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에 선 미국 - 이슬람의 도전과 사라지는 강대국들
마크 스타인 지음, 현승희 옮김 / 인간사랑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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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듣거나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한 번이라도 그날 일어났던 장면을 TV에서 본 사람이라면 그 날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그 날 일어났던 사건은 서구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슬람이라는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었다. 뒤이어 일어난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와 스페인 열차 폭탄 테러는 그 경각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쐐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위험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슬람 국가들이 소위 떠오르는 젊은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은 이미 고령화로 들어서 있고. <벼랑 위에 선 미국>의 작가 마크 스타인에 따르면 유럽 젊은이들의 많은 수치를 이슬람교도들이 차지하고 있고 그 비율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나라에 물들지 않고 이슬람 문화에 의해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을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뉴욕과 마드리드, 런던에서 일어난 일련의 테러 사건들은 우리에게 먼 나라 이야기라 느껴질지도 모른다. 또 바그다드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루가 다르게 터지는 폭탄들을 그저 무심하게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문화나 극우주의자,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이 있기 마련이며 젊은이들을 세뇌시켜 자살폭탄을 쓰도록 하는 무리 또한 존재한다. 미국도 유나바머(문명 혐오자. 78년부터 95년까지 모두 16회의, 주로 과학 기술자에게 우편테러 감행. 3명의 사망자를 냄)와 같은 테러범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작가는 왜 유독 이슬람 사회에 주목하고 있는가? 그들의 세력이 막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이 너무나 위협적이어서? 작가의 생각으로는 둘 다 맞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슬람교도들은 그들의 수를 착실히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세 건의 테러로 서구사회의 ‘외국인 혐오증’이나 ‘이슬람혐오증’이 늘어갔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커져가는 이슬람 사회를 막을 수가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이민자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큰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2005년과 2007년에 일어난 이민자 가정 청소년들의 폭동사건이 그것이다. 또 ‘히잡’이나 ‘부르키니’같은 이슬람 고유의 문화를 프랑스로 동화시키는 데에도 프랑스 정부는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다.

서구 사회가 이렇게까지 힘들어진 이유는 어디 있을까? 100 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두고 패권싸움을 하던 유럽의 모습은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 이유는 유럽이 오랫동안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은 복지가 매우 발달한 나라들로 이루어져 있다. 적은 노동시간과 후한 실업수당, 긴 유급휴가, 국가 연금 등 국민들은 국가가 준 마약에 빠져 있다고도 한다. 이 안락한 생활 속에서 그들은 동면 상태에 빠져 자멸해 가고 있으며 국민들은 자립심을 잃고 만족만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슬람에 의한 테러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는 달리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유럽을 비판한다.

또 다른 이유는 서구사회가 지금 고령화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1960~1970년대 만해도 그들은 인구과잉으로 인한 자원부족을 걱정했었다. 실제 나는 다른 책에서 어떤 작가가 인구과잉으로 자식을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세계 뉴스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저 출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 그로 인해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노인 부양금에 대해 말하고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 노동력을 수입한다든가 하는 대책을 얘기하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독일 여성 중 30%가 아이가 없고 가정 당 1.3 이하라는 ‘최저저’ 출산율로 미끄러진 후 회복하지 못한 유럽의 국가가 17개국에 달한다고 한다.

줄어만 가는 젊은 층의 인구와 늘어만 가는 노인층의 인구. 물론 해결책은 있다.  요즘 프랑스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네 명 중 한 명은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난다고 하고 다른 유럽의 나라에서도 이슬람교도들이 차지하는 젊은 층 비율은 높다고 한다. 이들은 법적으로 그 나라 국민이다. 세금을 낼 것이고 그 나라의 권리와 의무를 다 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슬람은 절대 그들이 사는 나라에 동화되지 않는다. 여자들은 히잡을 입고 남자들은 명예살인을 하기도 한다. 물론 작가도 이슬람교도들이 모두 다 급진주의자가 아닌 것을 인정하지만 테러리스트 중에 모하메드라는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 또 위태위태한 동맹국들과(거의 이름뿐인) 적들 사이에 낀 미국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 설명한다. 그리고 미국을 싫어하면 안 된다고 애원조로 호소하기도 한다.( 나한테만 그렇게 느껴졌나? )

