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에서 문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두 글의 기준을 이렇게 나눌 수밖에 없었다. 문학은 주로 소설이며, 비문학은 주로 인문이다. 소설과 인문, 상반되지만 일치하는 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이 이중의 분야를 비교해보도록 하자. 과연 11월에는 문학이 승리했는가, 비문학이 승리했는가? 먼저, 문학부터 후보를 소개하자.

 

 

 이인화 작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소설가가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고 거기에서 공감을 끌어내려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꾼은 보편성에서 시작한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독자의 개별적인 상처를 위로하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소설가는 자신의 상처를 보편성 있게 설명하는 작가라면, 이야기꾼은 그 보편성으로 독자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소설가와 이야기꾼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다. 상처가 없으면 소설가가 되지 못하고, 소설가가 되지 못하면 위로해 주는 사람, 즉 이야기꾼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 이인화 작가는 『영원한 제국』의 작가이자 『지옥설계도』의 작가이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리니지 게임에 빠져들다가 소설 창작의 재미를 되새기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저작 지원 프로그램 '스토리 헬퍼'의 도움(한 마디로 help yourself다)을 받았으며, 2013년 1월에 나올 '인페르노 나인'의 원작으로 사용된다(그러니까 이인화의 직업은 프로그래머이자 소설가인 것이다). 가끔 게임의 스토리가 웬만한 소설보다 뛰어날 때가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원작이 소설인 경우가 있다. 결국 이 게임은 이인화의 것이다. '인페르노 나인'의 원작도 이인화가 쓴 것이며, 그 원작은 이인화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 '스토리 헬퍼'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비밀은 내년에 공개되니, 일단 우리는 이 멋진 소설을 즐겨야한다.

 

 이 표현할 수 없는 자연미와 아름다움, 깨끗함을 담고 있는 글. 『여울물 소리』는 황석영의 것이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것이며, 우리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이 작품으로 그의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할 것을 알렸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3기의 만년 문학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절필을 선언한 『휴먼 스테인』의 작가 필립 로스가 떠올랐다. 노년에 누군가는 작가를 포기하지만, 누군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모든 역사소설은 현대의 이야기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왜 소설을 볼 때 그것이 쓰여진 시대 배경을 살펴보아야 하는가? 당연히, 허구와 사실, 과거와 지금 속에 발견되는 공통된 끈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선, 정권교체 등으로 대한민국이 꿇고 있다. 그리고 『여울물 소리』의 역사적 배경인 동학농민운동이 전개되었던 시기는 일맥상통한다. 부패한 기존 정권이 붕괴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느냐, 아니면 헛된 메아리로 그치느냐. 이 중대한 싸움을 돌이키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학사에서 이상만큼이나 이상하고 천재성 넘치는 작가도 없었다.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날개를 달고 세상을 떠난 한 모던보이의 죽음은 지금이나 당대나 많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요절 때문인지, '전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얻도 그 내용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 하나로 이상의 사고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퇴화되는 시대 속에서 비상을 꿈꾸었던 한 천재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항상 멋진 소설에는 '시간'이 등장했다. 시간이 멈춘다면? 과거로 간다면? 미래로 간다면? 특히 '과거로 간다면?'은 후회와 안타까움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스티븐 킹은 그 중에서도 미국의 최연소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의 죽음과 그 뒤에 숨겨진 음모를 추적한다. 그의 소설적 상상력과 '만약 ~이라면'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만나, 걸작이 하나 탄생했다. 그 때로 돌아가자. 시간을 거슬러, 시간 속에 들어가자. 자세한 이야기는 12월에 만날 두 번째 이야기에서 확인하도록.

 

 

 

 

『세계의 신화』처럼 방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룰 때에는 그것이 얼마나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다양한 삽화까지 곁들어 있으니 아주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이자 교수이자, 시인이자, 작가이자, 사진작가였다고 한다.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우석훈의 장편소설 『모피아』를 보면 그 궁금증이 풀리기도 한다. 우석훈은 『88만원 세대』를 쓴 저자이며, 그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비판과 많은 사람들을 전율시킨 진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번에 그는 '마피아'를 연상시키는 경제찬탈범, '모피아'를 창조해내어 사람들에게 또 다시 돈의 욕망 속에 무너져내리는 사람들을 그리고자 한다. 그가 이 소설이 배경을 2014년으로 삼은 것은, 이것이 먼 미래가 아님을 경고하는 것이다.

