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있다면, 비소설이 있다. 비소설은 인문 도서나, 고전을 말한다. 내가 말한 '비소설 신간'이 무엇인지는 글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론』의 저자인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정부론』은 제목처럼 정부의 최선의 형태인 '대의정부'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는 책이다. 그는 좋은 정부란 국민의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대의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가장 잘 채워준다고 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의정부의 모든 것에 대해 밝히며 올바른 정부가 무엇인지 독자에게 설명한다.

 

 버틀런드 러셀은 명작을 다작하는 작가이다. 『서양철학사』는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줄만한 걸작이었고, 그 전에도 수없이 많은 저서들이 그를 빛냈다. 『자유로 가는 길』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한 출판사로부터 의뢰를 받고 쓰여진 글이다. 이 책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즘, 그리고 생디칼리즘에 관해 설명하며 이러한 사상에서 나온 미래사회의 모습을 전망한다. 여기에는 무상 교육과 기본 소득에 관한 문제까지 제기되어 있어서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역시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줄 아는 작가, 러셀이다.

 

 wild life다. 그것은 없는 자의 특권이다.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는 26세의 나이에 갑자기 추락한다(마치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의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주저하지 않고, 4000km를 걷기로 결심한다. 그 끝없는 야성의 여정 도중에 그녀는 수많은 것을 깨닫고, 새로운 인생과 조우하는 데 성공한다. 거칠지만 감동적인 그 이야기, 만나보자.

 

 카뮈와 장 그르니에, 나는 이들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 카뮈는 장 그르니에를 자신의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서로 끊임없이 교류를 해 왔다. 그가 스승의 작품 『섬』에 서문을 쓴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들의 소통을 한 책에 담았다. 『카뮈-장 그르니에 서한집』은 나의 기대를 한 눈에 끌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나를 감동시키고, 전율시키리라. 서한집이 본래 그렇지 않은가? 숨겨지지 않은 마음이 고스란히 나의 심장에 꽂히리라........

 

 

 인류에게 불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이다. 불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삶의 필수적인 요소인 동시에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였다. '불'이란 매우 상징적인 것이니까. 그래서 '호모 이그니스'라는 표현은 매우 창의적이다. 새로운 호모, 즉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17세기에 일어난 최악의 해양재난사고, 바타비아호 좌초 사건. 사실 좌초로 죽은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문제였다. 난파선 근처의 산호섬에서 벌어진 일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초기에는 서로 협력하며 살았는데, 예로니무스 코르넬리스라는 사람이 합류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는 지도자로 뽑힌 뒤, 생존자를 살육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식량을 줄이기 위해서였지만, 점점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으며, 고문과 강간까지 벌어지며 산호섬은 골딩의 『파리대왕』처럼 야만과 비문명만이 존재했다. 결국 코르넬리스는 구조대에 의해 즉결 처형되었다. 이 『미친 항해』는 한 명의 지도자가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결국 역사는 현대에 경고하는 법이다.

 

 『누구나 한 번쯤 철학을 생각한다』는 흔한 '누구나 한 번쯤'의 시리즈이다. 흔한 소재이다. 철학사인데, 제목이 단지 우리의 공감대와 일치할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철학에 대해 생각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목차 중에서 'cosmos in chaos'가 마음에 든다. '혼돈 속의 세상'이라. 멋진 패러독스다.

 

 수도원과 수녀원은 중세 시대에 주로 세워진 이후 유럽사회에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역사의 상징물이다. 이곳은 경건하고 신앙적인 공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듯이, 수녀원은 타락했다. 그곳도 뒷골목은 어두웠다. 마가렛이 왜 모두의 적이 되었냐고? 그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모른다.

