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별일은 없어요
신은영 지음 / 알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도록 연락을 하지 않던 지인이나 자주 만나는 이들에게 잘하는 말이 "잘 지내죠? 별일은 없죠?"이다.

별일없냐는 물음에 있어 '별일'은 특별함이 담긴 긍정의 의미의 '별일'이기도 하고 사건사고이 없었는지에 대한 부정의 의미의 '별일'을 담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고 아이를 키우면서 "별일없느냐?"는 나의 물음에는 진정으로 부정적 의미의 '별일'이 없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게 담겨 있다.

<오늘도, 별일은 없어요>의 저자는 우리에게
"당신의 오늘은 괜찮았나요?"
라고 안부를 묻고 있다.
특별할 것없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 담긴 '미지근'하고 '소소한'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뭐 별거아니네'라는 생각이 때로는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함을 깨닫게 된다.

가끔 우리는 각자의 삶의 보따리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할 때가 있다.
이때 누군가 서로의 인생을 바꾸겠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그녀의 이 물음을 보며 나라면 과연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단번에 '아니요'라 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의 삶의 보따리를 그대로 짊어지고 갈 것이라 혼자 답했다.
그녀의 말처럼 최소한 자신의 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가벼워도, 조금 무거워도, '그냥 내 보따리다'여기면 삶의 무게도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각자의 보따리를 보듬고 살아가는 게 바로 인생이지 않을까? (69p)

무언가를 이루고 싶고 지속하고 싶다면 찬란한 '열정'을 믿기 보다는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단순한 '철칙' 과 '끈기'를 믿기로 했다는 그녀의 소소한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를 한 편 읽어가다 보면 너와 나, 우리의 삶 속에 스며있는 행복은 모양이 다를 뿐 가치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삶의 경쾌함을 담아 그동안 있어왔던 '별일'들을 '별일'아닌 듯 써내려가고 있는 그녀를 통해 나의 일상 속 '별일'들을 돌아보고 때론 특별하지 않은 오늘의 '별일'없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무게감은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대체로 이제껏 해 온것에 대해 정리를 해야할 것같은 느낌과 다시 오지 않을 기회와 시간이라는 생각에 의미있게 보내야할 것같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통해 '마지막'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인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 작가라고 한다.
이 소설은 실제로 작가의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라는데 소설 속 주인공인 빅 엔젤은 암 선고를 받은 70세 노인으로 자신의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미루어 자신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함께 열게 되면서 벌어지는 가족들간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죽음'을 선고받은 70세 노인이라는 설정과 멕시코인으로 미국에서의 생활 속에서의 어려움 등을 이야기 소재로 하고 있는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멕시코라는 나라와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작가에 대한 성향과 그의 문체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사실 작품을 편하게 술술 읽어가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같은 소재라도 작품에 따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고 낯선 작가일지라도 나와 코드가 맞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 그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의 경우 유머러스하면서도 자극적인 표현들이 나에게는 불편한 면도 있었다.

나는 천하무적이야. 그는 혼잣말을 했다. 나는 천하무적이 아니야.
빅엔절은 비록 휠체어에 앉아 있어도 자신에게 닥쳐오는 어떤 것도 무찌를 수 있다 믿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었다. 그들에게 그게 진실이어야 했다. (91~92p)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생활하기 불편한 몸을 가진 빅 엔젤은 자신이 천하무적이 아님을 알면서도 자신을 그렇게 믿는 이들을 위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감춰둔 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냥 생활하고 말해야 했다.
그런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마지막 파티'를 벌이는 지금까지도 웃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겁이 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였다.

빅 엔젤과 그의 가족들과의 마지막 파티가 점점 무르익을 때쯤 서로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뭉클함도 들었다.
그들처럼 '죽음'을 우습고 현실속의 농담같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겠지만 '죽음'에 대한 선고가 그저 삶에 대한 비극적인 끝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라면 어떨까하는 물음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가 딸에게 -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노래
김창기.양희은 지음, 키큰나무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모프로그램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는 걸 들었다.
멜로디와 가사가 좋다는 생각에 노래에 빠져들던 중 어느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는 걸 느꼈다.
그동안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열심히 살며 돈벌어 아이들 배고프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 자신에 대한 마음을 노래를 통해서 담아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함께 서로를 바라보며 주고받듯이 노래를 부르는 후반부에서 아들이 펑펑 눈물을 쏟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 노래의 작곡가인 김창기씨와 가수 양희은씨가 세상 모든 엄마와 딸들을 위한 노래인 <엄마가 딸에게>로 또 한번 나를 울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노래음이 머릿 속에 떠오르면서 그림 속 엄마와 딸의 모습에 엄마가 된 '나'와 딸로서의 '나' 그리고 지금 내 곁에서 자라고 있는 또 한명의 딸의 마음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같은 말 다른 마음.
그러나 결국은 한 마음.
"너의 삶을 살아라"
"나의 삶을 살게 해 줘"

부모가 되기 전 우리도 자식이였으며, 삶을 살아감에 부족함이 많았고 말처럼 잘되지 않아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표현에 인색한 부모를 이해하기 어려워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반항도 하며 속을 썩히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 가사처럼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른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그렇게 우리도 부모가 되고 아이가 자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가는 과정에 이르렀다.

