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바삐 지내왔다.예전에는 휴식의 중요성도 쉼이라는 게 어렵다는 걸 몰랐다.출산 후 육아를 하면서 개인시간이 없어지고 자유로움이 덜해지면서 몸도 마음이 지쳐도 제대로 쉴 수 없게 되면서 쉼이 절실해졌다."정말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 온전히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 라고 느끼던 지금...정희재 작가님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는 나에게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위로와 그냥 쉬어도 된다라고 말하는 것같았다.전작인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도 힘들고 지친 일상을 살아가며 건조해진 나의 마음에 촉촉한 빗방울이 내려 적셔주는 듯 마음에 울림을 주는 말들이 많아 좋아했었다.이번 작품도 작가의 진심어린 마음이 담긴 이야기가 나의 마음에 감동과 어쩜 이렇게 공감이 되는 말을 많이 해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는 온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제도권에서 요구하는 가치와 일들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멈춰 서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언제부터인가 쉰다라고 하면 용기를 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왜 꼭 모든 사람이 ‘더 빨리’, ‘더 열심히’를 외치며 살아야만 할까? 저자의 질문은 우리에게도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저자는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쉬어갈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우리가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내려놓은 순간, 진짜 나답게 살 수 있고, 정작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순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들이며, 그 여유로움과 충만함으로 다음 순간 더 행복하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당장 하지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자책의 시간, 늘 남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며, 암담하고 어둡고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따뜻한 에세이다.무더운 여름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휴가지로 떠나 이 책을 읽으면서 바쁘게만 살아온 자신을 토닥이며 위로해주고 방전된 몸과 마음을 충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더위에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지니 전개가 빠르고 술술 읽히는 내용의 책을 읽고 싶었다.그러던 중 만나게 된 「눈의 살인 1,2권」1,2권을 합쳐 거의 1000페이지 가까이되는 벽돌책이였지만 이 책을 펼쳐서 읽는 순간 두께는 의미가 없었다.상상하지 못한 머릿속으로 그려보기에도 끔찍한 형태로 발견되는 시체와 살인사건을 파헤쳐 갈 수록 미궁에 빠지면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고도의 심리전과 치료감호소라는 장소의 특성상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웠으며,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살인사건으로 인해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로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살인사건의 발생 이면에 숨겨져있는 충격적인 진실과 얼마 전 발생한 10대 여학생들의 초등학생에 가한 묻지마 살인처럼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문제인 청소년들의 무감각한 범죄행위에 대한 지적이나 정신병원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지루할 틈이 없이 읽어나갔다.범죄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결합과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의 전개와 인물 한명 한명의 독특함과 광기어린 내면의 묘사, 사건의 진실이 궁금하게 만들어 끝까지 책장을 덮을 수 없게 하는 작가의 재주에 감탄했다.스토리를 간단히 살펴보자면피레네 산맥의 골짜기에 있는 아룬스 수력발전소의 해발 2천 미터 높이 케이블 승강대에서 목이 잘린 상태로 로프에 매달린 말의 사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다소 황당한 사건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한 것이였으며, 하나의 복선에 지나지 않은 것이였다.헌병대 조사 결과 죽은 말은 아룬스 수력발전소의 소유주이자 다국적기업의 총수인 에릭 롱바르가 가장 아꼈던 말로 순종마이며, 가치가 높은 종이였다. 생마르탱 검찰청의 카티 뒤미에르 검사는 툴루즈 경찰청의 세르바즈 경감, 포 헌병대의 지글레르 대위를 핵심으로 하는 특별수사대를 편성하여 사건 해결을 위한 관련자들을 조사하나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한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생마르탱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쥘 그림이 계곡의 다리에서 목이 매달린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연이어 절친한 친구인 세르주 페로마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사는 점점 더 복잡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연쇄적으로 발생한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치료감호소에 수감자 중인 한 인물을 주목하게 되는데...「눈의 살인」에서는 인물들의 어두운 과거와 인간 내면의 광기어린 모습이 담겨 있고 충격적인 진실과 반전을 볼 수 있다.한 여름 밤 나의 더위를 날려 준 「눈의 살인」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 하나이다.
잊혀진 역사의 뒤안길에 있던 대한제국의 비운의 마지막 왕녀가 밝히는 「마지막 황실의 추억」잊어서도 잊혀져서도 안되는 우리의 역사의 한 시점인 대한제국...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기면서 겪게 되는 황실의 생활과 6.25전쟁 속에서 황실 역시도 전쟁의 피해를 입고 피난길에 오르고 그 이후의 모습을 저자 개인의 삶을 바탕으로 그려내고 있다.소설 「덕혜옹주」를 읽고 힘없는 나라에 산다는 게 얼마나 모진 고통과 모욕적인 일을 당할 수 있는지를 보면서 가슴아파하고 눈물흘렸었다.「마지막 황실의 추억」을 쓴 이해경 그녀는 대한 제국의 마지막 왕녀로써 역사의 산 증인이기에 그 이야기가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으며, 황실에 살았다고 하면 특권을 누리면서 부유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 특권 이면에 왕실 법도에 갇혀서 자유롭게 생활하지 못하고 학창시절에도 친구들을 사귐에도 쉽지 않았으며, 그러던 중 6.25전쟁까지 겪으면서 힘겨운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미국으로의 유학, 그것은 그녀에게는 답답한 궁과 가족으로부터의 도피였다.하지만 미국에서의 생활도 궁핍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이어가는 등 힘든 생활이였지만 이제껏 누려보지 못한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19년만에 한국에 귀국한 그녀는 아버지 의친왕의 묘소와 어머니 의친왕비의 묘소가 제대로 관리도 되어있지 않음과 두 분이 합장이 되어 있지 않음에 실망감과 자식으로써의 무관심했던 불효에 대한 눈물흘리는 모습에 함께 가슴아파했다.그리고 기울어 가는 나라의 운명을 외면한 채 무위도식과 주색잡기로 나날을 보낸 무기력한 황자로 알려진 아버지 의친왕에 대한 왜곡된 평가를 바로 잡고자 책을 집필한 이유도 있음을 밝히고 의친왕의 독립 투쟁 기록, 일본관리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일본의 요구에 순응하지만은 않는 등의 숨어 있던 당시의 기록들을 찾아내어 왜곡되고 조작된 평가들에 대한 반박하면서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지길 염원하고 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왕조의 마지막은 비극으로 끝난다. 그러므로 우리 황실이 당면한 비운은 당연히 겪어야 할 운명이라 고 생각하고 조용히 살아라."어머니 의친왕비는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록을 통해 외롭고 힘든 생활을 견뎌며 살아온 의친왕비에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덕혜옹주를 비롯한 마지막 황실의 가족들 삶은 비운하였다.그 당시 우리 민족의 삶 자체가 비참하고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았음에 그들 역시도 그 상황 속에서 기존의 풍요롭고 특권계층으로써의 대우를 받기 어려웠으며, 어쩌면 특권층이기에 일본의 감시와 탄압이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역사적으로 마지막 왕조인 대한제국 우리의 역사의 한 기점에 위치했던 이들에 대한 왜곡되고 잘못한 평가가 바로 잡아지고 재평가되길 바래보며, 「마지막 황실의 추억」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