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방의 소비를 늘리면, 우리의 배와 엉덩이와 넓적다리는지방을 저장하는 장소가 된다. 우리가 지방을 먹는 행위는 몸에 지방띠를 두르는 행위와 같다. 그러나 녹말음식은 상당한 영양과 에너지를 제공하면서도 몸속에 지방을 거의 저장하지 않는다. 정반대로 단백질과 필수지방과 비타민, 그리고 각종 미네랄을 제공하여, 우리 몸이 효율적인 기계처럼 작동하게 한다.
- P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인에게 맥두걸의 주장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40여 년 전 식습관을 떠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출생 세대들은상황이 좀 다르다. 그들은 고기반찬이 없는 식단을 상상하지 못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은 이런 두려움을 날려버리고 건강한 식단의 원칙을 알려줄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 P15

이 책은 음식을 먹으면서 만족감과 포만감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의 다이어트와는 완전히 다르다. 배고플 필요도 없고 박탈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녹말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해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만족감을 준다. 이것은 ‘무슨무슨 다이어트‘
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음식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한 달두 달 해보고 마는 다이어트가 아니다. 100% 그래야만 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평생의 음식습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한 달만 실천해보시라. 거울 앞에 날씬하고 건강해진 낯선 당신을 보고 놀랄 것이다.
- P17

당신은 이 책을 읽으면서 채식이 우리의 몸을 정화시킬 뿐 아니라지구환경을 정화시킨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순환하기 때문이다. 더 건강했던 우리 조상들의 음식습관으로 돌아간다면, 지구도 맑고 깨끗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날씬하게 하고 지구를 정화시키고, 많은돈을 저축하게 하며, 인생을 변화시켜줄 이야기를, 이 책을 펼쳐든당신에게 바친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8 - 소돔과 고모라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돔과 고모라2>

 

 


 <소돔과 고모라2>는 알베르틴과 함께 발베크 역 앞에 서 있는 장면부터 시작된다유명한 학자 브리쇼의사인 코타르가 자주 등장한다세르바토트 대공 부인은 상류 사회 귀족인데 지적으로 탁월하며 부자이다그런데 이 부인을 주변 사람들이 싫어해서 교제의 범위가 넓지 않다베르뒤랭 부인과 외독시 대공비하고만 교제를 하고 있다특히 베르뒤랭 부인에게는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브리쇼는 학자답게 긴 담론을 늘어놓고 있었는데,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어원학이나 지명학에 대한 이야기다화자 마르셀도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대화에 열중한다.

 


 

 베르뒤랭 씨네 살롱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이룬다스완네 살롱에서 소개받지 못했던 샤를뤼스를 만나게 되고 캉브르메르 부인도 알게 된다샤를뤼스의 동성연애담이 꽤 길게 펼쳐졌다베르뒤랭 부인은 샤를뤼스와 얘기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인다게르망트 공작을 아느냐고 물으니 자신의 형인데 왜 모르겠느냐고 반문하지만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왠지 게르망트 공작고 샤를뤼스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아마도 그의 동성연애적인 모습을 보고 전혀 딴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화자는 불면증과 마취제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하고 있다베르그손과 나눈 대화에서 비롯된 내용이라고 한다. 잠에 대한 묘사에는 긴 잠짧은 잠잠자는 동안 우리는 무력한 존재라는 걸 상기시킨다잠을 자면서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수없이 벨소리를 듣는다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에 대해서도 얘기한다추억을 회상하는 능력이 없다면그것은 망각이고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산 삶이 아닌가영혼의 불멸성에 대해 궁금해한다그에게 있어 잠은 소리를 만들어 냈다병약했던 화자는 잠을 자면서도 많은 생각들이 떠나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까짧은 잠과 긴 잠을 자고 난 후 깨어남을 알기 위해서는 깊이 잠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이러한 잠에 대한 화자 나름의 성찰도 꽤 이어진다보통의 우리는 푹 잠을 자고 나야만 개운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데...

