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기술 -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
마셀 다네시 지음, 김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짓말의 기술>의 저자 마셀 다네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오이디푸스 왕으로부터 시작해 거짓말과 권력이 결합하는 모습을 최초로 제시한 마키아멜리의 '군주론', 대중을 통제하는 기술과 빅 브라더의 시대를 통찰한 조지 오웰의 '1984' 등의 다양한 문헌과 히틀러, 무솔리니, 트럼프 등 역사 속 거짓말쟁이 군주들을 분석함으로써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거짓말의 기술을 전격 해부한다. "대안 사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허풍, 날조와 조작으로 역사를 호도하는 '작화', 오늘날 온라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짜 뉴스', 타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인식을 왜곡하는 '가스라이팅' 등 저자가 손꼽는 거짓말의 기술들은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혹의 기술이자 설득의 기술이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독한 현혹의 기술이기도 하다. 거짓말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역사를 바꾸는가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결국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자기 통찰의 시간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첫 장을 오디세우스의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오디세우스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 거짓말을 일탈적인 습성보다는 타고난 본성에 가깝지만 오디세우스가 거짓말을 하는 방식은 평범함의 범주를 넘어선다고 이야기한다. 오디세우스는 특별한 종유의 기술을 사용해 언어와 대화를 조작하는 거짓말의 기술을 사용한다.

"옛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중 기발한 거짓말과 속임수와 계략으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 있다. 바로 이타카의 왕이자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다. 수 세기 후에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속이 빈 목마에 그리스군을 숨겨 트로이에 잠입시키는 트로이 목마 작전을 떠올린 인물 역시 오디세우스다. 10년 간의 여정 끝에 왕국으로 귀환한 뒤에도 오디세우스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다. 마치 참을 수 없는 충동에 휘둘리기라도 하듯 주위 사람들을, 심지어 아내 페넬로페까지도 속인다. 오디세우스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곧 '속이는 것'과 같다."

저자는 이 책의 핵심 관심사는 어두운 거짓말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거짓말은 언어가 현실과 맺고 있는 "지시적 연결 고리"를 왜곡하면서도 해당 언어 표현이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이야기한다. 거짓말은 특정 언어 표현이 실제 현실을 가리킨다고 인지하게 하는 환영과고 같으며, 능숙한 거짓말쟁이는 언어적 마술로 상대의 정신을 현혹하는 환영술사나 다름없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정치이론학자 한나 아렌트는 나치즘과 스탈린주의가 동일한 사회 심리학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악의적인 음모론이나 거짓말이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당신이 거짓말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누구도 무엇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고 말한다. 거짓말쟁이 군주는 거짓말에 진심을 담은 척하여 거짓말을 믿을 만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기존 사회질서를 전복하려 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적'이라는 표현은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에서 거짓말쟁이, 사기꾼, 협잡꾼 등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이지만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정치철학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를 원하는 지도자라면 오히려 거짓말과 속임수를 정치적 무기로서 사용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성명서아 다름없는 <군주론>의 18장에서는 거짓말이 어떻게 물리적인 힘이나 군사력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심리적, 정치적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결국 거짓말이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기 때문이다.

