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문장 수업 - 좋은 문장을 만드는 핵심 코드 177
이병갑 지음 / 학민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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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저자는 30년간 신문사에서 교열 작업에만 매달려 온 베테랑 교열 전문가다. 평소 업무 중에 발견한 비문, 악문 등을 177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번역 수업의 스터디 교재인 데다 글쓰기에 도움 될 만한 내용이 많아서 소장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어는 어미가 발달한 언어라서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국어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저자의 저서로는 중국역사사전, 공저서로 올바른 기사문장론등 다수 있다. 아울러 이 책 내용 중 절반가량은 올바른 기사문장론에 실려있는 내용이고,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도록 분량을 추가하여 재구성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1. 단어, 구 절의 나열 2, 문장 성분의 호응 3. 문장의 연결 4. 조사의 특성 5. 연결어미의 쓰임 6. 수식 구조 7. 부사어의 쓰임 8. 시제, , 부정 표현 9. 단어, 문장 성분의 생략 10. 겹말, 중복, 군더더기 11. 의미적인 것들 12. 기타 이렇게 총 12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소제목의 내용에서는 하나의 문장을 제시하며 왜 어색한지 또는 왜 비문이 되는지 예를 들며 설명을 한다. 그리고 나아가 더 알아보기코너를 두어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게 하였다.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해 보겠다.

 



같은 조사끼리


그 식당은 맛도 있고 값이 싸다.

냉장고에 사과며 배가 잔뜩 들어 있다.


1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임도 보고 뽕도 딴다라는 관용 표현을 언급하며 설명한다. 이것을 임도 보고 뽕을 딴다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번 제시문처럼 맛도 있고 값도 싸다식으로 형 문장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2번 문장도 형 문장에 비해 덜 선호된다고 한다. ‘냉장고에 사과며 배며 먹을 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애초에 다른 것은 없고 사과와 배만 들어 있다면 대신 를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만들어 주면 된다.

 


->냉장고에 사과와 배가 잔뜩 들어 있다.

->냉장고에 사과, 배 등이 잔뜩 들어 있다.

다르고 다르다는 말이 있다. 고작 조사 하나에 따라 의미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 덕분에 알았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한국어는 연결어미가 특히 발달한 언어라고 한다. 어떤 연결어미를 쓰느냐에 따라 문장의 호응을 이루기도 하고 비문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연결어미를 다루는 예시를 하나 소개해 보겠다.

 


앞뒤 절의 주어를 같게 하는 ‘-려다’, ‘-려고

 

제시문: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려다 사람들이 만류했다.

 

위의 소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연결어미 ‘-()려다는 앞뒤 절의 주어가 같을 때 쓴다. ‘철수가 울려다 영희가 웃었다라는 문장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앞뒤 절의 주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려고도 마찬가지여서 철수가 물을 먹으려고 영희가 도와주었다식의 표현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고쳐야 할까.

 


->1.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려는데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다. (주어를 달리한 경우)

->2.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려다 주변 사람들이 만류해서 못했다. (주어를 같게 한 경우)

 


위 바꾼 문장을 보면 1번은 앞뒤 절의 주어가 달라도 되는 연결어미 ‘-ㄴ데를 사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번처럼 뒤 절의 서술어가 앞 절의 주어와 호응이 되도록 고치는 것이다.

 



번역 수업에서는 국어 공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번역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사전은 어미 사전일 정도로 중요하단다. 한국어는 연결어미가 발달한 언어라는 것을 방증해 주는 듯하다. 사실 우리는 모국어로 한국어를 말하고 글을 써왔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어떤 문장이 올바른지 어색한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체계적으로 정리된 방대한 분량의 책을 대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읽어보니 기우였다. 과연 베테랑 교열 전문가답게 다양한 제시문을 들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술술 읽힌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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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5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투자자들이 직면하는 최악의 적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라는 오랜 격언을 항시 기억해야 합니다. 만약 차트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가격 움직임만을 보고 미래의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한다면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 P11