 

 


 살롱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지루한 감이 많았는데 그나마 알베르틴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샤를뤼스의 동성연애담이 너무 진지해서 웃겼다샤를뤼스는 모렐과 함께 저녁을 보내려고 했지만 그는 자꾸만 벗어나려한다얼마나 실망했는지 속눈썹에 칠해진 가루가 눈물에 녹는 모습을 본 화자가 도움의 손길을 펼친다모렐을 오게 하려고 거짓으로 결투를 꾸미기도 했지만 결국 용서를 빌겠다며 돌아온 모렐을 보며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이라니.

 

 


 알베르틴과의 관계는 안타깝기도 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함께 있는데도 왠지 외로움을 느꼈다헤어지려고 결심하고 마음을 굳히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게 칼로 무를 베듯 단호하지는 않았다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걱정과 우려를 생각해서 헤어지려고 한 것이었다어머니의 모습에서 할머니의 모습이 자주 겹쳤다어머니도 할머니를 잃은 상심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서 마음껏 웃고 살지 못했다알베르틴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헤어지려고 털어놓았지만 돌아서서는 속이 찢어질 정도로 마음이 아팠고 통곡을 할 정도였다너무 귀여움이 느껴진다고 할까왜 그런 상황이면서도 헤어지려고 결심했을까아무리 어머니의 걱정을 덜기 위한 결심이기도 했지만한 사람을 독차지하고 싶은 깊은 질투심으로 갈등하던 화자가 보였다앙드레와 뱅퇴유 양의 여자친구와 어울리는 것이 질투가 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알베르틴과 꼭 결혼해야겠다고 어머니에게 말을 하고 끝난다갑자기 재밌어지고 궁금하기까지 하다.

 

 


 드디어 8권까지 읽었다그런데 머릿속에 남아있는 내용은 별로 없다자주 언급되는 드레퓌스 사건이랑 살롱에서 나눈 미주알고주알 대화를 따라 읽다가 자주 방향을 잃어버리곤 했다도대체 이 문장이 어디서 끝나는 거지앞뒤로 왔다 갔다 해야 했다순 한글로 된 이야기가 왜 그렇게 읽기가 힘든지어쨌든 여기까지 온 게 어디냐다음 두 권은 분량이 좀 얇아서 마음도 가뿐하다잃시찾 시리즈는 완독하기 위해서 읽는 게 아닐까아무튼 뿌듯한 마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12-28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샤를뤼스 너무 웃기죠ㅋㅋㅋ너무 사랑하게된 캐릭터예요. 모나리자님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네요!😉

모나리자 2021-12-29 17:0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샤를뤼스 너무 진지해서 웃겼어요.ㅋㅋ
알베르틴과 화자의 사랑은 많이 안타깝던데요. 다음 권이 궁금해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 미미님.^^

새파랑 2021-12-29 0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8권까지 읽으셨군요 ㅋ 저도 8권까지 읽고 9권, 10권 남겨놨는데 ㅜㅜ 저도 곧 읽어야겠어요 ㅋ 그런데 앞의 내용이 생각 안나네요😅

모나리자 2021-12-29 17:01   좋아요 2 | URL
네, 그래도 어렵게 읽으면서도 하나씩 줄어드는 게 신기하네요.ㅎ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맞나봐요.
새파랑님은 손에 잡으면 금세 뚝딱 읽으실텐데요.ㅋㅋ 금세 잊어버리게 정신없이 긴 문장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 게르망트 쪽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게르망트로 이사를 온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져서 공기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프랑수아즈와 재봉사 쥐피앵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전에 큰 길가의 집에 살면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존경의 표시를 받으며 살았는데, 이곳은 너무 조용해서 지나가는 사람이 부르는 노랫소리마저 들리는 집이다. 프랑수아즈가 눈물을 흘리며 슬러하는 것을 비웃던 내가, 이제는 슬픔을 느꼈는데 반대로 프랑수아즈는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 프랑수아즈가 이웃집에 대한 호기심은 식지 않고 관찰하면서 전달하기 바쁘다.

