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스쿨버스 11 - 아널드, 아인슈타인을 만나다 신기한 스쿨버스 11
조애너 콜 지음, 이강환 옮김, 브루스 디건 그림 / 비룡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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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스쿨버스 11> 정말 궁금했다. ^^ 원리과학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책이름이었고, 이미 입소문이 날대로 나 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책을 펼쳤다. 젤 먼저 와닿은 느낌은 역시 듣던 대로 '산만하다', '정신없다' 이다. 사이즈나 두깨는 보통의 동화책 만한데 한페이지 한페이지 마다 절대 여백을 두지 않으려는, 뭔가 가득 채우려는 작가의 욕심이 흘러 넘친다. 아이들은 각자 말풍선을 매달고 한마디라도 하려고 아우성이고, 책의 모서리에는 주석이 넘치고, 하여간 복잡하다.

'<신기한 스쿨버스 11> 아널드 아인슈타인을 만나다'에서는 스쿨버스를 타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갈릴레이, 뉴턴, 레벤후크, 파스퇴르, 퀴리부부에 이어 아인슈타인까지 여러 과학자들을 만나고 연구업적과 그들의 연구 방식에 대해 설명하였다. 특히, 퀴리부인의 경우 여자는 대학 실험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허름한 곳에서 실험을 해야했고, 자신의 실험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지 못한체 연구에 몰두했던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퀴리 부부가 사용한 공책에서는 아직도 강한 방사능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방사능 보호 상자에 보관이 되어 있다고 한다. 우여곡절끝에 제자리로 돌아온 후, 만화스러운 끝마무리도 인상적이다. 책에 등장했던 과학자들이 저자인 조애너와 브루스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저자들이 직접 등장해서 해명하고 인사한다.

도대체 아이들은 이토록 산만한 책에 왜 그리도 열광하는 걸까?
6세인 아이가 명화풍의 명작동화를 거부하고, 유치 찬란한 애니메이션 명작동화만을 고집할 때 느꼈던 속상함? 상실감? 당황스러움? 이런 복잡한 감정들이 되살아 났다. <신기한 스쿨버스>의 매력은 첫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잠시도 눈을 뗄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신없게 만들면서도 집중하게 만드는 신기한 책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활기차고 통통 튀는 느낌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책을 첫번째 읽을 때와 두번째 세번째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로우며, 회를 거듭할 수록 산만함은 가라앉고 집중력은 높아진다. 책의 그림과 구성에 익숙해지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프리즐 선생님의 스쿨버스는 일종의 '체험 학습', '견학'이다. 교실에 앉아서 이런저런 강의를 듣는 수동적인 형태의 교육이 아니라 스쿨버스에 오르는 순간 예정되어지지 않은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책속의 아이들은 당황하고 놀라며, 때로는 두려워 한다. 하지만, 스쿨버스가 데려다 주는 곳에서 만나는 사건과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다. 고백컨데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만화를 통한 학습은 일시적인 흥미 유발일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시대의 대세인지 지금은 학습만화의 붐이다. 과학,역사,지리,영어,한문등 모든 교과목에 학습만화가 넘쳐난다. 그들중 <신기한 스쿨버스>는 단연 돋보인다. 가히 학습만화의 지존이다.

