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민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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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의 이탈리아어에 대한 애정과 번역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외국어 공부, 특히 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다중 언어로 읽고 쓰고 사고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라히리의 당당하고 의연한 포부를 느꼈다. 그 반에 반이라도 그 여정을 따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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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26 0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작년에 나온 줌파 라히리 신작이네요. 이 작가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눈이 와서 바깥이 하얀 색입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12-27 23:07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 연휴가 금세 지나갔어요.
줌파 라히리의 책을 전부터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만났고
정말 좋았어요.
낮에 영상이긴 해도 아직 눈이 녹지 않고 있네요.
감기조심하시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세요.^^
 
2024 결국은 부동산 - 23인의 멘토가 알려주는 부동산 인사이트
올라잇 칼럼니스트 23인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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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3인의 경제 멘토가 알려주는 2024년 부동산 트렌드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 시기를 거쳐 요동을 치던 부동산 시장이 요즘 조금 가라앉는 분위기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러다가도 무슨 기사만 뜨면 다시 종잡을 수 없게 요동을 치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아닌가 한다. 사실 부동산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사는 세상의 흐름을 읽어두어야 기회가 왔을 때 활용할 여지도 있지 않나 싶다.

 



이 책 구성은 PART1 2024년에도 부동산밖에 없다 PART2 격변의 시장에서 오는 투자 기회를 잡아라 PART3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전략을 세워라 PART4 달라질 미래를 위한 부동산 핵심 공부법으로 되어있다. 저자들의 대표인 김학렬 소장은 2019~2021년의 부동산 광풍의 시기를 언급하면서 2024년 부동산 시장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고 예고하며 싸고 좋은 부동산은 없다. 비쌀수록 좋은 부동산이다.’ 이런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두 사기라며 전문가들의 안목을 참고삼아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맨 처음 이야기는 빠숑 김학렬 소장의 지방시대의 부활, ‘최첨단일자리가 좌우한다! 이다. 서울 경기로 인구가 몰리는 이유는 일자리가 가장 많고 추가 일자리들이 계속 생겨나는 곳이 수도권이기 때문이란다. 평택 고덕과 새롭게 결정된 용인에 삼성 반도체 지구가 들어서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방 소멸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총 7개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하고 2042년까지 민간투자 총 613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다. 반도체 외에도 이차전지의 밸류체인인 전북 새만금, 오창 지역의 배터리 생산, 소재 분야는 경북 포항 등 울산광역시에 LFP 전지 생산기반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 갭투자, 짜장면과 치킨 가격 인상을 비교하며 아파트지수를 설명하는 등 돈과 행복의 주제를 얘기하며 돈을 모을수록 행복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얘기한다. 돈과 행복과의 관계는 오랫동안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많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면에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2024년 바뀌는 청약제도 완벽 분석을 시작으로 재개발, 재건축 투자, 새로운 도시행정 정책으로 변화하는 구도심 투자, 지식산업센터, 관광숙박업 사례로 보는 상가 투자 수익 극대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이중 바뀌는 청약제도 분석에서는 2자녀도 다자녀 특별공급에 해당된다는 것, 신생아 특별공급이 신설되었고, 소형 저가 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특별공급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 눈에 띈다. 20242월부터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을 신설한다고 한다. 기존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가입자는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출시일에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전환되는 게 특징이다. 기존 청약통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해당 통장에 1년 이상 가입하면 분양가 6억 원 전용 85이하 주택에 당첨됐을 때 최대 40년 만기로 금리는 연 2.2~3.6% 범위 내에 제공되는 청년 주택드림 대출과 연동되는 혜택이 있다.