"군주의 거짓말을 다른 무엇보다도 현 상황을 향한 분노나 반감에 불을 지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로 하여금 들고 일어나 군주를 옹호하게 만든다. 그들은 군주를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고, 군주가 권력을 쥘 수 있게 돕는다. 거짓말은 사람들이 실질적인 명분이든 상상 속의 명분이든 하나의 명분 아래 결속되어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말재간이 뛰어난 거짓말쟁이 군주는 기만적인 언어를 사용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현실을 가리는 안개를 드리우고, 그 대신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어 정치 사회에 도덕적 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주된 방법은 동일한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트럼프는 자신의 담론을 정치적 올바름, 즉 PC(political correctness)에 물든 "엘리트(학작, 진보 정치인, 민주당원 등)"의 담론에 대항하는 해독제로서 제시한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혁명"의 언어인 셈이며, 바로 자신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느끼는 트럼프 진영 사람들은 이에 감정적 공명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일자리, 무역, 이민, 건강보험 문제를 끊임없이 언급함으로써 지지자들에게 '오직' 자신만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거짓 확신을 시켰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거짓말의 기술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사람들이 거짓말쟁이 군주의 속임수에 마음과 정신을 내주는 까닭이라고 말한다. 한 가지 이유는 사람들이 때때로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배제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는 일부 사람들이 주류 사회로부터 멀어질 수 있으며, 군주의 역할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에 윤리적인 수단으로든 비윤리적인 수단으로든 소속감을 회복시키는 일임을 이미 르네상스 시대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오늘날에는 사이버 공간이 사람들의 정신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화면에 나타나는 내용이라면 고민과 비판을 거치지 않고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저자는 그 덕분에 트럼프의 끊임없는 말 뒤집기나 시치미 떼기를 외면하기도, 트럼프의 허풍을 수사적 전술로 받아들이기도 훨씬 쉬워졌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치적 활동은 말뿐인 구호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추론을 거쳐 심사숙고한 끝에 나오는 현실 세계 속 행동으로 나타나야만 한다. 저자는 명확한 행동 없이는 거짓말쟁이 군주의 권모술수를 당해내지 못한 채 분노와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따르면 수사법의 부정적인 영향을 막는 방법에는 크게 진실과 논리라는 두 가지가 있고, 진실과 논리만이 거짓말의 기술을 파훼할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조지 오웰이 1949년에 출간한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용어인 신어는 암울한 전체주의 사회 "오세아니아"에서 의심과 불안을 유발하기 위해 사용하는 우회적인 언어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신어의 핵심 특징은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는 모호성이다. 신어의 언어 표현은 현실 세계와는 연결을 끊은 채 "대안 현실"을 불러내는 것이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특정한 언어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최악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객관적인 현실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오웰의 정의에 따르면 신어는 애매모호함을 전략 삼아 기존 어웨와 문법을 재구성한 언어라고 말한다. 권력을 쥔 자들은 신어를 사용해 사람들의 정신 속에 뿌연 안개를 드리우며, 그 결과 사람들은 명료하게 사고하지 못하고 국가에 저항한다는 생각조차 갖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진실"은 언어라는 집을 빼앗긴 채 진실부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오웰의 소설에서는 빅 브라더라고 불리는 관리 집단이 각각의 단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떤 메시지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통제한다. 빅 브라더는 시민들의 말 하나하나를 감시하면서 신어의 규칙을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그리하여 소요나 반항의 조짐이 보이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저자는 1900년대 초반에 러시아의 공산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레닌은 프로파간다가 성과를 거두는 이유가 복잡한 사상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대중에게 교묘한 거짓말과 슬로건이 잘 먹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중을 바라보는 레닌의 시선은 히틀러와 유사하고, 1922년 무솔리니 역시 동일한 기술을 사용해 "정말 그런 것처럼 말"함으로써 이탈리아에 파시스트 독재 정권을 확립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1920년대 후반에 소련을 이끈 스탈린은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모든 반대를 묵살했고, 1933년 히틀러는 연성을 통해 인종차별적인 프로파간다를 퍼뜨림으로써 사람들의 편견에 불을 지폈고, 결국 독일에 나치 독재 정권을 세웠다고 말한다.

저자는 작화는 개인적 차원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특정 사회나 문화가 공유하는 인식 속에서도 쉽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 경우 과거에 관한 이야기는 완전히 날조된 허구이거나, 거짓말쟁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진실을 조각조각 짜집기한 모습이다. 저자는 교활한 거짓말쟁이 군주는 이와 같은 작화를 통해 사람들이 과거를 인식하는 방법을 조작하고, 그들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거짓 역사는 사람들을 선동해 허울뿐인 이상을 좇도록 만들거나 거짓말쟁이 군주를 지지하게 만든다. 바로 이 거짓 이야기를 가리키기 위해 이 장에서는 '작화'라는 표현을 사용하 것이다. 요컨대 거짓말쟁이 군주는 단어의 마술사일 뿐만 아니라 숙련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슬기로운 원로" 자리를 차지할 사람으로 내세우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신뢰하게 만들고, 자신이 이야기하는 역사만이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작화는 특정 집단 구성원의 정신을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며, 오래 묵은 증오나 뒤틀린 신념을 정당화하는 경우 그 위력은 한층 강해진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히틀러가 퍼뜨린 아리아인 신화는 작화가 특정 집단의 사고를 얼마나 손쉽게 주무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라고 이야기한다.

