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고전이 별로 없어서 아쉽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인문은 많다. 다양한 테마, 다양한 즐거움.

 

  나는 처음에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를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가가 되었나』로 보았다. 하지만 다시 보니,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였다. 이 시리즈는 총 3권으로, 이번 신간이 마지막 도서다. 이 시리즈는 현대 정치학의 대가 15명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으며, 3권에서는 애덤 셰보르스키, 로버트 베이츠, 데이비드 콜리어, 데이비드 레이틴, 테다 스카치폴(사실 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500쪽의 분량인데 5명이라면, 그만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겠구나. 단순한 인터뷰가 아닌 말로 쓴 글이구나. 최고의 전문가가 보는 정치의 흐름, 관심이 간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는 제목 자체도 흥미롭지만, 올리버 색스라는 저자의 무궁무진한 연구와 저서의 반열에 또 다시 신간을 올리기 위해 지목했다. 대중을 위한 인체 도서인데, 별로 재미없다. 솔직히 말해.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생각을 듣거나 읽는 것보다는 말하고 쓰는 것이 낫다고. 그런데 생각을 그린다니? 이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을 말하는 사람 생각을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을 그리면 사고가 명확해지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비비드 아이디어'라는 개념을 잘 알고만 있으면, 무리없이 이 책을 독파할 수 있으리라.

 

 아마 이 책이 가장 흥미롭다. 『세상의 과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당연히 오늘날 과학이 우리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알고 넘어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초의 발명, 발견은 역사책에도 나오는 흔한 것이다. 그러니, 집중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세상의 과학의 원리를 찾아낸 그리스의 위대한 과학자들, 철학자들을 다루고 있다. 더불어, 그것을 미래에 전파시킨 로마의 업적까지 다루고 있다. 오, 그리스도 흥미로운데 로마의 보존까지 다루다니, 기대된다.

 그리스 고전, 로마 고전은 살면서 한번쯤은 읽어야 한다. 하지만 희곡, 철학 에세이, 대화편, 서사시를 모두 제대로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호메로스 서사시와 헤시오도스의 시는 읽었지만, 플라톤의 대화편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에세이는 거의 시도하지도 못했고,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과 그리스의 모든 희극을 접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니. 사실 기대도 별로 안 하지만, 그리스 고전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일 것이다.

 

 고전 톡톡에 이어 인물 톡톡이다. 위인들을 이야기하며 교훈을 얻는다.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다. 게다가 그들의 삶보다는 그것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들을 주제별로 보여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공부에 목숨 걸거나 전복적인 아티스트이거나, 아니면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이거나. 아무 위인이나 집어서 본받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나도 이미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판 생태계는 지구촌 생태계처럼 오염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우린 이 생태계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정직한 출판, 올바른 출판, 공정한 출판....... 책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 즉 책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출판계인데, 요즘은 숨겨진 명작 같은 것은 발굴 안하고, 베스트셀러만 홍보하고 있으니...... 조금 안타깝다. 언제부터 책이 상품화되었는가? 많이 사니까 베스트셀러인데, 요즘은 베스트셀러니까 많이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빨리 정화되기를.

 

 위대한 작가가 위대한 사상가를 적다. 슈테반 츠바이크가 몽테뉴에 관해 적다. 몽테뉴의 평전이지만, 이것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것이 위대한 평전이다. 평전 작가와 위인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책. 평전은 저자와 위인의 상호 관계니까.

 

 