 



 이웃에 살고 있는 게르망트 공작 부인에 대한 이야기, 그집의 하인 집사 이야기가 세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낯선 곳에 이사를 오면 정이 들기까지는 호기심이 들기 마련이니까. 게르망트 성이 공작 부인의 소유라는 등. 부엌 창문을 통해 엿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그집 안 식당이나 가구들까지도 묘사하고 있다. 게르망트 공작과 부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라 베르마를 처음 본 이후, 다시 보러 가게 된다.

 



 극장에 [페드르]를 보러 간 화자는 게르망트 공작과 게르망트 공작부인 등 극장에 온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묘사해 놓는다. (귀족과 하류층들의 좌석을 칸막이를 쳐서 구분한 것 같다. 그들에게 괴물이라고 부른 걸 보아 멸시하는 풍조가 있었던 것 같다) 라 베르마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지 못했고, 마찬가지로 질베르트를 만났을때도 그랬다는 것을 상기한다. 그리고 그녀를 찬미하는 것인지 헷갈렸는데 연기에 담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생각의 폭을 넓히며 애썼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고전극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유명해질 것이라며 미래를 낙관하고 있었다.

 



 게르망트 부인을 지켜보면서 사랑에 대한 상념과 추억을 달랜다. 어떻게든 그녀를 쫓아가는데,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될 때는 실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렇게 만나게 되는 걸 귀찮아한다는 사실을 프랑수아즈가 눈치를 주는 바람에 알게 된다. 한편, 생루와 함께 어울리는 이야기도 길게 언급되고 있다. 파리에 있을 때와 달리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파리에 두곤 온 여러 일들이 떠올라 불안했고, 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걱정하고 슬퍼서 생루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화자는 생루를 보러 자주 병영에 갔다. 병영에서 연대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모습을 떠올리고 다시 어린 시절 정원으로 여행을 한다.

 



‘(전략) 가장 깊은 잠의 지하 갱도로 우리를 내려가게 하면서, 몸을 덮고 있는 흙과 응회암을 그토록 완전하게 뒤집어, 근육이 잠기고 그 가지를 비틀고 새로운 삶을 호흡하는 바로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정원을 되찾게 해준다. 이런 정원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여행을 하기보다 우리 마음속으로 깊이 내려가야 한다. 땅을 덮었던 것은 더이상 땅 위가 아니라 땅 아래에 있다. 죽은 도시를 방문하려면 여행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발굴해야 한다. 얼마나 덧없는 우연한 몇몇 인상들이 이런 유기체의 분해보다 더 정교한 정확성으로, 보다 가볍고 비물질적이며 현기증 아는 확실한 비상으로 우리를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145P)

 



 문장이 참 많이 와 닿았다. ‘여행을 하기보다는 마음속으로 깊이 내려가야한다는 것. 그리고 여행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발굴해야한다는 것. 점점 어린 시절의 시간은 희미해져 갈테니.

 



 로베르(생루)는 인기가 많았다. 생루의 친구와도 화자의 친구가 된다. 생루가 있는 병영에 가서 자고 오기도 하는 등 병영 이야기도 길게 묘사된다. 생루의 길고 긴 군사 이론에 대한 연설이 이어지는데, 이 장면은 1917년 추가 집필된 것으로 전쟁에 대한 예감과 실제 일어난 현실을 비교하려고 썼다고 한다. 나폴레옹 전쟁과 관련있는 울름과 로디, 라이프치히 전투 등 많은 역사적 전투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다. 전쟁터로 쓰였던 곳이 한번 만 전쟁터로 쓰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없을 거라는 생루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또한 과거에 좋은 전쟁터였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현실에서도 보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오래전에 전쟁이 일어났던 곳에서 수십 년을 거듭하면서 되풀이고 되고 있으니 말이다.