이슬람 문화에 대해 여러 관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 작가가 자국인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들을 싫어하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초강국으로 자라난 미국이 그 힘을 가지고 세계 여러 곳을 기웃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평화와 자유를 사랑한다는 그들의 이념보다는 자신과 동맹국의 이득을 위한 이념을 실천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지금도 미국은 전쟁 중인 나라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이라크 전쟁도 진행 중이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도 남아 있다. 작가는 이슬람교도들이 미군의 심장부, 교육기관, 행정기관, 정치기관에 침투해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유대인들도 그렇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떤가? 무슬림 전통에 따라 아버지가 무슬림이었던 오바마 대통령도 무슬림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설마 이슬람세력이 백악관에도 침투했다고 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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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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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다 못해 푸른 이미지. 한 여인의 표정 없는 얼굴과 책의 제목 <얼음공주>가 사뭇 잘 어울린다.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로 주목 받고 있으며 인구900만 명의 스웨덴에서 100만 부나 팔아 그 저력을 과시한 작가 카밀라 레크베리의 <얼음공주>가 우리나라에 출간되었다. 처음 책을 봤을 때 두께가 만만치 않아 읽는 데 오래 걸릴 거라 예상했지만 하루에 그냥 후딱 읽어버렸다. 그만큼 흡인력 강하고 내게는 올해 읽은 책 중에 순위를 윗돌만큼 괜찮은 소설이었다.  
 

스웨덴의 작고 아름다운 마을 피엘바카는 한때 어업이 마을 사람들의 주된 일이었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관광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마을은 여름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치지만 겨울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겨울에는 다른 곳에서 살다가 여름에만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피엘바카의 겨울은 더 춥고 조용하기만 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부모님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피엘바카로 온 작가 에리카는 25년 전 친구였던 알렉스가 욕실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선명한 푸른  빛의 입술, 기다란 금발, 얼음이 낀 차가운 욕실의 물. 한때 무척이나 친한 친구였지만 언제부턴가 소원해졌던 알렉스의 죽음은 그녀에게 큰 파문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외모와 부유한 재산, 멋진 남편 등 에리카와 떨어져 있던 사이에 알렉스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지만 자살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듯 했다. 에리카는 알렉스의 부모의 부탁을 받아 알렉스에 관한 기사를 쓰기로 결심하지만 그 내면 속에선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자 하는 에리카의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알렉스가 자살이 아닌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찰이 개입하고 에리카도 이 사건에 좀 더 깊숙이 접근하게 된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그 뒤 에리카는 탐정 뺨치게 사건의 단서들을 모으고 알렉스의 내연남을 알아내기도 한다. 경찰도 같이 수사를 하고 있지만 어쩐지 에리카에게 뒤처지는 느낌이다. 그녀가 작가라 감이 좋았던 것일까? 그리고 마을의 알코올 중독자인 안데르스가 알렉스와 잘 아는 사이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진범으로 지목된 안데르스는 그러나 목 매달아 죽은 채 발견 되는데. 발밑에 의자를 찾지 못한 경찰은 알렉스의 죽음과 안데르스의 죽음이 같은 범인에 의해 저질러  졌을 거라 믿고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사실 알렉스의 죽음과 범인을 찾기 위한 과정이 책의 주된 이야기지만 책은 에리카와 주변 인물들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꼭 주인공이 에리카라기보다는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을 소개하고 그의 삶을 설명해주는 형식이다. 또 이야기의 진행이 느리기 때문에 다소 지루했던 독자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자세한 설명과 긴 호흡이 하나로 합쳐지거나 사소하게 여겼던 일이 뒤에 다시 등장했을 때 전율이 느껴졌다. 방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내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라 카밀라 레크베리라는 이름이 내게 확실히 기억될 책이었다.

피엘바카는 정말 작은 마을이라 마을 사람 대부분이 서로를 알고 소문도 삽시간에 퍼진다. 이런 폐쇄된 마을에 25년 간 감춰진 비밀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쉬쉬하는 일들, 그 소문의 당사자들, 인간의 어두운 면모가 고스란히 등장하고, 추리소설이지만 사람의 심리를 주로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또 책을 읽는 내내 묘사 된 마을의 차가운 날씨와 황량한 분위기는 소설 전반을 지배한다. 읽으면서 지금이 2009년 무더운 여름이지만 꼭 겨울인 것처럼 오슬오슬 소름이 돋았다.

중간 중간 나오는 작고 큰, 충격적인 반전들은 책을 도저히 내 손에서 떼어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스릴러는 아니지만 느리되 스릴러의 요소는 모두 갖춘 이 소설에 재미를 느끼고 싶은 독자는 얼음공주 알렉스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이 여정에 동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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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문 베이 연쇄살인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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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그녀들이 돌아왔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한 명 바뀌었다. <쓰리 데이즈>에서 살해당한 검사 질 번하트 대신 변호사인 유키 카스텔라노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데 아직 큰 특징이 없어 이 책에서는 그녀만의 매력을 뿜어내지 못한 것 같다.

