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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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니체를 만난 것은 언제였던가. 아마도 꽤 오래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뭐라고 말을 했는지 모른다. 백과사전만큼의 두께와 어려운 내용에 압도되어 몇 페이지 읽다가 흐지부지 덮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 니체를 만나서 반가웠고, 그가 안쓰럽기도 했다. 외롭게 살았다. 30세가 넘었어도 여자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그를 의심한 코지마는 ‘수음 상습자’ 즉 동성애자로 여기기도 했단다. 그 당시에는 범죄로 취급되었다. 친구도 온전하게 사귀지 못했다.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면 그와의 관계도 단절이 되었다. 상대를 독점하려는 욕구가 강해서 친구의 아내와 공유하게 되는 것조차도 용인이 안 되었던 것이다.


원래 나의 상상속의 니체는 지적이며 다소 샤프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 성격적으로 완벽한,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당연히 당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홀로 남아 한탄하며 분노에 떨고, 외로움에 울부짖는, 그럼으로써 정신까지 갉아먹힌 나약한 소유자였다. 오히려 사후에 더욱 인정을 받고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까칠하고 전투력 1위로 소문난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원래 칸트 전문가이며,니체를 혐오했다고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사십 년 동안 니체를 계속 읽고 그의 모든 책을 독파했다고. 그런 그가 현대 일본사회를 비판하면서 니체의 도덕적 비판을 무기로 여과 없이 흔들어댄다. 착한 사람은 곧 약자다. 착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은 없다고.기존에 알고 있던 착한 사람의 기준에 맞추면 혼란이 있다. 나카지마는 세 가지 약자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사회에서 배려의 대상인 ‘공인된 약자’다. 두 번째는 나카지마가 증오하는 ‘반동적 약자’로,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약함을 착함으로 정당화하는 자다. 세 번째는 현재 일본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히키코모리 및 사토리세대와 같은 ‘신형 약자’이다. 사실 이것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고 은둔생활을 하며, 돈과 출세 같은 것에 관심도 없이 욕망을 억제하며 현실에 만족한다.


여기서 말하는 착한 사람이란 시스템에 편승하려는 사람, 강자에게 넙죽 엎드리는 사람, 자신의 안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손가락을 까딱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신체 보전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고 역자는 부연설명을 해 주고 있다.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니체는 ‘위험하게 살라’고 하고 나카지마는 ‘착하게 살지 마라’고 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에 비하면 사회의 최소 구성원인 개인은 무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은 알지만, 옳은 것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니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참으로 충격적이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여성을 혐오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가 여자로부터 사랑받지도 못했고, 여자가 자신의 친구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데서 기인한다고 했다. 또한 광기에 빠진 후부터 죽을 때까지 10년 동안은 여동생 엘리자베트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 인간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더니, 천하의 니체도 모든 행복을 고르게 가지지는 못했다.


까칠한 독설로 유명한 니체에게도 ‘다정함’을 보여주는 면모도 있다.

내가 동정해야 할 경우에도 나는 동정심 깊은 자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동정해야 할 때는 멀리 떨어져서 동정하고 싶다. 사실 나는 그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얼굴을 가리고 도망가고 싶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 동정하는 자들에 대하여(p217)


'온화하고 행실이 바르며 겁 많고 약하고 선량하고 비열하며 순진'한 사람이었다는 니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상가 중 가장 모순적이면서 혼동의 철학자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니체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저명한 철학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니체가 겉으로는 독설을 퍼부으며 까칠한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나약하고 자신의 나약함 그 자체를 극도로 싫어했다는 점. 완벽해 보였던 그도 약한 구석이 있다는 면을 공감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니체는 타인을 향해 강해야 한다고 그렇게 부르짖었을 것이다. '남에게 달라붙지 말고 자신의 발로 단단히 서기를' 바랐을 것이다. 우리는 밖을 향해서는 한없이 강한 척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내면까지 철저하게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그의 생(生)에 감동을 했고 살아갈 이유와 용기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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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 - 열심히 노력해도 행복하지 않은 당신을 위한 현실 심리학
가타다 다마미 지음, 전경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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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 겸 베스트셀러 작가로 다양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 우울 무기력 등 현대인을 지배하고 있는 마음의 병을 폭넓은 시각에서 냉철하게 분석해 많은 이들이 그의 저서와 칼럼에 열광하고 있다. 저서로 <철부지 사회>, <나를 미치게 만드는 사람들>, <왜 화를 멈출 수 없을까?> 등이 있다.

