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남작은 방탕아 기질을 가졌으면서도 교육자의 소명을 실현하려고 하니 말이야. 주목하게, 나는남작을 험담하는 게 아니야. 어느 누구보다 구운 고기를 잘 자르는 그 온순한 인간은, 남을 격렬히 비난하는 재주와 더불어선의가 가득한 보배로운 마음도 지녔다네.  - P157

 사라진 살롱에 바치는 그의미소를 보면서 나는,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브리쇼가 옛살롱에서 좋아했던 것은 어쩌면 커다란 창문이나 여주인과신도들의 상쾌한 젊음이 아니라, 바로 이런 비현실적인 부분(나 자신이 라 라스플리에르와 콩티 강변로 사이의 몇몇 유사성으로부터 도출했던)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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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를 포기하려는 의지가 존재한다. 이처럼 온갖 상이한 법칙들이 반대 방향에서 작용하면서, 결백하고 플라토닉한 사랑‘
에 관계되는, 보다 일반적인 대답을, 아니면 반대로 밤에 만났으면서도 아침에 만났다고 말하는 자와의 관계에 대한 육체적 현실을 구술한다.  - P39

그때부터 샤를뤼스 씨의 질투심은 모렐이 아는 남성들에게만 국한될 필요 없이 여성들에게도 확대되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그런 부류‘의 존재들은, 그가 그렇다고 생각한 존재들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또 남성만을 사랑하지 않고 여성도 사랑하는 남성으로 구성된, 지구의 막대한 부분 전체를 포함했고, 또 남작은 자신에게 그렇게나 친숙했던단어의 새로운 의미 앞에서, 질투심의 확대와 갑작스러운 단어의 정의에 관한 불충분함을 체험하는 이중의 신비 앞에서,
감정적인 불안뿐 아니라 지적인 불안을 느끼며 가슴이 미어졌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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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그것이 그가 감추고자 애써 온 것, 즉 도덕적 타락이 말하는 방탕한 삶을 얼굴 표면에 드러나게 했기때문이다. 이런 도덕적 타락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쉽게 읽히는 법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체하지 않고 물질화되면서, 마치 간 질환에 걸린 사람에게 쌓이는 황달이나, 피부병에 걸린사람에게 쌓이는 역겨운 붉은 반점처럼, 이내 얼굴, 특히 뺨과눈 언저리나 육체 곳곳에 번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샤를뤼스씨가 예전에 마음속 가장 내밀한 곳에 억눌렀던 악덕은, 그의뺨뿐 아니라, 보다 정확히는 분칠한 얼굴의 늘어진 볼살이나,
- P26

되는대로 내버려 둔 탓에 살찐 몸의 젖가슴과 불룩한 엉덩이에도 이제는 기름처럼 번지면서 떠다니고 있었다. 이제는 그의 말에서도 악덕이 넘쳤다.
- P27

"브리쇼, 밤중에 젊은 미남과 이렇게 산책하는 건가?" 하고 그는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말했고, 한편 실망한 건달은 멀어졌다. "멋지군! 소르본 대학의 젊은 제자들에게 알려야겠어.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당신이 그렇게 진지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이지. 게다가 교수, 그대에겐 젊은이와의 동행이 좋은 효과를 자아내는 모양이군, 작은 장미꽃처럼 싱싱해 보이니 말이야.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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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 갇힌 여인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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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틴이 크루즈 여행을 포기하고 화자와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게 된다. 그런데 함께 하는 가운데 사랑의 기쁨도 누리지만 왠지 권태를 느끼고 사랑이 식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베르틴이 옆에 없을 때 오히려 기쁨을 맛보았다는데... 특히 아침 날씨가 좋을 때는 날씨를 알려 주던 카푸친 수도사를 떠올리며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등 사색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둘 사이의 관점이 달랐던 때문일까. 화자는 사랑을 소유한다는 것에 의미를 둔 것 같았다. 하지만 알베르틴은 앙드레와 어울리는 시간이 많거나 자유분방해서 마치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 한쪽에서 붙잡으려고 하면 한쪽에서는 도망치려는 법인가. 9권에서 주된 이야기는 질투에 대한 이야기다. 질투에 대한 성찰적인 문장 중에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전부터 갇힌 여인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었는데 이 권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화자의 집에서 살게 된 알베르틴을 갇힌 여인으로 생각한 것이다. 가장 가까이 함께 지내면서도 질투를 느끼는 화자의 마음이라니. 완벽한 소유란 있을 수 없으니까. 가까이 있어도 한 길 사람 속, 마음은 모른다고 하지 않은가.

