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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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김정선은 20년 넘게 남의 문장을 다듬는 교정 교열 일을 하면서도 동사의 맛, 소설의 첫 문장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교정 교열 일을 20년도 넘게 했다니 그 분야의 전문가라 할 만하겠다. 책을 읽다가 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일드 <수수하지만 굉장해!> 가 떠올랐다. 패션 잡지 편집장이 꿈이었던 코노 에츠코가 7년이나 도전하여 취업에 성공했는데 처음 맡은 일이 교정 교열이었다. 양질의 교정 교열을 위해 작가를 직접 만나거나 현지답사까지 하는 등 열정을 쏟는 교정자의 일상을 보면서 재미는 물론 뭉클한 감동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책을 통해 알게 된 교정자의 일상은 조금 달랐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문장과 씨름 해야 하는 고뇌의 과정도 엿보였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저자가 많은 문장을 다듬으면서 얻어낸 좋은 문장 표현과 한 저자와 나눈 메일 내용을 사이사이 소개하고 있다. 교정 교열에 대한 규칙만 알려주었다면 지루한 느낌도 있었을 텐데 그러한 에피소드도 곁들여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맨 처음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적ㆍ의를 보이는 것ㆍ들’ 5가지와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표현 3가지 등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중독(?)이 된 채 쓰고 있는 익숙한 문장 표현이 많다. 아마도 평소에 글쓰기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다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놀랄 것이다.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예시>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세력, 국제 관계, 혁명 사상, 자유주의 경향


<교정의 예>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국제 관계, 혁명 사상, 자유주의 경향(p19)

 



접미사 ‘-과 조사 ‘-그리고 의존 명사 과 접미사 ‘-도 무의식적으로 자주 쓴다는 사실을 번역 수업을 통해 깨달았다. 그저 무심코 쓰다 보니 습관으로 굳어지지 않았나 싶다.하지만 좀 더 나은 표현을 쓰려고 궁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단어에서 ‘-을 빼니 훨씬 깔끔해졌다. 늦게라도 간결하고 좋은 문장 표현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조사 ‘-의 예도 들어보자.


1. 문제 해결

2. 음악 취향 형성 시기

3. 이제는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4. 부모와 화해가 우선이다.


나열한 문장은 ‘-를 빼고 아래와 같이 다듬을 수 있다.



1. 문제 해결

2.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3. 이제는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4. 부모와 화해하는 일이 우선이다.(p22~23)

 

특히 2번과 4번은 ‘-를 빼고 문장 일부를 다듬어 좀 더 다양한 표현으로 교정할 수 있다.

  


이번에는 것ㆍ들을 무심코 쓰게 되는 문장의 예를 들어보겠다.


<예시>


1. 사과나무들에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2. 수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3.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4. 인생이라는 것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



<교정의 예>


1.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2. 수많은 무리가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3.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4. 인생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P28)

  



이 예시에서 우리가 ‘-이나 ‘-을 얼마나 남발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무리는 단어 자체에 이미 복수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을 붙일 필요가 없다. ‘적ㆍ의를 보이는 것ㆍ들습관적으로 적ㆍ의ㆍ것ㆍ들을 무심코 붙이면 문장을 읽는 독자들이 적의를 보인다라는 재치있는 언어 유희로 기억하고 글쓰기에 실천해 보면 어떨까.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에 대한 내용도 무척 공감한 부분이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에 대한(대해)’, ‘-들 중 한 사람, ’-들 중(가운데) 하나, ‘-들 중 어떤’, ‘-같은 경우’, ‘-에 의한’, ‘-으로 인한등의 표현을 얼마나 자주 쓰는지. 이 중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같은 경우


같은 경우에는, 중국 같은 경우, 같은 경우

 


이 문장을 살펴보면 경우’, ‘중국경우’, ‘경우가 동격이 된단다. 무심코 쓴 표현이 비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같다‘-같은등의 표현을 자주 쓴다는 걸 떠올렸다. 이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다 보면 확신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는 대상에까지 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가 합격했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라고 할 때는 형용사 같다가 어울리지만 어제 친구랑 밥 먹고 영화를 봤던 것 같아요라고 쓰면 어색한 표현이 된다.