 

 

항우울제 남용의 폐해

항우울제는 ‘대박상품’이었다. 제약회사는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에 뛰어들어 1960년대 중반에는 약 10여 가지의 항우울제가 시장에 출시되었다. 정신약리학에 관한 국제회의나 국제학회도 꾸준히 늘었다. 그 결과, 모든 게 ‘우울증’이 되었다. 단순히 항우울제에 반응한다는 이유로 모든 병을 우울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해야 할까.(p92/93)

 

 

 

 

 

세계적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이는 약물 남용의 결과 생명을 빼앗아갈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경고로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항우울제 남용의 원인

아주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항우울제를 처방하지 않아도(환자의) 호소에 차분히 귀를 기울이고 고뇌에 공감하며 이해하는 것만으로 환자가 잠깐의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p107)

‘마음의 감기’라는 타이틀로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많이 알려지고 쉽게 처방받을 수 있게 된 점, 환자들도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빨리’ 모면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상황이 항우울제, 특히 SSRI의 ‘남용’과 그와 관련된 ‘우울증’의 증가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우울증을 조장하는 사회적 요인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 논란’도 신형우울증의 대표적 예라고 한다. ‘너 때문이다. 책임져라’고 질타하는 태도 말이다. 그런 경우가 지금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타책 경향이 짙어진 시기는 1945년 이후이며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개인이 자유로운 민주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집단의 목적에 희생된 개인은 규범으로부터 해방을 꿈꾸게 된다. 그렇게 ‘자아실현’, ‘자기다움’을 추구하려고 부단히 힘썼지만, 종국엔 어떤 결과에 못 미치게 되자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을 향해 질책이 시작되는 것이다.

 

 

개인의 책임이 무거워진 사회

지금은 옛날보다 가족, 친지 등 인간관계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경우와 비슷하게 고령화 사회도 매우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결혼도 하지 않는 사회,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사회이다. 타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지만, 어떤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 해결해야 하고 혼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취직, 결혼, 건강관리 등 모두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하는 책임의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이다. 혼자여서 느끼는 외로움도 무시할 수 없다. 거기서 느끼는 강박관념도 우울증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헬리콥터 맘, 인공위성 맘

 

아이들도 예전에는 대가족 속에서 자랐고, 친척, 이웃 등 주변 사람들 모두가 훈육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자녀의 수도 적고, 그에 따라 부모의 관심과 기대치도 무조건적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헬리콥터 맘은 자녀의 학창시절은 물론, 입사, 결혼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신경을 쓰며 간섭을 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아이가 혼자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인공위성 맘’이 있다.(p197)

 

부모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 경우, 아이를 통해서 이루려고 한다. 이는 부모 자신의 ‘자기애’가 되살아 난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애’가 없어서는 안 되며 적당히 있는 것이 ‘자존심’의 원천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자녀는 결코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젊은이로 성장시켜 이 사회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하나의 인간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해피 드러그’ 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난 우울증 치료제는 많은 우울증 환자를 만들어낸 것은 틀림없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을 안고 있고 테러 등 위험요소도 전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이제는 더 이상 성장의 시대도 아니라고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왔어도 사회조직과 내가 잘 맞지 않으면 유용한 인재로 쓰임을 받지 못한다. 거기서 얻게 되는 것은 우울감,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사회는 우리가 원하지 않음에도 누구나 우울할 수밖에 없는 시대라고 한다. 그러니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남의 탓만 해서는 해결되는 일이 없다고. ‘다들 조금씩은 병을 앓고 있다’ 면서 괜찮다고 다독여 준다. 우리도 주변에 마음이 힘 든 사람이 있다면 따뜻하게 한 발 다가가 조그만 관심을 가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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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매일 아침 1분 철학 그림으로 읽는 매일 아침 1분 철학 1
왕위베이 지음, 웨이얼차오 그림, 정세경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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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하다 43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웨이얼차오의 만년필 그림과 서양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도서관에서 근무, 대학 학보사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돌연 산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살고 있는 왕위베이의 글이 만나 책으로 엮어진 것이다.


