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눈길 「이청준」 - 눈길, 서편제, 벌레 이야기 사피엔스 한국문학 중.단편소설 4
이청준 지음, 김준우 엮음 / 사피엔스21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이상한 일이다. 한국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 그것도 대표작을 이제서야 마주했으니 말이다. 도서관 사서로부터 건내 받은 책은 놀라울 정도로 두꺼웠고 또 많이 닳아 있었다. 두산동아에서 한국현대소설100권대계 시리즈로 출판되어 <병신과 머저리> <서편제> <눈길>등등 작가의 중단편 수작들을 알뜰이 담고 있었다.


 

 

썸네일 썸네일 썸네일

 

 

사랑도 너무 깊으면 상처가 되는 법이다.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어미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새벽길을 더듬어 아들을 배웅하며 솟구치는 감정을 다스렸으리라. 이른 새벽 굴뚝위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꾸역꾸역 하염없이 밀려 올라오는 그 감정을...

 

 

그런 어미를 따라가는 그 아들의 발걸음 또한 자꾸 흐트러진다. 야속하리만치 퍼붓기만 하는 눈발속으로 온 몸을 감추고만 싶었을 터. 살다보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어도 때론 현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기에 소년은 아직 한참이나 어리다. 그저 쏟아지는 눈발이 야속할 따름이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앞으로 감내해야 할 삶의 무게가 얼마나 크고 가혹할지 가늠조차 할 길 없는 아들로서는 배웅하는 어머니를 남겨두고 서둘러 버스에 오르는 일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눈길에 선명히 남아 있는 아들의 발자국을 보며 돌아갈 집 없는 마을로 되돌아가는 어미의 슬픔을 아들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렇게 아들이 떠나버린 시골 버스터미널 대합실에는 모정(母情)만이 망연자실 앉아 있었다.

 

한해가 가고...

두해가 가고...

십년이 지나고...

또 십년이 지나도...

 

새벽의 눈길 위에 모자(母子)는 여전히 서 있었던 것이다.

 

아들이 오랜 세월 동안 외면해 온 건 어미에 대한 부양 의무가 아니라 바로 그 슬픔이었으리라. 새벽 눈길 위에 꾹꾹 찍힌 아들의 발자국을 보며 오던 길 되짚어 가던 어미의 그 슬픔말이다.


 

부모 자식간의 인연은 '천륜'이라 한다.

이처럼 '뻔한' 내용의 '뻔한' 슬픔에...

나는 또 그 '뻔한' 눈물을 쏟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