 

 

 

 『슬픈 아시아』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진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부정했던 그 사실) 일제강점기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대공아공영권 아래서 일본의 이인자가 되려고 했다는 사실이었다. 일제의 침략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고문과 학살에 앞섰다. 장세진 교수가 주는 씁쓸한 현실에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정약용과 그의 아들들이 아니라, 정약용 가족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것도 매우 흥미롭다. 위인의 가족사는 그 자체로 즐겁고, 가치 있으니까. 1,2 권으로 나뉘어 있으니까, 매우 풍성한 이야기가 있겠지?

 

 『최고의 설교』라....... 솔직히 지루하고 하나같이 똑같은 설교에서 특별한 설교가 무엇일까? 그것을 찾기 위해 이 책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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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 2013-01-0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은 누구나 생애 어느 순간 철학에 대해 생각한다.” 철학과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종횡무진 오가며 저술 활동을 해 온 남경태 선생님의 서양 철학사 강의가 휴머니스트 유니버시티에서 진행됩니다. http://www.hulog.co.kr/10 (강의 교재: 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
 

 10월은 비소설보다 소설이 빛났던 시기였다. 원래 그런 달인가?

 하여튼 기대되는 소설들이 많았다.

 

  소설의 시작은 '한계'와 '무관심'으로 시작된다. 최민수의 『능력자』는 역설적으로, 능력을 잃어버린 자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소설의 초반부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때 세계 챔피언을 차지했던 복서도 어느 순간 스티커를 팔며 생활을 연명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거대한 문학의 벽 앞에서 순수문학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아직 사회의 쓴맛을 맛보지 못한 청년들에게 최민수 작가의 신랄한 지적은 그들을 섬뜩하게 만든다. 공평수와 남루한, 두 남자가 다시 재기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지난 달 나의 관심을 쏠리게 했던 『마하바라타』를 이어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가 한국에 건너왔다. 바야흐로 인도 문학의 역습이 시작되는 것일까? 아직은 비교적 생소하고 어려워서 관심이 부족한 것이지, 많은 사람들이 이 시에 빠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열풍이 퍼지리라 예상한다. 이 놀라운 상상력을 감당하려면 『마하바라따』에서 연습하고 오도록.

 

 잭 런던의 단편소설집이라, 이건 정말 의외다. 『암살주식회사』, 『강철군화』, 『야성의 부름』 같은 그의 대표작은 모두 장편소설이 아닌가. 한겨례출판사에서 이 책을 내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잭 런던의 단편집은 『마이더스의 노예들』뿐이었다. 한겨례출판이 『불을 지피다』를 낸 것은 작년에 조지 오웰의 『숨 쉬러 나가다』를 번역한 것만큼 반가운 일이다. 잭 런던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확인할 차례이다.

 

 이윤기 선생이 돌아가신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동안 그를 추모하는 많은 의식이 치러졌는데, 이번 기념은 정말 엄청난 선물이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내면의 고백이 담긴 『하늘의 문』이 출간된 것이다. 1088쪽이라는 방대한 이야기에서 소설가로서의, 번역가로서의, 신화 연구가로서의 이윤기가 아닌, 인간 이윤기를 만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 마지막 장편소설이 된 듯하다. 책 말미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글이 실려있다. 이윤기의 흔적이다.

 

 

 아멜리 노통브는 규칙성이 있는 작가이다. 매년마다 소설을 써서 발표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끊임없는 상상력의 분수인 것이다. 그녀가 이번에는 '부친 살해'를 소재로 소설을 썼나 보다. 물론 이 '살해'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소년이 아버지를 넘어서고 어른이 되려는 성장소설이 아니다. 조 위프는 아버지가 항상 바뀌며, 자신이 아버지로 삼았던 마술사 노먼은 그와 대립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짧은 소설 안에서 어떤 마술이 펼쳐질까(어제 나는 놀라운 카드 마술을 목격한 바 있다)?