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고 뭔가 권위적인 것이 들어있어서,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어떤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철학이라는 개념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서 이제는 꽤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플라톤부터 키케로까지 14명의 철학자의 고귀한 말씀이 담겨져 있다. 기원전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살았음에 참으로 놀라웠다. 시대는 흘러가고 사람은 새로운 사람이건만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살고 있다니.


자, 그렇다면 책 속으로 들어가 철학자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자.

  

아테네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왕에게 디오게네스가 앞으로는 무엇을 할 작정이냐고 물었다. “전 세계를 정복할 거네.” 이에 디오게네스가 되물었다. “전 세계를 정복한 뒤에는 뭘 하실 겁니까?” 알렉산드로스 왕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혼자 기뻐할 테지.” 라고 답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 기뻐하실 순 없습니까?”(p55)


지금이다. 그렇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지금이다. 지금 기뻐하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 흘러간 오늘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해야 한다. 내일로 미루기에는 너무 늦다. 무언가를 성취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적당한 시간인 것이다.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 모든 선악과 길흉은 감각으로 존재할 뿐이며 죽음은 단지 감각의 상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p94)



에피쿠로스의 죽음에 관한 이렇게 간결하고 편안하게 정의한 문장을 본 적이 없다. 매일매일 숨 쉬고 움직이고, 먹고 마시고, 울고 웃으며 살다가 ‘어느 날 문득 감각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막연히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걱정하는 시간에 그 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까에 마음을 쓸 일이다.


선생은 바다에서 여러 해를 보내셨는데 거기서 어떤 기적을 보셨습니까?

아무 일 없이 평안히 뭍에 오른 게 기적이 아닌가.(p125)


자고 눈 뜨고 일어나면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로 얼룩진 세상이다. 아무런 일 없는 일상, 어제와 같은 오늘, 평범한 일상에 감사할 일이다. 살아있음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던가.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고.


모든 두뇌노동 가운데 독서만큼 큰 깨우침을 주는 것이 없다. 젊은이에게는 열정을, 노인에게는 즐거움을 주며, 성공에는 빛을 더해주고, 실패에는 위로를 더해준다. 또한 독서는 밤을 새거나 여행을 갈 때, 한가하게 집에 머물 때 등 언제든 우리의 충실한 반려자가 돼준다.(p210)


이러한 키케로의 독서예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독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훌륭한 스승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잘못한 일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아볼 수가 있다. 그리하여 좀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 준다.


인생만큼 어려운 예술은 없다. 다른 예술이나 학문은 곳곳에 스승이 있기 때문이다.(p26)


인생은 연습이 없는 실전이다.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정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이를 먹고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래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한 일인가. 이렇게 먼저 살다간 선인들의 고귀한 말씀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뜬 마음과 게을러진 일상에 대해 조금은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욕심과 이기심이 고개를 들이밀 때 아무 쪽이나 펼쳐 보며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너무나 진지하게 철학적인 것에 몰두하다 보면 삶이 좀 건조해질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된 것 같은 자부심은 들지 않을까.


한 의사의 고뇌가 깃든 그림, 글은 짧지만 마음에 울리는 여운은 잔잔하고 길게 남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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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공적 연금 - 고용 불안 시대의 노후 대비와 우리 세대의 과제
오건호 지음 / 책세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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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2001년부터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에서 사회복지 영역을 담당했고, 사회공공연구소,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금, 재정 분야를 연구했다. 2010년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시민 복지에 나섰고 2012년부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국민연금, 공공의 적인가 사회연대 임금인가>,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 등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내가 낸 국민연금을 과연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할 것이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논란이 되어왔던 것 중에서 ‘기금고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국민연금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연금 논의의 지평을 국민연금에서 공적 연금으로 확장하는 일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공적 연금은 노후 생활을 지탱하는 현금 소득이다.’(p14)

 

현재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공적 연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다.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이 도입 되었고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금액도 2배로 올랐다“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기초연금법 제1조 목적) 한다는 보편주의 원리를 적용한다.