 

 말이 필요 없는 좀비 소설의 대작인 『세계대전 Z』의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니. 그 자체로 만족이며, 기대다.

 

 13번째 걸음을 보지 말도록 하여라. 불행해질테니. 러시아 민담의 일부다. 그런데 중국 작가가 그것을 모티프로, 15억 인구에 거대한 땅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소시민의 삶을 그린다. 그 작은 일화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하다. 환상적 리얼리즘을 구사하고 있다면, 나는 환영이다. 설정이 『템테이션』을 연상시킨다. 한 순간의 상승과 순식간의 추락.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재기가 없다는 것.

 

제목과 표지가 처음에 나를 사로잡았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그리고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생김새와 가면........ 나에게 『모히칸 족의 최후』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고전과는 달리, 이 추리소설은 꽤 평범한 편이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의 범인은 붉은 머리 가문이라는 사실을 연상할 때, 우리는 범인이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그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하겠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사건보다는(어찌 보면 뻔하디 뻔하니까) 인물과 배경이다. 특이한 것은, 이 연쇄살인범에 대한 추리를 두 명의 상반된 성격을 가진 형사가 진행한다는 것인데, 전반부는 영국 경찰청 형사인 마크 브렌던의 주도로 추리가 이루어지고, 후반부에는 미국인 탐정인 피터 건스가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후반부가 클라이막스인 만큼, 이 소설이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인물은 바로 후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배경도 영국의 황무지와 이탈리아의 호수라는 대립되는 공간을 무대로 펼쳐진다. 범인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비극에 이르기까지 독자를 즐겁게 하고, 최후에는 슬픔을 안겨주는 것이 바로 비극 아니겠는가?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이 그 기대에 상응하기를 바란다.

 

 원더랜드는 『피터팬』에 나오는 '네버랜드'를 연상시킨다. 그곳은 노는 곳이다. 하지만 원더랜드, 즉 이상한 나라는 우리를 성장시키게 하는 곳이다. 여기 상처받은 청소년이 있다. 그를 치유시키는 놀이동산, 원더랜드에 초대한다. 청소년 소설 중에서 가장 내 관심을 끌었다.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표현하는 것은 얼마나 난제인가? 혁명을 차분하게 서술하는 것은 낭만주의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격동적인 인생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며, 따라서 그것에 성공한다는 것은 그 소설이 뛰어나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격동적인'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또 소설의 질은 달라진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9·11 테러 이후 변화된 파키스탄 청년의 이야기를 미국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의 이야기를 아무 말 없이 들어준 미국인의 마음으로, 이 소설에 임하자.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많아야 한다.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분야가 요즘 대세인 만큼, 그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작가를 최대한 발굴해야 한다. 언제까지 외국 작가들의 환상적인 이야기에만 빠져들 것이다. 결국 소설은 정서 아닌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아무리 교훈이 있어도, 정서가 없으면 공감되기 힘든 법이다. 쉽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우리 소설을 맛보자.

 

 

또 다시 좀비다. 강남에 좀비가 떴다. 좀비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해, 인류는 위협에 몰리고, 이 세기말의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결국 스토리는 비슷하다. 어떻게 서술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매혹적이느냐에 따라 그 작품의 질이 판가름날 뿐이다. 내 생각에 『인플루엔자』라는 소설은 기존 좀비 바이러스와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 제훈은 군인이다. 누가 좀비와 직접 맞서야 하는 군인의 심정을 그렸는가? 다들 갑작스럽게 재난의 상황에 맞닥뜨린 일반인들이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리지 않았는가. 그래서 '조금은' 특별하다.

 

 드디어 '타우누스 시리즈'가 그 정점을 찍었다. 독일 작가인 만큼, 독일의 어두운 과거(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깊은 상처'를 직접 드러내며 미스터리 소설을 진행한다. 『깊은 상처』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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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 -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의
김진만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을 비롯한 '지구의 눈물'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 그런 다큐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답지 않은 높은 관심 덕분에 이름은 많이 들어 보았다. 조에족과 남극 이야기는 tv를 보지 않은 나도 많이 접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시청자들은 거기서 관심을 멈추게 된다. 그 뒤에 있을 삶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 다른 프로그램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 것들은 방송만을 위해 짜여진 내용이다. 반면, 다큐멘터리에서 촬영하는 내용은 촬영 이전의 삶부터 계속되어 왔던 것이며, 촬영이 끝나도 계속된다. 그래, 다큐는 삶의 기록이다.