<우먼스 머더 클럽>의 네 번째 이야기 <해프문 베이 연쇄살인>은 말 그대로 해프문 베이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이야기지만 린지가 그 곳으로 가기까지의 또 하나의 사건과 교차진행 된다. 두 사건 모두 흥미로운 사건이라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읽고 나서의 만족감은 <쓰리 데이즈>보다 더 컸다.

어느 날 새벽, 린지는 10대 소년 살인사건 현장에 들어서게 된다. 욕조에서 감전된 끔찍한 시체와 ‘아무도 신경 안 써’ 라고 남겨진 글씨는 벌써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사건이다. 현장 주변에서 검은색 메르세데스를 목격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린지는 일이 모두 끝난 금요일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다 검은색 메르세데스가 나타났다는 재코비의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메르세데스를 멈추게 한 그들은 운전자를 보고 경악한다. 십대 초중반의 아이들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심한 사이 아이들이 쏜 총에 맞은 린지와 재코비는 쓰러지고 결국 린지가 맞대응한 총에 여자아이는 죽고 남자아이는 평생 휠체어 신세가 된다. 그 사건으로 아이들의 부모가 린지를 고소하면서 린지는 법정까지 나가게 되는데. 잠시 지친 몸과 마음을 풀러 여동생의 집이 있는 해프문 베이에 간 린지는 그 곳에서 일어난 부부 연쇄살인 사건을 알게 된다. 그 사건이 10년 전에 자신이 맡았던 미해결 사건과 유사함을 알게 된 린지는 주저 없이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데

<해프문 베이 연쇄살인>은 린지가 주인공이다. 주로 린지의 동선을 따라가기 때문에 그녀의 친구들이 드물게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워낙 흥미롭고 두 사건이 쉴 시간 없이 펼쳐지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등장인물이 나왔다면 흥미가 반감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위험한 일에 열정적으로 뛰어 들어 사건을 해결하는 린지의 모습에 큰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해프문 베이 연쇄살인>은 린지의 경찰 생활에 위기를 가져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잣집 아이들의 장난과도 같은 살인 행위로 죽음의 위협도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그 부모에게 고소를 당한 것은 린지가 경찰이기 때문이었다. 범인 검거 과정의 절차와 형식을 중요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그 중 하나라도 어긋난 것이 있다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보상비용, 자신의 경찰 생활 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도 사회의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위기에서 린지는 변호사 유키 카스텔라노를 만나고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또 해프문 베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곳 경찰과 협력하고 불철주야 수사에 앞장선다.  

책을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잘못된 것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직접 해결하기 보다는 경찰의 힘을 빌린다. 그것이 사회의 정해진 법칙이다. 하지만 경찰도 모르는 잘못된 일들은 어떨까. 사회의 평가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을 누구에게 호소한다 해도 믿어 줄 사람이 있을까? 또 그런 그들을 직접 처단 하는 범인들의 행위는 옳다 그르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너무 어려운 문제이다.

책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다음 권 또한 기다리게 될 것이다.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와 아직 드러내지 못한 유키의 매력도 다음 권에서 꼭 드러나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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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데이즈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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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케이블 TV에서 스치듯 본 미국드라마가 있었다. 미드 중에서도 워낙 형사물을 좋아하는 지라 여러 명의 여성들이 나와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드라마가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였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그 유명한 제임스 패터슨의 동명소설 <우먼스 머더 클럽>인데 제임스 패터슨은 미국에서도 지난 10년간 최다 판매 형사물 시리즈에 1,2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우먼스 머더 클럽>도 지금까지 8편이 나왔다고 하니 그 권 수 로도 그 인기를 짐작 할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쓰리 데이즈>는 <우먼스 머더 클럽>의 세 번째 이야기이다. 샌프란시스코 경찰국 강력반 부서장을 맡고 있는 린지 박서와 신문기자인 신디 토머스, 샌프란시스코 수석 지방검사보인 질 번하트, 검시관인 클레어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로 통하는 네 명의 친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주된 틀이다.

이야기는 린지가 친구 질과 산책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질과의 산책을 끝내고 린지는 3층짜리 아름다운 연립주택으로 시선을 던지게 되는데 그 순간 그 저택이 폭발해 버린다. 불길이 치솟는 위기의 순간이지만 린지는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저택에 뛰어든다. 그 곳에서 남자아이 한명을 구출해 내지만 저택엔 세 구의 시체도 함께 있었다. 현장에서 발견 된 배낭에서 ‘오거스트 스파이스’란 서명이 담긴 쪽지를 본 린지는 이 폭발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닌 누군가가 저지른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 뒤 클리프트 호텔에서 독살 된 조지 베고시언의 입에서 ‘오거스트 스파이스’라는 서명이 담긴 쪽지가 다시금 발견 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진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라고는 그 쪽지와 살해 된 사람들이 소위 잘나가던 사람이었다는 것뿐이었다. 잘나가던 인터넷 거물과 의료보험업계의 거물은 왜 살해당한 것일까? 그리고 ‘오거스트 스파이스’란 서명은 어떤 의미 일까?

