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를 비롯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독창적인 세계에 겨우 발을 디뎠을 뿐이다. 그래서 아직 내가 읽은 서사시를 리뷰하는 것은 조금 이른 일이다. 다만 여기에 『개미』에서 읽은 인상적인 구절만 남기겠다. 그와 나의 생각이 만나는 순간.


 


추리소설에 푹 빠질 수 있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기를 바라지요.

그런 바보들과 똑같은 야망을 갖지 말아라.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너만의 어떤 것을 찾아내어 진부한 삶을 뛰어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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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기리기 위해 인상깊게 읽은 구절들 몇 개를 적어본다.

 


미래라는 게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 이별은 얼마나 다른 것일 수 있었을까(p.13)

낡은 세계는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우리는 그 세계를 살며 순간순간 그 세계와 싸운다...... 그 세계는 존재한다. 미래의 세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 환상적이고 유동적이며 중이 짜낸 빛의 천이다. 보랏빛 바람(사랑, 증오, 상상력, 행운, 하느님)에 둘러싸인 구름...... 이 땅의 아무리 위대한 선지자라도 이제는 암호 이상의 예언을 들려줄 수 없다. 암호가 모호할수록 선지자는 위대한 것이다(p.93).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p.98).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p.315).

조르바, 내 말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위 살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걸 자기 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한 부류는 자기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인간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가르치려 하고, 사랑과 선행을 독려하지요.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한 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글쎄, 무슨 싸움일까요? ...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이지요(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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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책이 왠지 모르게 연결된 듯 하다. 그리스,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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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오르규의 소설 『25시』에 등장한 통찰력 있는 문장을 담아본다.

 참고문헌: 게오르규, 『25시』, 강인숙·이인웅 옮김, 서울, 삼성출판사, 1986.


"그렇다면 인류를 위협하는 그 위험은 대체 뭔가?"
"그건 기계노예라는 거야. (…) 기계노예야말로 완벽한 하인이지. 그들은 밭을 갈고 전쟁을 하며, 경찰업무와 행정업무까지 도맡아 해주잖아. 그들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배워서는 그걸 완전히 대행하거든. 계산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공중을 날고, 물 속에 잠수도 하지. 필요하다면 사형집행도 해주며, 의사 옆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를 돕기도 한단 말이야. (…) 우리는 기계노예를 부려먹기 위해 그들의 언어와 법칙을 배우고 있어. 그러는 동안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면서 점차로 우리는 인간 자신의 법칙과 인간 고유의 특질을 포기하는 걸세. 그들의 생활방식을 습득해 가는 동안에 우리는 비인간화되어가고 있단 말이야. 비인간화의 최초의 증세가 뭔지 아나? 그건 인간 멸시의 사상이야. 현대인은 자기 자신까지 포함해서 모든 인간을 딴 것으로 대치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 P47

"사회적 관계는 판에 박은 듯이 정확하며 자동적이어서 기계의 부속품의 상호관계와 같은 것이 되고 말일세. (…) 그래서 끝내는 인간이 인간의 본성을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올 거야. 모든 것이 동일하고 획일적인 것으로 간주될 것이며, 인간의 특성이 용납될 수 없는 기계노예의 법칙에 의해 다스려지는 세상이 될 거야. 체포나 선고·차압·집행 등이 모두 기계적, 자동적으로 처리되고 말 거야. 그렇게 되면 개인은 존재할 권리를 모두 상실하여 기계의 부속품이나 피스톤처럼 다루어질 거야."
"앞으로 이 지구상에는 자유로운 인간은 하나도 없을 거야. (…) 우리는 야만인들이 태양을 숭배했듯이 인공의 태양 앞에 무릎을 꿇고 경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
- P50

"잠수함에는 대개 환기해야 할 시간을 알려주는 특별한 기계가 설치돼 있지. 그런데 옛날에는 그런 장비가 없었거든. 그래서 사람들은 잠수함에다 흰 토끼를 태워가지고 다녔다는 거야. 함내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토끼들이 먼저 죽는대. (…) 다른 사람들보다 산소의부족을 여섯 시간-먼저 알아낸다는 것, 이건 우리-즉 흰 토끼와 나-의 천부의 자질이야. 그런데 얼마전부터 나는 그 옛날 잠수함을 탔을 때처럼 공기가 희박해져서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끼게 됐어."
"어디 공기말예요?" 노라가 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 전체의 공기 말이야. 사람들은 그 속에서 호흡 곤란증에 걸려 있어. 관료주의·군대·정부·국가조직·행정부 등 모든 것이 인간을 질식시키고 있거든. 현대사회는 기계와 기계노예에게 봉사하고 있어. 사회가 마치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야. 인간은 모두 질식할 운명에 놓여 있으면서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야. 그들은 아직도 모든 것이 전처럼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믿고 있는 모양이야." - P113