 



 게르망트 부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문장이다. 14일이나 되도록 부인을 못 만난 일을 되새기면서 보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이는데... 질베르트를 사랑했던 마음은 이제 깨끗이 사라진 것일까. 나이어린 화자의 마음을 빼앗았던 게르망트 부인은 어떤 모습일까, 사랑앓이를 하는 화자가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한때 사랑했던 여인을 잊고 다른 사람에게서 또 그러한 감정을 느끼다니. 시간이 모든 것을 희미하게 해 준다는 것을 상기시키게 한다. 화자는 파리에서 어떤 소식이 없었는지 생루에게 확인하며 온통 게르망트 부인에게 마음이 향한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생루는 애인과의 불협화음으로 힘들어한다. 이런 중에서도 화자는 어떻게든 게르망트 부인을 만나고 궁리하다가 엘스티르의 그림을 다시 보고 싶다는 욕망을 떠올린다.

 



 그런데. 게르망트 부인을 사랑하는 마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절실한 마음이 와 닿았는지 빌파리지 부인의 살롱에서 드디어 만나게 되는데... 상상 속의 사랑은 언제나 현실의 사랑을 이기지 못하는 법인가. 아무래도 그런 건 있겠지. 상상의 나래를 펼 때가 모든 건 아름다운 법이다. 실제로 마주한 게르망트 부인에게 실망을 하고 놀라고 나중엔 무관심하게 되었다. 화자가 품고 있던 환상이 깨진 것이다. , 많이 웃겼다. 그렇게 마음을 졸일 때는 언제고. 살롱에 초대된 유명 인사를 비롯하여 노르푸아 씨 등 친구인 블로크, 생루, 스완 부인까지 이야기는 날 새는 줄 모르고 이어진다. 작품 전반에 자주 언급되는 드레퓌스 사건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블로크는 노르푸아 씨에게 귀찮을 만큼 질문을 하며 서로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 사건은 화자의 집사와 게르망트네 집사와 말다툼을 벌일 정도였다는 것으로 보아 민중에게까지 확산된 이슈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할머니의 병환으로 게르망트에 오게 되었는데 그다지 병 치료에는 도움이 안 되었던 것일까. 편찮으신 할머니에 대한 화자의 걱정, 슬픔이 자주 보였다. 그러다가 아래의 문장을 만났다.

 



우리는 병에 걸려서야 비로소, 우리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세계의 존재에 묶여 있으며, 어떤 심연이 우리를 그 존재로부터 갈라놓아 그 존재는 우리를 알지 못하고, 우리도 그 존재에게 자신을 이해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이 존재가 바로 우리 몸이다,’(496P)

 



 몸에 대한 통찰인가. 연세 드신 엄마를 만나고 와서인지 그냥 가볍게 읽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정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의 육체를 빌려 마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 문장 바로 뒤에는 이런 얘기도 있었다. ‘할머니의 관심이 늘 우리를 향하고 있었으므로, 할머니 자신은 스스로의 병을 깨닫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 우리 부모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할머니의 병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박사의 말을 듣고 눈물로 기쁨을 나누지만... 어떻게 될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9-24 1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다시 시작하셨군요! 저도 읽어야 하는데~~ 신기하게 모나리자님 글을 보니 내용이 떠오르네요 😆

모나리자 2021-09-25 18:52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연휴 잘 보내셨죠?
주말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새파랑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질베르트를 향한 안타까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녀에 대한 관심이 거의 사그라들었을 때 화자는 할머니와 함께 발베크로 떠나는 장면에서 4권이 시작된다. 하지만 발베크로 와서도 그녀를 깨끗이 잊은 것은 아니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은 똑같은 아픔으로 화자를 괴롭혔다. 어쨌든 낯선 장소로 여행을 왔고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옅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겠지. 화자는 질베르트에 대한 고통과 사랑의 부활이 오래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 감정을 오래 지속시켜 줄 만한 옛 습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 그래서 기분전환이 필요하거나 삶의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구나. 항상 있던 자리에서 일상의 루틴이나 감정의 습관이 우리 자신도 모르게 배어 있을 것이다. 화자는 그에 대한 느낌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습관의 변화, 습관의 일시적 중단이 내가 발베크로 떠날 무렵에 습관의 작품을 완성했다. 습관은 사물을 약하게 하지만 안정시켜 주고, 사물의 붕괴를 초래하지만 그 붕괴를 무한히 유보한다. 몇 해 전부터 나는 날마다 이럭저럭 정신 상태에 따라 다음 날 정신 상태를 가늠해 왔다. 그런데 발베크에서는 새로운 침대가 - 그 침대 옆으로 파리의 아침 식사와는 다른 식사를 가져오는 - 질베르트에 대한 내 사랑을 길러왔던 상념을 더 이상 받쳐 줄 수 없었다. 칩거 생활은 세월의 흐름을 정지시키므로 시간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소를 바꾸는 일일 때가 있다.(물론 드문 일이긴 하지만) 발베크로의 내 여행은 그저 자신의 치유된 모습을 보고자 나서는 회복기 환자의 첫 외출과도 같았다.’(12P)