"작화에 통제당한 사람들은 아리아인 신화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과 아리아 민족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역사적 숙명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강력한 증오를 품었다.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저들"을 박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치 사이에서 힘을 얻었고, 결국 인종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참상을 낳고 말았다. 출처도 근거도 불분명한 이야기일지라도 일단 본인을 서사 속에 집어넣고 나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계속 전개되는 이야기 속의 용맹한 주인공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야기에 강렬한 감정적 애착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시점부터는 이야기의 타당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일단 작화에 빠지고 나면 자신이 작화에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작화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사기꾼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뜯긴 사람들이 딱 이런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사기꾼을 믿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는 진실을 마주하는 대신 애써 현실을 부정한다. 진실이 매일의 의식 속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방어기제를 발동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미셸 푸코는 특정 사회가 패권 구도를 유지하는 주된 전략 중 하나가 "타자성"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보았다고 말한다. 즉 사회의 인종적, 민족적 특성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동질성이나 주류 집단의 패권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존재를 공격하는 것이다. 저자는 독일의 아리아인 신화부터 시작해 오늘날 특정 인종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는 소셜미디어의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작화의 목표는 늘 타자성을 공격하는 것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작화가 수많은 거짓말의 기술 중에서도 유독 효과적인 기술임을 강조한다. 작화는 사람들의 분노를 부추기며, 복잡한 사회문제에 단순한 해결책을 약속한다. 트럼프는 이민자와 소수자를 희생양 삼아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 구원 서사를 꾸며냄으로써, 진보 정권과 지식인에게 밀려났다고 느끼는 미국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이렇듯 작화된 역사는 감정적으로 억눌린 신념을 건드리도록 설계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작화는 거짓말쟁이 군주의 정체를 꼭꼭 숨겨주는 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실이 왜곡되고 진실이 공격받을 때 감정적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짜 뉴스 증후군이 우리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는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많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뉴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실상 매순간 가짜 뉴스 증후군이 초래하는 악영향 아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진실부뿐만 아니라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허위 정보를 퍼뜨릴 수 있는 시대가 오고 만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알고리즘 하나만 건너면 누구나 거짓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진짜와 가짜, 사실과 대안 사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