 고전 세 권. 우리나라의 『백석 시 전집』,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마하바라따』. 나는 전집에 항상 끌린다.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백석의 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시'다 보니 수많은 시가 존재하리라. 그의 모든 사상과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고전의 재번역이자 재해석이다. 민음사의 출간으로 인해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선구자를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빨리 완역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기쁜 것은 『마하바라따』 서사시의 완역이다. 예전에 소설로 번역된 적이 있지만, 시만큼이나 원작의 여운을 잘 전해주는 것은 없다. 그 유명한 『바가와드 기타』와 수많은 창작물들의 토대가 된 놀라운 작품이 바로 『마하바라따』다. 인도에서 탄생된 세계 최대의 고전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성격과 행동으로 일관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변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력이 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중세, 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연금술'이다. 많은 남자들이 그것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남자 연금술사의 시도는 그렇게 크게 다루지 않았는데, 여자는 연금술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것과 관련만 있으면 '마녀'로 여겨지고 만다. 그리고 거대한 권력 앞에서 화형당하고 만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죽었다. 이 얼마나 분노할 일인가! 그리고 '마녀'라 불리는 그들은 종교와 신만을 강요하는 억압받는 시대에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여자들일뿐이었다. 하지만 수도사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일반 여성들에게 돌리고 말았다. 이들의 만행 역시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오점이라, 기억하고 싶진 않겠지만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비롯한 홀로코스트를 역사의 오점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누가 봐도 끔찍한 만행이지만, 당시에는 왜 그것이 당연스럽게 여겨졌을까? 물론 당대 상황에서도 반대 세력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때는 그 어떤 것보다 합리적인 이유로 자신의 만행을 인정시키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왜곡'이었다. 특히,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가 왜곡의 희생양이 되었다. 독일은 자신의 민족이 우월함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민족인 게르만족을 찬사했던 『게르마니아』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잘못을 저자 타키투스에게 돌릴 수 없다. 그 책은 독일이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당시 타락한 로마에게 순수한 게르만족의 사례를 들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위험한 책'은 작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책을 읽는 독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국가들이 있다. UN 가입국만 거의 200국 되니까, 이 지구라는 땅 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있는지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자연환경이나 기후, 이런 자연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왜 이렇게 국가들끼리 서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까? 미국과 중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강했는데 왜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의 국가들은 영향력이 없는가? 궁금하지 않은가? 나도 그 해답을 알기 위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한다. 지난 역사에 대한 회고. 특히, 『13일』은 공포에 휩싸인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것은 마치 북한이 서울에 핵을 날린다고 경고하는 것과 같은 공포일 듯 하다. 13일만에 정리된 사태이지만,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방금 전에 내가 말했던 사례에서는 분명 코웃음 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겁먹고 도망가는 이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공포는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관계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화둣거리다. 단 두 번의 만남이었지만 단테는 그녀를 결코 잊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의 최고의 걸작 『신곡』에서 그녀는 혼란에 빠진 단테를 이끌고 천국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사랑에 빠진 단테』는 단테와 그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 그리고 『신곡』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오르한 파묵의 작품에 실망한 적이 있어, 그의 소설을 더 이상 읽지는 않지만 이번 책, 『소설과 소설가』는 매우 관심이 간다. 소설가가 말하는 소설 쓰는 법은 많이 봐 왔지만, 소개에 따르면 소설 쓰기를 "단어로 그림 그리기"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 말에 무척 흥미를 느끼고, 이 책에 대해 더 알아보았다. 파묵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있었지만 20대 초반 무렵, 그림 그리는 것을 관두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소설은 그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 이름은 빨강』만 봐도 알 수 있다)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플롯, 시간 따위가 아니라 묘사되는 장면의 전체, 즉 풍경이다. 그리고 그는 『안나 카레니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소설'로 꼽는다. 풍경을 너무나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가의 말을 모두 따를 필요는 없지만, 수긍이 간다. 나도 해볼까?

 

 사마천, 아주 유명한 역사가다. 『사기』라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고전을 남기고, 그 고전으로 인해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래서 이 『사마천 평전』에서는 사마천만큼이나 『사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그의 위대함은 얼마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고, 맛깔나게 우리한테 전하는 능력에 있다.

 

 정치와 소설은 아무 관계가 없는 줄 알았다. 정치는 현실이고, 소설은 허구니까. 하지만 얼마 전에 안철수가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언급한 것을 보면, 정치와 소설이 아예 남남은 아닌 것 같다. 하긴, 정치 칼럼에 자주 개콘이 언급되는 것만 봐도, 정치가 서서히 문학과 희극에 녹아들어가는 것 같다. 소설에서 정치를 보는 방법이 이 책, 『정치와 소설』에 담겨 있다.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템테이션』. 뜻이 '유혹'인데, 어떤 유혹을 말하려는 것인지? 소설은 자고로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케네디, 이 작가는 너무나도 그것을 잘 한다.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10년 동안 무명 작가로 지내다가 시나리오 하나가 대박을 터뜨린 작가,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유혹, 그리고 몰락....... 유혹에 휩싸인 자의 운명은 파멸인가, 혹은 극복인가?

 

 백.가.흠. 이름이 정말 매혹적이다. 제목도 나프탈렌. 그래서 나는 『힌트는 도련님』 때 그를 본 이후,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인상적이라서. 그런데 이게 첫 번째 장편소설이었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못 보여줬던 숨겨진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구먼.

 

 『직업의 광채』는 웃기게 슬프다. 32개의 단편은 각자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그것이 우리 현실이라는 점이 씁쓸하다. 노숙자도 직업이 된 오늘날, 욕이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 뭐가 광채야? 광채는 개뿔.

 

 18개의 코스 요리를 맛 볼 준비가 되었는가? 공복 상태에서 읽으면 더욱 좋다. 아, 물론 영혼의 공복 상태 말이다. 하나씩 맛봐도 되고 폭식해도 좋다. 당신이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만 하면 된다. 문학이 밥이고, 밥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즐겁게 식사하시길. 아, 맛은 보장하지만 배부를지는 미지수야.