 



마지막으로 얘기하는 내용은 문장 다듬기이다. 문장을 쓸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도록 배치해야 하고 관형사나 부사처럼 꾸미는 말은 각각 체언과 용언 앞에 제대로 놓아야 하며 수와 격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기본 원칙 외에도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있는데, 누구나 문장을 쓸 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써 나간다고 했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누구나 문장을 읽을 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나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장을 읽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으며 문장을 쓰는 방법도 그와 다를 수 없다고 했다. 과연 그렇구나. 너무 당연한 말이라 이런 원칙이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더구나 한국어 문장은 영어와 달리 되감는 구조가 아니라 펼쳐 내는 구조라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풀어내야 한단다.

 


<예시>


계속 걸어간 나는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나는 계속 걸어서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p196)

 



언뜻 보면 비슷한 의미 같은데 저자의 분석을 보니 차이가 느껴졌다. 위의 문장 계속 걸어간 나는이 만드는 거리와 그 뒤로 이어진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가 만드는 거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앞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밭은 느낌이고, 이렇게 거리가 일정하지 않으면 뭔가 펼쳐지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고 했다. 반면 두 번째 문장은 거리가 일정하게 펼쳐 낸 문장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렵다고 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평소에 생각지 못한 거라서 신선하고 유익한 공부가 되었다.

 



글쓰기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을 것이다. 오랜 시간 교정 교열의 현장에서 길러낸 유익한 팁이 가득 들어있다. 글의 행간에서 저자의 감성도 엿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전문 교정자로서 단호함이 느껴져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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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 33
김동인 외 지음, 현상길 엮음 / 풀잎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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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국 단편을 읽었다. 폭염이 한창이던 8월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마무리했다. 쓰레기 재활용을 하러 나갔다가 눈에 띄어 득템한 책이다. 마침 한국 단편을 읽어봐야지 하던 차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 친숙한 작품이 대부분이고, 간혹 처음 접하는 단편도 몇 편 있었다. 그 시절 국어 시간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말씀을 놓칠세라 귀를 쫑긋하며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던 기억 말이다. 또 한때 TV문학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올라서 추억에 젖어 보았다.

 



김동인의 <감자>를 비롯하여 오영수의 <요람기>까지 33편의 한국 단편이 실려있다. 엮은이 현상길은, 서점에는 어른들을 위한 책과 취직을 위한 수험서들이 즐비하지만 중고생들을 위한 책은 없어서 그러한 갈증을 해소해 주려고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제시된 단편을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학교의 수행평가나 수능 논술 등 진학을 위한 기초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했으며, 7차 국어과 교육과정의 핵심적 목표인 창의적 국어 사용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각 단편은, 읽기 전에 알아두기-작품 읽기-읽은 후에 정리하기-깊이 생각해 보기-심화 문제 풀이5단계 독서 과정을 거치며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짜여 있다.

 



가난한 인력거꾼 하층민 김첨지가 겪어야 했던 비극적인 이야기 <운수 좋은 날>이나 김유정의 <봄 봄>, <금 따는 콩밭>, <동백꽃> 등은 교과서에서 낯익은 작품이며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다.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의 작품 <><독 짓는 늙은이>, <()>을 오랜만에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은 누이의 죽음을 통해 미성숙한 인물에서 성숙한 인물로 성장해가는 성장소설로 내적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모든 단편작품 앞에는 읽기 전에 알아두기코너를 두어 처음 읽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략의 정보를 싣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처음 접한 단편은 김이석의 <실비명(失碑銘)>이다. 등장인물 덕구는 요즘으로 말하면 딸바보라고 할 수 있는데 인력거꾼으로 일하면서 딸 도화에 대한 헌신과 사랑으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인물이다. 어느 해에 덕구는 마라톤 대회에서 삼등을 했는데 부상으로 받은 광목을 급성 폐렴으로 죽은 아내의 시체를 감아야 했다. 겨우 스물여덟이라는 꽃다운 나이의 아내를 꽁꽁 언 땅에 묻고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렇게 아내를 떠나보내고 딸을 키우며 그는 도화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한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았기에 아무리 힘든 일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 않은가. 도화는 덕구의 바람과 달리 친구 연실이와 어울리면서 기생이 되고 싶었다. 그것을 안 덕구의 마음은 얼마나 허망했을까. 부모는 자식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식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무언가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자신의 바람을 자식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도 부모의 바람과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오늘의 현실에 비교해 보아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성한의 <바비도>도 처음 접한 작품인데 깊은 인상이 남았다. 주인공 바비도는 1410년 이단으로 지목되어 분형(焚刑)을 받은 영국 직공으로, 15세기 초의 영국 교회의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에 맞서 끝내 죽음을 선택한다. 권력의 희생양이 된 바비도의 처형을 이벤트처럼 가볍게 구경하는 구경꾼들, 몽매한 민중의 행동과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절대 권력 앞에 한 사람 개인은 얼마나 미미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우리 현대사에도 얼마나 많은 사례가 있는가. 다양한 작가의 수작을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오타가 자주 눈에 띄어서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서점과 출판계의 관심과 기대가 뜨거웠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물론 한마음이었을 것이다. 한강 작가는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한국 문학 작품을 읽으며 자랐기에 오늘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여름에 읽다가 남겨 둔 몇 작품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 단편들을 한강 작가도 수없이 읽었겠지 싶어서. 일제강점기에 쓰인 한국 단편 소설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빠뜨려서는 안 될 소중한 문학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단편 소설은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을 정신적 지주로 삼는 독자들에게 영원한 옹달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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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실패 없는 일본어 번역
윤지나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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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번역 수업 특강 때 추천받은 책이다. 구판 초보 번역가들이 알아야 할 7가지의 개정판이라 한다. 저자는 전문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통번역 입시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번역했다는데 그중 내가 재미있게 본 닥터 고토의 진료소, 호타루의 빛도 있어서 반가웠다. 역서로 사랑의 메신저 컨시어지, 단박에 통하는 전달의 힘, 존경받고 유능한 리더를 만드는 말버릇 수업등 다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1. 번역가에게 필요한 건 무엇? 2.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 3. 프로 번역가로의 입문, 실무 번역 4. 분쟁을 부르는 사례들 5. 번역수주에 대해 6. 통번역대학원에 대해서

