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작가
알렉산드라 앤드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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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내 모습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작은 보석보다 다른이의 손에 쥔 돌맹이가 더 멋져보일 수도 있다. 인간의 욕망과 충동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삶을 동경하다 욕망하고 기회가 왔을 때 낚아챘다. 그녀가 훔친 기회와 행운으로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결코 생각처럼 평안하지 않았다. 그녀의 뒤를 바짝 좆는 현지 경찰의 의혹의 눈초리와 '모드 딕슨'을 발견하고 헬렌 윌콕스의 얼굴을 알고 있는 편집자 그레타의 집요한 추적이 따른다.


 플로렌스는 작가를 꿈꾸지만 실력이 부족한 지망생이다. 우연한 기회에 '모드 딕슨'이라는 소설가의 조수로 일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받으며 정체를 궁금해하는 익명작가. 헬렌 윌콕스는 은닉하는 삶을 즐기며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조수 플로렌스에게 맡긴다. 헬렌의 악필로 씌인 두번째 원고를 타이핑하며 플로렌스는 점점 자신의 욕망에 눈을 뜬다. 지독한 악필로 알 수 없는 단어 대신 자신이 고른 단어들을 넣으며 만족하는 플로렌스. 헬렌은 소설을 쓰기위해 모로코 땅으로 조사여행을 계획한다. 플로렌스에게도 동행을 요구한다.


어느 날 플로렌스는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되는데...

"헬렌 윌콕스씨"라고 불리게 된다. 완벽한 스위치.

드디어 플로렌스에게 그녀가 욕망하던 삶을 훔칠 완벽한 기회가 왔다.

이메일과 통장관리까지 삶의 전반적인 영역을 관리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완벽한 헬렌이 될 수 있다.

그녀가 꿈꾸던 '모드 딕슨'이라는 필명까지 훔쳐서 소설을 낼 수 있다.

기회가 없었을 뿐 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글을 모드의 소설로 낼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녀의 선택은 옳지 않았다. 훔친 삶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저자는 탁월한 심리묘사로 그녀의 선택을 납득시키고 설득시킨다. 뒤틀린 그녀의 욕망이 결국 우리 안에도 보편적으로 숨겨져 있음을 말한다.

헨렌 윌콕스의 삶을 살아가는 플로렌스를 압박하는 요소, 그녀의 불안을 읽는 재미가 있다.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전개에 마지막 마침표에 가서야 작은 숨을 토하고 대리만족을 느껴본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한 사람의 최후.

그녀들의 이야기.

촘촘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심리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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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일기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짓다
박성희 지음 / 책사람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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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정신없이 각박하게 돌아간다. 모두들 걷기보다 뛰어가는 듯 보인다. 이럴 때 잠시 멈추는 일도 천천히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일도 마치 도태되는 기분이다.

짓다.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시를 짓고, 집을 짓고!!!
이제는 기계가 대체하고 규격화 된 것들의 소비가 편리한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본다. 저자는 집을 짓는 일이 자신의 취향을 찾는 일이라 한다. 그녀가 원하는 생활 방식을 위해 집을 짓는다.

그곳에서 산책길에 고라니와 눈맞춤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집 앞을 나서면 흐드러지게 핀 들꽃들, 그녀가 씨를 뿌리고 애정을 쏟은 결과다. 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도 박성희 작가님의 들꽃 꽃다발 사진을 덕이었다. 꽃다발 자체가 취향인 것도 있으나 출판사에 선물한 그녀의 다정한 마음이 깃들여 있어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저녁이 되면 달빛보다 하얀 LED전등에 의존해서 책을 읽느라, 또 앞집에서 볼까 길게 내린 커텐 덕에 커다란 창은 쓸모를 잃었다. 또 안전 문제로 자바라 방범 셔터? 를 설치해야했기에 나의 마음에 쏙 들던 창문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녀는 마음에 꼭 드는 창이 갖고 싶었다 했다.
곳곳에 있는 풍경 사진과 책과 노트 사진을 보며 그녀의 시선에 동참해 본다.