‘오거스트 스파이스’의 서명부터 말하자면 그는 1986년 미국의 유명한 유혈시위인 헤이마켓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당한 노동운동가 이름이다. 그는 사건의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형당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일으켰다. <쓰리 데이즈>의 범인들은 그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목적과 사명을 경찰들에게 알린다. 그리고 점점 더 큰 테러를 일으키기 위해 준비한다. 그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실 폭탄테러와 독극물 테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국 내에서 테러를 여러 번 겪은 미국으로서는 연관된 기구를 설치하고 테러 단체와 그들이 사용하는 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아냄으로써 예방을 중요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망을 벗어난 테러가 없을 수가 없다. 폭탄제조법은 인터넷만 뒤져봐도 쉽게 나온다. 그리고 이 일은 남의 나라일 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지 일어 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범인들은 린지의 친구이자 신문기자인 신디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범행을 예고한다. 그리고 범인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G-8 회의에서 힘을 가진 자들이 할 일을 하라고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흘에 한번 범행을 저지르겠다고 선언도 한다. 그 와중에 <우먼스 머더 클럽>의 한 명인 질 번하트가 실종 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는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여성들이 사건을 해결해서 그런지 큰 액션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또 섹스 앤 더 시티와 CSI를 섞어 놓은 듯한 이야기라는 평가가 그럴싸했다. 누가 봐도 매력적인 커리어 우먼 네 명이 살인사건이나 테러사건 등을 해결하는 모습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또 중간 중간 그들의 우정을 확인하거나 애정문제도 같이 등장해서 사건 밖으로 잠시 눈을 돌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시리즈 초반인데 한 명이 빠지게 된 건 유감이다. 이야기의 흐름 상 작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그것도 내가 제일 매력적인 인물로 찜했던 등장인물이라 씁쓸했다.

지금까지 미국에 소개된 이야기가 8편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4편이 더 남았고 완결이 되지 않는 한 계속 나올 이 시리즈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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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걸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7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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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학교 3학년인 조카는 학원에 다니느라 밤 12시가 다되어야 집에 온단다. 반 아이들이 모두 그렇기 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키지 않으면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사촌언니는 말한다. 이제 겨우 15년 정도 산 아이가 하루에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다니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하지만 이 일은 내 세대 대부분도 경험했고 내 전 세대도 경험했을 일이다.
이 책 <닌자걸스>는 학업에 대한 청소년들의 부담과 심화반이라는 학교 내에서의 차별, 그 속에서 피어나는 그들의 꿈에 대해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렸을 때에 내가 읽은 청소년 소설들은 좀 우울한 내용이 많았다.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열리지  않는 문> 등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 저런 일을 겪는 걸까 하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앞서 말한 책들 보다는 <닌자걸스>에 가까웠다. 성적표와 대학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했기에 모든 일들이 재미있었다.

이름과는 영판 다른 외모지만 언젠가 꼭 연기자가 되는 꿈을 꾸는 은비, 꽃미남을 밝히고 작가가 꿈인 지형, 초딩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담한 체구지만 말투만은 성인 못지않게 시니컬한 소울, 백치미를 자랑하는 혜지까지 <닌자걸스>는 개성 강한 네 명의 아이들이 이끌어 간다. 중간 중간 그 아이들의 생활을 어찌나 웃기게 표현했던지 깔깔거리며 읽었다. 
 

<닌자걸스>도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답게 부모의 기대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과 꿈들을 골고루 무쳐서 우울한 이야기가 주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재능을 깨닫고 그 꿈을 위해 나아가는 강한 모습을 보여 준다. 또 심화반인 ‘모란반’의 차별을 인식하고 ‘모란반’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우리 때도 그랬지만 공부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인식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이들이 백 명이 있다면 재능도 백가지가 있을 텐데 너무 한 가지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닐까. 언제쯤이면 학교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고 재능을 발견하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말은 이렇게  해도 내가 엄마가 되어서 내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엄마가 되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아직까지 길을 걷다가 같은 학교 후배들이 지나가면 꼭 내 친구 같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학창시절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아닐까? 공부 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좀 더 놀고 좀 더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 정말 즐거웠다며 회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서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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