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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무슨 일이? ㅣ 올리 그림책 54
카테리나 고렐리크 지음, 김여진 옮김 / 올리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의외의 반전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던 <집안에 무슨 일이> 그림책. 우리 아이들과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의 저자인 카테리나 고렐리크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습니다. <숲속에 무슨 일이>는 생쥐 찰리가 한 주에 한 번, 이웃들의 집을 찾아가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해주며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의 그림책입니다. 여러 동물들의 집 안을 들여다보며 또다시 반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청소를 좋아하는 찰리는 일주일 동안 다양한 숲속 친구들의 집을 찾아가 집안을 정리해 줍니다. 찰리에게 두더지, 달팽이, 여우, 늑대, 개구리 같은 동물들은 친하고 다정한 이웃들입니다. 그래서 찰리는 그들의 집을 청소하며 친절하게 그들에 대해 소개를 해주죠. 하지만 찰리를 따라 그들의 집 안까지 들어가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두더지네 집은 온통 굴과 터널로 얽혀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렁이와 관련된 이상한 물건들로 가득해요. 찰리는 두더지지렁이랑 노는 걸 좋아한다고 소개하지만, 그림 속 지렁이의 표정을 보면 과연 지렁이도 논다고 생각할지 의문입니다. 양배추를 좋아한다는 늑대의 집에는 어쩐 일인지 구석구석 뼈가 숨겨져 있어요. 책장을 넘기며 읽다 보면 그림 하나하나가 그냥 배경이 아니라 동물들의 숨겨진 모습에 대한 단서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생각없이 읽던 아이들도 두번째 읽을 때에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찰리가 말하는 것과 그림이 전하는 분위기 사이에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진짜 이야기는 뭘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숲속에 무슨 일이>는 단순히 이웃을 소개하는 그림책이 아니라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줍니다. 독자는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관찰하고 유추하며 책에 참여하게 됩니다. 숲속 동물들의 집 안 풍경이 읽는 사람의 상상력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웃의 모습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 는 메세지는 보이는 그대로 단순하게 믿는 어린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교훈인 것 같아요. 무서워 보여 말 붙이기 어려운 이웃집 아저씨가 사실은 마음만은 따뜻한 분일수도 있고, 맛있는 간식을 들고 웃는 할머니가 사실은 무서운 유괴범일 수도 있지요. 오다가다 잠깐 보게 되는 이웃의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속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눈에 보이는 게 진실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꼭 필요한 교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