과학자들이 평생을 바쳐가며 피땀흘려 연구한 결과물들도 또 다른 과학자에 의해서 얼마든지 뒤집어 질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실도 어느 한 과학자의 연구 논문에 의해 '거짓'임이 밝혀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기한 스쿨버스>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좀더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과학을 좋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과학이란... '항상 질문을 하고 생각을 실험해 보는 것' 이라고 한 저자의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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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가계부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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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결혼직전 시댁에 부도가 난 일로인해  우리 부부의 인생에도 큰 전환점이 닥쳤다. 산더미같은 빚, 급할 때 쓴  사채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어 남편한테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두사람의 퇴직금을 정산해서 급한불을 끄고, 이리저리 뛰어다녀 보았지만 월급날 남편의 통장은 항상  '0'였다.  언니들은 "살아보니 결혼은 현실이더라 " 하며 결혼을 말렸고, 나도 머리카락이 한줌씩 빠질만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넘의 정이 무언지...    몇날 몇일을 밤새워 이야기해도 모자랄만큼 할 말이 많지만 여하튼 신혼때 정말 힘든 세월을 보냈다. 생활이 궁핍했던 탓에 경제관련 서적이나 재테크 관련 서적은 거의 읽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비빌 언덕이 있어야, 최소한의 종자돈이 있어야 돈도 불어나는 것 아니겠는가 싶어서다. 경제관련 책을 살 돈으로 차라리 로또를 사고 말지. 이랬던 내가 <아버지의 가계부>라는 이 책에 필이 꽂혔다. 제목 위에 씌여진 "물려받은 재산이나 로또당첨 없는 내가 진짜 부자가 된다" 는 문구때문에 유독 관심이 갔다.  부와 가난이 세습된다는 이 시대에  맨손으로 시작한 우리 부부가 진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책을 통해 그 답을 듣고 싶었다.  

 책에는 네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사업을 하는 재벌, 구조조정에 고민하는 문식, 수입은 많지만 지출 또한 만만찮은 광수, 친구들중 형편이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하늘이 주인공이다.  절친한 친구인 이들 네 사람은 40이라는 나이를 앞에두고 각자 자신들의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임을 가진다. 대화를 통해 어떤 유형의 부부, 가정이든지 제각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지금은 수입원이 있기때문에 느끼지 못할뿐 의외로 수입없이 살아야만 하는 노후가 길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된다.  여기서 하늘은 '아버지의 가계부'를 꺼내든다. 하늘의 아버지가 처음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사업실패로 끼니를 걱정하던 때에 직장을 구한 시점이었다.  "여전히 나에게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가."  p.83  계부를 쓸때마다 가난하다는 냉정한 현실과 거기서 발버둥 치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마주하고 상처를 받지만  그것은 참 삶을 찾아가는 첫걸음이 되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가계부'는 돈에 관한 기록이 아니라 가족을 사랑한 아버지의 마음이요 희생 이다. 삶에 대한 희망이고 꿈을 담은 기록이다.  아버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제는 웃을 수 있는 날이 왔기에 더욱 값진 보람의 결정체다.

 이 책을 읽은 후, 결혼 8년차인 우리 부부가 그동안 얼마나 두서없이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신혼 때는 월급날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거의 없었기때문에 가계부를 쓴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출되는 내역은 항상 뻔했고  돈 모으는 재미가 빠진 가계부는 쓸 맛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따금씩 남편이 던지는 질문은 "이제 우리 빚 얼마 남았어?" 였다. 우리 부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순자산 없는 우리에게 보증을 부탁하고, 급전을 융통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단지 급여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보육비를 포함해서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사는데 거기다 돈까지 떼먹다니 정말 벼룩의 간을 빼먹지 싶었다.  시간이 지나 경제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하면서도 직장맘의 일상이 그러하듯 일단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입출금 내역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이 궁상스럽게 느껴져 되는대로 살았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더니 이제 먹고 살만하니까 긴장감이 떨어진 탓이다.  내년에 서른평형대의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나름대로 샴페인을 터뜨리며 자축하고 싶었는데 이제 겨우 한고개 넘고나니 노후를 대비해야할 나이가 된 것이다. 