저자는 "가짜 뉴스"란 주류 언론 매체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전파되는, 고의로 지어낸 허위 정보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고의"라는 표현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을 해석하거나 제시하는 과정에서 실수는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러한 실수에서 나온 허위 정보는 고의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허위 정보를 계획적으로 꾸며내는 언론은 황색 언론이라고 이야기한다. 설령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드러나거나 그로 인해 문제 제기를 받아도 황색 언론은 결코 정보를 바로 잡지 않으며, 오히려 거짓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설령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일지라도 가짜 뉴스의 양 자체가 폭발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가 어렵고, 정보량 자체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눈앞에 있는 정보에 어떤 함의가 담겨 있는지 판단할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 에라스뮈스는 "인간의 정신은 진실보다는 거짓에 훨씬 취약"하다고 말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가 거짓말쟁이 군주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는 우리의 인식에 혼란, 착각,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에 공포, 증오, 분노를 일깨우는 언어를 사용해 정신을 통제하여 신뢰, 지원, 옹호를 얻어낼 줄 아는 능수능란한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적 성분이 우리 무의식에 닿으면 마치 화학반응이 일어나듯 명료한 사고 능력과 비판적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교활하고 기만적인 거짓말쟁이가 초래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 중 하나는 현실을 의심하거나 거짓을 진실인 양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정신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흔히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는 기술로 은유적인 언어나 위선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거짓말쟁이의 목표는 독창적인 언어적 술책으로 사람들의 현실 인식을 통제하여 자신이 보도록 허락하는 것만 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누가 거짓말에 문제를 제기하면 부인과 비난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거짓말을 보강하여 반대 증거를 무마시켜 결과적으로 의심과 혼란은 가중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가스라이팅이란 의도를 영악하게 돌리거나 교활하게 비꼬아 말함으로써 사람들이 거짓을 진실로 믿게 만드는 이중 언어 술책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대신 도그휘슬(개 호루라기 소리는 개만 알아듣는 것처럼, 자기 집단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 극단적인 입장을 숨기는 정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가스라이팅의 핵심 전략이다. 거짓말쟁이가 사용하는 기술이 대부분 그렇지만 도그휘슬 역시 V에 대해 말함으로써 A를 떠올리게 만드는 일종의 이중 언어에 해당한다. 예커대 트럼프의 장벽 비유는 피상적인 차원에서는 국경 치안(B)을 염두에 둔 표현 같지만, 심층적인 차원에서는 외국인 혐오(A)를 부추기는 표현이다. 이와 같은 이중적인 표현 때문에 트럼프는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고도 책임을 회피할 수 잇다. 습관적으로 A 이야기를 하다가도 나중에 누가 문제를 삼으면 도리어 화를 내면서 자신은 B 이야기를 한 것뿐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가스라이팅의 주된 전략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상이나 주제를 직접 지칭하는 대신 돌려서 말하거나 빈정거리듯 말하는 것이다. 거짓말쟁이는 이와 같은 이중 언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가리키는 대상을 서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뒤섞어 사람들의 현실 인식을 통제한다.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밖에 못 하기 때문에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그에게 온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강조하듯 거짓말쟁이 군주가 사용하는 핵심 술책은 자신의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짓말쟁이 군주는 겉으로는 늘 사자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늘 여우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잘못을 부인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전략을 통해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과장의 시대에는 자신이 이룬 업적을 전부 "부풀려" 말하는 트럼프가 영웅적인 인물로 떠오른다고 말한다. 따라서 팬들은 트럼프의 허풍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미국의 정수를 담은 화법으로 인식한다.

"마키아벨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인보다는 결과만 바라본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역시 자신이 미국 사회를 바로잡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약속을 지켰음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저스트 두 잇"이라는 나이키 슬로건에 관한 마티 노이마이어의 고백은 바넘식 화법이 그처럼 효과적인지 명확이 드러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노이바이어의 고백에서 드러나듯, 진실된 과장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일종의 약속을 제기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추상적인 정보를 전시하는 대신 잠재적 구매자에게 직접 다가가 말을 건넨다는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은 화법을 일상 대화에서 접하면 우리는 스스로가 중요한 존재이며 "거창한 계획"의 일부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저자는 트럼프를 비롯한 거짓말쟁이 군주들이 흔히 사용하는 과장된 수식 어구에는 "너무 많이", "위대한", "매우", "어마어마한" 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주말에만 겨우 운동하는 나오서는 내가 선천적으로 게으른 건 아닐까 하는 의심과 나에게 실천력이 거의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은 가졌어도, 딱히 내 신발 때문에 고민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이티케어 "그냥 해봐(Just do it)"이라고 말하는 순간 무언가가 내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만약 저들이 나를 그렇게 잘 이해한다면 신발도 잘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꺼이 나이키에 합류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저자는 인간이라면 거의 누구나 살짝 이득을 얻기 위해서, 또는 원치 않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지만 거짓말 장인은 흔치 않다고 말한다. 거짓말 장인은 다른 사람의 정신을 파고들어 그 정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조종할 줄 안다. 저자는 거짓말 장인은 언어가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짓말의 "기술자"라고 부를만 하다고 이야기한다.

<거짓말의 기술>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진실만이 거짓과 혐오 발언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해독제라고 말한다. 진실만이 우리의 정신을 플라톤의 동굴에서 데리고 나와 자유롭게 만들어준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거짓말쟁이에게 반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이 아무리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더라도, 그가 악랄한 거짓말쟁이라고 당당히 외치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 - 불각(不刻)의 아름다움
김종영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김종영 작가의 글을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 - 불각(不刻)의 아름다움
김종영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단한 시도와 천재성으로 시대를 선도한 예술가들이 있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손꼽히는 조각가 김종영(1915~1982)도 그 중 하나다.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이었던 거장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관점으로 세계 속의 한국미술을 성취해 냈다. 선비에 비유되기도 하는 고결한 성품으로 창작의 길을 걸으며 후학을 양성하는데 일생 헌신했다. 상업적 성공이나 화려한 이목을 좇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만큼 새로이 재조명되고 깊이 연구되어야 할 여지가 많은 작가다.