 

기초연금의 강점

1. 기초연금은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해소한다. 기여여부에 관계없이 사회수당 형식으로 지급되므로 소득 재분배, 노인 빈곤율 개선의 효과가 크다.

2. 미래 재정의 부담을 연도별로 늘려가는 재정 연착륙 구조의 제도이다.

3. 적립 기금 문제를 지니지 않는다. 따라서 거대 기금 운용에 따른 위험도 피할 수 있다.

 

기초연금의 네 가지 불편한 진실

1. 줬다 뺏는 기초연금

현재 기초생활수급 노인 약 40만 명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지급받고, 다음 달 20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 당한다.

2. 기초연금액의 물가 연동 조정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수급액은 올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초노령연금때 보다 예상액이 적어진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대한 공약 위반이기도 하다.

3. 국민연금 연계 감액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가입 기간과 연계해 감액된다. 오래 가입할수록 감액 폭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온전한 기초연금이 아닌 것이다.

 

 

 

 

위 사진의 ‘통합 운영’이 ‘연계 감액’의 의미라는 어이없는 변명이다.

 

※ 이와 관련하여 2013년 9월 저자를 포함한 복지 단체 대표 4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기초연금 공약에 대한 ‘사기죄’와 ‘허위 사실 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기각되었다. “공약은 장래에 대한 의사 표시 혹은 계획으로 과거와 현재의 사실 관계에 대한 진술이라고 볼 수 없어”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각 이유라고 한다.

4. 지자체에 대한 기초연금 재정 압박

박근혜 후보는 복지의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며 지자체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천은 없었다. 기초노령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 2배가 올랐지만 국고 보조율은 변화가 없었다. 이는 고스란히 지자체의 예산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고령화에 따라 수급자가 자연히 증가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공적 연금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의 개혁을 우선순위에 두고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해야 한다.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 이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기초연금의 물가 연동을 소득 연동으로 되돌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국민연금과 연계한 감액 조치도 중단되어야 한다. 기초연금의 도입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연금이다. 그리고 기초연금이 순조롭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대한 재정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만큼 중앙정부가 지출의 추가분을 책임져야 한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다양한 오해들도 많았다. 받는 금액이 작아서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리가 받는 연금액은 법정 명목 급여율과 가입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명목급여율은 1988년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 매년 0.5%씩 줄어들어 현재는 46%이다. 하지만 수령액을 결정하는 데는 가입 기간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현재 28년밖에 안된 연금제도로서 수령액이 작을 수밖에 없다.

개인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유리하다는 오해도 있었다.

하지만 두 연금의 설계 원리가 전혀 다르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수급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므로 가입자간에 장수 위험을 공유하는 제도이다. 수급권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 매년 물가에 따라 금액이 조정되는 점, 결코 사적 연금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 있다.

 

 

 

 

위의 세 연금을 명확하게 비교해 주는 지표는 수익비다.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1.9, 퇴직연금은 1.01, 개인연금은 1.08이다. 이는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돌려받는 금액이 크다는 의미다. 직장 가입자라면 절반을 기업이 책임지기에 본인의 보험료 대비 수익비는 거의 4배에 육박할 만큼 국민연금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보험료율은 ‘OECD연금 보고서’를 보면 주요 18개국에 비하여 상당히 낮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현재 세대가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기금 수익이 있더라도 미래 세대에 의존하는 몫은 여전히 상당하다. 이 밖에도 기금의 사회 책임 투자를 활성화, 공공투자에 적극 나설 것, 주주권의 적극적 행사, 의사 결정 구조의 민주화도 절실한 과제이다.