 따져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카드 쓰면서 포인트 적립되는 것에 흐뭇해 했던 나 자신이 너무 바보같다. 당월에 적금할 돈 먼저 예금하고 예산에 맞추어 지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사교육비 지출에 있어서도 일정 비율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지출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거래은행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고, 사람의 앞일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우리 세대에서 부동산 디플레현상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결국은 하늘 부부처럼 차곡차곡 모아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책의 구성에 있어서 돋보이는 점은 네 부부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전개되는 중간중간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요점을 색지를 써서 구분한 점이다.  남편에게 이 책이 재테크 관련 책이라고 소개하자 책을 휘리릭 넘기고는 색지 부분만 열심히 읽는 것이다. 그러더니 "흠...  우리 가계가 말이야 너무 심각한데...   이제 부터 가계부한번 써보지. 그리고, 카드 가진 거 다 해지하자~"  하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남편이 정년퇴직하면 울 아들은 몇학년이 되는거지?  대학 공부시킬려면 얼마가 필요하고, 장가 보낼려면 얼마가 필요하고 하며 도표를 그리고, 평소 하지 않던 심각한 대화를 나누었다.  책에 등장하는 하늘 부부의 수입과 지출, 한달 평균 예금내역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토론도 했다. ^^;;   내친김에 내 생애 처음 가계부도 써 보아야 겠다.  입출금 내역뿐만 아니라 인생 설계도 하고, 내 삶의 흔적도 남기고, 남편에게 가끔씩 한마디 쓰라고 압력도 넣어야 겠다. 돈이 많아 부자, 마음이 풍요로운  부자 두 가지 다 이루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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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훔쳐보는 선생님 일기
문현식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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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훔쳐보는 선생님 일기>는 지극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데서부터 일단 성공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선 교사가 초등 2학년생들의 일기를 주제별로 분류해서 싣고 주제에 대한 에피소드나 선생님의 생각을 달아가는 형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내가 궁금해 했던 보통의 선생님들의 사고방식, 가치관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제목처럼 저자의 개인적인 '일기' 형식을 띤 수필같다. 선생님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세상, 아이들의 순수함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엄마가 우리 아이를 좀더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빼빼로데이 아침, 아이들은 저마다 책상위에 빼빼로를 꺼내놓고 몇개 받았는지 자랑하느라 소란스럽다. 그러나, 그들중에는 빼빼로를 살 수 없어 친구들에게 줄 형편이 못되는 아이가 있다. 이들은 당연히 빼빼로를 받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하다. 선생님은 기뻐하는 아이들보다 아파하는 아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금부터 빼빼로 꺼내는 사람은 다 압수다~!!" 하는 말로 그나마 그들의 아픔을 덜어준다.

개인적으로 초등학생들의 일기검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표현하자면 '일기검사'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지만, '일기검사'라는 것은 선생님과 아이들간의 '소통' 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전에 비해 정원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아이들 개개인이 귀한 존재가 되었고 개성도 강해졌다. 선생님이 아이들 한사람 한사람의 가정사나 생각을 파악하기 어렵고, 대화로써 개별 상담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일기는 가장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화의 창구'다. 초등 3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유난히 일기쓰기 지도를 많이 하셨던 분이셨는데 항상 일기 끝부분에 선생님의 의견이나 당부, 위로등을 적어 주셨던 기억이 있다. 언니와 싸우고 울었던 내용을 일기에 적었는데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에 힘이 불끈 솟았던 기억이 있다. 단순히 '참 잘했어요~' 라는 도장보다 선생님의 한마디 메모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것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일기의 형식에 대해서말하자면 일기는 하루 중 일어났던 특별한 사건과 나의 느낌, 생각과 함께 하루의 반성이 반드시 담겨져야 한다고 배웠다. '일기' 는 그야말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임에도 특정한 형식과 틀에 끼워맞춰져야 한다고 강요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일기는 쓰는 사람이 형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또한, 일기를 통해 다른 효과 즉 맞춤법, 띄워쓰기, 글짓기 능력 향상등을 기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매일 쓸 필요도 없으며, 때에 따라서는 평범한 일상의 나열 (밥먹고 학교가고 집에와서 저녁먹고 게임했던 것) 일 수도 있고 길이에도 구애받지 않는 다는 것이다. 비록 뒷부분의 5페이지에 불과했지만 일기쓰기에 대한 지도방법이 참으로 유익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내게 있어 선생님은 결코 다정스러운 존재는 아니었다. 선생님은 어렵고 무섭고, 때론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등교길에 매일같이 듣는 어머니의 당부는 "차 조심하고, 선생님 말씀 잘들어야 한다." 였는데 어머니도 선생님을 어려워 했던 것 같다. 솔직히 어린 마음에 선생님은 화장실도 안가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초등고학년때 선생님께 처음 실망한 적이 있었다. "니네 어머니 말이다. 특별한 일 없어도 학교에 좀 오시라고 해라. 이거야 원. 애를 학교에 맡겨놓고 한번 오시지도 않냐? 내가 안 잡아 먹는다고 한번 뵙자고 전해라~" 교실 바닥을 문지르고 있는 나에게 선생님이 느닷없이 던진 한마디는 지금 생각해도 참...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충격이었다. '선생님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듯이 선생님도 좋은 선생님과 나쁜 선생님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선생님에 대한 나의 사고가 조금씩 변하고 있었 음에도 내 어머니는 학창시절 내내 모든 선생님에게 무한한 존경과 신뢰를 보내셨다.

