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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0년 2월
평점 :
삼국지를 읽은지 20여년이 넘었기에 내용도 가물가물하지만 방대한 내용과 복잡한 인물관계, 병법과 전략 등 몇 번은 읽어야 그 흐름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역사서다.
아이에게도 삼국지는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인데 다시 도전하려니 어렵고 복잡하면서 방대한 분량에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깔끔하게 읽히는 <심리학으로 만난 삼국지>를 소개하고 싶다.
<심리학으로 만난 삼국지>는 삼국지속 에피소드와 인물들의 관계, 사건 뒤에 숨은 사람들의 심리, 성공과 실패한 인물들의 성격 분석, 온갖 지략, 권모술수, 용인술이 심리 렌즈를 통해 흥미롭게 펼쳐진다.
역사와 소설 <삼국지연의> 내용을 차용하여 소설을 읽는 느낌의 극적 긴장감이 있으며
프로이트, 칼 융, 헨리 머레이, 조지 허버트 등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현대 감각에 맞는 해석과 표현으로 삼국지 인물들을 분석하여 이해도 쉽고 재미가 있다.
황건적의 난을 시작으로 유비와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반동탁 연합군의 결성과 와해, 굵직한 삼대전투인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 위,촉,오 삼국시대 그리고 통일한 진나라 개국까지의 에피소드를 한 권으로 정리했다.
챕터별로 나눠 역사적 사건의 흐름이 머릿속에 쏙쏙 정리가 되고 곳곳에 인물들의 성공 심리를 요약해주고 있어서 간결하면서도 재미있다.
배경설명을 주석으로 보충해주고 있어서 역사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각각의 개성있는 인물들이 펼치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처세를 위한 심리!
어떤 상황에서도 늘 낙관적인 긍정심리와 겸손함의 아이콘 유비는 마틴 셀리그먼의 긍정 심리학의 표본이었고,
더러운 환관놈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지만 날카로운 현실 인식으로 열등감을 극복한 조조는 자기통제력이 강했다.
'너의 불행이 곧 나의 쾌감' 시디스트 내시들의 공포정치, 자존감만 높았지 자존심은 바닥인 원술, 의지할 곳을 찾아 평생을 떠돈 남근기 성격에 고착된 배신자 이미지의 여포, 병졸들에겐 관대했지만 사대부들에겐 냉정했고 의미와 명분을 중요시한 관우, MBTI 성격유형 '성격의 역설'의 대표적인 사례 동탁, 소시오패스 도겸,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유요, 일평생 집착성 비교에 시달린 주유, 철두철미한 사마의 등 인물의 심리를 다양한 현대 심리학으로 풀어 설명한다.
또한 인물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조조와 유비는 보이는 행위보다 보이지 않는 실력을 중시하기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원소는 그렇지 못했으며 실리보다 자기 자존심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쉽게 남을 시기하고 참모들이 진언해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패소했다.
처음 삼국지를 읽었을때는 유비를 가장 좋아했다면 이번에 읽으면서 조조의 리더십과 인품을 흠모하게 되었다.
환관의 자식이라는 열등감에서 벗어났으며, 책사들의 계책이나 조언을 냉철하게 판단해 채택했으며 각자 포지션별로 최적화해 운용하는 리더십에 반해 버렸다.
이외에도 진림, 곽가, 서서, 제갈량, 사마의, 순유, 순욱, 노숙, 방통 등 책사들의 전략과 전술, 용인술은 내용을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탐욕, 분노, 미움, 질투, 오만 등 인간의 모든 심리를 다 들여다보는 듯한데 그속에서 배우고 깨닫는 점도 많았다.
그리고 평소 사용하던 고사성어가 삼국지에서 유래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내용을 알고나니 이해가 쉽다.
제갈량이 자신의 명령대로 따르지 않아 패전을 하자 그 책임을 물어 아끼던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내용에서 나온 사자성어 '읍참마속', 바보인 것처럼 살다가 기회를 포착하여 본모습을 드러낸 사마의를 두고 하는 말 '가치부전'
원교근공, 삼십육계, 유명무실, 색려담박, 총중고골 등등 고사성어의 유래를 배우는 재미도 있다.
온갖 종류의 인간 심리를 엿보며 삐뚤어진 심리를 다스리는 자가 최후 승리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방대한 삼국지를 한 권의 책으로 간략하고 알차게 꼭꼭 씹어 먹은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