<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은 김종영 작가가 남긴 유고를 선별하여 오롯이 담은 책으로, 그의 예술 철학과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창작자를 위한 의미 있는 이정표다. 각종 기고문을 비롯한 70편의 달하는 글이 소개되며 '조각가로서는 탁월하고 특이한 솜씨이며 감추어진 중요한 일면을 보여준다'고 평가되는 다양한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드로잉과 에스키스, 유화 작품은 물론 유년기부터 한학에 통달했던 김종영 작가의 필체가 담긴 수목화 등 도판 80여 점을 수록했다.

이 책은 1부 예술가, 시대의 거울, 2부 통일, 조화, 질서, 3부 예술, 그 초월과 창조를 향하여, 4부 전통과 창조, 5부 조각, 정신과 물질의 결합체, 6부 현대미술과 비행접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록 대학신문 기고문 및 인터뷰 기사, 노트 기록이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김종영은 작품이란 작가의 예술적 충동을 그때그때 기록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작품의 모든 세부는 구성의 통제 안에 있게 되는 것이며, 작품이 하나의 전체로서 있게 하고 작품을 정착시키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 구성이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그는 예술가의 사상, 역사적인 자각, 개성 있는 창의성, 이런 모든 것들이 작품의 구성 속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는 누구나가 관중을 염두에 두게 되며, 예술가가 생각하는 관중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많고 넓을수록 좋지만, 진정한 관중은 자기 자신이라는 김종영의 글이 눈길을 끈다. 자신을 기만하면 관중을 속이는 셈이 될 것이고,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면 그만큼 관중에게 성실하게 되기 때문이며, 결국 작품을 자신을 위해서 제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는 김종영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김종영은 창작을 위해서 작업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창작의 능려이 있다고는 더욱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개성이나 독창성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갖기보다 자연이나 사물의 질서에 대한 관찰과 이해에 더욱 관심을 가져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연현상에서 구조의 원리와 공간의 변화를 경험하고 조형의 방법을 탐구하였다. 무엇을 만드느냐는 것보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더욱 열중하여 왔으며, 작품이란 미를 창작한 것이라기보다 미에 근접할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김종영의 글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질문한다.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를 알고서 그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지극히 허황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절대적인 미를 나는 아직 본 적도 없고, 그런 것이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그것은 전지전능의 조물주에 속하는 문제이다. 예술가가 미를 창작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은 미신에 불과하다."

"우리는 예술가와 농부의 말을 굳이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수확한 열매를 맛보면 그만이다. 그들의 수확은 인간에게 삶의 기쁨과 희망을 갖게 한다. 부지런히 일하고 정직한 것은 예술가와 농부의 미덕이다."

김종영은 예술가의 제작생활을 모성애에 비교해서 생각한 일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머니가 그의 자식을 길러 인간으로서 완성시키려는 노력은 어머니로서 자식에 대한 최대의 사랑과 욕망이 거기에 있을 것이니 지혜 있는 어머니라면 자식의 머리에 왕관이 씌워지는 것을 구태여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어머니가 그의 자식을 두고 세상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이 세상은 예술가에 있어서도 항상 거친 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작품에 대한 세상의 반향은 대개가 그것이 오해이기는 하나 늘 작가를 유혹하고 현혹시키는 것도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예술가는 항상 대담한 선택과 집중과 인내와 긍지로써 자기 예술의 모든 안이와 거기에 따르는 행운의 결과를 물리치고 일종의 금욕적 수행에 의해 절대의 환락을 구하며 오로지 자기를 키워 가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김종영의 글을 통해 예술가와 작품에 대해 그가 생각하는 본질을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다.

"완성된 작품은 예술가의 생리와 성정의 결과로서 제대로의 어떤 운명을 갖고 있다. 이것을 그 작가가 관심을 가져 본들 작가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관심이 지나치면 매양 더 큰 손을 보게 될 것이다. 이보다도 예술가는 항상 자기의 생활권에서 성장과 완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반복이 계속 되어야 한다."