여백이 많고 글자도 적은데, 진도가 더딘 책이다.
안 읽힌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흔을 넘긴 저자가 숨겨놓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숨겨 놓은 행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다.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녀가 그린 풍경 묘사를 쫒아가다보면,
어느 새 바람이 느껴진다. 핸드폰으로 글자를 넘기듯 책장을 넘겨서는 볼 수 없는 그림과 피부를 스치는 감각이 책에 오롯이 새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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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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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왕실의 경우 사관들의 많은 사료가 남아있으나 평민, 서민, 양반, 천민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기록으로는 어렵다. 오히려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림 혹은 유물들이다. 아주 사소한 기록이나 사용한 물건들도 과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곤 한다.

신윤복과 김홍도의 풍속화는 그런 의미에서 뜻 깊다. 기녀들의 일상을 아녀자들의 삶의 장면을 탁월하게 그린 것 만으로 알았던 그의 그림을 저자는 풍성하게 해설해 준다. 상상력을 자극하며 드라마틱한 상황의 예를 제시한다. 그 근거도 과거의 시스템과 그림에서 발견한다.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심리 상태를 완벽하게 옮긴 화가는 이런 생활에 또 얼마나 익숙했단 말인가. 따라서 신윤복 또한 한양 기방 출입을 무시로 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 기방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여 자신의 시대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신윤복이 드라마 연출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나 다름없는 이유다.” P75

“신육복이 여자였을 거라는 상상의 나래가 가능했던 것은 화가가 여인들만의 공간과 감정을 기가 막히게 묘사하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P109

알 수 없는 과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역사의 여백에 상상을 더해 드라마 혹은 영화로 만들고는 했다. 그 영향인지 신윤복의 아버지 신한평의 풍속화 <자모육아>속의 신육복 대신 그의 누이에게 눈이 갔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감정선을 그려낸 것, 특히 눈빛 시선처리에서 보이는 미묘함 등에서 보이는 정서 탓인듯 하다. 어쨌든 그 시대의 남자들이 느끼고 볼 법하지 않은 것들을 눈에 담았고 그림으로 남겼다.

왕실 행사의 그림은 색채의 고급스러운 부분에 감탄하고 세밀한 묘사에 신기했다. 작은 병정 처럼 그려진 사람들의 손위치 시선 발끝의 디테일 속에서 발견하는 그의 직급까지 해설이 없었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방안에서 누리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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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크리스천 맞아? 이어령 대화록 2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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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인간은 눈물을 흘리는 순간 죄를 씻고 가슴을 씻는 것입니다. 사랑은 눈물입니다. 인간이 완전하다면 사랑도 기쁨과 행복만으로 끝나겠지만,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죄인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고통의 시작인 것입니다. 아픔의 시작이지요.p72

<당신, 크리스천 맞아>

이틀을 꼬박 가슴에 불을 품은채로 눈에 힘을 주고 있었다. 언제고 터질지 모르는 눈물 폭탄을 품은 채로 문학과 예술로 위로를 삼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것은 밀로의 비너스 였다. 팔이 없어 구원도 위로도 이루어 지지 않았다. 눈에 보기에 만족스러운 아름다움일뿐 온전하지 않다. 그럼에도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들의 작품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경배, 그가 지은 모든 세계에 관한 찬미.

고전을 읽으며 발견한 인간의 지식과 지성에 감탄했다. 사유없이 늘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한 습득된 정보와 믿음 대신 천천히 질문하기 시작했다. 지성의 마지막이 대부분 허망한 죽음이 있었음을 발견했다.

한조각을 채우지 못해 방황한 채 끝나는 이야기.



나는 그 한 조각을 성경에서 발견한다.

“사랑”

여러 질문과 사유의 결국이 나의 믿음의 길임에 감사한다. 처음부터 믿었으나 매 순간 믿음의 순간을 걷지 못했다. 알고도 넘어지고 죄를 짓던 죄인이다.

그럼에도 늘 주님 앞에 엎드러져 눈물로 참회하며

조금씩 삶의 경건을 위해 애써본다.



그럼에도 내 안에 갈증이 있었다. 덮어놓고 믿어라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의심많던 도마에게도 예수님은 친히 자신의 못자국을 보이셨다. 자신의 상처를 보이셨다. 나는 이어령 교수처럼 지성적인 도마가 아닌 그저 호기심 많은 도마였다. 못 믿는 건 아닌데 궁금하다는 말로 조금 더 알고 싶어 여러 책을 기웃거렸다.



이어령 교수는 자신의 믿음을 10년 째 문지방 위에 서 있다고 말한다. 십자가와 사랑 그리고 그 은혜로 살아간다.