이렇게 여섯 가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읽었던 번역 관련 책은 주로 출판번역가의 에세이와 출판번역에 대한 스킬을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이 책은 회사 자료 번역부터 논문 번역 등 영상 자막 번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1장에서는 번역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과 자세에 대해 알려준다. 날카로운 판단력, 밤을 새도 끄떡없는 체력과 지구력은 기본이고 책임감과 성의는 번역가의 기본 예의라고 한다. 그리고 지나친 자신감보다는 소심한 번역가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내용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소심한 사람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한 번 더 검색하고 고민하고 검토하기 때문이란다. 자동차 운전의 경우도 자신감 있을 때 사고 확률이 높다는 말이 있으니 공감할 수 있는 얘기였다. 또 초보 번역가에게 필요한 자세로 가장 염두에 둘 것은 분야를 가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보통 현역 번역가들을 떠올리면 누구나 전문 분야가 있다. 경제, 문학, 실용 등. 하지만 이들도 처음부터 그랬을까. 경력이 쌓이면서 차차 자신의 전문 분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자신 없는 분야나 익숙하지 않은 형식의 문서도 무조건 받아들여 경험 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때 의뢰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진정한 프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장에서는 번역의 우선순위에 대해 알려준다. 오역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번역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등 맞춤법과 띄어쓰기 실수를 하지 않고 마감일을 목숨처럼 지킨다, 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중 일관성을 지켜야 하는 사항의 예를 들어보겠다. ‘유럽연합을 일본어로 번역할 때 歐州連合이라고 했다가 ‘EU’라고 하는 등 아무런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쓰면 일관성이 크게 훼손된다. 이럴 때는 유럽연합을 歐州連合(EU)’으로 번역한 후 두 번째부터는 ‘EU’로 표기하는 것을 권장한다.

 