 

 <그 외에 관심 가는 책>

 

 1. 두 얼굴의 네이버: 당연히 관심이 안 갈 수 없는 책이다. 맨날 구글이나 유튜브 까는 책이나 보고 있다가, 드디어 까야 할 놈을 만났으니. 네이버도, 다음도, 다른 포털사이트도 한 번씩은 다 문제점을 지적받고 고쳐야겠지. 나 자신도 불만이 많으니까. 물론 완벽할 수는 없지만. 2. 조이 이야기: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이라는 전설을 잇는 작품이라 해야 하나? 팬들의 요구로 탄생한, 또 하나의 역작이다. 3. 쿠퍼 이야기: 북반구 스릴러만 봐 오던 나에게 남반구 스릴러라는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 그런데 둘이 무슨 차이지?

 

 <북즐 시리즈>, 이야, 『출판 생태계 살리기』와 더불어 한국의 출판계를 좀 더 활성화시키고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출판하는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은 봐야 할 듯. 그럼 나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는 책이 너무나 많다.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들,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책들, 우리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책들....... 사실 나는 어떤 책이든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새로나온 책을 보며 읽고 싶고, 맛보고 싶고, 씹고 싶은 책을 본다. 그 중에서 내가 정말 원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건져내 본다.

 

 

 우선 관심 가는 고전 먼저 적어본다.

 

 칸트의 『형이상학 서설』, 칸트 하면 항상 '비판' 3부작만 봐서 그런지 '서설'이 낯설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그다지 꺼리는 내용이 아니다. 이 서설은 칸트가 『순수 이성 비판』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가 쓴 해설서라고 할까. 이 책을 출판함으로써 가지는 『순수 이성 비판』의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는 칸트가, '비판 3부작'에 노력을 가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 어려운 이야기를 맛보게 하도록 이런 해설서를 저술한 것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 그 비판서가 어렵다고 인정한 것이다. 쉽고 정복하기 쉬운 산에 대한 해설서는 없으니까. 오직 오르기 어려운 산만이 가이드가 있는 법이다. 이 충실한 가이드는 칸트의 복잡한 세계에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펄 벅은 다작의 작가다. 수많은 소설, 수많은 지침서, 수많은 한국 이야기. 예전에 나는 펄 벅의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라는 책을 보며, '역시 펄벅이다'라는 생각을 품었다. 그런데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내가 전에 읽었던 책이 부모와 자녀를 위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여자' 모두에게 바치는 자기계발서다. 그리고 그녀는 남성이 있으면 여성이 있고, 여성이 있으면 남성이 있듯, 여자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펄 벅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타르튀프』와 『두 도시 이야기』는 이미 다른 글에서 올렸으니, 자세한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두 도시 이야기』의 출간은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읽고 싶어도 제대로 된 완역본이 없어(있었는데 절판됨) 답답했는데, 때마침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난 것이 정말 감격스럽다.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은 책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든. 책의 출판은, 독자를 설레게 한다.

 

 

 이 세상은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간 순간의 판단과 행동과 말이 그 이후의 순간들을 결정한다. 그래서 '결정적 순간'이 지나면 그 전의 일들, 그리고 미래의 일들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다(마찬가지로 소설은 '장면'이 존재한다). 소설은 사람이 쓴 것이고, 위대한 소설들이나 평범한 소설들이나 모두 순간의 영감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그러한 영감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고전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까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폭력은 언제부터 존재했던 걸까? 그 기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되는 사상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폭력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존 도커는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을 통해 폭력의 출발점을 옛 고전에서 찾는다. 제노사이드와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은 어쩌면 저자가 설명한 그리스 고전들과 로마의 고전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나는 이런 두려운 의심을 품어본다.

 

 왜 과학자들의 삶은 주목받는가? 많은 저술가들이 수학자, 철학자, 소설가, 발명가 등의 삶에 대해 써 왔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에 관한 저서를 따라갈 수 없다. 왜 그들의 삶이 주목받는가?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수학자, 발명가, 철학자들의 범위 안에 과학자들 역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학자이거나 철학자인 사람들은 동시에 과학자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삶 자체가 하나의 실험이자 업적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이의 용감함과 뉴턴의 사고방식 등은 그들의 업적이 무엇이던 간에, 우리에게 교훈을 전해준다.『위대한 과학자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43명의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주목한다. 어쩌면 흔해빠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과학자들을 위한 찬사에 그 발을 올려놓았다는 점에 나는 의의를 두겠다.

 

 『범죄소설』은 얼마 전에 출간된 『블러디 머더』를 떠오르게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책은 국내 작가라는 사실. 그래서 우리와 더 친숙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범죄소설, 탐정소설, 공포소설, 추리소설, 판타지소설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정서를 일깨우는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설을 분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제 2차 세계대전을 내가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6년간의 전쟁에는 많은 전환점이 있었을 것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 실패, 진주만과 미국의 참전, 원자폭탄 등의 전환점이 분명히 존재하리라. 그리고 내가 모르는 8가지의 '순간'을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연관지어서, 제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맥아더에 대한 재평가까지. 『12전환점으로 읽는 제 2차 세계대전』과 『맥아더와 한국전쟁』을 꼭 읽어보고 싶다. 니미츠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맥아더의 진실은 더욱.

