랑만큼은 당신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지요. 사랑할 때 다채로운 빛으로 영롱하게 채워지던 것들이 어느새 악취나는 더러움으로 애증으로 변하기도합니다. 그래도 다시 당신의 곡선이 나를 향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 

벨 에포크를 살아간 예술가들을 사랑합니다.
양차대전의 비극 속에서 꽃 피운 아름다운 시절을. 
전쟁을 피해 파리로 모여든 예술가들의 황금기.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을 안고 있지요. 
엘뤼아르는 그 시절 속에서 미술가들과도 영감을 주고받으며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2차 세계대전의 격변의 시간을 겪어냅니다. 

1940년대

<야간 통행 금지>

어쩌란 말인가 문은 감시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갇혔는데

어쩌란 말인가 길은 폐쇄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진압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녀는 굶주렸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무장해제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밤이 왔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서로 사랑했는데

🔖 어쩌란 말인가…

엘뤼아르의 시를 보면 같은 사람인걸까 싶을 정도로 문체가 다른 경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로 전쟁을 겪어낸 사람들이 어떻게 같은 언어로 노래 할 수 있을까요. 달라진 그의 문체를 살피며 시대를 읽는 일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어떤이에게… 추천할까요>

1. “나는 욕망한다. 내게 금지된것을.”

이라는 문구를 들어 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모퉁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2. 자유를 꿈꾸며 오늘에 저항하는 청년들에게.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겸 책소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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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산책자 나와 잘 지내는 시간 1
양철주 지음 / 구름의시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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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를 사랑해서 연필로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종이 위의 산책자. 종이 위의 글자들을 탐험하며 여행을 기록한 기록이다. 본인은 문학에 재능이 없어서 작가가 되는 대신 편집자가 되어 독자에 머물렀고, 절절한 사랑을 담아 여러 책들을 필사했다고 한다. 이미 수년간 손이 저리도록 묵묵하게 필사를 해나간 이의 글은 단단함이 있다. 가볍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짜릿한 카피라이터의 감성이 아닌 묵은지처럼 콤콤한 향이 나는 글이다. 


 어떤 글을 필사하는 일은 때로 필연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저자에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그러했다. 작가에 대한 사랑 고백을 이렇게 필사적으로 하는 독자라니. 책과 종이를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흠모할 법한 취향을 가졌다.


나의 첫 필사는 성경이었다. 66권을 모두 한 것도 아니고, 이따금 내 영혼의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 우물을 파듯 돌에 새기듯이 천천히 적어 내렸다. 누구의 아들이 누구를 낳고 또 낳고, 계수가 나오고 족보가 나올때는 지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내하던 시간이 있다. 그리고 인생에 커다란 벽 앞 에서면 그렇게 새긴 말씀들이 나를 단단하게 붙들었다.  

 저자는 필사에도 믿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루한 시간들, 무의미한 짓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넘어서는 것은 필사의 즐거움 뿐이라고 했다. 

 오늘도 시필사를 했다. 오늘은 특별히 저자처럼 연필로 필사를 했다. 보통은 제트스트림 볼펜이나 시그노 유니펜으로 필사 후 단상을 연필로 적는다. 그러나 오늘은 그의 글을 읽으며, 나도 연필로 꾸욱꾸욱 눌러적으며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8번을 들었다. 내 안의 소란함이 가라앉았다.
육아로 지친 하루, 서운한 마음과 추석연휴의 스트레스 따위 모두 잊고 현재의 시간에 머물렀다. 

-시 필사가 즐거운 것은 시 한 편으로도 짧은 시간에 시의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8번 1악장(D.894)흘러나오는 가운데 카모마일 티백이라도 우리며 시 한 편을 필사하노라면, 나중 일은 어떻게 되어 갈지 염려하는 데서 벗어나 현재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p55)

 저자는 필사를 하며 텍스트에 머무는 것이 아닌 글자와 글자 사이를 유영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화양연화를 추억하기도 했다. 괴로운 날에는 절실한 책을 읽은 저자는 릴케의 <말테의 수기>를 두번이나 필사했다고 했다. 온후가 태어나고 얼마 안되 민음사 북클럽에서 <말테의 수기>를 골랐다. 한창 필사에 열을 올리던 터라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을 필사하다 결국 노트를 덮었다. 아이를 낳고 얼마되지 않아 허약해진 어깨와 손목, 허리를 탓해보지만 나의 인내심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밑줄을 그으며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 누군가의 인생책을 읽어본 적이 있을때, 특히나 필사를 시도한 책이었을 때는 뭔가 동류를 만난듯 반가움이 인다.(감히....^^;;;;) 




필사를 하면 책의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고 간직하게 되리라는 믿음. 그것이 필사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가ㅏㅈㅇ 먼저 써보고 싶은 책으로 <말테의 수기>를 고른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p79)

연필심 끝으로 릴케의 생각을 읽는다. 그의 생각을 따라 우물보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그의 표현을 따라 산만큼 높은 곳을 올랐다. P83

일상의 하찮음이 삶의 생생함으로 되돌아왔으면 좋겠다. 들숨과 날숨, 그 희미한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다. 사소해도 하찮지 않은, 누구나 그의 숨소리 들려오는 그의 ‘곁’을 꿈꾸는 것이니.

시 필사가 즐거운 것은 시 한 편으로도 짧은 시간에 시의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8번 1악장(D.894)흘러나오는 가운데 카모마일 티백이라도 우리며 시 한 편을 필사하노라면, 나중 일은 어떻게 되어 갈지 염려하는 데서 벗어나 현재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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