 

연금의 미래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출산율이 강조되기도 하는데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기금의 소진 문제는 뜨거운 논란의 한 가운데 있어서 서구의 사례처럼 ‘부과 방식’이 논의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20%가 넘는 높은 보험료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 결국 이 방식의 전환은 현재 9%의 보험료율, 늘어나는 노인 부양비의 전망을 고려할 때 실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공적 연금 체계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법정 사적 연금인 퇴직연금이다. 개혁도 세 연금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기초연금은 OECD기준으로 볼 때 기초연금의 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한 경우이다. OECD는 사회부조 유형으로 간주한다.

 

읽는 내내 궁금했다. 왜 책 제목이 <내가 만드는 공적 연금>일까. 세금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논쟁의 대상이 된 것 같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이 OECD국가에 비해 낮은 점, 그로인해 세대간의 형평성의 문제가 야기되는 점, 시간이 흐를수록 고령화가 진행되고 이로 인해 노인 부양비가 증가하는 점. 이에 저자는 기초연금 중심의 개혁의 모델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금 정치’로 인한 불신과 조세 저항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공교육 과정에 세금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고액 현금이 오가는 전문직 소득, 임대․금융 소득, 종교인 소득, 해외 자산 등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훼손된 조세의 정의를 바로잡는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보통사람 서민으로서 내가 내는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다. 하지만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공적 연금의 두 가지 숙제인 보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해결하는 연금개혁, 나의 자녀, 손자 세대에게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공적 연금을 논의할 때 많은 사람들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걱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우리 세대가 어떠한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공적 연금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결코 미래 세대의 손에 달려있지 않고, 현재 세대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책임을 미루지 말자고 한다. 희미하게 알고 있던 공적연금에 대한 지식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넘치는 후보들의 공약사항을 이제는 대충 넘기지는 못 할 것 같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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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그리고 고발 - 18번째 소송과 그 다음 이야기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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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저자인 안천식 변호사가 향산리 지주 기노걸(아들 기을호)이 건설사와 토지매매계약을 하고 잔금을 못받고 있는 중에, H건설에서 땅을 팔지 못하도록 처분금지가처분을 해 놓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기을호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아 2005년 8월부터 2014년 7월까지 10여 년간 18번의 소송의 기록을 쓴 글이다.

 

사건의 전말

부동산 광풍이 불던 1997년 D건설은 김포시 고촌면 향산리의 지주 24명과 약 1만 4,550평의 토지에 대해 매매계약을 이미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약 72억 원을 지급하였으나, 나머지 잔금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기노걸도 그해 자기 소유의 땅 약 980평을 19억 6,000만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그 중 9억 8,300만 원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지급받고 나머지 잔금은 받지 못한 상태였다. D건설은 그 와중에 1998년경 IMF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 대상기업이 되었고, 1999년 11월 24일 H건설주식회사는 위의 부동산 매매계약을 포함해 이 지역 사업권을 36억 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 H건설과 D건설 사이에서 다리를 놓은 것이 Y종합건설주식회사(대표김영환)라는 시행사였다.

 

주요인물과 증인들

1. 피해자- 기노걸(망)- 아들 기을호

2. 이지학(망)-기노걸과 건설사의 토지매매계약시 중간 역할을 함. 기을호의 친구임.

3. 증인A-기노걸과 이지학이 계약서 작성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유일한 사람.

   H건설의 토지매입 용역회사인 Y종합건설의 전무이사임.

4. 증인B- H건설 차장

5. 증인C-W공영(Y종합건설의 하청 용역업체)에서 회계 및 총무로 근무함.

   이지학의 지시로 기노걸과 허창의 계약서에 기재된 필체의 주인공.

 

 잔금을 못 받은 상황에서 2000년 12월 21일자로 H건설에서 토지에 가처분을 해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04년 8월경에 기노걸은 사망하였으며 기을호의 요청으로 2005년 8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H건설 명의의 가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접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토지소유권 이전 및 건물철거 청구 소송이 시작되었다.