 




 그런데 아픈 몸 아주 건강한 편은 아니었으니까 에 예민한 성격은 낯선 장소에 머무르는 일이 그리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떠나올 때부터 어머니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난 어머니가 나 없이도 살 수 있으며,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고 느꼈’(19P)다는 부분에서는 웃음도 났다. 이미 청소년 나이인데도 분리 불안을 느끼다니. 어쩌면 부모를 향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일 수도 있겠지. 호텔 꼭대기의 전망 좋은 방도 파리의 내 방처럼 편하지 않았다. 잠을 못 이루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특히 할머니와 손자의 애틋한 사랑과 할머니를 향한 존경심, 친밀함을 묘사한 부분은 따뜻한 감동과 함께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하긴 그랬기에 할머니와의 여행이 가능했겠지.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장면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을까.

 



 호텔 창문으로 바라본 풍경 등 당시 부자들과 국제적인 저명인사들이 묵었던 호텔 분위기 등 묘사를 통해서 당시 귀족층의 여행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화자와 할머니가 묵었던 이 발베크 그랜드 호텔은 노르망디의 유명한 해변 도시 카부르 해변의 그랜드 호텔이 모델이며 프루스트는 1907년부터 1914년까지 휴가철을 보냈다고 한다. 여행지에 모인 여러 군상들의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삶, 여배우를 기다리는 연미복 차림 남자들의 설렘, 음식 이야기 등으로 계속된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다. 그런데 화자는 전혀 평온하지 않다. 하지만 낯선 고장의 사람들 모습에서 르그랑댕과 스완네 문지기와 스완 부인을 만나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스완이 <모세의 생애>벽화에 나오는 이드로 딸의 모습에서 오데트를 떠올렸듯이 말이다. 우리가 아는 인간 유형을 책 속 인물에서 발견하곤 하지 않는가.

 



 할머니의 옛 친구 빌파리지 후작 부인을 같은 호텔에서 만났는데도 할머니는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나의 눈에도 그 할머니는 귀족 계급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리고 자기 할머니와 담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다지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결국 아는 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17세기 극작가 몰리에르의 아내의 학교의 장면을 소환해 낸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1689년 세비녜 부인이 쓴 글이나 편지가 자주 인용되고 있는데 당시 문화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해변에서 열리는 교향곡 연주회를 언급하는 장면은 오래전 가족 여행 때 해인사 경내에서 교향악단의 연주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의 멋진 감동을 떠오르게 했다. 정말 흔치 않았던 여행에서의 경험이었다.

 

 

 만연체 문장에 좀 적응이 된 것일까. 술술은 아니지만 흥미롭게 읽힌다. 당시 귀족들의 문화생활이나 정치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처음에 화자의 할머니가 옛 친구인 빌파리지 부인을 아는 척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둘도 없는 대화 상대가 된다. 샤토브리앙, 발자크, 빅토르 위고 등 위대한 작가들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일하지 않는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귀족들의 삶을 비판하기도 한다.