주식을 처음으로 접하는 투자자들은 주식 가격이 싼 것을 선호합니다. 이때 회사 가치에 비해 싸다는 접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단순 가격 비교를 통해 싼 주식을 산다는것이 문제입니다. 그 주식이 왜 싼지 또 다른 주식은 왜 비싼지에 의문을 가지고 알아보고접근을 해야 합니다. - P11

만유인력 법칙으로 현대 물리학의 기틀을 다진 아이작 뉴턴이 이야기했던 "천체의 움직임은 센티미터 단위까지 측정할 수가 있는데 주식시장에서 인간들의 광기는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다"란 말과, 유일하게 경제학자로서 주식에 성공한 천재적인 경제학자 케인즈의 주식시장에 대한 정의인 "주식시장은 바보들이 벌이는 심리 게임이다"란 말은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음미할 필요가 있는 말들입니다. - P12

보통 어떤 종목의 시세 흐름을 보고자 할 때 전문가들은 주봉차트부터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종목의 추세적인 하락이 멈춰진 상태인가를 판단하고, 하락을 멈추고 횡보 중인 종목은 언제쯤 상승할 것인가를 판단할 때 보는 것이 바로 주봉차트입니다. 여러분들도 하루하루 주가의 변동을 보고 일희일비하면서 진땀 흘리시는 것보다 주봉을 보며 시세의 흐름을 읽어내는 연습을 많이 하셔야 합니다. - P29

거래량의 판독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에게는 모두 ‘본전 심리‘라는게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매수했던 주식이 샀던 때로부터 한없이 하락해서 매도하지도 못하고 계속보유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종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서 지속적으로 오를경우, 매입한 단가까지 오면 서둘러 매도하고 싶은 욕구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따라서 주가 하락 시에 대량 거래가 형성된 부분은 그 당시에 주식을 매수했던 사람들의 본전 심리가 발동되는 지점이며 이 가격대에서는 대량의 매물이 출회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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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의 Book 소리 - 외전 양기화의 Book 소리
양기화 지음 / 이담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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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양기화의 Book 소리는 이웃님 눈초님이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다. 여러 권의 책을 내신 저자는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하였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읽으면서 최근까지 2500권을 읽고 2300편의 독후감을 쓰셨다고 한다. 저서로는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 치매 당신도 고칠 수 있다, 인문학적 책읽기 연작 시리즈 등 11권을 냈다. 201110월에 창간한 보건의료전문 누리망신문 <라포르시안>에 주 1회의 독후감을 연재했으며 그중 선별한 독후감이 이 책으로 엮어졌다.

 



52편의 서평을 보면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책들이 많이 나온다. 제목은 들어본 유명한 작품도 있었고, 읽으면서 모두 검색해 보았는데 대부분이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 분야가 많았다. 누구나 많이 읽는 흔한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독서를 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자신만의 독서 습관이 있겠지만 낯선 분야의 독서를 통해서 새로운 관점을 키우는 것도 독서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해진 주제는 없고 하나의 부마다 13편의 독후감이 들어있다. 맨 처음 이야기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의 독후감이다. 읽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제목이고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젖소가 우유를 많이 생산하도록 하기 위해서 동물 사체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사료에 투입하여 만든 사료로 인해 광우병이 발생한 부작용이나 동물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투여한다는 것, 미국에서 사람이 사용하는 항생제는 연간 1300톤인데 축산 분야의 항생제는 8천 통에 이른다고 하는 무시무시한 내용이 나온다. 더구나 항생제는 인간이나 동물의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놀라웠고 환경으로 흘러든 항생제는 자연에 존재하는 각종 세균들에서 항생제에 대항하는 내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지금도 끊이지 않는 육식과 채식에 대한 논쟁을 둘러싸고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볼 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 독후감을 연재한 때가 2011년의 일이니 현재 상황은 아마도 더 심각하지 않을까 싶다.