김종영은 예술이란 거짓에 기초를 두므로 작가는 거짓이란 것을 철저히 인식하고 확고한 거짓 위에 자기의 예술이 되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저능한 작가는 작품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대상을 무의미하게 모사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예술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예술의 진실은 어디까지나 가공적인 거짓에 있는 것이고 진실한 거짓만이 예술이라는 김종영 작가의 글은 예술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게 한다.

김종영은 고무풍선처럼 가볍게 허공에 띄워 놓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납덩어리같이 무서워서 겨우 앞뒤도 살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은 항상 자기의 일과 생활을 투철하게 반성할 수 있는 소탈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김종영 작가의 글에서 삶과 예술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김종영은 예술이 타락한 어떤 시대에서는 정신적 내용보다도 기술의 세련에 열중하였고, 마치 세련된 기술 자체가 예쑬인 양 착각하기도 했었다고 말한다. 그는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그릇된 예술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고 이야기한다. 기술은 단순하고 소박할수록 좋고 내용과 정신은 풍부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김종영 작가의 글이 눈길을 끈다.

김종영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일이 실제로 가능할 때는 거기에 대해서 말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어떤 말이고 어떤 이론이고 그에게는 다 쓸데 없는 일이다. 그는 새가 제 집을 짓는 데 대해서 무슨 말이 있겠으며 집을 지었다고 해서 그것을 자랑할 것인가에 대해 반문한다. 이처럼 김종영 작가는 어떤 일이거나 이와 같이 주저와 곤란과 자랑이 없이 되는 것이고, 가장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동물의 본능에 흡사한 내부의 무의식적인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종영은 작품에 대한 불안과 학문에 대한 불안을 따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제작과정에서도, 면과 선의 효과라든지 양이나 모든 부분의 연결에 있어서 공간을 생각지 않고는 처리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김종영 작가는 이러한 이념이 자신의 작품에 반영된 데서 '사진발'을 잘 받지 않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러기를 바라고 싶은 것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 작품이 어떠한 무엇으로나 기록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실제로 작품 처리에 있어 터치를 깨끗이 지워 버리기도 하고 질감을 살리기 위해서도 많은 신경을 쓴다. 이렇게 해서 깍아 만든 조각으로서의 모든 흔적을 지워 버리고 될 수 있는 대로 하나의 객관체로서 자연스럽게 또는 필연적으로 작품이 있게 하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자연의 묘사가 아닌 작품으로서의 생명감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공간에 있으면서 공간을 호흡하고, 언제든지 공간에서 죽어 없어질 수 있는 이러한 생명을 갖기를 원한다.

꽃을 그린 그림에서 나는 가끔 이런 것을 느낀다. 시들 수 있는 꽃과 시들지 않는 꽃, 샤갈이나 르동의 꽃은 전자에 속할 것이고 고루한 사실로 그려진 많은 꽃들은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무엇이나 생명이 있을 때 그렇지 못한 것보다 사진발을 받지 않을 것이다. 조화가 아닌 생화를 사진 찍었을 때 그 생명을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

김종영은 젊은 학생들은 따분하고 답답한 것보다는 재미있고 자유로운 것을 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인간의 생활은 답답한 것을 견뎌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떤 기술이 숙련되기까지는 답답한 초보기를 거쳐야 하는 것이고, 남을 용서하고 덕을 베푸는 인내와 답답한 가슴을 눌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임부의 십 개월도 답답한 것이지만 사랑과 희망으로 견디면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고, 환장의 안정이란 것도 답답한 것이지만 안정하지 않으면 탈이 생기게 되니 답답한 것을 견디면서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종영 작가는 기계는 인간이 답답하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기계가 답답한 것을 못 쓰며,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인생은 기다리는 것, 기다리는 것은 답답한 것이라는 삶과 예술의 통찰을 이야기한다.

김종영은 오늘의 우리의 예술계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유희정신이라고 말한다. 그는 작품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 이름을 얻겠다, 상을 타겠다는 공리심에 사로잡히고도 예술을 하겠다는 생각은 '난센스'라고 이야기한다. 김종영 작가는 예술가의 창작활동이 자유로운 정신바탕에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고 공리가 앞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예술가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용기이며, 자유와 용기와 사랑을 겸한 '휴머니티' 없이는 예술이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한다.