 

 그런 점에서 PD라는 직업은 참 놀랍다. 프로그램의 기획, 진행 과정,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의 여파를 모두 알고 있으니까. 마치, 작가와 영화 감독이나 다름 없는 직업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작가'와 '감독', 그리고 'PD'는 편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나의 생각을 쥐어잡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김진만 PD를 보니, 이 세 직업은 편한 직업이 아니라 힘든 직업인 듯 하다. 문명 사회에 적응되어 있던 한국인들이 문명의 손길에서 벗어난 아마존과 남극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겠는가.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물론 김진만 씨에게는 고생만큼의 보답, 즉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들어왔으니 만족스러웠으리라 짐작한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참 놀라웠다. 책의 구성이 정말 야무졌다. 역시,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PD답게, 어떤 방식으로 책을 전개해야 독자들이 재미있어 하고 감동하는지 알고 있다. 보통 실력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PD가 된 사연은 '의도치 않게'였다. 사실 어떤 사연이 있어도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작가와 감독과 PD는 작품으로 말하니까(이제 김진만은 PD이자 작가인 건가?). 예인 최민수와 세진이 모자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아마존의 눈물>편과 <남극의 눈물>이었다.

 

 다큐멘터리 촬영진 일행은 아마존과 남극에서 다시는 겪지 못할 뜻깊은 체험들을 한다. 아마존 내에 숨겨진 많은 부족들을 만나며 그들의 관습을 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문명에 오염되어 버린 부족을 안타까워하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 존재한다. 방송으로는 잘 느껴보지 못했던 여운들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이 책부터 본 사람은 이제 방송을 봐야 하고. 남극에서는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약한 인간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남는 그들의 생존기를 볼 수 있다. 황제펭귄을 찍기 위해 블리자드와 화이트아웃과 엄동설한과 싸우며 취재를 계속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멋지다.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깨우침과, PD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 그리고 삶이란 게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었다. 내 앞에 놓일 삶은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것, 그러나 분명히 그 속에는 뜻 밖의 행운이 있으리라는 것, 나는 이것을 확신한다.

 

 P.S : 역시 한국 라면은 글로벌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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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이번 11기 신간평가단은 정말 행운이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소설들만을 만났다. top5를 고르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정말 내 삶에 남을 멋진 소설들이다.

 

 1. 안 그러면 아비규환

  소장가치 100퍼센트다. 이런 보물상자를 버릴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이 책만 보면 흥분한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그 이야기들은 또 어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장르소설 계의 고전들이 여기 담겨 있지 않은가. 언뜻 보면 아비규환, 아수라장 같지만 잘 보면 그 속에 엄청난 질서와 규칙이 들어있다. 신간평가단이 나에게 이 책을 안겨준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2. 템테이션

  역대 최고의 흡입력이었다. 나에게 더글라스 케네디가 어떤 작가인지 자리매김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한순간의 성공으로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라는 사실을 가르쳐준 소설인 동시에, 이 사회가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 할리우드뿐이겠는가, 저 가혹한 삶의 법칙들이. 누구나 한순간에 뜰 수 있고, 누구나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다. 너를 팔면서(셀링 유), 나는 뜨고, 나는 팔리면서, 너가 뜨는 것이다. "성공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이 실패해야 한다"는 『템테이션』의 첫 구절이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다.

 

 

 

 

 

 

 

 3. 개의 힘

 인간 내면에 숨겨진 악의 본능, 나는 예전에 이 말을 들으면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만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제 한 작품 더 늘었다. 바로 돈 윈슬로의 『개의 힘』이다. 30년간의 마약전쟁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승리? 돈? 명예? 모두 없다. 오직 자신의 악함만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주인공도, 보조 인물도, 엑스트라도, 모두 하나같이 악한 존재이다. 우리를 구원해줄 힘은 없는가? 우릴 개의 세력으로부터 꺼내 줄 이들은 없는가? 여전히 이 섬뜩한 생각이 나의 생각을 붙잡고 있다.

 

 

 

 

 

 

 4. 별을 스치는 바람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라. 그의 시들, 그리고 다른 명작들, 그리고 글이 한 사람을 바꾸었고, 감옥을 바꾸었고, 역사를 바꾸었다. 물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도 있고. 죽음의 위협과 생체실험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몸은 약했으나 정신만큼은 굳건했던 시인 윤동주의 투혼을 엿볼 수 있다. 정말 아름다웠다.