 

 『소네치카』를 쓴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나에게 무척 생소한 작가이다. 세상에는 존재조차 모르는 인물들이 수없이 많으니까. 그녀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결정적 계기는 그녀가 제2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울리츠카야는 제 2차세계대전과 소비에트 연방 체제의 시절을 모두 겪었던 역사의 산 증인이다. 소설가답게 그녀는 그 때의 경험을 자신의 소설 안에 투영했다. 이번에 류드밀라의 데뷔작인 『쿠코츠키의 경우』와 작품집인 『소네치카』가 출판되었는데, 그 중 나는 후자를 택했다. 풍부한 이야기와 그 내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내는 한 편의 놀라운 시대극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이것이 유토피아인가? 나는 예전부터 궁금했다. 토머스 모어가 묘사한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는 참된 이념일까? 오히려 베이컨이 발표한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 서술된 과학중심적인 유토피아가 현실적인 듯 했다. 『체벤구르』는 이론 없는 공산주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역사 속에서 공산주의 혁명의 원동력은 마르크스와 레닌의 『공산당 선언』 및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었다. 이것을 읽지 않은 채 혁명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지만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역사에선 실패했던 사회의 성공을 그린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너무나 파격적인 모습을 드러내서, 출간 당시에는 판매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드디어 이 문제작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인가?

 

 유빅(Ubik). 영어의 ubiquity에서 유래한 단어로, '보편성', 또는 '편재성'이라는 뜻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유빅'이라는 단어는 필립 딕이 자신의 소설 『유빅』에서 만들어 낸 신조어이다. 하지만 모든 중요한 개념들이 그렇듯이, 이 단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거나 규정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사회에서 유빅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과연 유빅은 무엇인가?

 

 

 『총통각하』는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가카'에 대한 비판과 MB 정권에 대한 풍자 아니겠는가?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재미있는 작품일 것이다.

 

 고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은 항상 존재했다. 『프린세스 바리』, 그러니까 '바리공주' 이야기다. 바리공주는 부모님께 버려지다가 그들이 병이 걸리니까 온갖 고생을 딛고 그들을 살린 이야기이다. 현대판 바리공주는 과연 어떨까?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의 신작은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이 신작 『캐주얼 베이컨시』를 낸 것과 마찬가지로, 출간 자체로 만족스러운 것이다. 주인공은 듀란 왕자로, 고타마의 도움을 받으며 영웅이 되어 간다. 이 흥미로운 과정을 이우혁은 또 맛깔나게 펼칠 수 있겠지. 더 말할 필요 있는가?

 

 13초의 공백,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13초의 모순, 그 작은 순간으로 현재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설정, 그리고 달라진 추격전....... 과연 어떤 상황인지 기대해 본다. 날 유혹할 수 있을 그런 이야기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SF 미스터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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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0월에 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난생 처음으로 19권의 책을 받았다. 겉표지와 두께로 봐서는 다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했지만, 그만큼 나에게 흥미를 가져다줄 것 같았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끝으로 1년만에 이 도서들을 모두 읽었다. 정말 긴 대장정이었다. (http://blog.aladin.co.kr/755125167/5116732)

 

 이제 와서 이 책들을 돌아보는 것이 부질없는 짓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에게 기억에 남는 책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순위'를 매김으로써 그 책들이 나에게 준 영향들과 인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1위: 물건 이야기(저자: 애니 레너드, 출판사: 민음사)

 

  미국에서는 이미 영화로도 나오고, 꽤 유명한 도서라는 소문이 났던 『물건 이야기』.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물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무서운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우리가 쓰는 물건들이 우리 삶과 지구에 미치는 나쁜 영향들이 속속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책은 그 불편한 진실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를 비롯하여, 나의 생활의 일부가 된 물건들을 돌아보고, 좀 더 지구를 위한 소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위: 자본주의(저자: 로버트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출판사: 미지북스)

 

  가장 마지막에 읽은 책이기도 하고, 디자인이나 두께로는 따라갈 책이 없었다. 특히, 다른 경제학 도서에서는 찾기 힘든 '질문'들과 '돌아보기'는 나에게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돌아보게 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찾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을, 나는 사랑한다. 『자본주의: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바로 이런 책이었다.

