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으로 세상 보기 - 파자로 푸는 인문학 테마 한자 공부법
김동련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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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마흔넷 되던 해에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동양철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제목의 책이 떠오른다. 그 말은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평생의 업으로 삼기 위한 공부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자는 늦은 공부의 대가로 원전을 소설책 보듯이 읽을 수 있고 여러 권의 책도 집필했으니 가히 공부로 일가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몇 해 전에 고전평론가 고미숙님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는 공부가 자신의 밥이라고 했다. 책읽기가 밥이고 글쓰기가 밥인 셈이다. 공부도 뜻을 품고 확실히 하면, 평생의 업으로 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어린 학생 시절에 천자문 책을 접해 본 경험이 대다수 있을 것이다. 한자는 국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자를 모르고서는 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글 전용 정책으로 돌아선 지 오래 되어 한자를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천자문의 한자를 파자(跛者) 하여 주술의 세계와 곁들여 설명하여 재미있게 한자를 배우고 인문학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쓰인 책이다.

 

 

위의 사진은 파자의 예를 보여 준다.

학생들도 쉽게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다.

 

천자문의 한자를 여덟 글자를 한 구절로 하여  모두 125구절로 구성하였다.

 

 책의 제목과 같이, 천자문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많은 군상(群像)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관중과 포숙의 우정, 지아비의 충직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죽음을 바치는 기생, 학문에만 파고드는 남편을 못 견디고 집을 나가 훗날 출세한 남편 앞에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나 받아달라며 용서를 구하는 아내, 재상이 되어달라는 왕명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을 선택한 부부 등의 이야기는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삶 속에 있는 현재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진 문공이 괵(虢)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한 노인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노인께서는 괵 나라가 무슨 이유로 망했다고 보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괵 나라 임금은 백문선이 거짓 문서를 구별 못 했고 잘라버려야 할 일을 과감히 자르지 못했고 간언하는 말이 있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사람도 바로 쓰지 못했으니 망할 수밖에요.”(p442)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양으로 역사는 되풀이되는 모양이다.

 

 천자문의 한자와 한자성어 속에 연관된 이야기를 통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믿음, 사랑, 충성, 화목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다. 어른들은 물론 공부하는 학생들도 충분히 이해하기 쉽게 자세한 한자의 세계로 안내한다. 읽기에 적당한 활자와 넉넉한 여백도 좋다. 게다가 사이사이 들어있는 저자의 가족 이야기와 삶 속에서 만난 지인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향기가 느껴진다. 구수한 입담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의 인생 역정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기계발의 동기를 부여 받을 수 있는 요소도 장점이다.

 

 한자 공부와 더불어 세 가지 주제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다. 그것은 ‘나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나와 세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p768)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둔 저자의 집필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삶의 지혜를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어떤 문제에 부딪혀 해결 할 수 없는 답답한 문제도 책 속의 행간을 따라 다니다가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처럼 천자문 속에서 나와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탐구를 통해서 좀 더 성숙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자가 다수 보이는 점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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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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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이다.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를 다니면서 차별을 받고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고,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다. 이후 일본 이름을 버리고 본명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한다.

 재일 한국인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아 대학원에서 유예기간을 갖던 중 은사의 권유로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으로 유학을 했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일본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도쿄 대학 정보학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세이가쿠인대학 교수로 재임중이다. 대표 저서로 『고민하는 힘』이 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 생각되어도, 인생이 끝나기 1초 전까지는 언제든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 같은 건 없다.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다 보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땐 저절로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본문 中


   '…… 지금을 소중히 하며 살아서 좋은 과거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세 가지 가치

①창조-예술적인 활동 등.

②경험(체험)

③태도- 그저 마음속으로 빌고 기도하고 생각하는 것.

-빅터 프랑클은 인간의 가치로 ‘태도’를 가장 중시함.


-프랑클이 말하는 ‘태도’가 그려진 소설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인간의 진가를 생각하는 데 매우 훌륭한 사례임.

-‘자기를 잊는 것 보다 마음 편한 것은 없고 무아지경보다 기쁜 것은 없다.’(나쓰메 소세키)


  저자는 아들을 잃었나 보다. 서문에서 진한 슬픔이 느껴졌다. 아들을 잃고 몇 달 뒤 2011년 3.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2만여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이 사고로 많이 엇나가게 되었다고. 과학의 발달, 과학의 힘을 온전히 믿었던 일본인이 이 사고 이후 신도 없다고 했으며, 크나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많이 언급했다. 반가웠다. 일본 작가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데... 저자도 소세키를 많이 존경하고 삶의 영감을 그 작품에서 받는 듯 했다.

