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거리를 걸어간다. 길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본다.모두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다들, 행복할까?생각해도 소용이 없다. 사유리는 코로 숨을 내뿜었다.울건 웃건 어차피 인생은 계속되는 것.내일도, 모레도…….저녁나절이라 사람들이 붐볐다.며칠 전, 어떤 백인이 노래하듯 중얼거리던 말이 떠올랐다.‘라라피포.‘사유리는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오늘도 스테이크 고기를 사기로 했다.
특별한 재능도 미모도 없으면 나이가 들수록 살아가기가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사유리에게는 궁지에 몰릴수록 힘을 내는 근성이 있다. 인생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봤자 자신은 60억 인구 중 하나인 별 볼일 없는 존재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편하다.
상대가 밀고 들어오면 그냥 물러서고 만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자신의 영역을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은 과연 넓다. 아마도 이 세상은 죄의식을 가지면 손해를 보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아니 거절하는 게 아니라 도망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짚이는 데라도 나오겠지만 생각하기 싫어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이건 분명 비정상적이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도무지 어쩔 수없다.
우울해졌다. 방구석에 있는 침대로 가서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앞으로의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요시에는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적이 없다. 생각하려고 해봐도 뇌가 거부한다.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 지적하지만 않는다면 평생 잊은 채로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