 

 이야기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상과 인간의 권리가 신과 종교라는 이름 앞에 탄압받던 중세, 그 시절의 뒷골목 사랑 이야기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중세 시대에는 어떻게 사랑하고, 결혼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나 다름없겠지만. 이번에는 한 도시로 초점을 맞춰보자. 중세 시대에, 갈라진 이탈리아에서 잘 나가던 도시 베네치아를 들여다보자. 이탈리아의 시인들이 항상 노래한 도시, 베네치아의 실태를 맛보고 싶다. 제목에 걸맞게, 베네치아는 부의 도시이자, 무역대국, 동과 서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분명히 중세의 뒷골목 사랑처럼, 뒷이야기가 있으리라 믿는다.

 

 『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언뜻 보면 일반적인 서양 철학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철학의 시작은 적어도 플라톤이 아니며, 현대 철학의 끝도 비트겐슈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인식론의 역사'인 것이다. 플라톤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식론은 비트겐슈타인에서 빛을 발한다. 이런 내용이다.

 

 서사시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가는 지금, 『그리스 로마 서사시』를 읽어보고 싶다. 다시 한 번 그리스로. 그리고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가짜 고독에 빠져있는 우리를 진짜 함께 함에 참여할 수 있게. 고독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을 시간이다.

.......

 

 

 

 

 

 

 

 

 

 

 

 

 

 

 마지막까지 힘내어 소설 네 편만 더 올린다. 다섯 명의 SF 작가가 그린 미래 도시 이야기 『메타트로폴리스』는 제목이나 표지나 내용이나 무척 관심이 간다. 한편, 괴테가 아닌 투르게네프가 쓴 『파우스트』와 고대 서사시 중 하나인 『베오울프』 역시 무척 섭취하고 싶다.

 

 로맹 가리의 『흰 개』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이 위대한 소설로 남게 된 이유는 키플링처럼 인종차별적인 태도가 아닌 양쪽을 똑같이 바라보는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흑인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로맹 가리, 왠지 모르게 친숙한 이 작가를 맛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8월이 벌써 지나가버렸다. 남은 달도 얼마 없다. 멘붕, 그리고 씁쓸한 마음으로(지금 내 심정은 공허하다) 이 글을 쓴다.

 

 

 지난 달에 『별을 스치는 바람』을 읽었는데, 또 윤동주 시인에 관한 소설이 나왔구나. 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일제의 생체 실험과 폭력에 희생되어야 했던 한 젊은 시인의 이야기가 또 다른 작가에 의해 다시 한 번 재탄생되려 하고 있도다. 『윤동주』는 '바람' 같지는 않겠지만, 그만의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으리라 나는 믿어. 900페이지나 되니까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을 거야. 개의 힘처럼.

 

 

 

 

 

 

 

 김연수의 소설이다. 어떤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듣자 하니 카밀라 포트만이라는 미국 작가가 출생의 비밀을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는 내용이라던데.......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흥분되면서 두려울까. 그렇지만 난 그녀가 꼭 그 비밀을 찾길 바래. 한국에서. 희망을 찾길.

 

 

 

 

 

 

 

 

 

 

 출간된지 한참이 지났고, 250쪽밖에 안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독일 문학의 전환점으로 칭송받는다니, 이 책은 정체가 뭘까? 그리고 이 소설을 쓴 크리스티안 크라흐트는 어떤 작가일까? 위대한 현대 작가들은 대부분 초기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마련이다. 카뮈가 그랬듯이. 난 이 작가의 모습에서 카뮈가 연상되었다. 어찌된 일인가? 『파저란트』의 내용은 그저 여행하고, 만나고, 깨달을 뿐인데. 이런 점에서 이 소설 자체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이 작품을 여러 문호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의미이다.

 

 

 

 

 

 

 

 

 

 몰리에르. 왜 이리 오랜만인가? 돈 쥐앙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은 이 유쾌한 희극작가가 다시 돌아왔다. 타르튀프, 즉 협잡꾼이라는 내용의 극과 다른 제목을 지닌 시나리오들이 날 어떻게 사로잡을 계획일까? 그저 기대할 뿐. 그리고 기다릴 뿐. 몰리에르의 희곡이 읽고 싶어질 때이다.

 

 

 

 

 

 

 

 

 

 

 

 

 이 글을 『두 도시 이야기』에 바치노라.

 찰스 디킨스,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켜줘서. 덕분에 <다크 나이트> 신화는 더 발전될 수 있었으며, 다른 수많은 작가들이 당신의 이 작품을 본받아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위대한 이야기가 우리 앞에 다가왔군요.