 



주로 과학, 인문, 역사에 대한 책 서평이 많고 에세이나 문학에 대한 글도 몇 편 들어있다. 특히 저자는 여행 때마다 관련국의 역사를 다루는 책을 챙겨 읽는 습관을 엿볼 수 있었는데 무척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만큼 여행의 경험과 함께 글쓰기 재료도 풍성해질 것 같았다. 이슬람 문화와 역사를 다룬 책 버나드 루이스 외 100년의 기록과 서정민의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등 여러 권의 책은 저자의 그러한 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이었다. 이 책에서 읽고 싶은 책도 발견했다. 고명섭의 니체극장이다. 저자 고명섭은 니체의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다루고, 그가 발표한 작품에 담겨있는 니체의 정신까지도 모두 담아냈다고 한다. 니체의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려고 사 두었는데 이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

 



이 책에 들어있는 52편의 독후감은 저자가 [라포르시안]에 연재한 2011년부터 2017년까지의 글이 들어있다. 모든 책을 읽을 수 없는 현실에서 폭넓은 독서가의 독서법을 접할 수 있어서 유익했고 몇 권의 읽고 싶은 책도 발견해서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금은 21세기인 만큼 192쪽에 있는 토니 주트의 20세기를 생각한다라는 독후감은 제외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좋은 글로 만나 뵙기를 기원합니다. 눈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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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필사 문장 30 좋은 습관 시리즈 34
김선영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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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출판사 대표님이 신간을 보내주셨다. 제목을 대표님이 지으셨나. 제목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내 생각만이 아니고 여러 블친이 읽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읽어보니 제목만 잘 지은 게 아니었다.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뽑아 올린 주옥같은 문장을 필사하며 보낸 시간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을 만나면 필사하고 글쓰기에 도움을 받곤 했는데, 글쓰기 코치라는 저자 김선영은 그야말로 필사꾼이었다. 바인더 노트는 물론이고 필기감을 올려주는 만년필, 날짜를 기록하는 도장에 문진까지!(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5분 동안 필사를 하고 날짜 도장을 찍었을 때 저자가 느끼는 뿌듯함이 내게도 확 전해져 왔다. , 그리고 나도 좀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용은 세 가지 주제로 되어 있다. 1장 흔들리지 않는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법, 2장 더 다채롭게 표현하는 법, 3장 인간미 넘치는 쓰는 사람이 되는 법으로 30개의 필사 문장에 작가의 경험과 감상을 담았다. 작가는 서두에서 필사가 어떻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지, 필사할 책을 고르는 방법, 필사 도구를 갖추고 필사 루틴을 만드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유용한 팁을 알려준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하듯이 시작은 미미하나 성공을 향해 한걸음 씩 나아가는 일이다. 필사는 바쁜 일상에서 숨을 고르며 의도적으로 찍는 쉼표라고 말한다. 필사가 습관이 되면 글쓰기 소재도 마를 날이 없다고. 정말이지 공감한 부분이었다. 몇십 년 전에 노트에 적어둔 문장을 내 책을 쓰면서 활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흔히 책을 속도감 있게 읽고 싶은 이라면 괜한 시간 낭비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저자는 하루 5분 길어도 10분을 넘기지 않아야 매일의 즐거운 루틴으로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필사 문장을 접하며 내가 읽었던 책이 나와서 반가웠고 아직 접하지 않은 책은 한 권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리뷰는 내게 깊은 공감을 주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쓰려 한다.

 



어떤 일을 해야지 결심하지만, 매번 관성의 법칙에 휘말려 작심삼일에 그칠 때가 많다. 1장에서는 꾸준히 글쓰기를 하려면 갖추어야 할 것을 알려준다. 자신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등 자기검열에 빠지다 보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고 만다. 작가는 일단 뻔뻔해지라고 한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면서 두려워하기보다는 일단 써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쓰는 게 뭐 대단한 것 같지? 그건 웬만큼 뻔뻔한 인간이면 다 할 수 있어. 뻔뻔한 것들이 세상에 잔뜩 내놓은 허섭스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진짜 읽을 만한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 거야.”(p34, 정세랑, 시선으로부터p166)

 



이 문장을 접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난 뻔뻔한 인간인가? 그렇지 않다. 그저 글쓰기가 좋아서 계속 쓰다 보니 책을 쓸 기회도 생겼다. ‘뻔뻔함을 들이대고 있지만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누구든지 쓸 수 있다는 말에 왠지 통쾌한 기분이 든다. 이보다 더 큰 응원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일단 시작하자.