 


질투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고 있어서 인상적인 문장들을 몇 개 음미하는 것으로 이 권을 기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모두 말해준다면, 우리는 어쩌면 쉽게 사랑에서 치유되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질투에 사로잡힌 남자가 제아무리 질투의 감정을 교묘하게 감추려 해도, 그 사실은 질투를 불러일으킨 여인에 의해 재빨리 발각되기 마련이며, 이번에는 여인이 교묘한 술책을 쓴다. 여인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자 속임수를 쓰고 또 성공한다.(P100)


마치 연인들의 심리전을 꿰뚫고 있는 듯한 장면이다. 어떻게든 알베르틴을 완벽하게 소유하려 했던 화자의 고뇌가 이야기 전반에 걸쳐 자주 묘사되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도시와 길을 우리는 질투 때문에 알고 싶어 하는가! 질투는 앎에 대한 갈증이며, 그런 갈증 덕분에 우리는 일련의 고립된 요소들에 대해서는 온갖 지식을 차례로 취득하지만, 정작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하고, 언제 의혹이 나타날지도 결코 알지 못한다.(P139)

 


앎에 대한 갈증이지만 정작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하는 것이 질투라니. 사랑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은 것도 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런 질투에 대한 성찰이 엄청나다.

 


사랑하는 사람의 실제 삶과 관련해서 우리가 모르는 온갖 것에 대해 우리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런저런 일이나 사람들에 대해 그녀가 했던 말도 모두 망각한다. (중략) 우리의 질투심은 과거를 뒤지면서 어떤 사실을 유추하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언제나 회고적인 질투는 자료 하나 없이 역사책을 쓰는 사학자와도 같다. 언제나 뒤늦게야 나타나는 질투는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지만, 거기에는 주삿바늘로 질투를 자극하고, 잔인한 군중이 화려함과 간계를 찬미하는 그런 거만하고도 찬란한 존재는 더 이상 없다. 불확실한 질투는 허공 속에서 몸부림친다.’(P241)

 


질투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무척 공감할 만하지 않은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 가련한 몸부림.

 


드레스를 사주고 요트며 포르투니의 실내복을 사주고 알베르틴의 순종하는 모습에서 어떤 특권을 느끼며 사랑을 소유했다는 자부심도 느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다시 말해 이제 나는 나만의 여자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래서 내가 느닷없이 보낸 첫 번째 쪽지에 자신의 귀가를, 데리러 온 사람의 인도 아래 돌아온다는 말을 공손히 전화로 알렸던 것이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주인이었다. 더 주인이라고, 다시 말해 더 노예였다. 이제 내게는 알베르틴을 만나고 싶은 초조한 마음이 사라졌다.’(P258)

 