요즘은 어떠한가? 아이가 서너살만 되면 어린이집이나 방문학습지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된다. 아이가 옆에 있거나 말거나 엄마들 둘이상만 모이면 선생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데 어느 어린이집이 좋고, 우리 애 선생님은 이렇고 저렇고 좋고 싫고 서로 정보교환차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어쩜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게 만들고, 선생님의 존재를 존경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무의식의 상태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반성해 본다. 내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 나 자신은 학부모의 역할을 잘 할 준비가 되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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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가족
권태현 지음 / 문이당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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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家族] [명사]
1. 부부와 같이 혼인으로 맺어지거나, 부모·자식과 같이 혈연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또는 그 구성원.
2. <법률> 동일한 호적 내에 있는 친족.
'가족'의 사전적 정의는 이토록 무미건조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반영하기는 한건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참으로 퉁명스럽기만 하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IMF 가 닥쳤다. 세 아이를 둔 가장인 주인공 시우는 부도를 맞게되고 가족은 뿔뿔히 흩어진다. 시우의 아내 지은은 막내를 데리고 친정 오빠네로 들어가고, 위로 두 아이는 이모네로, 시우는 노숙자 생활을 하게된다. 지은은 애초에 반대했던 사업을 고집하다가 집한간 없는 상황으로까지 오게 만든 남편이 한없이 원망스럽고, 직장을 구해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자 하지만 사회란 곳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아이들은 갑자기 닥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고, 시우는 재기를 시도하지만 결국 사기를 당하고 만다.

주위에서 한번쯤은 들어본듯한 사실적인 스토리이다. 주인공이 부도에 직면해 집을 내놓고 아내와 갈등하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실제로 IMF때 많은 부부가 이혼을 선택하거나 혹은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았음을 잘 알고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배웠던, 인간의 사고와 감정, 이성 모든 것을 지탱해주는 기본이 된다고 배웠던 가족이 그토록 쉽게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개별적인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각자의 괴로움이 모두 이해가 간다.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재기를 위해 애쓰는 주인공은 도저히 가족에게 신경쓸 결흘이 없었다. 부인은 시집식구들에대한 서운함과 가족에 대해 무책임해 보이는 남편이 원망스럽고, 아이들은 예민한 시기에 학교에서의 따돌림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다른 가족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 간것일까? 자식이 부모를 걱정하고,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어디갔단 말인가? 가족이 흩어진 사실이 원인이 아니라 무언가가 빠진듯한, 납득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이것은 가족에 대한 믿음과 사랑, 희망의 실종이며, 가족 개념의 실종이다. <길 위의 가족> 은 결국 사전적 의미의 가족일 뿐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너무나 설득력 있는 전개 방식과 맞물려 고개가 끄덕여 질수록 울화가 치밀고 가슴이 답답해 졌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숨긴다든지 신경쓰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식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차라리 월세라도 살면서 가족이 한곳에 모여살고, 아이들도 교내 근로장학생이나 아르바이트등을 통해 가족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인공 시우는 고등학교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라 대기업에 입사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자식들에게 신경쓰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강요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는 아닐까. 부모들이 힘들지만 떳떳하게 돈을 벌고, 가족간에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란 자식은 결코 빗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IMF 가 발단이고, 경제적인 면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것은 가족을 위협하는 한 형태일 뿐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는 보통의 수준이지만 가족 구성원중 누군가가 불치병에 걸린다든지, 혹은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관련된 갈등일 수도 있다. 가족은 개개인의 이해 집단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한 인간이 정의내린 사전적 의미 그 이상이 아니던가?