 



PART3에서는 청약보다는 매수를, 부동산 투자에 필수인 임장활동, 토지로 큰 수익을 얻는 경매 테크닉, 빌딩 투자의 기회, 갓성비 좋은 건물리모델링 방법을 다루고 있다. 청약보다 매수를 권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지금은 공급은 적은데 비싸기까지 하다고 한다. 반값 분양가로 인해 로또청약은 옛말이 되었단다. 비강남권 전용면적 84분양가가 14억 원을 초과하는 등 청약의 매리트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각 지역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분양소식이 들리면 이웃단지의 가격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여기에 세 가지 방법이 있는 첫째, 입주장에 산다, 둘째 2급지 중대형을 산다, 셋째 2기 신도시 막바지 청약과 매수를 동시에 고민한다, 이다. 신축아파트를 싸게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주기간 동안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입주하지 못한 매물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달라질 미래에 부동산 핵심 공부법으로 7명의 전문가가 이야기한다. 보상투자의 모든 것, 영종도의 변화와 투자가치 분석, 전세자금대출과 DSR의 관계, 경매 낙찰을 받은 대출, 상급지 갈아타기에 필요한 4가지 절세법, 상속을 대비해야 하는 이유 등 유익하고 알찬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중 상속세에 대한 것을 언급해 볼까 한다. OECD 38개국 중 17개국은 상속세가 없거나 폐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직계 상속에 대해서는 대부분 낮은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총 조세수입 중 상속세 및 증여세 비중이 2.42%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무려 5.7배 이상이나 높다고 한다. 상속세 신고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면서 상속 개시일 1개월, 3개월, 9개월 이내에 할 일 등 사전증여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 등을 알려준다. 2024년부터 1억 원 더 적용받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23인의 멘토가 특색있는 부동산 투자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으로 2024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자주 들추어보며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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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25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동산 이야기, 저와 너무 먼 이야기네요. 이런 책도 봐 줘야 하는 건데 말이죠. 즐거운 성탄절 보내십시오.

모나리자 2023-12-25 20:47   좋아요 0 | URL
저도 부동산 관련 책은 오랜만에 읽었어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님.^^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민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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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제목으로 예상했던 내용은 나와 타인 사이를 헤아리고 공감하는 그런 이야기인가 했다. 그런데 번역 그 자체에 대한 얘기였다. 줌파 라히리는 이탈리아어를 사랑하게 되고 2015년에 로마로 이주한다. 매일 그 언어로 말을 하고 새로운 표현에 친숙해지고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그곳으로 이끌었다. 그곳에 도착한 날부터 어떻게든 자주 이탈리아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과연 외국어를 배우는데 최정석이 아닐까. 그런 여건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이 이야기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번역을 사유한 글들의 묶음이다.

 



이 책에는 열 편의 에세이가 들어있다. 이탈리아어 연설문으로 작성했다는 왜 이탈리아어인가는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고 글을 쓸 때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았는데 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당혹감과 이탈리아어에 대한 사랑, 이탈리아어를 향한 자신의 꿈과 각오가 들어있다. 그저 이탈리아어를 어떻게 하면 자기의 언어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했지만 왜 이탈리아어를 선택했는지 스스로 질문한 적이 없었던 라히리는 그것을 사유하면서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를 쓰기에 이른다. 물론 이탈리아어로. 라히리는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서 이탈리아어로 글을 쓴다고 했다. 언급한 이 책에는 세 가지 은유가 담겨 있는데 이탈리아 여성 작가 랄라 로마노와 엘레나 페란테의 작품 덕분이었다. 로마노의 첫 산문집 변신 Le Metamorfost에 나오는 Le Porte이라는 꿈 이야기를 통해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과정을 사유한다. 인용하고 있는 문장이 너무나 공감되었기에 일부를 언급해 보겠다.

 



문은 아직 열려 있지만 곧 닫힐 참이다. 높고 육중한 한쪽 문짝이 천천히 다른 문짝 위로 떨어진다. 나는 뛰어서 틈을 통과한다. 문 너머에는 첫 번째 것과 똑같은 또 다른 문이 있다. 이 문도 닫히기 일보 직전이고, 이번에도 나는 뛰어서 통과한다. 다음 문이 있고 또 다음 문이 있다. (중략) 문은 하나씩 차례로 나타나는데, 모두 똑같은 문이다. 나는 아직은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부질없다. 항상 또 다른 문이 있을 테니.’(p32)(로마노의 에 나오는 꿈 이야기)

 



하나의 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문이 나오고 끝이 없이 빠져나가야 하는 악몽을 다룬 꿈이다. 이 꿈 이야기를 통해 라히리는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고 글을 써서 책이 나오면 독자라는 을 통과해야 하는 과정을 사유한다.