 

 

 

 

 

 

 

 

 5. 굿바이 동물원

  웃기면서 슬펐다. 어이없는 설정에 어이없는 이야기인데, 정말 진짜 같고, 삶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다른 사람을 위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처럼 행동하는 삶.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차라리 자유롭게 야생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자. 다시는 이런 현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중에서 한 권을 뽑으라고? 장난해?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다. 『안 그러면 아비규환』을 뽑고 싶지만, 다른 경쟁작들이 너무나 쟁쟁하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 작품들을 하나씩 지워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두 작품. 거기서 또 하나를 지웠다. 결국 남은 것은.........

 

 그 빛나고 아름다운 내용을 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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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기억 속으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두운 기억 속으로 매드 픽션 클럽
엘리자베스 헤인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찰스 디킨스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 이런 글을 적었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신기한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는 심오한 비밀을 간직한 수수께끼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밤에 대도시를 갈 때면, 어둠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집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리라는 엄숙한 생각이 든다. 그뿐인가. 집안의 방마다 비밀이 있으며, 그 방에 살고 있는 수천 수백 명의 가슴 속에서 고동치는 심장은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비밀을 품고 있다.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p. 25)

 이 위대한 대문호가 적었듯이, 모든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하지 않은 심오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 비밀의 기억은 대부분 어둡다. 그 비밀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자신의 삶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어두운 기억 속으로' 안내할 수도 있다. 물론 그 후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변화되지만. 엘리자베스 헤인스의 『어두운 기억 속으로』는 그 심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다.

 

 엘리자베스 헤인스. 『어두운 기억

 으로』는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소설의 진행 방식은 샤를로테 링크의 『관찰자』와 유사하다. 날짜와 년도를 모두 기록하지만, 일기가 아닌 서술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이 작품은 주인공 캐서린의 심리와 행동을 1인칭 시점으로 전개하고 있어, 마치 내가 어두운 기억 속을 탐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이한 것은 『어두운 기억 속으로』가 과거와 현재를 평행하게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의 기록에서 2008년의 기록으로 넘어가다가 다시 2003년으로 돌아오는 형식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바로 '리'가 캐서린 옆에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캐서린 베일리는 집안을 점검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많은 사람과 경찰을 두려워하는 '강박장애'를 앓고 있다. 그녀는 상담가이자 이웃친구인 스튜어트라는 남자를 만나 그것을 치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도중, 캐서린과 우연히 만나게 된 경찰 리 브라이트만이 스스로 그녀를 보호해 줄 것을 자처하고, 얼마 안 가 그녀와 연인 관계가 된다. 그러나 프롤로그에서 볼 수 있듯이, 리는 여러 차례 그녀에게 폭력을 일삼다가 유죄 선고를 받는다. 왜 그는 그녀를 폭행하고, 강간했을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알기 위해서 저자는 리의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것은 자신을 속인 애인 나오미를 죽였다는 아픈 기억이다. 캐서린은 강박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리의 분노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기억은 두 사람 모두의 삶을 망가뜨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이 딜레마는 얼마 전 읽었던 헤르만 코흐의 『디너』의 그것과 유사하다. 노숙자를 폭행하여 전세계가 추적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자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면 신고할 것인가, 묵인할 것인가? 『어두운 기억 속으로』는 질문의 유형이 다양하다. 한 약한 여성을 보호해주면서 그녀의 아픔을 건드리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과연 '보호'인가, 아니면 보호를 빙자한 괴롭힘인가? 한 쪽이 원하지 않는데 폭행하고, 강간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자신의 아픔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결국 문제는 '리'였다. 그 남자와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결국 또 다시 후회의 기억으로 남으리라. 그것이 캐서린의 어두운 기억이 될 것이다. 언젠가 그 기억을 다시 꺼내어, 맞서야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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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 있다면, 비소설이 있다. 비소설은 인문 도서나, 고전을 말한다. 내가 말한 '비소설 신간'이 무엇인지는 글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론』의 저자인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정부론』은 제목처럼 정부의 최선의 형태인 '대의정부'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는 책이다. 그는 좋은 정부란 국민의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대의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가장 잘 채워준다고 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의정부의 모든 것에 대해 밝히며 올바른 정부가 무엇인지 독자에게 설명한다.