 

 파리와 런던. 혁명. 사랑. 마침내 쟁취하다. 승리를, 사랑을, 미래를.

 난 준비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부'에서는 인문, 고전을 위주로 신간 도서 페이퍼를 작성했다면 이번에는 소설 위주로 진행해보겠다. 그전에, 아직 기억해야 할 인문 도서들을 살펴보자.

 

 

 이 네 편의 도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위대한 인물에 대한 '평전'이다.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은 레이먼드 카버라는 어느 작가의 삶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입체화시켰다. 난 이렇게 1000쪽에 가까운 분량의 저서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평전의 저자가 부럽다.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니까. 한 인물의 삶을 이렇게 극적으로, 그러나 진실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같은 소설가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나도 이 책의 저자 캐롤 스클레니카처럼 존경하는 인물의 평전을 쓰고 싶다.

 

 샤를 드골. 우린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알아도 프랑스의 대통령, 샤를드골국제공항 정도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300쪽의 평전은 이 위대한 인물의 진실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대항하는 '자유 프랑스'의 지도자였으며 그 말을 지키기 위해 4년간 프랑스 국민들을 집결시켰다. 그의 리더십으로 인해 오늘날의 프랑스가 이렇게 자유롭고 민주주적인 국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영웅이자 대통령이었던 드골은 그가 했던 큰 실수를 제외하고 본다면, 정말 큰 인물이었다.

 

 헤밍웨이에 대한 평전은 흔하디 흔하다. 평전 코너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삶은 항상 흥미진진했으며 그만큼 많은 이미지를 낳았기 때문이다. 헤밍웨이, 하면 『무기여 잘 있거라』나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와 같은 걸작들 말고도 아프리카에 사냥하러 다니는 사냥꾼이자, 전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바로 달려가는 특파원, 권총 자살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무리한 인물 등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가? 실제로 그의 삶은 매우 복잡하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욱동 교수이지 않은가? 수많은 미국 문학을 맛깔나게 번역하고 예리한 해설을 해주는. 최근에 그는 다량의 헤밍웨이 소설을 번역하여 화제를 모았다. 그런 그가 헤밍웨이 사랑의 결정판인 『헤밍웨이를 위하여』를 출간했다. 이 책은 거인이라 불리는 그의 삶뿐만 아니라, 강렬한 또 다른 이미지들 속에 묻혔던 그의 작품들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300쪽 가까이 되는 이 평전에는 간결하고 흥미로운 문장과 더불어 수많은 사진들과 그림들이 있어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사강 탐구하기』. 조금은 겁이 난다. 아무리 평전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한 인물을 '탐구'한다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저자의 굳은 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그 값을 낸다. 실제로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프랑스의 위대한 작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저자는 그녀의 불꽃같은 삶에 대한 미세한 관찰 하나하나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탐구가 얼마나 위대할지는, 직접 확인해 볼 수밖에 없으리라. 내가 평전을 사랑하는 까닭이다.

 

 

 궁금하지 않은가? 김부식과 일연은 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라는, 언뜻 보면 시리즈 같은 책을 썼을까? 두 사람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 두 책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다. 김부식과 일연은 각자의 책을 통해 삼국시대의 역사를 후세에 알렸지만 그 내용은 매우 다르고, 같은 내용에 대한 묘사도 천차만별이다. 『김부식과 일연은 왜』는 이 두 역사가의 훌륭한 역사서를 비교 및 대조하며 우리 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름이라 그런지 추리 소설, 미스테리 소설, 범죄 소설이 줄을 지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매혹적인 피의 세계에 빠져들기 전에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최초의 추리 소설, 미스테리 소설은 누가 썼고, 얼마나 독자들을 시원하게 했을까? 그리고 펼치기만 해도 피 냄새가 나는 소설은 무엇이었을까? 『블러디 머더』는 이러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시켜 준다. '추리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라는 부제가 있는 만큼 이 두 장르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논란의 여지 없이 추리 문학 역사의 금자탑이다.

 

 작년인가, 매우 아쉬운 일이 일어났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하나였던 『롤리타』가 계약이 취소되어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롤리타』의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여전히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러시아 문학 강의』는 말 그대로 러시아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썼던 대부호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저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보코프의 목소리, 지금 들으러 갑니다.

 

 인문에서 소설로 넘어가기 전에, 아름다운 이야기 한 번 듣고 가시길 권합니다. 여기 한 여자가 있습니다. 로라 슈로프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은 남부럽지 않은 부와 지위를 갖춘 뉴요커입니다. 어느 월요일, 평소처럼 길을 걷던 그녀는 구걸을 하고 있는 한 흑인 소년을 봅니다. 거지들 중 한 명이겠지 하고 지나가려던 차, 로라는 그 소년을 잊을 수 없어 그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소년에게 점심을 먹자고 제안합니다. 모리스 마지크라는 이름의 소년과 먹었던 월요일의 점심은 이후 30년 동안 유지됩니다. 갱단의 두목인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이 모두 마약 사업에 빠져 있어 불행했던 소년은 그녀와 소소한 시간을 보내면서 희망을 배워갑니다. 이 감동적인 실화, 그 월요일, 기억하겠습니다.