 



어떤 외국어든 그 언어를 정복하려는 사람은 두 가지 주요한 문을 열어야 한다. 첫째는 독해력, 둘째는 입말이다. 중간에 놓인 더 작은 문들, 이를테면 구문, 문법, 어휘, 의미의 뉘앙스, 발음도 무엇 하나 건너뛸 수 없다. 그것들을 통과하면 비교적 숙달된 수준에 도달한다. 나는 여기서 나아가 감히 글말이라는 제3의 문을 연 것이다.’(p33)

 



두 번째 은유도 랄라 로마노의 마지막 책 최후의 일기 Diario Ultimo를 거의 실명에 가까운 시력으로 유고집을 냈다는데, 자신도 새로운 언어로 글을 쓰는 것이 일종의 실명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이탈리아어를 선택하고 책을 썼지만, 태생적 한계에 대해 독자와 자기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굳이 선택한 이유를 대답하자면 다른 눈을 키워보려고, 취약함을 실험해보려고한다고 라히리는 말한다. 세 번째 은유 접목은 엘레나 페란테의 세 번째 소설 잃어버린 사랑(2019년 번역본 출간됨)을 인용하며 이민 가정의 자녀로서 존재 자체가 아슬아슬한 지리적, 문화적 접목의 결실이라는 점, 글쓰기 주제도 그러한 경험과 트라우마였다. 접목이라는 단어는 줌파 라히리에게 있어 전진하게 해주고 자신의 과거, 시작점, 자신의 궤적을 서술해준다고 했다. 결국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문을 열고, 다르게 보려고, 다른 존재에 접목해 보려는 이유라고 글을 맺는다. 이 한 편의 에세이를 읽으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지적 통찰과 감성이, 그리고 언어에 대한 사랑, 인간의 삶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느껴졌다.

 



이 밖에도 병치는 도메니코 스타르노네의 작품에 발췌문과 서문으로 실린 글이고, 영문으로 쓴 에코 예찬, 기원문에 부치는 송가,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쓴나를 발견하는 곳, 앞서 언급한 스타르네노의 소설 트러스트의 후기인 치환,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이탈리아어 최신 완성판 출간을 기념해 에이나우디출판사와 그람시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의 발표문인 그람시의 트라두치온, 언어와 언어들, 이국의 칼비노가 들어있다. 모두 라히리의 열정과 진심이 엿보이는 아름다운 글이라 많이 소개하고 싶지만 읽을 독자를 위해 아껴 두려고 한다.

 



에세이마다 라히리의 이탈리아어에 대한 애정과 번역에 대한 사유가 진하게 묻어있다. 이중 그람시의 트라두치온에 대해 잠깐 언급해 보겠다. 이 글을 통해서 이름만 들었던 안토니오 그람시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립하고 활동하다가 체포되어 감옥에서 11년을 살았는데 그 당시 주고받은 편지 일기 등을 읽으며 라히리는 그람시의 삶을 조명하고 번역한다. 맞다. 번역이다. 낱낱이 해부하여 분석하고 해석하고 사유하는 과정은 그가 말하는 번역과 닮았으며 번역 그 자체였다. 이 글은 여러 핵심 단어를 주제로 하여 번역이 지니는 특성을 자신의 해석으로 설명해주는데 라히리가 얼마나 번역에 대해 열정이 있는지, 나아가 다양한 언어에 능통했던 그람시를 향한 오마주라고 할 정도로 그와 그의 인생을 세세하게 되살려낸다. 번역이라는 텍스트를 얼마나 깊이 꿰뚫고 있는지 통찰이 엿보여서 전율이 일었다.