"유희란 것이 아무 목적 없이 순수한 즐거움과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다분히 예술의 바탕과 상통된다고 보겠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위대한 예술적 업적을 남긴 살맏르은 모두 '헛된 노력'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이다. 현실적인 이해를 떠난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유희적 태도를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없이는 예술의 진전을 볼 수 없다. 그리스 조각에 유희성이 없는 것은, 그리서 조각가는 공리가 없는데는 노력을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종영은 우리의 생활을 충족시키고 생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결코 어렵고 먼 곳에 있지 않으며 그것은 우리의 신변에 충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천체의 질서에서 물질의 핵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것이 우리의 생활권이라고 이야기한다. 예술의 생성과 발전은 언제나 이러한 생활권의 질서에 있는 것이고 보니 의외로 우리는 누구나 다 쉽게 예술품을 즐기고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김종영 작가의 글에 공감한다.

"예술이 인간생활에 있어 높이 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매양 그것이 생명을 즐겁게 하고 씩씩한 힘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고, 인간이 본질적으로 이런 것을 욕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빛나는 과거의 예술이 다 이러한 인간적 욕구를 그 시대의 기호에 따라 채워 왔던 것이며 이것의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한이 계속될 성질의 것이다. 예술작품의 사명이 생명에 관한 직접적이고 소박한 문제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노력이나 그것을 감상하는 일반대중의 기호 등이 이러한 본질적인 요구에 연결되지 않는다면 예술의 진정한 발전이란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은 예술에 대해 치열하게 사색했던 김종영 작가의 글과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뼛속까지 진정한 예술가였던 김종영 작가의 삶과 예술에 대한 통찰이 담긴 글을 통해 독자에게 예술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cm+me 일 센티 플러스 미 - 매일 더 나은 1cm의 나를 찾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1cm 시리즈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봉된 커스텀 스티커를 활용하여 이니셜을 붙여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표지 제목의 'me'자리에 제 이름의 이니셜을 붙이고 여백에 귀여운 이미지의 스티커를 붙여서 예쁜 저만의 <1cm+me> 책의 표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책 <1cm+me> 안에 동봉되어 있는 1cm+me 커스텀 스티커 입니다.



그리고 1cm+me 여행 가이드북도 함께 도착했어요. 그림에 나만의 색을 입히고 나만의 글씨로 필사하는 등 내 인생에 더하고 싶은 1cm를 만들 수 있습니다.





12개국 100만 독자를 변화시킨 김은주 작가의 타임리스 밀리언셀러 <1cm> 시리즈. 그증 가장 사랑받은 <1cm+>가 37가지의 새로운 이야기와 새롭게 단장한 일러스트를 더해 10주년 기념 에디션 '풀 확장판'으로 탄생했다.

책 <1cm+me>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풀 확장판은 '나'에 집중한다. 김은주 작가는 더도 덜도 말고 딱 1cm만큼 내 인생에 더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다. 그 여정에서 1cm만큼 관계의 거리를 조절하기도 하고, 시선을 1cm 옮겨 새로운 세상을 보기도 하며, 심장 아래 1cm 지점에서 일어나는 일을 찾기도 하고, 서로에게 1cm 더 가까기 가거나, 하루에 1cm 틈을 찾아 쉬며, 1cm의 꿈을 품는 내가 되도록 안내한다.

관계가 주는 힘듦, 세상과 타인에게 입은 상처, 앞이 보이지 않는 내일 등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둘러싸여 정작 가장 중요한 나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면 책 <1cm+me>를 통해 매일 더 나은 1cm의 나를 찾는 특별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잊고 있던 나를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나를 발견하며, '나'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지면서 인생의 크고 작은 크리에이티브한 힌트들을 얻을 수 있다.

김은주 작가는 '나 자신의 오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 마음에 드는 나를 만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행성을 찾아 헤매는 천문학자처럼 어두운 밤 반짝이는 별 같은 사람을 찾아내자는 김은주 작가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나를 오해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밝게 밝혀주는 사람을 찾는 노력 또한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방법이 아닐까?