 



 화자 또한 낯선 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어찌할 줄 몰랐는데 차츰 적응해간다. 마차를 타고 여행하는 중에 보이는 꽃들, 사람들, 풍경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이나 삶을 관대하게 생각하게 되는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었다. 할머니를 비롯하여 어른들에 세계에 어울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병약해서 혼자 외출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그랬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청소년기에 꿈꿀 수 있는 이성에 대한 동경, 아직은 아니지만 상상력을 동원하여 꿈꾸며 행복해한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은 또 얼마나 애틋한지. 할머니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고 말하는데,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순수함이 느껴졌다.

 



 빌파리지 후작 부인의 조카인 생루와 화자의 친구 블로크, 샤를 뤼스 씨 등의 대화에 관한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야기의 맥을 자꾸만 놓쳤다.ㅎ 그래서 앞으로 다시 가서 또 읽고...를 반복하고. 그러다가 발베크를 떠나기 전에 생루가 할머니께 사진을 찍어 드려도 좋은지 물어봤다며 들떠서 치장하는 할머니를 보고 화가 났고 그동안 할머니를 잘못 보아 온 게 아닐까, 하는 화자의 복잡한 감정이 엿보여서 웃음이 났다. 역시나 독점하고 싶은데, 할머니를 빼앗긴 기분이 들어서 질투를 하고 있었다. 단둘이 있고 싶고 할머니 얼굴에 키스하고 싶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무관심한 할머니를 원망하며 울다가 잠이 들었다. 이런 손자가 있다면 요즘 할머니들 정말 행복하겠지. ㅋㅋㅋ 너무 귀엽다.^^

 



 마차 여행을 하면서 거리에서 보게 되는 소녀들을 향한 그리움?을 갖고 있었다. 한창 이성에 관심 있을 나이였으니까. 그 무리들은 노인을 뛰어넘는 등 장난이 지나친 걸 보고 노인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무례한 아이들로 비친다. 시모네 댁 딸이라는 아름다운 소녀와 사귀고 싶어하다가도 변덕스럽게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아무튼 발베크에서 아름다운 소녀들의 얼굴을 보고 사귀어보고 싶은 마음, 그들을 관찰하고 몇 장에 걸쳐 묘사해 놓은 부분을 보면 소녀들을 보는 즐거움을 낙으로 살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날마다 다른 옷을 입었으며 새 모자와 새 넥타이를 보내 달라고 파리에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특정한 누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소녀들의 모습을 보고 관찰하는 것만으로 행복으로 여겼다. 소녀들을 향한 마음은 아래의 문장에 잘 나타나 있다.





나는 그녀들 모두를 사랑하면서 그중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을 만날 가능성이 내 일상에서 유일하게 감미로운 요소였기에, 다니지 이 만남의 가능성만으로도 내 삶의 온갖 장애물을 허물 수 있을 듯한 희망이 생겼고, 동시에 이 희망은 내가 그녀들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주 분노로 이어졌다.(319P)’




감성이 넘치는 청년의 이성을 향한 애끓는 마음이 엿보여 웃게 만들었다.

 



 이후 이야기는 거의 소녀들 틈에서 어울리며 보낸 이야기다. 스완이 말했던 화가 엘스티로를 리브벨의 레스토랑에서 만나게 되고 교류가 시작되면서 끝없이 그림 이야기가 펼쳐지고, 화실에 드나드는 소녀들과 교제하면서 그 중 알베르틴을 사랑하게 된다. 어느 정도 서로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화자는 알베르틴의 요청으로 그녀의 방에 놀러 갔는데, 뜻밖에 거부당하게 된다. 그 충격인지 화자의 마음은 소녀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닌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라는 제목이 참 시적으로 다가왔는데, 어떤 향수를 느끼게 했다. 바로 소녀 시절의 추억 말이다. 여기서 는 마음껏 소녀들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인간의 목소리가 새의 목소리보다 더 다양하고 음량이 풍부한 악기보다 더 많은 음이 담겨 있다고. 그리고 목소리가 변하듯이 얼굴도 계속해서 변해 가리라는 시간의 흐름 그 덧없음을 연상시켜주었다. 이 작품에는 사랑이 없다고 한다. 뒤에 나오는 제목을 보면 알베르틴도 지나가는 사랑을 예고하는 것 같다. ‘대상 없는 탐색이나 내면에서 나오는 감정인 질투가 프루스트적인 사랑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완전한 소유는 그 자체로 사랑의 소멸을 의미한다는 부분도 신선한 해석으로 다가왔다. 그러한 고통의 과정을 거쳐 글쓰기에 천착하며 이런 대작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는 원래 되찾은 시간의 일부분으로 계획되었던 것을 알베르틴에 관한 부분을 추가 집필하여 191912월에 공쿠르 상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완독!^^