3장에서는 번역가가 실제로 마주하는 실무 번역의 다양한 예를 소개하고 있다. 회사 자료 번역, 논문 번역, 백서ㆍ법률 번역, 신문기사 번역, 비즈니스 레터 번역, 리플릿이나 팸플릿 등 인쇄물 번역, 출판 번역, 영상 자막 번역, 영상 더빙 번역, 녹취 자료 정리 및 번역 등이다. 참으로 다양한 번역이 있구나 생각했다. 실전 번역의 분야가 다양한 만큼 자신이 선호하거나 전문 영역으로 삼고 싶은 부분을 선택해서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장과 5장은 실제 번역일을 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와 번역 일감을 받을 때 어떤 경로로 시작하고 번역료를 협상하는 방법과 계약서 쓰기에 대해 알려준다. 일한 대가를 제때 받지 못해서 심적 고통을 겪거나 분쟁까지 가는 사례는 많은 번역가가 경험했다는 얘기를 자주 접했는데 제도적으로 보호장치는 없는 건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느 직업이든지 그렇겠지만 번역가로서 무리 없이 성장해가려면 무엇보다(자신의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번역료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통번역대학원에 대해서 알려준다. 저자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시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만큼 입시요강이나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다양한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공부방법으로는 일본 신문 공부하기, 한자 쓰기 연습, 쉐도잉 등 노트테이킹, 작문하기, 면접 준비까지 다루고 있다. 작문이나 면접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꼭 통번역대학원 진학이 아니더라도 일본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나는 매일 1년 동안 일본어 뉴스 기사 번역을 한 적이 있는데,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사설을 읽더라도 소리내어 읽을 것, 열 장을 묶어 돌려가며 읽을 것, 한자 쓰기 연습을 매일 할 것, 한국 사설 읽기는 일주일에 한두 장을 골라 반복해서 읽을 것 등이었다. 생각해 보니 과연 유익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영어공부를 수십 년을 하고도 입이 안 떨어지는 우리의 현실을 떠올릴 때 읽고, 듣기만을 반복했기 때문이란다. 직접 소리내어 말할 때 회화실력은 월등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매일 드라마 한 편씩 보라는 조언이었다. 일드를 너무 좋아해서 공부는 하지 않고 이래도 되나?” 하는 자책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보아야겠다. 드라마 보기로 회화 실력을 키우려면 한두 가지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질릴 때까지 보라고 했다. 역시 베테랑다운 조언이다. 일본어 공부에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요즘 내게 동기부여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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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자존감 수업 - 니체에게 배우는 나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기술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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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저서 중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등 여러 책을 유익하게 읽었던 터라 그의 신간이 나온 걸 알고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되었다. 수천만 독자를 사로잡은 일본 최고의 교육 전문가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다수의 저서가 소개되어 국내에서도 꽤 유명한 저자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니체를 40년 넘게 읽어온 니체 애독자라고 해서 더욱 반가웠다. 니체를 입문하기에 딱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니체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니체를 읽으면 자존감을 높여주고, SNS에서 소용돌이치는 언어폭력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마지막 하나는 자신감 넘치는 니체의 말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정신을 강하고 단단하게 단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본문에서 다루는 내용은 1장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라 제2장 스스로 고독을 선택하라제3장 말인이 아닌 초인이 되어라 제4장 높은 곳을 지향하라 제5장 지금 이 순간을 살라 다섯 가지 주제로 되어있다.

 



저자는 니체의 말은 일종의 극약이며 이 극약 처방이야말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SNS로 자기 인정 욕구를 채우느라 혈안이 되고 스스로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높은 자존감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의 일상을 보란 듯이 공개하며 SNS에 중독된 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니체의 여러 저서를 인용하고 있는데 특히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자주 언급한다. 오래전 이십 대에 잡았다가 놓은 적이 있는데 이제는 완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각 장의 소제목 아래에는 니체의 저서에서 뽑은 문장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문학작품이나 사상 등 여러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더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대들은 이웃을 그대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라.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 삶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지나치면 타인에 대해 눈치를 보게 되고 의존심이 강해지면 자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힘이 약해질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비교하려면 과거의 나 자신과 비교하라-138p


굳이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비교당하는 세상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SNS에 앞다투어 사생활을 쏟아 놓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질투심을 유발하기도 할 것이다. ‘어제의 나와 경쟁하라는 말이 있다.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감정을 소모하기보다는 훨씬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질투, 시기심은 마음공부에서도 패배자의 마음이라고 했다. 결핍은 결핍을 부를 뿐이다.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은 친구가 없어도 외로울 틈이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내 경쟁 상대는 과거의 나 자신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멋진 삶을 살아보자.

 



