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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 1인가구 시대를 읽어라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당신도 혼자 살지 모른다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안진이 옮김, 더퀘스트, 2013
구약성서 첫머리를 보면,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실 때 하루에 한 가지씩 만들때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아담을 만드시고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 그래서 하느님은 이브를 만드셨고, 아담은 더는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혼자살기’가 인류의 새로운 실험으로 등장했다. 1인가구는 고령화와 더불어 가장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현대사회의 현상 중 하나다. 미국 성인들의 50퍼센트 이상이 독신이며 7명 중 1명이 혼자 산다. 미국에서는 전체 가구의 28퍼센트 정도가 1인가구고, 스웨덴에서는 이 수치가 47퍼센트로 뛰어 오른다. 스웨덴 스톡홀롬에서는 주거 시설의 60퍼센트를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가구 비중이 이미 25퍼센트를 돌파했으며, 2035년이면 34퍼센트에 이를 전망이다. 사실상 1인가구 급증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베이비붐 이후 가장 큰 인구 변동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혼자살기는 우리 시대에 가장 적게 논의 되고 가장 이해가 부족한 주제 중 하나다. 혼자살기의 급증은 사회적 생활양식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혼자 살기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도시를 형성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우리가 성인이 되는 방식과 나이 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일으킨다.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저술가인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는 혼자 사는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된 세상을 보여준다. 대학교육과 취업을 위해 세상으로 나온 20대 젊은이들, 자유로운 사생활 보장을 위해 기꺼이 더 비싼 집세를 지불하는 직장인들, 쉽게 아무하고나 결혼하지 않고 자기 경력과 생활방식을 고수하려는 청장년 독신자들, 낭만적인 사랑이나 축복받은 결혼이 행복과 안정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환상을 경험을 통해 탈출한 이혼한 남녀들, 친구 또는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 혼자 사는 편을 택하는 노인들이 그들이다. 책은 뜻밖의 통계와 1차 자료를 제시하고 300명이 넘는 혼자 사는 사람들과의 생생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전통적 상식과 고정관념에 반박한다. 혼자 살기가 늘어가는 이유와 혼자 살기가 현대 도시인들의 경험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또 혼자 살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혼자 살 것인지, 어떻게 함께 잘 살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함께 제시한다. 혼자 살기에 대한 편견들을 해체하고, 장점을 재조명하며, 그 어려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1인가구가 증가하는 것에 대하여 여성의 지위 상승, 통신혁명, 대도시의 형성, 엄청난 수명연장(고령화)이라는 네 가지 사회 변동을 이유로 삼는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일어난 이러한 네 가지 거대한 사회적 변동은 개인이 활약하기에 좋은 여건을 창출했고, 이들 요인들이 서로 맞물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1인가구의 비약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것을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길까? 혼자 살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고독을 되찾을 시간과 공간을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혼자 살기는 우리의 자아 발견을 도와주고 의미와 목적을 찾는 일을 도와준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혼자 살기야 말로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할 대상인 셈이다. 책에는 혼자 살면서 매우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사례와 증언이 가득하다. 단, 여기서 혼자 사는 것과 외롭게 사는 것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에 주목해야 하며,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집에 있기를 좋아한다는 뜻도 아니다. 사회적 고립과 신기술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더 자주 친구를 찾고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넓고 다양한 인맥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낯선 사람들과 엮이는 공적인 자리에 자주 나갔고, 자원봉사 단체에 참여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독신자들과 혼자 사는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들보다 술집이나 댄스클럽에 가는 횟수가 2배 많았다. 그들은 외식을 더 자주 하고, 음악이나 미술 강좌를 더 많이 듣고, 공적인 행사에 더 자주 참석하고, 친구들과 쇼핑도 더 자주 다녔다. 독신이지만 누군가와 동거하는 사람들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도 있다.
인류가 집단생활을 해온 지는 20만 년에 달하는 데 반해 수많은 사람이 혼자 살기에 도전한 기간은 50년에서 6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인류의 혼자 살기 실험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혼자 살기가 우리의 삶에, 가족과 공동체와 도시와 국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지구상에는 혼자 사는 사람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으며, 부와 안전에 대한 염려가 해소될 경우 앞으로 혼자 살려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리라는 것이다. 여자들은 더 이상 아버지 집에서 살다가 남편 집으로 들어가는 걸 원치 않는다. 노인들 역시 그전과 다른 생활방식을 배워서라도 혼자 사는 노년을 택한다. 이렇게 1인가구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상관없이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혼자 사느냐가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산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젠가 혼자 살게 될 수 있으며,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이들이 선택한 삶의 형태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서 우리가 힘을 합쳐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남는다. 혼자 살기를 사회적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1인가구의 급증이 다양한 삶의 형태와 공존하는 사회제도 및 제품과 서비스 개발 등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러니 가정적 결합을 촉진하는 무익한 캠페인에 에너지를 쏟을게 아니라, 이미 혼자 사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고, 더 잘살도록 돕는 데 정책을 집중하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혼자 사는 사람들의 행동을 세심하게 추적하고, 기업 경영자들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수요에 맞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려고 애쓰는 여러 노력들이 바로 그것이다. 유비쿼터스 미디어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의 세계에서 혼자 살기는 새로운 인생을 창조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1인가구의 생활상과 욕망과 미래가 그려내는 지형도가 곧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다. 지금 이들이 사는 세상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라니 허투루 읽어 넘겨서는 안 될 책이 분명하다.-끝- (기획회의 343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