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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소프 - 에로스와 타나토스 ㅣ 현대 예술의 거장
퍼트리샤 모리스로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평점 :
“예술가라면 자신의 생활을 작품에 통합시키려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예술가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만 하지만, 절대 쉽게 이룰 수 없는 것을 메이플소프는 아주 쉽게 말한다. 그리고 그 또한 꽤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아니, 평생에 걸쳐 고통에 몸부릴 칠 정도였지만 결국엔 자신의 생활을 작품에 통합시키고야 말았다. 그래서 그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이자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다.
지독히도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그토록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었던 젊은 청년은 평범한 삶과 미치도록 특별한 예술가의 삶 속에서 고뇌하고 번뇌했다. 그리하여 가족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다짐한 순간, 평생의 동반자라고도 할 수 있는 패티 스미스를 만난 순간부터 그는 유명세와 부를 모두 쟁취하는 예술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세상은 그의 염원을 이루어주었다.
<포르노그래피를 예술로 볼 수 있는가?>
메이플소프를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백이면 백, 모두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를 쓴다. 메이플소프의 자서전을 접하기 전, 그의 작품들을 피상적으로 감상해왔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책, <메이플소프-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읽으면서 앞의 표면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 대신 메이플소프의 인생 전반에 걸친 고뇌와 예술적 삶에 집중하게 되었다. 자아와 삶, 성 정체성 전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하는,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사랑해 마지않으면서도 혐오했던 그를 보며 나 또한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얼만큼 치열하게 고뇌하고 있는가?
작품 활동에 나의 삶을 얼만큼 반영할 수 있는가?
아니, 이 모든 질문을 각설하고, 나는 대중 앞에 얼만큼 솔직해질 수 있는가?
자신이 없다. 확신할 수 없다.
이렇게 평범한 대답만을 내어놓는 나는 인간으로서도,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인으로서도 메이플소프의 발 끝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인간으로서의 메이플소프의 욕망을, 세상에 나를 온전히 보이고자 울부짖었던 예술가로서의 메이플소프를, 그리고 그의 삶이 온전히 담긴 그의 작품들을 사랑한다.
메이플소프에게 존경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