 

 

 

 

 

 

 

 

 

 3위: 휴버먼의 자본론(저자: 리오 휴버먼, 출판사: 어바웃어북)

 

  휴버먼의 『자본론』은 2위였던 『자본주의』와 같은 책 같으면서도 매우 다르다. 전자는 자본주의 역사와 비판을 담고 있는 '자본주의' 이야기였다면, 후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처럼 자본주의의 한계와 모순을 고발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이념(사회주의)을 제안하고 있다. 각 장마다 정해진 주제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갈수록 심화되는 통찰에 감동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해졌다.

 

 

 

 

 

 

 

 

 4위: 대통령의 오판(저자: 토머스 크라우프웰, 윌리엄 펠프스, 출판사: 말글빛냄)

 

  가장 커다란 사이즈에 놀라, 인상에 남는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미국 대통령이 역사에 길이 남을 오판을 저지른 사건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다양한 자료와 그림으로 나를 자극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벌일 수 있는 오판을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5위: 돈의 인문학(저자: 김찬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2위~4위 책들을 읽기 바로 직전에 『돈의 인문학』을 독파했다. 김찬호의 시각으로 본 돈........ 그것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이 신선했다. 이 책을 읽은 직후 『돈의 본성』이라는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이펙트에 미치지 못했다.

 

 

 

 

 

 

 

 

 

 6위: 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저자: 존 미클스웨이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출판사: 을유문화사)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읽을 때 매우 소중히 다루었다. 누구도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특히 삼성 같은), 기업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당돌한(?) 외침을 부르짖은 두 저자의 외침이 기억에 남았다. 비록 이 기업의 역사는 자본주의 역사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7위: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저자: 한윤형, 최태섭, 김정근,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이제 서서히 우리 사회로 넘어가는 듯 하다. 열정과 노동의 합성어, 즉 '열정노동'은 이 책이 만들어낸 고유명사이다. 나도 이러한 노동을 하고 싶다. 오래 전에 읽어서 열정노동이 긍정적인 뜻인지, 부정적인 의미인지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러고 싶다. 나의 열정만은 존중해달라!

 

 

 

 

 

 

 

 

 

 

 8위: 휴식(저자: 울리히 슈나벨, 출판사: 걷는나무)

 

  항상 바쁜 삶에 찌들어있는 우리에게 부르짖은 휴식의 소리는 나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비록 저 멀리 독일에서 건너온 메아리지만, 조용히 앉아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난 뒤, 나의 삶은 변화되었다.

 

 

 

 

 

 

 

 

 

 

 9위: 심야치유식당(저자: 하지현, 출판사: 푸른숲)

 

  이 책은 심야 치유 식당에서 마치 상담하듯 펼쳐지는 고민을 해결하는 심리상담사 역할을 한다.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차용하여 처음 보는 독자들에게는 재미를, 정말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는 통쾌함과 고마움의 감정을 전해주었다. 재미로 따지면, 이 책이 둘째 가라면 서럽다. 그렇다면 1위는 누구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책은 10위다.

 

 

 

 

 

 

 

 

 10위: 가난뱅이 난장쇼(저자: 마쓰모토 하지메, 출판사: 이순)

 

  자칭 '가난뱅이', 즉 자본주의와 돈의 굴레에서 해방된 자유인의 프리스타일 여정을 그리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재미는 그야말로 '끝장이다'. 친구들과 함께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벌이는 가난뱅이 난장쇼는 일본을 넘어 우리나라에게도 퍼졌다. 그리고 각 장마다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만화는 풍자적이면서 유쾌하다. 그야말로 씁쓸한 웃음.

 

 

 

 

 

 

 

 

 

 11위: 분노하라(저자: 스테판 에셀, 출판사: 돌배게)

 

  다 좋은데, 짧다. 그래서 쓸 게 없다.