 



이 밖에도 산책하며 글을 얻는 법, 책에 대해 자주 말하기, 글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는 법,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을 써야 하는 이유 등 공감할 법한 이야기가 많았다. 잠시 내 이야기를 하자면, 일본어 공부 목적으로 뉴스기사 번역 포스팅을 365일 빠뜨리지 않고 수행한 적이 있다. 그 후 건강 문제가 생겨서 휴식모드를 취하다가 이전의 건강을 회복했지만, 다시 그 열정적인 공부모드로는 돌아오지 못했다. 글은 쓰고 있어야 계속 써지듯 공부도 하고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공부 얘기든 무엇이든 매일 글쓰기를 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작가가 뽑은 필사 문장과 얘기를 읽다 보면 응원과 격려를 얻고 식었던 열정까지 되살아나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어느 정도 꾸준히 쓰는 글쓰기 루틴이 생겼다면 이제 좀 더 큰 욕심을 부려도 된다. 글이 교훈적이기만 하다면 감동은 있겠지만 재미는 좀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다가 어쩜, 이건 내 얘기 아냐?” 하며 무릎을 치며 공감할 수 있다면 더욱더 독서 효과가 클 것이다. 2장에서는 나의 흑역사 쓰기부터 시작하여 흑백논리에서 벗어나기, 묘사 잘하는 법 등 틀에서 벗어나 쓰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그중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 필사한 문장은 살아있는 듯 눈앞에 그려졌다. 그건 문장에 동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문장에 동사를 사용하지 않으면 밋밋하고 죽은 문장이 된단다. 저자의 비유처럼 동사를 제거하고 읽어보니 생생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생명처럼 활발하게 느껴지는 역동성 있는 문장을 쓰려면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관찰 또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건이다.

 



글쓰기가 무르익으면 이제는 왜 글을 쓰는가?’ 하는 물음에 봉착하게 된다. 소설가, 자기계발 등 실용서를 쓰는 작가마다 약간 다른 면도 있을 것이다. 어떤 글이든 작가의 경험이나 생각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3장 인간미 넘치는 쓰는 사람이 되는 법에서는 작가의 위치나 역할에 있어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문장 예를 들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이고, 아무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p232, 박웅현, 여덟 단어)

 



언어 유희 같기도 한 이 문장은 관찰과 관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듯 느껴졌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물에서 시구를 뽑아내는 시인들의 관찰력에 놀라본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어서 비로소 이 되고 의미를 찾았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를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일이 글쓰기의 시작’(p236)이라는 말을 명심하자.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도 볼 수 있고 그것을 글로 옮길 수 있다. 이밖에도 잘 살아야 하고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글은 흘러넘친다는 말도 좋았다. 여기서 좋은 사람이란 자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충실하고 자기답게 살아가는 일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이상 몇 가지만 언급했어도 필사의 장점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왠지 읽기만 해도 글쓰기 실력이 쑥쑥 오를 것 같은 희망으로 설레지 않는가. 글쓰기 습관을 갖고 싶지만, 도대체 무얼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나 꾸준히 쓰고 싶은데 글감이 없어 막힌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그냥 쓰고 쓰다 보면 늘게 되어 있는 것이 글쓰기다. 글쓰기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다. 필사는 글쓰기의 시작이다.