화자 마르셀이 요즘의 사랑법을 좀 알고 있었다면 알베르틴과의 사랑이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았을까. 서로 밀고 당기는 밀당 말이다. 알베르틴에게 별 관심 없는 척 멀리하기도 했더라면 그쪽에서 몸이 달아 더 적극적이지 않았을까. 너무 순진하고 순수한 나머지 온전히 사랑하고 온전히 소유(?)하려고 애쓰다 보니 눈치빠른 알베르틴이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화자가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는 했지만, 왠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랑에 지쳐서 그런 결심을 한 건 아닐까,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갈매기 같은 소녀들의 무리에 둘러싸인 채 느린 걸음으로 방파제를 걷던 새가, 일단 내 집에 갇힌 몸이 되자, 알베르틴은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가질 수 있는 온갖 기회와 더불어 그녀의 빛깔도 다 잃어버렸다. 그녀는 점차 자신의 아름다움을 잃어 가고 있었다. 비록 질투는 내 상상적인 기쁨의 감소와는 다른 차원에 속했지만, 해변의 찬란한 빛 속에 감싸인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그녀가 나 없이 혼자 외출해서 이러저러한 여인이나 젊은 남자와 동반했으리라 상상되는, 오늘과 같은 산책이 필요했다.’(P285)

 


어머니도 프랑수아도 알베르틴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이유 말고도 화자는 다른 걸 생각했을까. 이를테면, 자신이 보통 사람들처럼 건강한 청년은 아니었다는 점을, 아니면 아주 가까이서 본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관찰로 자신과는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까. 질투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알베르틴을 가엾게 여기는 배려심도 느껴졌다. 원래 있어야 할 장소에서 벗어나 잠시 내 소유물이 되면서 별 가치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자신의 탓인 것처럼 생각한다. 알베르틴의 여자친구 앞에서 모욕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도 소중했던 존재가 내게 모욕을 준것이었다. 그런 수치심과 질투를 처음 만났던 때를 회상하면서 다시 아름다운 알베르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떠올리며 스스로 치유하기도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명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쩌면 문학적으로 이루어야 할 꿈을 더욱 크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침대에 누웠던 것이 경이로웠고 그렇게도 좋아하는 볼로뉴 숲의 호숫가에서 태양 아래 드리워진 그녀의 그림자, 단지 목소리만으로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 상상만으로도 충분하게 그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사랑했는데 결국 헤어질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참 힘들었겠지. ,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10권을 시작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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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31 21: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끝이 보이는군요~! 전 도대체 언제 9권을 시작할지 모르겠습니다 ㅜㅜ 9권 재미있을거 같아요 ^^

모나리자 2022-02-02 16:35   좋아요 1 | URL
네,, 여기까지 오니 그래도 뿌듯함 쏠쏠하네요.ㅎㅎ
새파랑님께선 3일이면 돌파할 수 있으니 언제든 시작만 하시면 되시죠.^^

새파랑 2022-02-02 17:22   좋아요 1 | URL
그런데 언제나 시작이 어려운거 같아요 😅
 

나는 세 살 때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내 또래 어린아이들의 꿈은 선장이나 군인이 되는 거였죠. 나는 때에 따라 큰배의 의사나 군의관이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인기 있는 꿈들과내 꿈을 간단히 조합해버렸죠. 어린 시절 나는 엉뚱한 연구에도관심이 많았어요. 내가 네 살 때 어머니께 한 말은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이 나요.
- P17

‘언젠가는 나도 죽겠지 ?‘
하지만 평생 나를 따라다닌 질문은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니었어요.
‘삶의 허무함 때문에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다면 ?
나는 스스로 묻고 답을 찾기 위해 애썼죠. 그리고 마침내 답을 찾았습니다.
죽음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 P17

존재의 허무함이 존재의 의미를 파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겪은 모든 시간과 경험은 과거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안전하게 보관되는 것입니다. 누구도 그 무엇도 그것을 훼손하거나 없앨 수 없습니다.
- P18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성장 환경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철학적인 사색보다 환경이 중요하죠. 다섯 살무렵, 피서지 하인펠트에서의 기억을 잊지 못해요. 눈부신 아침이었는데, 햇살이 눈꺼풀을 간질거릴 때 나는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무언가 따뜻한 기운이 나를 행복하고 안전하게 감싸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누군가 나를 든든하게 보호하고 있는 충만한 느낌 ! 눈을 떠보니 아버지가 미소 띤 얼굴로 잠든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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