 솔직히, 이건 팜플렛이지 책이 아니다.

 그러나 그 짧은 외침은 가슴에 깊이 남았다.

 

 

 

 

 

 

 

 

 

 

 

 

12위: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저자: 제이슨 델 간디오, 출판사: 동녘)

 

 글과 수사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방법은 확실하고 강력하다. 그렇기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가능성에 내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13위: 일인시위(저자: 사이시옷, 출판사: 헤르츠나인)

 

  '시위'하면 떠오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벌이는 투쟁. 그 중에 한 개인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 하지만 그러한 편견을 깬 것이 바로 '일인시위'다. 누구도 공감해 주지 않는 억울한 상황에서, 유일한 호소가 바로 '일인시위'인 것이다. "세상을 향한 알싸한 프러포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여기서 '프러포즈'는 '청혼'보다는 '도전'에 가깝다. 아름답지만 그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작은 도전들이 『일인시위』에 모여있다.

 

 

 

 

 

 

 

14위: 소금꽃나무(저자: 김진숙, 출판사: 후마니타스)

 

 서술되는 분위기가 너무 어두웠다. 물론 그게 우리의 현실이지만. 김진숙의 고백과 투쟁에 대한 진실이 여기에 담겨 있다. 소금꽃나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직접 뛰어들라.

 

 

 

 

 

 

 

 

 

 

 15위: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저자: 강진만, 출판사: 개마고원)

 

  주제가 매우 심각하다. '실업의 역사'. 수없이 짤린 직장인들에 대한 보고서인가? 제목이 좀 over다. 실업자들의 슬픔은 알겠지만, 영혼까지 언급하는 건......  솔직히 내용은 분명했지만 나에겐 영 맞지 않는 내용이었다.

 

 

 

 

 

 

 

 

 

 

 16위: 회사 우울증(저자: 아라이 치아키, 출판사: 이매진)

 

  14~16위의 내용과 주제는 나와 맞지도 않고, 무엇보다 너무 어둡다. 이건 뭐 노리고 들어갔다. 회사 우울증의 극복법도 서술되어 있지만, 어째 회사 우울증 사례가 너무 강조된 듯 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좀 불편했다.

 

 

 

 

 

 

 

 

 

 

 17위: 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 경제사(저자: 정태헌, 출판사: 역사비평사

 

  이 책은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 다만 20세기의 한국경제사가 잘 정리되었다는 사실은 기억한다.3

 

 

 

 

 

 

 

 

 

 

 

18위: 돈의 본성(저자: 제프리 잉햄, 출판사: 삼천리)

 

  『돈의 인문학』과 아예 다르다. 이 책은 다양한 학자들의 주장과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화폐'의 의미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화폐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관심이 가겠지만, 나는 그냥 돈 쓸란다.

 

 

 

 

 

 

 

 

 

 

 19위: 에고로부터의 자유(저자: 누크 산체스, 토머스 비에라, 출판사: 샨티)

 이거 재미없음

 그래서 읽다 포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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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9월은 짧고 굵은 달인가 보다. 마음에 드는 소설의 양은 별로 없지만, 그 발견된 소설들이 정말 최고다. 내가 지목한 다섯 권의 소설(또는 문학)은 하나같이 소중하다.