 



처음 읽은 줌파 라히리의 글 정말 좋았다. 이탈리아어를 사랑하게 되고 작품과 작가들과 친밀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얼마나 언어를 사랑하는지 외국어 공부에 진심인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스타르네노, 안토니오 그람시 등 작가의 작품과 편지글을 읽고 그들과 깊이 교유하는 모습은 한 편의 서정시를 보는 듯했다. 읽은 작품의 훌륭한 서평가였고 독자였고 번역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인간의 삶, 관계를 감지하는 통찰력에 정말 감탄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람시의 트라두치온에서 그람시가 옥중에 있었기에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기에 편지글에서만 살아 움직이는 그람시의 사회적 존재를 번역이라는 텍스트로 사유한 문장이다.

 



번역은 두 텍스트, 개념, 현실, 순간 사이에 맺는 친밀하면서도 불완전한 관계를 암시한다. 그람시의 편지를 읽다 보면, 부인, 어머니, 처형, 형제, 자식을 비롯한 가까운 인물들과 그람시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하면서도 불완전한가를 이해하게 된다. 그람시의 편지를 읽으면서 모든 대인관계가 번역의 한 형태로 읽힐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p157)

 



뱅골어와 영어를 썼던 다섯 살 때부터 이미 언어와 번역의 딜레마를 경험했다는 라히리에게 어쩌면 이탈리아어 공부는 숙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언어를 배워서 그 텍스트를 번역하는 것과 그 언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까지도 공부하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번역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는 줌파 라히리에게 한없는 존경심과 경외감이 들었다. 라히리는 이탈리아어로 읽고 쓰고 살면서 더 주의 깊고 적극적이며 호기심이 많은 독자, 작가, 사람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없는 세상에서 살거나 글을 쓰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당당하고 결연하게 나아가는 줌파 라히히를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일본어 번역에 뜻을 두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떼고 있는데 나는 이만큼 번역에 진심이 있는지 자문해 보았다. 공부하는 여정에서 내게 커다란 힘이 되어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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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25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 님이 흥미롭게 읽었을 책 같군요.ㅋ

모나리자 2023-12-25 20:4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줌파 라히리가 언어공부와 번역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게 되었어요.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편안한 한 주 보내세요. 페크님.^^
 

번역 역시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변환이다. 낱말에서 낱말로, 문장에서 문장으로, 단락에서 단락으로, 그렇게 한 언어로구상되고 쓰이고 읽힌 텍스트가 다른 언어로 다시 구상되고 쓰이고 읽힐 때까지 변화된다. 번역가는 원문의 효과를 상쇄하지않으면서 다른 버전으로 맞받을 대체 가능한 해법을 찾으려 고심한다.  - P135

이런치열한 언어학습이야말로 감옥 안에서 그의 심리적 평정을유지하게 해준 힘이다. 1929년 12월 즈음, 서신집의 가장 감동적인 어느 구절에서 그는 자신의 영혼이 지치지 않는 것은언어 때문이라고, 언어 공부가 자신을 구제해주기 때문이라 - P149

고 말한다. "내 마음 상태가 어떠하냐면 설령 나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지더라도 나는 여전히 차분하게, 심지어 사형 집행전날 밤까지도 아마 중국어공부를하고 있을 것 같다." - P150

번역은 텍스트 간의 결혼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부디 변치않길 소원하는 친밀한 결속 같은 것. 그람시는 말 그대로 번역과 결혼했다.  - P151

이중의 텍스트 DOPPIOTESTODOUBLE TEXT

그람시의 옥중 저술은 방대한 양의 서신과 방대한 양의수고로 나뉘어 있었다. 각각의 글 묶음은 다른 쪽 글 묶음을 읽음으로써 의미가 증폭된다. 그의 저술은 두 텍스트간의 대화이고, 대화는 모든 번역의 기반을 이룬다. 그람시가 공책에 글을 쓰기 시작한 날짜는 1929년 2월 8일이었다. - P154