"최후 단계에 이른 서구문명은 더이상 개인의 존재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해. 그들이 알고 있는 건 개인의 한 측면뿐이야. 그들에게는 개성적으로 파악된 전적인 인간이 존재하지 않아. (…)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없다는 뜻이야. 우리는 오직 어떤 범주의 무한히 작은 한 분자로서 존재하고 있을 뿐이야. 예를 들자면 당신은 독일 영토 안에서 체포당한 적성국가의 시민일 뿐이야. 그것이 서구의 기술사회가 개인을 감정하는 최고의 한계야. 그들의 눈으로 보면 그게 당신의 전부지. 즉 당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속성에 따라 당신을 인정하고 대우하는 거야." - P218

"다만 내가 아는 것은 기계의 법칙, 그 훌륭한 기술의 기준에 인간을 복종시키는 것은 살인 행위와 같다는 것뿐이오. 인간을 물고기에게 알맞는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살게 한다면 얼마 못가 그는 죽고 말 거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 서구는 지금 기계와 유사한 사회를 만들어냈어. 그러고는 기계의 법칙에 적응하면서 이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도록 인간에게 강요하고 있어. 어찌 보면 서구사회는 성공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지. 하지만 그들은 인간을 자동차나 정밀기계와 같은 법칙에 굴복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인간을 죽이고 있는 거야. (…) 만약 인간이 기계를 닮아 기계와 같아진다면 그때는 지구상에서 인간이 없어지고 마는 거지." - P219

"그런데 얼마 전부터 지구 위에 새로운 동물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시민`이라는 이름의 동물이야. 그들은 숲이나 정글에 사는 대신 사무실에 살고 있단 말이야. 그러면서도 정글의 어떤 맹수보다 훨씬 더 잔인하거든. 그들은 인간이 기계와 합작해서 만들어낸 잡종이야. 일종의 사생아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큰 권력을 잡고 있는 건 그들이야. 외모는 인간과 비슷하니까 겉으로 봐선 구별하기 어렵지. 하지만 꼭 기계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금방 알아낼 수 있어. 그들은 심장 대신 크로노미터를 달고 있어. 두뇌도 역시 기계야. 그들은 인간도 기계도 아니야. 야생동물과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야생동물인 것도 아니야. 그게 `시민`이야. 괴상한 잡종들이지. 지금 그들이 전 세계를 침범해 오고 있어." - P231

"보십시오. 나는 인간입니다. 내가 죄를 짓지 않는 이상 누구에게도 나를 감금하고 괴롭힐 권리가 없습니다. 이 생명과 영혼은 내 것입니다. 제아무리 탱크와 기관총, 비행기와 수용소와 금전을 가진 사람이라도 내 삶과 영혼을 건드릴 권한은 없습니다." - P252

"참되고 진실한 모든 목적은 다 주관적인 거야. 그런데 서구의 기술사회는 인간에게 생에 대한 객관적 목적을 부과하고 있어. 생명을 마멸시키기 위해서는 그거야말로 최상의 방법이겠지. 그들은 생명을 통계로 축소시켰어. 모든 통계는 유일무이한 것을 제외해버리는 것이거든. 문명이 발달할수록 각 개인의 유일성과 각자의 특성은 더욱 소중히 다루어져야 마땅한 거야.
그런데도 현대의 기술사회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모든 것을 일반화시키고 있는 거야. 그들은 모든 것을 일반화시키고 일반적인 데서만 가치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개인의 삶을 기반으로 하는 유일한 것에 대한 가치관을 모두 상실했어. (…) 인간들은 사회를 논리적 질서로 구제하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오히려 사회를 죽이고 있는 걸 모르고 있어.
여기에 서구 기술사회의 잘못이 있는 거야. 그들은 계획과 추상과 이론의 희생물로 산 사람을 제공하고 있어. 이것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현대적 형태야. 화형틀과 화형의 형식은 오늘날 통계와 사무실로 대체된 거야. 이 두 신화가 인간을 태워 죽이는 현대의 불꽃이지."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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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날의 새로운 정의 '중고품 시대'. 사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


 2. 작가들이 좋아하는 책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의견을 엿볼 수 있다.


 3. 네이버에서 가끔 웃기는 글을 쓰신 분인데, 정체가 정말 궁금하다. 확실한 건 컨셉이 'x맛'이라는 것? 


 4. 소설 처방전이라니! 참신하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요즘 소설이 고프다.


 

1. 아주 짧은 이야기의 연속.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냈지만 그 작은 종이에 어떻게 자신을 다 담을 수 있겠는가!

 2. 번역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읽어보고 싶다.


 3. 300개의 연습 문제를 풀고 싶다.


 4. 모티프 분석. 과연 새로운 모티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대한민국 스토리 DNA 시리즈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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