 

 

 

 

 

 

 

 

 

 

 

 

 

 

 

 『마하바라따』. 이렇게 세상에 나온 것을 환영한다. 한때 서점에서 때묻어 있는 너를 본 이후, 새롭게 재탄생하기를 항상 바래왔다. 드디어 나왔구나, 상상력의 근원이여. 수많은 명작들이 너에게서 비롯되었으니, 너야말로 진정한 명작 중의 명작이구나. 가히 고전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고전'답지 않게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에 버림받지 않고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기를 받고 있구나. 나 역시 너에게 주목한다. 이 위대한 서사시의 시작은 창대했고, 과정은 경이로웠으며, 끝은 아름다웠다. 이 새로운 세상에 빠져드는 순간, 당신의 멈춰있던 감성과 상상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역시 너무나 반갑다. 좀 더 깔끔한 번역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돌아온 이 책은 『율리시스』와 더불어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탄생시키고, 발전시킨 걸작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과연 그의 '잃어버린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는 왜 항상 잃어버리기만 하는 시간을 되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템테이션』. 뜻이 '유혹'인데, 어떤 유혹을 말하려는 것인지? 소설은 자고로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케네디, 이 작가는 너무나도 그것을 잘 한다.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10년 동안 무명 작가로 지내다가 시나리오 하나가 대박을 터뜨린 작가,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유혹, 그리고 몰락....... 유혹에 휩싸인 자의 운명은 파멸인가, 혹은 극복인가?

 

 -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나리오나 작가에 꿈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눈 여겨볼 만한 의미심장한 책. 케네디 자신의 이야기였다면 더욱 절실했을텐데.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시리즈(다른 한 권은『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의 두 번째 작품인 『직업의 광채』는 말 그대로 '직업(work)'의 광채에 대해 유머있게 풀어놓는 소설이다. 애니 프루,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직업 이야기. 과연 유쾌할까?

 

 

 

 

 

 

 

 

 

 

 이 문학이 맛있는 까닭은 간단하다.

 인생이 허기지기 때문이다.

 배부른 자에게 문학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주린 자들이기에 문학과 책과 글이 필요한 것이다.

 영혼의 식사를 할 시간이다.

 이들의 코스 요리를 차례차례 맛보며

 심신을 휴식시키고

 영혼을 배부르게 하는 게 어떨까?

 예전에도 말했듯이,

 맛은 보장할 수 있지만

 배가 부를지는 모르겠다.

 1인분은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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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게 된 특별한 도서 『13X2』에 대해.

 알라딘 13주년 특별 기획 도서라 그런지 독서에세이 13편, 소설 13편을 담아놓았다.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에세이와 소설을 정반대 방향으로 출발시켜 끝과 끝끼리 만나게 한 형식이었다. 내용도, 형식도 나를 만족시켰다. 그 중 나의 기억에 남는 에세이와 단편 소설 몇 편을 여기에 소개해 본다(참고로 『킬리만자로의 눈』은 예전에 읽었기 때문에 제외했다. 만약 읽었다면 단연코 기억에 남았겠지).

 

 이현우-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알라딘에서 '로쟈'로 유명하신 그 분의 글이다. 나 같은 경우, 『눈먼 자들의 도시』 한 권으로 시작해서 연쇄적으로 나에게 감흥을 주었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이 동의한다.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그 책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독서' 자체의 중요성이니....... 기억에 남는 구절 여기에 옮겨본다.

 

  독서 능력이라는 '발명품'은 인간의 뇌 조직을 재편성하고 사고 능력을 확대시켰으며 역사를 바꾸어놓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인류사적 대전환은 한 개인의 역사에서도 반복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다른 세계, 또 다른 우주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니까요. (…) 즉 우리는 똑똑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똑똑해집니다. 따라서 독서 능력이라는 '옵션 액세서리는 있으나마나 한 장신구가 결코 아닙니다.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p. 11)

 

 헤럴드 블룸- 「왜 읽는가?」

 

 항상 '왜'라는 질문은 삶에서 있어서 필수적이며, 중요하다. 의문이 없는 삶은 모든 것을 알고 있거나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책을 읽으라고. 왜?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세계대적인 비평가이자 교수인 헤럴드 블룸은 대답한다. "어떻게 읽는가, 잘 읽는가 못 읽는가, 그리고 무엇을 읽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왜 읽는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관심사에 달린 것이다. (…) 독서의 목적 중 하나는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며, 가장 마지막 변화는 안타깝지만 세상 사람들 누구나가 맞이하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독서는 너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그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는 하찮게만 보이던, 멀리서 보면 여가나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이던 독서의 세계에 입문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영혼의 양식이자 삶의 영양제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장담하냐고? 내가 그랬으니까. 그리고 헤럴드 블룸을 비롯한 많은 독서가들과 작가들이 그랬겠지. 당신은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가 있는가? 그 사람은 독서를 통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이다. 그를 본받고 싶다면, 우선 좋은 책을 읽어라.

