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 - 이지애 감성 에세이
이지애 지음 / 해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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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애 아나운서의 책이라서 조금은 화려하고 조금은 세련된 느낌의 글이라는 생각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20대 시절에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과 30대 초반에 들어선 지금의 모습을 담담하고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글 읽기가 쉬우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녀가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묘사할 때 시아버님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불과 일주일도 생명이 남지 않은 위독한 시아버님을 뒤로 한 채 마이크를 잡고 화려한 옷을 입고 웃음을 띠며 진행을 해야 되는 상황은 이러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운명이자 숙명인 듯싶었습니다. 자신이 싫다고 찡그릴 수도 없고 가정에 큰 일이 생기더라도 사람들 앞에서는 내색할 수 없고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웃으며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은 겪지 않은 사람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인 듯싶었습니다. 예전 티비에서도 모 개그맨이 지방에 계신 어머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도 녹화를 하고 웃어야 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재밌는 일을 하면서 돈도 잘 버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덜해졌습니다. 또한 이런 직업이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백조가 우아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이면에 물 아래에서는 바쁘게 다리를 젓는 모습은 볼 수 없는 것처럼 아나운서나 사람들에게 보이는 화려한 직업이 오히려 그 이면에는 허무한 상황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식 전날 그녀의 생각들은 조금은 걱정이 많고 조금은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랑이 될 사람에 대한 생각부터 친정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당장 결혼식 날 스텝이 꼬이진 않을지 피부상태가 좋지 않으면 어떨지 등등 설렘과 걱정, 혼란스러움이 섞인 감정이 그 나이에 결혼식 전날 느끼는 신부의 마음이 재미있고도 귀엽게 표현되어 있어서 살짝 미소 짓게 했습니다.

누구나 20대에는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며 여기저기 부딪히고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겪게 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30대가 넘어선 지금의 모습이 안정되고 멋져 보이더라도 그들의 20대에는 누구나처럼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이겨 내어가며 점점 더 내성이 생기고 안정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지애 아나운서가 지금의 모습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멋진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녀 또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말하기 힘든 그녀만의 어려움과 고민들을 잘 이겨내고 극복해나가며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섬세하고도 재치 있는 글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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