 




<기억에 남는 문장>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라 근면한 습관이 한 권의 작품을 탄생시키듯이, 현재의 기쁨이 아닌 과거에 대한 현명한 성찰이 우리에게서 미래를 보호해 준다.’(291P)

 




 이번 이야기는 작가의 꿈을 이루어 가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1909년부터 1912년까지 그렇게 짧은 시간에 작품 전체적인 구상과 집필을 마친 다음 출판사를 찾았다고 한다. 아마도 위의 저 문장을 되새기며 근면한 습관으로 그 많은 분량의 원고를 썼나 보다. 몇 군데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하고 그라세 출판사에서 자비출판을 조건으로 출간되면서 빛을 보게 되었단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9-04 21: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4권 완독 축하드려요~♡ 이젠 표지만 봐도 설레는 이작품! 할머니밖에 모르더니ㅋㅋ 사랑은 역시 움직이는거 맞죠😆

모나리자 2021-09-05 20:19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미미님.^^
할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 짠하고도 정말 웃기더라구요. ㅋㅋ
역시 움직인다는 말이 맞았어요.^^

새파랑 2021-09-04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르셀은 사랑꾼입니다 ㅋ 4권 완독 축하드려요~! 그런 그가 앞으로 사랑에 더 집착(?)하게 되는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모나리자 2021-09-05 20:22   좋아요 3 | URL
네, 앞으로 나올 얘기도 기대되는데요.
뒷부분은 그림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좀 빨리 읽지 못했네요. 잘 모르는 게 많아서... 한번 읽어서는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ㅎㅎ

붕붕툐툐 2021-09-04 2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4권 완독 축하드려요!! 4권쯤 되면 술술 읽히는군요!ㅎㅎ 저는 실제로는 읽히는데 심리적 저항감은 여전한 작품이라 자꾸 뒤로 미루고 있어욤~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앞으로 읽을 책은 리뷰에서도 줄거리 실눈으로 읽는데 이 리뷰는 다 읽었어용~ 헤헷!

모나리자 2021-09-05 20:24   좋아요 3 | URL
네, 감사합니다~ 술술까지는 아니고 조금 적응되는 수준? 이었어요.ㅋㅋ
분량도 갈수록 두꺼워져서 걱정이에요. 5권도 500쪽이 넘어요.ㅋㅋㅋ
감사합니다. 툐툐님.^^

막시무스 2021-09-05 1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습관에 관한 작가의 고찰이 맘에 팍 꽂히네요!ㅎ 즐건 휴일되십시요!

모나리자 2021-09-05 20:25   좋아요 2 | URL
네, 인용한 문장 좋지요? 그런 시간들이 모여서 이런 대작을 완성했나 봅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막시무스님.^^
감사합니다.^^

scott 2021-09-05 1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르셀의 잃시찾은 사실상 개별적인 스토리로도 완성도가 높은 단편이 될정도로 뛰어난 작품, 읽을 수록 문장마다 스며있는 인생의 통찰력이 담겨 있죠 이제 4권을 넘어섰으니 완독의 길은 더욱 가까워졌네요 모나리자님 응원합니다 ^ㅅ^

모나리자 2021-09-05 20:26   좋아요 3 | URL
맞아요. 만연체 문장으로 읽기는 힘들지만, 속속들이 숨어있는 보물 같은 문장들이 보이더라구요. 이렇게 한권 한권 읽으면서 나아가면 되겠죠?
응웒 감사합니다~스콧님~~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