삶을 알기 위해 우리는 죽음을 인식해야 한다. 삶에 사람과 사랑이 담겨있다. 그는 그의 지성으로 삶과 옛 고전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사랑과 영성을 소개한다. 딸의 치유 기적을 통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서원했던 일. 하지만 그 전부터 시작된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 그는 끊임없이 말한다.

어린 시절 우연히 경험한 영적인 순간, 가난했던 시절 키우던 금붕어 이야기까지 그의 삶에는 창조주 절대자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많은 불신자와 초신자 혹은 잠시 방황하는 크리스천들에게 추천합니다. 신실한 믿음의 사람보다 목사님보다 설득력있는 이유는 결과만을 강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연약함을 들추어 보였기 때문이다. 교만의 자리에 서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한 피조물로서의 고백을 듣고 있으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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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테리 이글턴 지음, 정영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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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현대의 문화,예술, 정치, 철학 그리고 연극 등을 총망라한 비극 탐구라고 한다.
맥을 짚으며 이해하기에 나의 철학적인 지식이 얕음을 고백한다그래서 나는 저자의 본질적인 질문 비극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현대의 비극은 전통적인 비극의 형식을 승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온 입장이 비극의 죽음(스타이너)일 것이다. 근대의 문명의 이기로 더 이상 비극은 존재하지 않으며 비극의 가치를 의심한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변종의 비극의 탄생을 옹호하는 입장이 있다.



📗 고전적 관점에서 실생활의 참사는 날것 그대로의 고난의 문제이기 때문에 비극적이지 않다. 그런 고난이 예술에 의해 형태가 잡히고 거리가 두어져 어떤 더 깊은 의미가 풀려나올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본격적으로 비극 이야기를 할 수 있다. P24



일상의 우리가 마주하는 비극은 ‘비극적인’이라는 수식과는 다르다. 이들이 말하는 고전적인 의미하는 비극은 일종의 공식이 있다.

엘리트 주의적이며 귀족의 피가 흐르고 영적이며 절대적이다. 돌이킬 수 없고 보편적이며 운명의 문제이다. 그런 의미의 ‘비극’은 물론 여전히 그리스 비극의 형태로 무대에 올라가지만 온전히 환영받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그 의미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인간의 슬픔, 울음은 보편적인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 자체만을 갖고 비극이라 부르지 않는다.



나는 비극의 역할이었던 카타르시스와 잠시 떨어져 애도하는 일과 사유는 여전히 비극을 통해 가능한 효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무대를 벗어나 미디어들이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문학과 미디어, 전시 등 모든 영역에서 가능하다. 효과와 결과적인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나는 비극은 여전히 통한다는 입장이다.
비극의 고유 가치는 현재를 견딜 힘을 준다는 것에 있다.


“비극적 예술은 견딜 수 없는 것을 제시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한다. 그것은 동시에 우리에게 견딜 수 없는 것에 관해 사유하고 그것을 기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애도하고 그 경험을 일상 생활로 흡수하고 그 공포에 의지하여 우리 자신의 약점이나 필명성과 마주하고 또 가능하다면그 핵심에서어떤 잠정적인 긍정의 순간을 발견하도록 권유한다.”
P24

“많은 미학 이론에서 숭고한 것 만큼 찬란한 것은 있을 수 없는데, 비극은 숭고한 것의 최고 표현이다.” P18



📗 영웅 이후 시대에 비극이 번창하는 데는 악마나 반신이 필요없다. 반대로 매우 숭배받는 제도 가운ㄷ 하나의 핵심에서 형언할 수 없는 것이 발견된다. 이것이 신화의 종말, 또는 공적 영역의 붕괴에도 비극이 죽지 않는 한 가지 이유다. P160



📕비극의 가치는 “어떤 위로, 믿음 기쁨이 우리 귀를 막아 우리 형제의 고통스러운 외침을 듣지 못하는 상황을 거부하는데 있다고 주장할때, 발터 카우프만은 이 예술 형식에 전혀 위로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P182

📗비극에 대한 그 사유는 비극을 가장 설득력 있게 드러내는 데 실패한다. 비극 철학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윤리 정치적 목적에 적합하도록 그 예술의 범위와 다양성을 축소해 버렸다. (중략)

예술에서 희극은 삶의 희극과 그 거리가 멀지 않지만 비극은 이미 보았듯이 미학적 의미와 일상적 의미 사이에 간극이 있다.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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