공부해라. 성실해라. 사랑해라
라는 말 대신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로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며,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들을 때마다 눈물짓게 하는 <엄마가 딸에게>는 이 노래를 처음 들은 해에 첫째 딸을 낳은 아빠가 노래의 가사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에 와닿아 노래 가사의 느낌을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하며 그린 그림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엄마가 딸에게>
세상 모든 엄마와 딸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과 다른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의 서가에 꽂힌 책 한권을 통해 우연하게 [현대문학 핀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작가마다의 개성있는 내용과 심도있는 문학적 요소들을 담고 있는 소설이라 그런지 모든 부분이 이해가 되면서 술술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담한 사이즈와 표지의 디자인 그리고 단행본이라는 부분이 좋아 조금씩 관심과 소장욕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에 만난 작품은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열아홉번째 책인 <당신과 다른 나>이다.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생각했어요. (9p)

그게 나나 당신 자신일 수도 있어.
그리고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계획들을 의논할 생각이었습니다. 아직은 아주 심각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더 나빠질 수 있는 가능성들, 그럼에도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질 수 있는 기대들에 대해서 말이에요. (76p)

단순히 건망증이라 여긴 아내, 그녀의 시선에 비친 남편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과 말들을 하고 있었다. 있지도 않은 개가 사라졌다 말하거나, 자꾸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그의 행동은 그녀를 불안하게 하였고 그런 그를 그저 아픈 사람이라 여기게 했다.

소설은 장이 바뀌면서 또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소설가인 '나'와 그녀의 아내인 미양이 주인공으로 한 권의 책 속에 두 가지 작품이 담긴 듯한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소설가들이란 거의 매일 소설이 잘 써지지 않는 사람들 아닌가. 모니터의 빈 문서를 노려보며 자주 무언가를 견디는 일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그게 가장 중요했다.
그 상태 그대로 오래 노려보는 것. 끈기, 성실함, 아무튼 뭐 그런 기본적인 것. (82p)

미양이라는 아내와 단 둘이 그저 평범하게 살지만 평소 사람 많은 곳에 있을 때면 자꾸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같아 신경쓰며 불안해하는 타입의 남자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데도.
그리고 입맛이 딱히 까다롭진 않으나 무얼 새로 고르는 걸 잘 못하는 성격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남편과 닮았다고 말하는 여자와 만나게 되고 그녀의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고는 소설로 쓰게 되는데...

전혀 연결성이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느 시점이 되자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면서 반전을 담아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여자, 그녀는 본래의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소설같은 이야기와 행동을 하게 되고 진실과 허구의 경계마저 무너지면서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소설가와 소설같은 이야기로 자신의 삶을 만들며살아가는 여자.

<당신과 다른 나>는 정체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 있었다.
진짜 '나'와 허구의 '나'
가상의 '나'가 점차 본래의 '나'를 점령하고 모든 것을 망가뜨리게 되면서 잔잔하게 흘러갈 것같던 소설 속 이야기는 반전을 일으키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의 소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겪고 있거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문학 작품이지만 그저 가볍지만 않으며,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시사하는 바도 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은 단순히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전율이다.'

줄리언 반스는 미술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관심이 없이는 그저 종이조각이나 무의미한 사물에 불과하다 여기게 된다.
그런 예술품 중 미술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과 관심을 가지고 우리에게 작품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줄리언 반스이다.

그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작품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유명 작가이다.
소설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그가 써내려간 '아주 사적인 미술'은 어떨까하는 기대감에 펼쳐든 책 속에는 예술적인 면과 문학적인 면을 모두 담겨있었다.
제리코를 시작으로 쿠르베, 마네, 세잔, 드가를 비롯한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과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와 저자의 사적인 견해를 담고 있다.

예술 작품은 그 작품을 그린 이가 남긴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구성 방법, 화법 등에 관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거나 전문적인 연구와 해석이 없이는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감상평이 나올 수 있다.

제리코의 <난파장면>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감상평 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긴장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기억해야 한다. 화가는 강 하류를 향해 술술 실려 내려가 햇빛 가득한 저수지라는 완성된 그림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조류가 맞부딪치는 망망대해에서 항로를 잡고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51p)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사실성에 주목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작품에 담긴 예술성에 주목하게 된다.
그러기에 줄리언 반스의 이러한 견해가 더 인상적이며 공감이 되기도 했다.

마네 사후 처음으로 그가 그린 세 가지 다른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 대해 서술해놓은 부분은 남겨진 자료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에 의해 작품이 재구성되어 전달되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견해라는 점이 이 책의 관전포인트이다.
평파적일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그러기에 말하고 있다. '아주 사적이다'라고.
문학도 그렇지만 미술의 경우는 호불호가 큰 장르중 하나이다. 그런 미술을 가지고 하나의 에세이로 엮어내고 있는 그의 필력에 또 한번 감탄을 하게 되었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우리를 고요한 미술관으로 초대하고 있다.
작품에 대해 몰라도 상관없다.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과 화가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즐거운 미술 감상이 될 것이다.
그가 소개하고 있는 화가의 대부분은 나에게 생소하였지만 백지 상태였기에 그의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었던 것같다.

소설가로서의 줄리언 반스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그의 미술 산책은 단순한 명화 감상을 넘어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같았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술술 빠르게 읽어나가기보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따뜻한 차 한잔을 옆에 두고 시간적 여유를 즐기면서 읽어보면 좋은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