현실이 슬프고, 괴롭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도 꼭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결국 우리는 각자 자신이 꿈속에서 제조한 폭탄을 껴안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죽음이라는 먼 곳으로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는 게 아닐까. 다만 어떤 것을 껴안고 있는지 다른 사람도 모르고 나도 모르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다....’-소세키의 산문집<유리문 안에서>


 실업과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불안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가 날로 증가하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아무리 현재가 시시한 인생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인생은 바뀔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한, 마음이 시키는대로 살아가다보면.

저마다 조금씩 삶의 고통은 있겠지만, '지금'을 소중히 살아내야 한다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른채 타성에 젖어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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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비밀 - 중국 역사에 나타난 관리들의 생존법
천웨이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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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중국 역사에 나타난 벼슬살이 관리들이 자리를 지키거나 승진에 필요한 비법 46가지의 생존법 전략을 다룬 책이다. 구성은 제1장 면벽십년/ 제2장 모르는 사람과 관계 맺기/ 제3장 예물이 많아도 탓하지 않기/ 제4장 완급의 책략/ 제5장 머리 조아리기, 꼬리 내리기, 꼬리 흔들기/ 제6장 신중, 냉정, 침착, 결연, 단호함/ 제7장 값싼 자존심 거두어들이기/ 제8장 윗사람 명령에 절대 복종하기/ 제9장 ‘밉보이기’의 보이지 않는 규칙으로 되어 있다.


 한 사회에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듯이 관리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관계맺음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승진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맨 입으로는 되지 않는다. 무언가 대가가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뇌물은 ‘예물’이라는 이름으로 근사하고 우아하게 포장되어 불린다.


‘설령 상사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을지라도 예물을 먼저 보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p113)

‘돈이면 신과도 통한다.’(p115)

‘이 사람이 내게 보낸 코담배가 정말 훌륭했소. 그러니까 괜찮은 양반이라고 알고 있소.’(p116)

‘뇌물을 주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다.’(p127)

‘벼슬길에 오른 인물이 자기를 지키고 보전하는 일은 큰 돈을 써야 한다. 큰 돈 쓰기를 아까워하면 자리보전은커녕 목숨까지도 날라 갔다.’(p136)


 이와 같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금품을 받음으로써 인품이 높이 평가되고 벼슬의 가까이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별난 예물을 받아 축적한 경우도 있었다. 당나라 때 원재라는 재상의 집에서는 후추가 8백석, 지금의 64톤에 해당하는 양이 나와 사람들을 탄식하게 했다. 수입에 의존했던 그 당시로서는 고급 소비품이었다. 이는 하루아침에 모은 것이 아니라 하찮은 벼슬아치들의 손에서 오랫동안 걷어 들인 것이다. 이렇게 예물을 보내는 일은 벼슬살이의 길에서 대대로 이어져 하나의 제도로 굳어지고, 출세의 지름길로 통했다.


 ‘한 번은 조이고 한 번은 푸는 방식’(p146)은 벼슬살이의 기술이다. ‘잠깐을 참으면 바람 솔솔 구름 둥실, 한 발을 물러서면 얽매임 아무것도 없어라.’(p147) 이는 새 벼슬아치가 자리에 앉은 뒤에는 자신을 둘러싼 관아의 환경이나 일의 상황을 잘 살피어 ‘느슨함’을 보여 주는 방식과 한 발 물러나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전진을 위한 방식이다. 한나라의 명장 한신이 깡패들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 일화나 월왕 구천의 와신상담으로 자신을 단련시킨 유명한 이야기는 ‘완급의 책략’이다.


 한서(漢書)에 ‘지나치게 맑은 물에는 노는 물고기가 없으며, 지나치게 따지는 사람에게는 따르는 무리가 없다.’(p192) 재능이 출중했던 공융은 조조에게 조소와 풍자로 통쾌함을 얻은 대신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머리를 조아리고, 꼬리 흔들기에 서툴렀던 탓이다. 삼려대부(三閭大夫) 굴원은 충만한 정기와 나라를 위한 마음뿐이었지만 오히려 권신들에게 눈엣가시가 되었고, 곧 남후(南后)의 모함으로 유배를 당한다. “그대는 깨끗하게 씻은 몸에 다시 더러운 옷을 입는 이를 어디서 보았소? 나 참! 어떻게 깨끗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뒤집어쓸 수 있겠소?”(p195) 라며 멱라수에 뛰어들어 천고의 명예를 남겼지만, 관계의 어두운 면을 용납하지 못하고 스스로 막다른 길에 몰아넣은 것과 다름없었다. 자신을 꿈을 펼치지 못 한 점, 그의 죽음 자체는 국가의 손실이었다. 안타까운 삶이다.


