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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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 책을 읽었다. 이미 오래전에 사 두었던 책이었으나, 손에 쉬 잡히지가 않아서 두고보던 책이었는데, 어느날 문득 꺼내어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터였다.미끈덩한 재질의 종이위로 잘게 펼쳐진 글들.. 그리고 자연을 벗한 사진.. 간간이 흩뿌려진 그림들.. 부담없는 책의 두께감.. 등에 만족을 하며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나의 뜨거운 눈길을 피하지 못해 흠칫 놀라 멈춰선 글귀가 있었다. '정치란 사회의 잠재적 역량을 최대한으로 조직해내고 키우는 일' 이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이 글을 알려주며, 누군가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우리들의 잠재력을 조직해내고 키워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하며, 꼭 투표하시라고 권하였다. 결국, 나의 권유를 받은 사람들은 각자 최선의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표를 던졌다.

'우리가 헐어야 할 피라미드'라는 소제목으로 씌여진 '반구정과 압구정'에 대한 글은 더욱 새롭게 다가왔다. 부끄럽게도, 나는 (솔직히 말해서)'반구정'이라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압구정'이라는 지명의 어원도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구정'이 황희 정승이 노년을 보낸 곳이고, '압구정'이 한명회가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정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異語同意의 두 단어가 지금에 와서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남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이처럼, 이 책 '나무야 나무야'는 가볍게 읽어 넘기려면 그 어떤 책보다도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생각하고 고민하며 읽으려면 한도 끝도 없이 고민거리를 주고 생각거리를 준다. 역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가 있고, 내가 지금 자리잡은 곳에서 과거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를 궁금해하게 만든다. 더불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또한 읽어보기를 바란다. 신영복씨가 감옥에서 생각했던 것들, 경험했던 것들이, '나무야 나무야'에 연결되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두 책을 함께 읽는 것이 저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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