저자가 니체의 말을 언급하며 들려주는 이 자존감 수업을 통해 자존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존감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일까. 자존감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기를 존중하고 깊이 신뢰하는 마음이 있다면 하루하루를 살더라도 허투루 살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꿈과 목표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화두는 행복한 삶과 성공이 아닐까.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라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세상에 완벽한 자존감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훈련과 연습으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행운이 아닐까. 저자는 니체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말도 했다. 강한척하지만 나약한 우리에게 니체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곱씹어 읽으면 명상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좋은 내용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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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 개정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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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소설은 90년대에 나온 작품 벽오금학도를 읽은 지 실로 오랜만에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은 초판이 1981년이고 내가 읽은 것은 2014년 출간본이다. 오래된 작품인 만큼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내용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우리의 숙제 같은 물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배워온 것들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모조리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음 그 자체라고 했다. 2년 넘게 마음공부에 관심을 두고 유튜브나 책을 접한 나로서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놀라웠다. 이미 사십 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니 말이다. 역시 작가에게 있어 삶의 지표나 통찰력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그래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들개 그림에 목숨을 건 남자와 문학을 자신의 전부이자 마지막으로 여겼던 여자의 이야기다. 그 남자는 말끝마다 무의미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반복해야 했던 일과 삶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일까. 여자(화자)는 글이 써지지 않아 고통스러워한다. 마치 완벽한 때를 기다리는 듯했다. 나중에는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조금씩 채워지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삶의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 들개였을까. 획일화된 조직사회에 익숙해져 야망과 야성을 잃고 피폐해져 가는 현대인의 삶을 담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여자는 학창시절 자신이 다녔던 폐허가 된 학원에 들어가서 혼자 살고 있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숙부가 이민을 떠나는 바람에 혼자 남겨졌고 가난했기 때문에 그곳을 선택한 거였다. 빈틈이 보일 정도로 벽이 갈라져 곧 붕괴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면서도 거기를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흔히 사람들은 꽃이 기후가 좋은 상태에서만 아름답게 피어난다는 생각들을 가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반드시 꽃도 고통을 견디지 않으면 아름답게 피어날 수가 없습니다. 겨울의 모진 추위, 여름의 혹독한 더위, 그런 것들에게 시달린 뒤에야 꽃은 피어납니다. 그래서 봄과 가을에 꽃이 많이 피는 것입니다.(중략) 예술가는 작품이라는 진주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라도 자기 자신의 생활에 상처를 내는 사람들입니다.”(P124)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갈 곳이 없으니 여기에서 그림을 그리겠다고 여자에게 졸라서 들어왔다. 밖에 한 발자국 나가지도 않고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서 여자의 출입을 금지한다. 그가 허락할 때만 들어갈 수 있다. 나중에는 대소변까지 작업실에서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신도 들개가 되어간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자 실물 개를 사들여 먹이도 주지 않고 야성의 개로 길들여간다. 물론 여자가 일을 한 돈으로 사다 준 것이다. 여자는 글을 쓰지 않고 남자의 그림이 완성되기만을 마음을 졸이며 학수고대한다. 혹독한 환경에 자신을 가두고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드디어 아흔아홉 마리의 들개 그림을 완성한다. 개와 교감을 나누며 그것을 그림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신들린 경지를 느끼게 했다.

 



나는 보았다. 거기 경건하게 완성되어 있는 한 남자의 영혼을. 나는 오래도록 시선을 다른 데로 옮길 수가 없었다.

그 그림은 일찍이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가장 아름다운 또 하나의 세계였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그의 유서이자 영혼의 목소리였다.’(P336)

 



지금도 이렇게 열악한 환경과 가난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을까. 가혹한 환경을 스스로 선택하고 오로지 들개 아흔아홉 마리를 그리기 위해 온 열정과 영혼을 바쳤다. 읽는 내내 여성 작가가 쓴 글인가 싶을 정도로 섬세한 문장에 놀랐다. 이 작품은 발표되고 70만 부가 판매되며 문단과 대중을 놀라게 했고 이외수 작가의 예민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그 남자에게 들개는 어떤 의미였을까. 아마도 편안한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타성에 젖어 꿈과 목표를 잃은 자신을 깨우고 싶었던 것일까.

 



이외수 작가는 글을 맺은 후에, 한 줄의 시나 한 악장의 심포니, 또는 그림 따위들은 설명되거나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다만 느끼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을 쓸 때마다 그것을 염두에 두며 자신의 소설 또한 설명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했다. 소설이 감상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끝까지 영혼을 바쳐서 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일이 있는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도전하지 못하고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그렇기에 더욱더 귀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비교와 경쟁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기를 멈추지 말라고, 거기에서 진정한 삶이 시작된다고 일깨워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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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9-12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 님, 오랜만이어요. 반가반가~~ 저도 벽오금학도, 들개를 읽었답니다. 이외수 작가 님의 광팬이었었죠.

모나리자 2024-09-23 23:18   좋아요 0 | URL
네, 페크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댓글이 너무 늦었네요.ㅠㅠ 추석 명절 잘 보내셨지요.
이외수 작가의 광팬이셨군요. 전 정말 오랜 만에 읽었어요.
추석이 지나더니 선선해서 정말 좋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