 

 

 가까이 있는 책 중 검토하고 고찰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책, 그리고 시간의 독재와 관계없이 자연과 동질감을 느끼도록 해 주는 책을 찾아라. 실용적으로 말하자면, 우선 셰익스피어를 발견하고, 셰익스피어가 당신을 발견하도록 하라는 말이다. (p.98)

 

 다치바나 다카시- 「체험적인 독학 방법」

 

 이 글은 매우 단순한 구성이다. 공부를 하기 위한 독서, 즉 '독학'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 방법이 조금 특별할 뿐. 저자는 서점을 '순례'하며 마음에 드는 책을 원하는 대로 고른다고 한다. 그럴 경제적 조건이 안 되는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 고르는 법부터 읽는 법까지 정말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독학할 생각이 별로 없는 나도 관심이 가게 할 정도로. 아래는 다카시가 제시한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이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면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읽혀라.

 7. 책을 읽는 도중 메모하지 말라.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마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다시 보니, '14계명' 같다. 그래도 참고할 만한 가치는 있다.

 

 이권우- 「각주와 이크의 책 읽기」

 

 글쓴이가 예상했듯이, 나는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 이런 제목이 다 있나. '각주'와 '이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라니. 게다가 나는 '이크'가 무엇인지 저자가 설명할 때까지 상상도 못했다. 각주의 책읽기란 자신의 세계관과 감성을 옹호하고 보충하고 지지하는 독서다. 얼핏 보면 나쁘지 않다. 이권우 역시 '일반적인 책읽기'는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독서는 스스로의 만족감에 젖어 발전이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크의 책 읽기'다. "이크"란, 놀랐을 때 쓰는 감탄사다. "이크! 이걸 몰랐네!" 한 마디로, '경이'다. 그리고 경이를 탐구하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얻는 지적 환희란....... 각주에서 얻었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리라.

 

 윌리엄 암스트롱- 「읽은 것에서 더 얻는 법- 독서의 기술」

 

 이 글은 조금 친숙했다. 저자가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의 저자 모티머 애들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 최초의 자기계발서이자 독서법의 가이드가 되어 준 책이다.

 

  암스트롱은 뭐라고 말했을까?

 

 1. 독서는 단어 하나하나를 읽는 것이 아니다.

 2. 독서는 인쇄된 페이지를 힘들게 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3. 독서는 손가락이나 연필로 문장을 따라가며 기계적으로 읽는 것도 아니다.

 

 독서는 사유다.

 독서는 연구이다.

 독서는 도전이다.

 

 내가 독서에세이 편 중 가장 인상깊게 읽는 것이 바로 「독서의 기술」이다. 원래 내가 이런 분야에 잘 끌리는 편이고, 나의 독서 습관이 잘못 되었음을 정확히 지적해주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책을 제대로 읽자"고 생각하면, 그저 문장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것에 그친다. 그리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칸트의 책을 읽을 때, 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 칸트는 이해하자. 플라톤의 대화편을 한 단어씩 이해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나의 독서는 계획이 없다. 책을 한 권 한 권 파고들지 못하고 몇 장만 읽으면 지루해지고, 다른 책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내가 책갈피를 꽂아놓은 책만 서른 권 남짓된다. 하지만 대부분 초반부에만 갈피가 꽂혀있다. 나의 이런 엉망진창 독서습관을 보면 윌리엄 암스트롱은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이봐, 독서는 계획이다. 너처럼 듬성듬성 읽으면 제대로 읽을 수 없어. 잡생각 하지 말고 집중해서 읽으라고. 주의 흐트러지지 말고. 그리고 너 자신을 믿어."