 

 

 정말 빨리 나왔다.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의 『알렉스』가 나온지 겨우 두 달만인데. 동시에 번역을 했나 보다. 어쨌든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어서 반갑다. 알렉스, 라는 소설에 깊은 인상을 받은 나는 그를 잊을 수 없다. 기대한다.

 

 문제작 납셨다. 『나치와 이발사』. 독일 나치 시기를 이렇게 가볍게 그려도 되는 거야? 그것도 가해자의 입장으로? 혹시 나치를 옹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유도 이 작품과 작가는 이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작가는 오히려 피해자였고, 따라서 이 블랙코미디는 나치를 풍자하기 위한 소설이었다. 이 웃을 수 없는 코미디에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하실련지......

 

 놀라운 상상력이다. '비를 먹는 사람들'이라니, 심오하면서도 판타지적이다. '탐험가 연대기' 중 하나인데, 벌써부터 나의 흥미를 끈다. 『에메랄드 아틀라스』를 연상시킨다.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된 모험,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탐험, 주인공 오스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장인물이 너무 부족하여 사실 조금은 걱정이 된다. 이런 책은 5명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는데. 뭐, 난 저자를 믿는다.

 

 난 '~을 위하여'나 '~에 대하여'라는 제목에 너무나 끌린다. 케빈, 넌 누구냐? 영화 예고편을 봤는데 충격이었다. 영화와 소설이 함께 하면 엄청난 효과를 낳는다. 영화 다음에 나오는 소설보다, 소설 다음에 나오는 영화가 더 인상적이다. (『7년의 밤』,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케빈 이야기는 잊을 수 없다. 이 이야기는 모성애와 가족을 건드리는 위험한 작품이다. 이건, 그 자체로 독자를 소름돋게 만든다. 난 지금 진실로 떨고 있다.

 

 

 필립 딕 걸작선이 하나 둘씩 출간되는 것에 기쁨을 표한다. 이번 달의 소설은 『작년을 기다리며』. 이건 딱 봐도 '시간'과 관련된 SF일 것이다. 하지만 필립 딕은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다양한 SF적 요소를 섞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은 일종의 우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태양계로 진출한 인류가 먼 조상으로 여겨지는 릴리스타 제국과 동맹을 맺고 곤충을 닮은 리그인들과 전쟁을 벌인다........ 여기에 주인공과 지구의 운명이 걸린 사건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셉션>을 연상시키는 작품, 『쿰을 쿠다』. 제목에 일종의 언어 유희를 사용한 걸 보니, 만만한 작품은 아닐 것이다. 내가 이 책에 끌린 진짜 이유는 작가의 이름 때문이었다. '작가K'라니, 익명의 이름을 사용한 필명인가? 작가의 대담함에 나는 감탄했고, 이 작품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인셉션>에 버금가는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위대한 작가는 픽션의 소재가 된다. 특히, 의문의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후세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찰스 디킨스의 의문스러운 죽음 역시 매튜 펄이라는 작가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역사 추리 소설의 대가가 쓴 디킨스의 최후는 어떤 모습일까?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과 관련된 미스테리, 필즈 앤드 오스굿 회사, 찰스 디킨스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 그리고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의 충격적인 결말....... 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없다. 난 그저 저자만 믿겠다.

 

 매튜 펄이 역사 추리 소설의 대가라면, 일본의 다카스기 료는 경제 소설의 대가이다. '경제 부식 열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경제 부식 열도』는 거품이 지난 뒤 닥쳐온 일본 금융계의 부패상을 고발한 소설로, 제목의 '경제 부식 열도'는 다름 아닌 일본 자신을 말한다. 1990년대 거품 경제가 꺼진 뒤 닥쳐 온 일본의 경제 위기를 리얼하고 생생하게 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음모에 뛰어든 저자, 그렇게 해서 탄생한 엄청난 소설. 주목하겠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회사 3부작', 일본에 '금융 부식 열도' 시리즈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회사 3부작'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 시리즈를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를 통해 끝마쳤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답게 이야기는 좀 더 진지해졌다. 회사 3부작은 회사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까지 환원하려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나아가, 선과 악의 문제의 근원까지 파고드니, 얼마나 깊고 놀라운 이야기인가?

 

 『경성 탐정 이상』은 『별이 스치는 바람』을 떠올리게 한다. 후자가 윤동주 시인에 대한 역사 픽션이라면 이 책은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의 활약을 담은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이다. 주인공이 끌리면 소설도 끌리는 법. 조용하고 진지한 이미지의 이상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저자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 거기에 구보까지! 이 콤비는 셜록 홈즈와 왓슨 콤비를 울릴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배경을 잊지 않고 코미디 속에 알맞게 주제를 암시한다.