 

 

 


** 이 리뷰는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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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1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 님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 줄 지금 알았네요.
저는 이 책을 글감을 찾기 위해 샀죠. 글감 구하기 위해 몇 권의 책을 샀거든요.
다 읽고 나면 얻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완독하고 리뷰도 쓰시고 뿌듯하시겠어요.
저도 오늘 몇 쪽 읽기는 했는데...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눈 피로가 느껴지네요.
이럴 땐 오디오북이나 듣고 집안일이나 해야죠.ㅋㅋ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모나리자 2023-11-24 18:5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읽은 책은 얼른 써야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간격이 길어지면
점점 잊어버리고 귀찮아지거든요.ㅎ
컨디션 안 좋을 때는 무조건 쉬는 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병 나고 나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런 걸 미리미리 깨달았어야 하는데
저도 그걸 못했어요.ㅎ 쉬엄쉬엄 하시는 게 좋아요.
감사합니다. 페크님.^^^

서니데이 2023-11-22 0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에 관한 책인가봅니다.
평소엔 큰 관심이 없어도 일상에서 각자 필요에 맞는 글쓰기형식을 잘 배워두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작가가 아니어도 작성할 문서가 있을 수 있고요.
모나리자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11-24 18:59   좋아요 1 | URL
네, 책 읽고 필사하면서 글쓰기 능력도 키울 수 있고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것도 할 수 있고 글감의 소재를 찾을 수도 있다는 여러 장점을
얘기하고 있어요.
글쓰기는 광범위하게 쓰임새가 많으니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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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책이 블로그에 많이 보여서 검색하다가 만나게 된 책이다. 오랫동안 글을 써왔지만 글쓰기 관련 책을 만나면 늘 설렌다. 더구나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세계적인 문학가이며 부커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는 대작가는 어떤 글쓰기로 자신의 삶을 엮어가는지 궁금했다. 서문을 읽으면서 벌써 노작가의 문장들은 나를 미소짓게 했다. 1960년대 초반에 영문학도였던 저자는 윌리엄 엠프슨이 쓴 모호함의 일곱 가지 유형이라는 권위있는 비평서를 읽어야 했고 2000년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엠프슨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대략적인 주제는 글쓰기’, 또는 작가가 된다는 것이었고 청년층과 노년층, 남자와 여자, 문학 전문가와 학생, 일반 독자 등 다양한 관객을 대상으로 한 여섯 번의 강의 내용이 이 책으로 엮어졌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지만 숱한 글쓰기 작법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그 강의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것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글 쓰는 법에 대한 책도, 나의 저술 활동에 대한 책도, 특정한 사람, 시대, 국가의 글에 대한 책도 아니다. (중략) 작가가 서 있는 위치에 대한 글이다. 그 위치라는 게 언제나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이 책은 한 40년 동안 글의 광산에서 노동해온 사람이 한밤중에 깨어나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다음 날 써볼까 생각해볼 법한 책이다.’(p17)

 



그렇다면 아마도 글쓰기는 어둠, 그리고 욕망이나 충동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 들어가서 운이 좋으면 어둠을 밝히고 빛 속으로 무엇인가를 가지고 나오리라는 욕망 또는 충동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어둠, 그런 욕망에 대한 책이다.’(p25)

 