관계 RAPPORTO RELATIONSHIP

번역은 두 텍스트, 개념, 현실, 순간 사이에 맺는 친밀하면서도 불완전한 관계를 암시한다. 그람시의 편지를 읽다 보면,
부인, 어머니, 처형, 형제, 자식을 비롯한 가까운 인물들과 그람시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하면서도 불완전한가를 이해하게된다. 그람시의 편지를 읽으면서 모든 대인관계가 번역의 한형태로 읽힐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 P157

여러 언어를 알고 있으면 사고를 체계화하는 데에 능숙함과명료함을 훨씬 더 발휘할 수 있으니, 그건 우리의 사고가 언어를통해 이루어지는 탓이다. 한데 어떤 언어도 무한한 생각의 묘미에 상응하는, 그것을 모두 표현할 만큼 충분한 단어와 구절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여러 언어에 지식이 있고, 그리하여 한 가지언어로 말해질 수 없다든지 적어도 다른 언어로는 간단명료하게 - P196

표현하기가 어렵거나 그 정도로 신속하게 표현을 찾기 힘들 때다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우리가 각자의 사고를 표명하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아울러 말을 생각에 적용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결국 말로 적용되지 않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인 상태로 남을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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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이 풀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미 말했다시피, 이 소설 전체가 그야말로 묶기와 풀기, 정돈과 해체, 창조와 파괴의 연속이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글쓰기는 창조보다 파괴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도 어느 정도는 진실이다. - P55


번역은 수없이 많은 무서운 복도의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걸어가는 일이다. 나는 트릭』의 주인공 삽화가에게서 실마리를 얻었다. 이 주인공이 부록에 적어놓은 말이 있다. "텍스트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이 제대로 된 작업의 첫걸음이다." 나도 이 말을 따랐다.  - P72

번역은 무엇보다 제거elimination의 과정이다. 문장 하나를 구축할 때마다 나는 수많은 가능성을 폐기해야 했다. 또한 번역은 본질적으로 기존텍스트의 파생물이다. 뻔뻔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스타르노네 문체의 영매가 된 양 그가 쓰는 것처럼 글을 쓰고, 어떻게든 그의 글을 영어로 복사해서 붙여 넣고 싶었다.  - P73

오비디우스의 신화에서 에코가 처한 상황은 분명 자기 목소리와말을 박탈당하는 형벌이다. 그러나 이상적으로, 번역하는 사람으로서의 그는 이 ‘형벌‘을 고무적인 도전으로, 때로는 기쁨으로 전환한다. 번역가는 ‘반복‘함으로써 텍스트의 ‘분신double‘을 만들어내지만, 이때의 반복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상상력과 독창성과 자유로움을 요하는 연금술같은 정교한 공정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를 복원하는 번역가의 행위는 제한적인 복제와는 거리가 멀다.  - P79

좋은 번역이 되는 트릭은 어느 것이 번역이고 어느 것이 원본인지분별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번역이 번역처럼 느껴지거나‘ ‘들리는‘ 순간, 독자는 펄쩍 뛰며 비난하고 거부한다. 우리가 번역에 거는 엄청난 기대는 ‘진짜‘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러니 원문보다 훨씬 더 많은 요구 사항이 번역에 쏟아지는것이다. - P83

번역을 해보지 않은 작가는 나르키소스처럼, 좋든 나쁘든 지속 - P93

적인 내성內省에 갇히게 된다는 점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그에 반해 번역을 하는 작가는 주어진 언어의 한계를 인식하고 내 생각에는 결정적인 각성이다 동시에 크게 도약할 것이다. 번역하는 작가는 익숙지 않은 원천에서 샘솟는 신선한 지식을 손에 넣을 텐데, 이 자양분이 결국은 더 넓고 깊은 문학적 대화로 이어질 것이다. 번역은 가능성으로 가득한 지평을 열어 창작에 새로운 방향과 영감, 어쩌면 변화까지도 가져다줄 뜻밖의 길로 작가를 안내할 것이다. 번역이란 거울을 응시하다가 그 안에서 자기 외에 다른 이를 보게 되는그런 것이니까.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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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23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따뜻한 주말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모나리자 2023-12-25 12:47   좋아요 1 | URL
네, 덕분에 잘 보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곡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