 

 『프랑스 혁명』은 명백히 6월의 신간이지만 잊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 올렸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역사 소설은 무조건 환영한다. 다섯 권이나 되니, 즐거움을 오래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브라이언 셀즈닉, 정말 'wonder(놀라운)'한 작가이다. 소설의 형식에 어디까지 도전할 것인가? 벤과 로즈의 이야기도 정말 대단하지만 이 형식에 감탄한다. 50년을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전통적인 소설에 반항한다. 벤의 이야기는 글로 진행되는데, 로즈의 이야기는 그림으로 진행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시도인가? 이 놀라움(wonder)이 나를 강타했다(struc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랜만에, 신간의 풍년이 돌아왔다. 좋은 책들, 고전들이 많이 출간되어 나의 흥미를 끈 달이 7월이다. 이번 달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어차피 신간 평가단이니까 소설을 고를 겸 다른 책들도 골라야지....

 

 

 크세노폰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 작가들 중 한 명이다. 『소크라테스 회상』이라는 저서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크세노폰의 또 다른 저작이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그 이름은 '키로파에디아', 키루스(Cyrus)의 교육이라는 부제 역시 가지고 있다. 키루스란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대왕이었다. 이 고전에서는 대왕이 어렸을 때 받았던 교육 및 그가 제국을 건설함에 따라 다른 이들을 교육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 마디로, 자신이 받은 만큼 돌려주는 책임감이 『키로파에디아』의 주제인 것이다. 또한, 크세노폰을 키루스 대왕의 교육론을 통해 리더십의 핵심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이 저서는 리더가 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키로파에디아』가 고대에 쓰여진 고전이라면 마르틴 하이데거의 『언어로의 도상에서』,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특수이론과 일반이론』은 현대에 창조된 고전이라 할 수 있다. 하이데거의 저서는 제목에서 보다시피 '언어'와 '말'에 관한 철학적 성찰인데, '시'에 관한 언급과 일본인과 질문자의 인터뷰 등 풍부한 콘텐츠를 담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공교롭게도,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는 6월에 타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는데 휴머니스트에서 7월에 출간했다. 이렇게 되면 독자는 더 나은 번역서를 추구하거나 다양한 번역을 보기 위해 두 권 다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이 저서에서 프롬은 중세 사회의 몰락으로 인한 인간의 불안함에 대해 다루는 한편, 자유와 민주주의의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해 하는 현대인의 모습에 관해 살피고 있다. 역시 프롬답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 하나 하나가 우리 가슴 속을 파고든다.

 과학계의 고전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특수이론과 일반이론』이 이번 달에 출간되었다. 한때 나는 상대성 이론이 특수이론과 일반이론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보고 '특수이론이 일반이론보다 어렵고 중요하겠구나'라고 편견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이 정반대임을 알게 되자,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렇다면 일반이론이 대체 무엇이길래? 하지만 그의 과학은 너무 심오하고 어려웠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저서이다. 좀 더 쉽게 풀어낸 아인슈타인의 저서,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에게 맞는 수준이라고 하니, 여전히 그는 어려운 모양이다.

 

 

 『채근담』과 『여성 한시 선집』을 전자로 놓고, 『철학의 원리』, 『인간 교육론』을 후자로 간주할 때, 그 분류 기준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렇다. 우선 동양의 고전, 서양의 고전이라는 점에서 전자와 후자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 전자는 7월의 출간 도서이지만 후자는 둘 다 6월에 출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7월의 주목 신간을 정리하는 이 자리에 6월의 '주목' 신간을 넣은 까닭은 한 달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기억되지 못하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책이기 떄문이다. 글로 남기면 오래 기억되기 때문에, 나는 저 두 책을 오래 간직하고자 여기에 넣었다. 『채근담』, 많이 들어봤지만 접근하지도 못했던 동양철학의 고전....... 언젠가 너를 만나리라 약속하고자 널 이 글에 올린다. 제목에서 '채근'의 뜻은, 비약해서 말하자면 '인간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만사를 다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서, 저자가 깨달은 지혜를 곱씹도록 하는 책이다. 동양 고전은 되새김질 할수록 맛있어지는 여물과도 같다. 위편삼절이라는 말이 있듯이, 읽고 깊이 생각하면 진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나는 옛시를 좋아한다. 우리나라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 시대의 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퍼즐과도 같은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서나 시집에는 항상 남자들이 쓴 시만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여성의 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문학동네의 '여성 한시 선집'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비록 선집이지만 충분히 맛볼 수 있겠지. 특히 한이 많고 말하고 싶은 게 많은 조선 시대 여성들은 더 간절하게 말하리라.