이 책의 내용은 1장 길찾기 제2장 이중성 제3장 헌신 제4장 유혹 제5장 성찬식 제6장 하강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쓰기에 대하여라는 제목과 달리 작가와 독자의 관계나 작가의 삶과 처세, 작가는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에 대한 주제를 단테와 셰익스피어, 에밀리 디킨슨과 에이드리언 리치 등 톨킨과 스티븐 킹에 이르기까지 장대하고 심오한 글쓰기에 대한 사유를 펼치고 있다. 재미있고 때로는 아리송한 질문과 답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할머니는 교사였고 할아버지는 시골의사, 가족에게 헌신적인 아버지를 둔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덕분인지 글에서 위트와 여유로움이 느껴졌고 작가의 시선으로 인간의 삶을 꿰뚫고 있는 통찰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면 작가의 길에서 아무런 걸림돌 같은 것도 없을 법한데 시대적 상황에서였을까. 남성 작가들과 달리 불리했던 여성 작가로서의 삶이나, 오직 예술을 좋아하는 것으로 글을 써야 했던 힘듦을 토로한다. 남성 예술가들은 예술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질 수 있었지만, 여성 예술가에겐 그런 삶이 걸림돌이라고 여겼다. 또 그 시대에는 돈을 위해글을 쓴다거나 그렇다고 생각만 되어도 매춘 행위로 취급받았다고 한다.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마케팅을 하고 여성 작가들이 활약이 두드러지는 지금의 현실과 얼마나 대비되는 이야기인가. 오직 돈을 위해서, 가난에 허덕이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글을 썼던 체호프, 관객에게 먹힐만한 글을 썼던 셰익스피어, 전업으로 글을 썼던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 등을 언급하면서 돈이라는 요소를 놓고 볼 때 누가 더 낫다거나 못하다고 재단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많은 책을 섭렵하다 보면 필경 작가로 태어나는 것일까. 열여섯이 될 때까지 폭넓으면서 무차별적이었던 독서 경험-제인 오스틴부터 싸구려 SF모비딕까지 아울렀지만, 아무도 과장이나 직업으로서의 글쓰기, 일로써 글쓰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축구장을 가로질러 하교하던 중 머릿속으로 시를 쓴 뒤 종이에 옮겨 적었는데 그때부터 오로지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야구장에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하던 하루키가 떠오른다. 이렇듯 작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대작가의 작품들을 인용하며 글쓰기 강의는 물 흐르듯 이어진다.

 



책을 출간하는 것은 때로 자신이 마음속으로 저지른 것과는 전혀 다른 범죄로 재판에 회부되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종류의 예술가는 총살 집행장에 일렬로 줄을 서 있다는 악담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서 전부 같습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는 것을 산고(産苦)에 비유하기도 한다. 책 출간으로 재판에 회부되고 총살 집행장에 일렬로 줄을 선 예술가들의 모습으로 표현한 부분을 읽으며 웃음이 났다. 대문학가도 이렇게 예민하구나. 일단 집필이 끝난 작품은 작가의 품을 떠나 독자의 손에 들어간다. 호평도 있지만 따끔한 독설도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작가에게 있어 숙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밖에도 작가의 이중성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다. 모든 작가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작가라는 이름은 두 개의 독립체가 형성하는데, 을 쓰고 있지 않을 때의 존재와 글쓰기를 하는 같은 육체를 말한다. 책을 썼던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이 되고 없기 때문에 작가는 두 자아가 한 몸을 공유하고 있으며 다른 자아로 변하는 순간을 예측하거나 포착하기 어렵다.’(P71)고 했다. 이중성이야기는 우리 중 누가 이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보르헤스의 딜레마를 꺼내고 나아가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에 나오는 탄소 원자 이야기로 나아간다. 또 글을 쓰는 행위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거울을 통과하는 순간에 벌어진다고. 결국 작가와 독자는 모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고. 이중성 이야기는 왠지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여섯 번의 강의를 모아 놓은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끌리는 장을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글쓰기는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작가는 꼭 이래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주로 질문형으로 던지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책을 읽는 사람은 글쓰기와 작가에 대한 지향점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작가의 얘기는 만족스러운 지적 사유를 선물로 줄 것이다. 생각지 않게 이 책을 오래 걸려 읽고 리뷰를 늦게 쓰는 바람에 처음 느꼈던 감흥의 정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것은 온전히 내 책임이다. 가끔 들춰 보며 내 글쓰기는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독서의 범위가 편협하지 않은지 점검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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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0-19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책을 가지고 있나 생각해 봤어요. 꼭 가지고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닌가 봅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통찰력뿐만 아니라 올바른 생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글이 곧 삶이라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삶이 올바르지 못하면서 올바른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아, 어려운 글쓰기!!!

모나리자 2023-10-20 09:42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접하는 애트우드의 책입니다.ㅎ
아무래도 인간인 이상 완벽한 인격체로 산다는 건 어려운 일 아닐까요?
나쁜 길, 나쁜 생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깨어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작은 노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하루하루 글쓰기로 잘 엮어가고 계시잖아요.ㅎ 화이팅!!

2023-11-08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0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