 

 H건설에서 제출한 부동산매매계약서에는 기노걸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란에 기재된 통장 계좌번호는 기노걸의 자필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글씨였고, 날인 란에도 기노걸 이름이 새겨진 ‘한글 막도장’이 날인되어 있었다. 더구나 2004년 8월경에 사망하기까지 이 사건 계약서와 관련하여 기노걸에게 단 한 번도 연락을 취해 온 사실이 없었고, 단 한 푼의 잔금도 지급한 사실이 없었다고 한다.(P30)

 

계약서가 위조되었음을 알게 되는 상황이다. 기노걸의 자필과 인감도장이 아닌 한글 막도장이 찍혀 있었다.

 

법정의 공방

H건설의 주장은 1999.11.24일 경 <증인A>가 기노걸과 H건설을 대리한 이지학이 기노걸의 자택을 방문하여  매매계약이 이무어지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하면서 기노걸의 진정한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기을호측에서는  2000년 7월 28일자로 Y종합건설이 기노걸에게 발송한 통고서를 증거로 제시한다.

그때까지 기노걸은 동의하지 않고 있어서 재촉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므로 1999.11.24일의 매매계약은 위조된 것이며 <증인A>의 진술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새롭게 발견된 것은 계약서상에 기재된 통장 계좌번호가 D건설로부터 계약금과 1차 중도금을 지급받은 뒤 1997년 9월 24일자로 해지한 통장이라는 사실이다.

 

뒤에 계약서에 기재한 필체의 주인공은 <증인C>로 밝혀진다.

아래 사진은 <증인C>음성녹음의 내용이다. 이런 사실이 있는데도 

'안천식변호사가 협박하였고, 기을호가 평생 먹을 것을 보장해 주겠다'고 하였다며 위증을 하고

번복을 한다.

그럼에도 법정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H건설의 승소가 10여 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그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공방이 진행될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계약서를 당사자도 모르게 대리로 작성하며 그것도 모자라 위조하고, 농협직원이 차명계좌를 개설해 주는 등 증인들의 위증, 반복되는 진술 번복, 그런데도 한결같이 H건설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 내 눈에도 보였다. 재판부는 정의의 편이 아니었다, 위임받은 권력을 등에 업고 권위를 내세웠다.

마치 H건설과 재판부가 사전에 만나 말을 맞추고 예행연습, 작전회의를 하여 결론은 H건설의 승소로 정해놓고, 무대에 서서 그 과정을 시연하는 느낌이었다. 검찰에 필체감정을 신청해도 거절하고, 재심청구도 기각한다. 마치 어서 포기하고 나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아래의 사진은 이 사건의 향산리 지주 24명 중  유일하게 기노걸과 허창의 계약서가 위조되었는데

그 사실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재판부에 재심을 청구하여도 기각을 시켰다.

H건설측은  전에 판사출신으로 전관예우를 받은 변호인을 내세워 막강한 권력을 과시했다. 어디 한번

대항해 보라는 듯이...

모든것이 H건설측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대기업은 헌법의 위임을 받은 권력자들도 이렇게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기을호는 끝내 잔금을 못받고, 오히려 H건설은 세입자 건물 철거를 핑계로 3억 8천만원을 뜯어갔다.

악랄하게 한 개인을 유린하고 무너뜨렸다. 10여 년 동안 18번의 소송이 철저하게 패소하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거짓말(증인의 위증)의 잔치에 초대된 것처럼 어이가 없고 화가 나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법조계에 몸을 담고 국민의 세금인 국록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 그 권력을 등에 업고 의기양양하게 모든 것을 떡주무르듯하는 대기업. 참으로 무섭다. 도대체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지.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은 아예 제쳐놓고 자신들의 이익과 생존을 위하여 발악을 하는 모습이 생생했다. 힘없는 개인이 거대한 대기업과 헌법의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자에게 대항하여 승리를 거두려 한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할 정도로 허탈함이 밀려왔다.

 무릇 법을 다루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 조직의 이익, 권력, 권위가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헌법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사안일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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