 명나라 성조 때 해진도 그러한 예이다. 오래된 규범인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들어 성조의 둘째 아들의 태자의 옹립에 반대했다가, 그의 모함으로 눈 속에 생매장 당하는 불행에 처했다. 한 편 주원장의 의심병에 꼬리를 내리고 미친 척 한 원개는 천수를 다 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예에서 볼 때 너무 자신의 의지와 도덕을 앞세우면 반드시 모함하는 자가 나타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조금은 어리석은 체 하며 주위를 살피는 것도 자기 목숨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는 진리임을 알 수 있다. 벼슬살이도 좋지만, 생명은 더 소중하니까 일단은 살아남아서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



 ‘머리 조아리기, 꼬리 내리기, 꼬리 흔들기’의 겸손을 실행하여 성공적인 벼슬아치의 길을 간 인물도 있다. 당나라 초기의 태종 이세민의 눈에 들어 궁중으로 들어간 마주이다. 이는 국가가 대량의 인재가 필요했던 시기에 기회를 준비하며 기다린 것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는 간언을 올릴 때에도 아름다움과 효(孝)를 중시하는 내용으로 꾸며 태종이 한 마디의 짜증도 없이 받아들이게끔 하는 재주가 있었다. 이 세민의 대단한 총애를 받았다.


 역사속의 삶에서 사람들이 살아간 흔적을 발견하는 일은 참 흥미진진하다. 한 편 안타까움도 있다. 내가 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삶을 위한 각축전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 친구의 목숨을 없애야 하는 비정함이 끊임없이 도사리고 있다.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는 그 비정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친 척 하며 겨우 살아남은 손빈에 의해 방연은 계책에 말려들어 사지에서 숨을 거두었다.


 ‘깊은 못에 이르는 것 같고 살얼음을 디디는 것 같이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p330) 뿐만 아니라 언제나 ‘윗사람을 즐겁게’(p330) 하는 것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며 끊임없이 승진하는 방편이었다. ‘감투를 얻기 위하여 뇌물이나 예물을 쓰고 다니는 일’유세(遊說)라고 한다. 이러한 일을 제일 먼저 한 일은 공자였고,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인 맹자, 묵자, 순자도 있다. 간알(干謁)도 마찬가지이다. ‘높은 어른께 올린다.’는 의미이지만, 결국 감투를 ‘찾아 헤매는 일’이다. 시인으로 뛰어난 두보도 벼슬길에 올라 명예를 얻기 위한 욕망이 남달랐다고 한다. 두보의 시를 보면 공자처럼 부끄러움도 없이 찬 밥 더운 밥 가리지 않았음을 잘 알 수 있다.


아침이면 부잣집 문을 두드리고,

저물면 살찐 말 뒤를 따릅니다.

마시다 남은 술과 식어빠진 고기 조각뿐이니,

가는 곳마다 슬프고 가슴 쓰립니다.(p345)


 예로부터 벼슬아치가 되고자 하는 관리에게 청렴과 결백이 요구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청렴하고 공정한 벼슬아치는 대체로 윗사람이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부조리한 점 인 것 같다. ‘비뚤어진 것이 바른 것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참 씁쓸하다. 오래 전 이야기 <관리의 비밀>은 현 시대에 대입시켜 볼 때 좀 황당한 면도 없지 않지만 ‘뇌물의 법칙’은 수 천 년이 흘렀어도 그대로 제도화 된 점은 어쩔 수 없는 관행인가. 시대를 거듭하며 살아오면서 유전자에서 답습한 삶이런가. 오늘날에도 참고 견디고, 한 발 물러날 줄 아는 지혜, 뛰어난 재능이 너무 돋보이지 않게 감출 수 있는 센스, 관계의 원만한 유지 등 두루 살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한 방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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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는가 -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독서를 위하여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 이루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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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 단치(Charles Dantizg)는 1961년 프랑스 남서부 타흐브 출생으로 의학교수 집안에서 자란 그는 집안의 권유로 툴루즈 법대에 입학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법대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법대는 내게 최고의 학과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을 수 있었으므로.”라고. 28세 때 파리에서 박사 논문을 마친 그는 첫 에세이집과 첫 시집을 출간했다. 이 책은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장지오노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주요작품은 소설 <범죄로 버무리다> <성급한 우리네 삶> <사랑의 영화> <내 이름은 프랑스아> <카라스행 비행기 안에서> 등 다수 있다. 로제니미에상과 장 프로지테상을 수상하였다.


 ‘어디나 수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진흙탕 속에 빠져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하늘의 별을 쳐다본다.’


‘창작은 생기를 빼앗아 가는 기술이다.’(폴 레오토 <어느 하루에 대해서>)


‘우리는 책에 조언을 부탁하는 대신 책 속의 보물을 훔쳐 내야 한다.’