"내가 말 수가 적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자기 말만 하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의 나였고,

내가 주눅 들어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에게 큰소리치는 사람과 함께일 때의 나였고,

내가 재미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일 때의 나였다.

내가 흥미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와 같은 흥미가 없는 사람과 함께일 때의 나였고,

내가 화가 많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매번 나와의 약속을 어기는 사람과 함께일 때의 나였다."

김은주 작가는 '관계의 거름망'이라는 걸을 통해 관계에 있어 시간 낭비를 줄여주는 방법을 알려준다. 걸러도 되는 사람을 거르는 방법은 최소한의 예의와 무관심이라는 김은주 작가의 글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정성과 시간을 들여 현명하고 좋은 사람이 되면, 결국 관계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김은주 작가의 글이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독자에게 삶의 지혜와 위안을 선사한다.

"누군가를 친절하게 대했을 때,

당신을 만만하게 대한다면 걸러도 되는 사람.

사람마다 세속적인 급을 나눠

약자에게 함부로 하고 강자에게 굽실거린다면

걸러도 되는 사람.

만날 때바다 묘하게 기분이 나빠지고

나 자신과 내 인생에 자꾸 의문을 품게 만든다면

걸러도 되는 사람."

김은주 작나는 '가까운 진리'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천 가지의 진실은 아직도 저 너머에 있지만, 인생에 있어 중요한 몇 가지의 진리들은 언제나 가까이 있고, 그 몇 가지 진리만으로 우리는 지구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김은주 작가의 글은 내 곁에 존재하는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우는 글로 흥미롭다.

"그러나 이미,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과

변하지 않는 우정이 존재한다는 것,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것.

넘어졌다 다시 일어났을 때 그만큼 강해진다는 것.

넘어진 누군가를 일으켜주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

한 끼의 맛있는 식사나 한 곡의 낭만적 음악과 같은 작은 변화가

즐거움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김은주 작가는 '크리에이터의 비결'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먼지 쌓인 창고 안에서도 단 하나의 반짝이는 유리구슬을 발견해내는 금 눈은, 타고난 미적 감각과 무수한 노력, 내가 하는 평범하고 독특한 경험,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여러 가지 호나경으로 인해 길러진다고 말한다. 새롭고 아름다운 것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창조하는 금손이 되고 싶다면 먼저, 실패를 따지지 않는 수많은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은주 작가는 그 중 마음을 끌고 영감을 주는 것들과 자주 가까이 한다면,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는 금 눈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누구나 감탄할 만한 것을 만들어내는 금손은 실은,

수많은 시도와 시도를 위한 노력과,

그 시도 끝에 다른 사람은 차이를 쉽게 발견하지 못할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금 눈에서 시작된다."

김은주 작가는 '나+ㅁ의 관계'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 대해 꿰뚫고 있으며,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남을 속이려 들면 안 되며, 그래서 우리는 남으로부터 자유로워져도 된다."고 말한다. 김은주 작가의 글은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진실한 내면과 자유로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나에 대해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한다.

김은주 작가는 '외로운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외로운 질문 때문에 고민하고 잠 못 이루고, 식욕을 잃고 예민해지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외로운 질문 때문에 답을 구하고 꿈을 이루고, 자신을 찾으며 더 단단해진다는 김은주 작가의 글은 우리를 깊이 탐구하는 질문들이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도라는 것을 알려준다.

"살다 보면 외로운 질문들이 생긴다.

외로운 질문은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질문,

혹은 물어볼 수는 있지만 오직 자기 자신만이 대답해야 하는 질문,

그래서 우주에 나 혼자뿐인 것처럼 느껴지는 질문이다."



<1cm+me> 10주년 확장판은 단순히 재출간이 아니라 기존의 사랑받은 글에 새로운 글과 일러스트 37가지를 더하고 편집을 많은 부분 새롭게 바꾼 풀 확장판으로 제작하여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다양한 일러스트들을 통해 나를 만나는 공감과 상상, 위안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책'으로만 보지 않고 책의 세계가 넓어지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김은주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 - 나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언어의 심리학
가바사와 시온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민을 언어로 표현하여 마음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인상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