 "어떻게요?"

 "읽은 것은 기억할 수 있다고. 또, 너의 개인적인 경험을 책 내용과 연관시키거나 적용시켜 봐. 예를 들어 보렴."

 "저는 물건을 잘 못 찾고, 그러면 화부터 내는 안 좋은 습관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글 쓴답시고 언제부턴가 영화 내용을 검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인셉션> 괜히 봤어요."

 "어쨌든 너에게 부족한 것은 관찰력과 집중력이구나. 그러면 너는 『논어』나 『팡세』처럼 짤막한 토막은 잘 이해하지만,   칸트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논리정연한 글은 이해하기 어려워하지?"

 "네."

 "그럼 너에게 충고를 해 줄게. 단락이나 문장을 읽을 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즉 주제를 유념하며 읽도록 해. 한 문장 한 문장을 각각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각 문장들을 연결시키는 고리를 찾아. 그리고 그것을 계속 반복하고, 마지막으로 마음 속으로 읽었던 부분을 요약 정리해. 가능하면 써도 좋고."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를 요약 정리하고 있습니다."

 "훌륭해. 이제 마지막으로 너에게 줄 조언은 이것뿐이야. 읽는 목표나 목적을 명확히 하렴. 너가 이 책을 왜 읽는지 자문하고 책을 읽도록 해. 그리고 한눈에 많이 보는 연습을 하고. 너에게 필요한 것은 책을 제대로, 빠르게 읽는 거야."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암스트롱 씨."

 

 래이 브래드버리- 「지구인」

 

 읽고 소름 돋았다. 평범한 SF려니 했건만, 우주판 「셔터 아일랜드」였다. 우주판 셔터 아일랜드라....... 이 말 말고 다른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괴물로 살겠나

 아니면

 선량한 인간으로 죽겠나"

 - <셔터 아일랜드>-

 

 

 

 

 

 

 

 

 

 와카다케 나나미- 「익명 작가의 연작 단편소설 7월: 상자 속의 벌레」

 

 정말 재미있었다. 이런 퓨전 장르의 소설 마음에 든다. 무서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가 현실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벌어지자 두려워하는 젊은이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해프닝이었다. 코믹, 추리, 미스터리, 공포가 혼합된 유쾌한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적극 추천한다. 양갱과 팥빙수 당기는 여름에 걸맞는 소설.

 

 김연수- 「뉴욕 제과점」

 

 김연수의 이 단편 소설은 마치 자전적인 이야기를 보는 듯 하다. 동네 빵가게과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다.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사라져야 했던 골목의 풍경에 대한 애도가까지. 그런데 뒤늦게 가서야 깨달은 사실.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사실.

 

 찰스 유- 「사실주의」

 

 이 소설은 형식 면에서 나를 놀래켰다.

 

 어머니는 <사실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그것은 박물관식으로 배열된 이야기의 모음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그 책을 썼다. 자신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어머니는 그 책이 자기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길 바라고 있다.

 

 "왜 사람들은 그걸 사실주의라 부르는 거니?" 어머니가 묻는다.

 

 내가 설명한다. "사실 그건 사실주의가 아니에요. 사실주의는 세상에 대한 실제를 선택하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이에요." (p.297)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은 끊임없이 나에게 여백의 미와 여운을 준다. 과연 그 수많은 공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그 긴 책, <사실주의>. 과연 그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길래. 엄청나게 많은 사실과 비밀들, 그것을 찾기 위해 나는 여백 속을 파고들어간다.

 

 

 나는 포기한다.

 

 내가 말한다. "전 못해요. 전 이걸 이야기로 만들 수가 없어요."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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