‘책은 인생이다. 진지하고 난폭하지 않은 삶, 경박하지 않고 견고한 삶, 자긍심은 있되 자만하지 않은 삶, 최소한의 긍지와 소심함과 침묵과 후퇴로 어우러진 그런 삶이다. 그리고 책은 실용주의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초연히 사유의 편에 선다.’


‘독서는 그 어느 것에도 봉사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서가 위대한 것이다.’

                                          (본문 中)


 그는 이미 유년기부터 독서광이었다. 부모가 “밖에 좀 나가 놀아라”라는 말을 수없이 들을 정도로. 그 어린 나이에도 책이 그렇게 좋았다고 하는 그는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다가 어떤 것에 부딪혀서 “어이쿠 죄송합니다.”하고는 고개를 들어보니 주차권 발행기였다는 우스운 에피소드도 있을 만큼. 어려서부터 광적으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작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열광의 도가니를 느끼는 사람은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이 책의 내용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광적으로 책을 읽는지 알 수 있다. 주석에 달린 작가를 보니 그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마치 비평가처럼, 유명한 작가의 비판도 개의치 않는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그 다음 단계는 쓰는 것이며, 읽지 않고는 ‘쓰는 것’이 될 수 없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광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서 그것을 업으로 삶을 꾸려가는 이들을 보면 무한한 존경심이 든다. 세상에 책은 차고 넘치며 골라서 읽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열광의 도가니를 아직 느껴보지 못한 다수는 닥치는 대로 읽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위대한 그들과 ‘비교하는 심리’를 반복하면서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이 똬리를 틀지 못하도록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책읽기’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고 책 속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들과 한 몸이 될 것이므로. 나는 자유를 찾기 위하여 ‘책읽기’를 멈추지 않고, 또한 ‘열광의 도가니’를 느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 이 책은 프랑스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화제의 베스트셀러이며, 장지오노 그랑프리(Grand Prix Jean Giono) 수상작,《르 푸엥》지(紙) ‘201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책을 좋아하거나 책읽기를 통해 세상을 사유고자 하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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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 아무 일 없듯 오늘을 살아내는 나에게
가와이 하야오 지음, 전경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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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가와이 하야오는 일본 융 심리학의 제1인자, 임상심리학자, 교토대학교 및 국제 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 융의 분석심리학을 일본에 최초로 소개한 선구자로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마음 전문가이다. 저서로는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콤플렉스 카페>, <울보 하야오>, <마음 경영>, <그림책의 힘>, <아이들의 우주> 등이 있다.


 이 책은 <마이니치신문>에서 발행한 정보지 <하나이치몬메>에 연재되었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며, 독자의 고민과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 전에 산다는 것이 선행(先行)되어야 한다. 우리는 좋든 싫든 살고 있는 것이다.’(p13)


 사람은 누구나 고민 한 가지씩은 있다. 좌절하기도 한다.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며, 불행한 일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도 않는다. 날씨에 비유해보더라도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치는 날도 있다. 어떻게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나와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따분하고 지루한 일인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을 준다고 하는 말도 있다.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면서 사람은 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깨닫고 스스로 마음의 변화에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중심이 되어 온전하게 살아가려는 지혜를 키워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선 남녀의 마음을 문학작품을 예를 들어 얘기하고 있다. 융이 말했듯이 남녀관계란 ‘두 사람’의 관계가 아니고 남성 안의 여성성, 여성 안의 남성성 이렇게 늘 ‘네 사람’의 관계라고 한다. 이렇게 각자의 ‘내면에 자리한 이성’까지도 포함해야 완전해진다는 것에 매우 공감이 되었다.


 개인의 정체성과 성장에 대한 것으로 비밀과 꿈을 다루고 있다. 아이에게 비밀이 생긴다는 것은 자립과도 관계가 있는데,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통제하는 과잉보호는 그 과정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비밀을 캐내려고 부정적으로 대처하지 말아야 한다. 비밀은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성장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니까.


 꿈에 큰 관심이 없던 저자는 융 심리학에 끌리게 되어 꿈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꿈과 자아실현의 관계를 주제로 쓴 <묘에, 꿈을 살다>가 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분석하는데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꿈속에서 일어난 일에 죄책감을 가질 수도 있고 이상한 건 아닐까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꿈에도 정답이 없으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탐구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심리상담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전문가외에도 일상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들어주기’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 상담의 근본은 상대의 이야기를 ‘그저 열심히 듣는 것’,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쭉 곁에 있어 준다.’ 이다.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과정에서 응어리졌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고 열린 마음으로 되는 것이다.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융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말을 걸어 오는 것처럼 느껴져 잔잔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나란 누구인가’ 하고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묻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도 필요하며 차라리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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