 

 데카르트의 『철학의 원리』는 말할 것도 없는 고전이자 그의 대표작이다. 이 의심 많은 철학자는 『방법서설』과 『성찰』 등의 저서에서 말했던 원리들과 결론들을 이 책에 총집합했다. 한 마디로 데카르트 철학의 결정체이자 종결자인 것이다. 데카르트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빌헬름 폰 홈볼트의 『인간교육론』은 매우 흥미롭다. 이미 많은 사상가들이 인간의 교육에 대한 책을 저술했다. 위의 크세노폰 역시 일종의 교육론이라 할 수 있는 『키로파에디아』를 썼고, 프랑스의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는 교육론의 고전인 『에밀』을 쓰지 않았던가? 하지만 인간이 꿈꾸는 것은 제각기 다르다. 따라서 빌헬름이 생각했던 교육 방식은 그들과 달랐다.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는 이 고전이 '대학'의 개혁에 대해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학은 각 분과학문을 통괄하는 종합적 지식을 담당해야 하고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의 정점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여 국가의 간섭은 최소화하고 지원은 최대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짧은 내용이지만 이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오늘날 우리 대학의 모습은 그저 관례대로 가는 또 하나의 학교에 불과하며 취업을 위한 발판일 뿐이다. 학생들 대부분은 대학을 대학으로 여기지 않는다. 등록금, 자살, 교수들의 타락....... 홈볼트가 이 사회를 본다면 어떻게 말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도널드 서순의 『유럽문화사』....... 내가 이 페이퍼를 쓴 결정적 계기이다. 문화라는 건 한 시대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자료이며 그 시대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유럽은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을 겪었다. 따라서 문화의 변동을 추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그 맥을 끝까지 따라잡았고 독자들도 그 끈을 잡고 여행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배려해 주었다. 유럽의 도서 문화, 음악 문화, 연극 문화 등 다양한 유럽 문화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유럽 문화는 어떤 모습인지 책을 통해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르마다』는 내가 이번 달에 가장 주목한 역사서이다. 역사서치고는 단순한 표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영국의 역사를 부흥으로 이끈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엘리자베스가 드레이크와 함께 에스파냐의 무적함대(아르마다)를 꺾지 못했다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칭호도, 오늘날 영국의 영광도 없었으리라.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를 다룬 결코 잊을 수 없는 책이다. 이 고전이 얻은 명성만큼이나 『아르마다』가 읽고 싶다.

 『중세의 가을』은 1997년에 나온 문학과지성사 '구판'의 신판이다. 이 책은 중세 시대의 14, 15세기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제목의 비유가 정말 멋졌다. 그 당시 중세는 르네상스의 열풍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저자는 그것을 몰락이라 부르지 않고 '가을'이라 불렀다(물론 '가을'을 뜻하는 fall에는 '몰락'이라는 뜻 역시 가지고 있지만). 신과 함께 한 중세인의 마지막 이야기를 엿보고 싶다. 

 

 한 때 나는 『먼나라 이웃나라』에 푹 빠졌다. 1권부터 12권까지 5번 이상 탐독했다. 만화가 너무 재미있었고 그림체도 좋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세계사에 대한 나의 지식이 많이 해박해졌다. 그 때 나는 제 2판을 읽었는데 또 다시 새로 쓰인 『먼나라 이웃나라』가 출간되었다. 게다가 이번엔 아직 읽지 못한 중국판까지 있었다. 난 여전히 이 만화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만간 다시 읽을 계획이다.

 

 

 『가족기담』은 『전을 범하다』와 같이 우리의 옛 동화에 대한 재해석과 성적 알레고리를 밝혀내는 책이다. 언뜻 식상해보이지만 흥미로워서 거부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번 책은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재해석이라 좀 더 우리 정서에 맞으리라 생각한다.

 『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의 30계명』은 그저 삶의 가르침을 본받고 싶었기 때문이지, 내가 그들처럼 공부벌레가 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난 단순히 30계명 중 인상 깊은 것을 내 삶에 적용시키고 싶었을 뿐이다.

 

 인류 역사는 헤겔이 말했던 '정 반 합'의 원리로 이루어진다. 그 중 '반(反)'에 속하는 '저항'은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이다. 현대 사회에도 그러한 저항자들이 있다. 『프로테스트!』는 그들에 관한 50년의 역사이다. 사진과 함께 보는 역사인지라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하고 투쟁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난 그들의 외침을 듣고 싶다. "프로테스트(저항하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장 지글러의 저서를 연상시키는 책,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두 저자의 공저인 이 책은 크게 두 가지에 관해 다룬다. 소위 '잘 사는' 이들의 음식물 낭비, 그리고 제 3세계 사람들의 굶주림. 좀 더 폭넓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이 고질병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길 바란다. 똑같은 책은 수없이 많으니. 특별히,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싶다면 말이다. 나는 기대한다. (2부에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