 

 버틀런드 러셀은 명작을 다작하는 작가이다. 『서양철학사』는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줄만한 걸작이었고, 그 전에도 수없이 많은 저서들이 그를 빛냈다. 『자유로 가는 길』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한 출판사로부터 의뢰를 받고 쓰여진 글이다. 이 책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즘, 그리고 생디칼리즘에 관해 설명하며 이러한 사상에서 나온 미래사회의 모습을 전망한다. 여기에는 무상 교육과 기본 소득에 관한 문제까지 제기되어 있어서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역시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줄 아는 작가, 러셀이다.

 

 wild life다. 그것은 없는 자의 특권이다.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는 26세의 나이에 갑자기 추락한다(마치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의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주저하지 않고, 4000km를 걷기로 결심한다. 그 끝없는 야성의 여정 도중에 그녀는 수많은 것을 깨닫고, 새로운 인생과 조우하는 데 성공한다. 거칠지만 감동적인 그 이야기, 만나보자.

 

 카뮈와 장 그르니에, 나는 이들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 카뮈는 장 그르니에를 자신의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서로 끊임없이 교류를 해 왔다. 그가 스승의 작품 『섬』에 서문을 쓴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들의 소통을 한 책에 담았다. 『카뮈-장 그르니에 서한집』은 나의 기대를 한 눈에 끌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나를 감동시키고, 전율시키리라. 서한집이 본래 그렇지 않은가? 숨겨지지 않은 마음이 고스란히 나의 심장에 꽂히리라........

 

 

 인류에게 불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이다. 불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삶의 필수적인 요소인 동시에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였다. '불'이란 매우 상징적인 것이니까. 그래서 '호모 이그니스'라는 표현은 매우 창의적이다. 새로운 호모, 즉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17세기에 일어난 최악의 해양재난사고, 바타비아호 좌초 사건. 사실 좌초로 죽은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문제였다. 난파선 근처의 산호섬에서 벌어진 일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초기에는 서로 협력하며 살았는데, 예로니무스 코르넬리스라는 사람이 합류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는 지도자로 뽑힌 뒤, 생존자를 살육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식량을 줄이기 위해서였지만, 점점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으며, 고문과 강간까지 벌어지며 산호섬은 골딩의 『파리대왕』처럼 야만과 비문명만이 존재했다. 결국 코르넬리스는 구조대에 의해 즉결 처형되었다. 이 『미친 항해』는 한 명의 지도자가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결국 역사는 현대에 경고하는 법이다.

 

 『누구나 한 번쯤 철학을 생각한다』는 흔한 '누구나 한 번쯤'의 시리즈이다. 흔한 소재이다. 철학사인데, 제목이 단지 우리의 공감대와 일치할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철학에 대해 생각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목차 중에서 'cosmos in chaos'가 마음에 든다. '혼돈 속의 세상'이라. 멋진 패러독스다.

 

 수도원과 수녀원은 중세 시대에 주로 세워진 이후 유럽사회에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역사의 상징물이다. 이곳은 경건하고 신앙적인 공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듯이, 수녀원은 타락했다. 그곳도 뒷골목은 어두웠다. 마가렛이 왜 모두의 적이 되었냐고? 그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모른다.

 

 

 

 『슬픈 아시아』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진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부정했던 그 사실) 일제강점기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대공아공영권 아래서 일본의 이인자가 되려고 했다는 사실이었다. 일제의 침략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고문과 학살에 앞섰다. 장세진 교수가 주는 씁쓸한 현실에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정약용과 그의 아들들이 아니라, 정약용 가족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것도 매우 흥미롭다. 위인의 가족사는 그 자체로 즐겁고, 가치 있으니까. 1,2 권으로 나뉘어 있으니까, 매우 풍성한 이야기가 있겠지?

 

 『최고의 설교』라....... 솔직히 지루하고 하나같이 똑같은 설교에서 특별한 설교가 무엇일까? 그것을 찾기 위해 이 책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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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 2013-01-0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은 누구나 생애 어느 순간 철학에 대해 생각한다.” 철학과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종횡무진 오가며 저술 활동을 해 온 남경태 선생님의 서양 철학사 강의가 휴머니스트 유니버시티에서 진행됩니다. http://www.hulog.co.kr/10 (강의 교재: 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