솔직히고백한다. 서평을 쓰기 시작 하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화두를 던지고, 마무리 할때쯤엔 나름대로 근사한 정의를 내려볼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가족' 의 정의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멋지 게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가족은... 그냥 가족이다. 굳이 표현 하자면 생각만 해도 코끝이 찡해지는 사람들 아닐까?
실제로 그렇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한번 시도해 보시라. ㅎㅎ


최근, 우리 가족에게 닥친 한가지 위기? 아니 시험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남편이 서울 본사로 스카웃 제안을 받은 것이다. 작년에 한번 고사하고 이번이 두번째다. 마냥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는 곳은 지방이고, 나도 직장을 다니는 입장인데 남편 혼자만 가야하는 상황이다. 우선 승진 대상에 포함되고, 처우도 괜찮아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고민했다. "내가 당신이랑 민이 두고 어딜가? 어떻게 가? "하는 대답으로 어렵게 마무리 되었지만 미련과 아쉬움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매주 아빠와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등산을 하고, 눈썰매를 탔던 기억, 아빠와 함께 목욕탕에서 등을 밀던 여섯살의 기억이 평생동안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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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2 - 동물 편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 2
최승호 지음, 윤정주 그림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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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6세가 된 아이의 한글 공부때문에 속 꽤나 끓였다. 내 주위엔 모두다 영재들만 있는 건지 아님 극성스런 엄마들만 있는건지 "누구네집 아이는 40개월에 한글떼고 영어 시작한다더라 " 하는 말이 왜 그렇게 많이 들려오는지 작년 여름부터 괜시리 아이만 닥달했었다. 나름 책도 많이 읽어주고 똑똑하다는 소리도 들었던 아이다. 똑똑하다는 기준과 한글을 빨리 깨치는 것은 무관하다는 위로의 말에도 그다지 맘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맞긴 맞나보다. 5세 한해동안 'ㄱ'부터 'ㅣ' 까지 자음,모음만 열심히 배워오는 것 같더니 작년 겨울, 5세 후반이 되자 '가나다'를 쓰기 시작했다. 해를 넘겨 갑자기 한글에 가속도가 붙더니 막 6세로 접어든 지금은 어지간한 글자는 자음,모음 낱으로 불러주면 받아쓰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리고 받침을 좀 어려워해서 그렇지 글자도 제법 읽어낸다. 그제야 무릎을 치며 아이에게 미안했던 지난 몇달간이 떠올랐다. 직장맘이라는 핑계로 다른 엄마들처럼 따로 한글공부를 지도해 준적도 없으면서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보았다.

이젠 한글에 자신이 붙은 아이에게 '읽기 독립'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책을 골라주는 것이 문제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우리 아이도 '말장난'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 짝꿍 이름이 '서민수'인데 집에와서 말하기를 "엄마, 내 짝꿍 민수만 보면 자꾸 '서산에 해가 뜨네~' 라는 말이 떠올라"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때는 노파심에서 혹시라도 친구가 그말을 싫어하면 하지 마라. 이름은 엄마,아빠가 골똘히 생각해서 소중하게 지어준 것이니 놀려서는 안된다고 타일렀는데 내가 어렸을때도 그런 장난을 많이 했던것 같다.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은 말그대로 '놀이' 같은 동시다.
아이와 내가 동시집을 읽을때면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힐끗 쳐다보면서 "방금 동시집 읽은거야 아님 말장난 한거야? " 라고 몇번이나 물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집을 읽으면서 깔깔거리고 웃어대니 도대체 아이랑 뭘하나 싶기도 했을 것이다.

말놀이 동시집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총 67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데 마지막 '저녁 어스름'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나 동물, 곤충,어류가 제목이다. 알,참새,독수리,말,돼지,기린,청개구리,해마,매미 이 모든것이 제목이고 소재가 된다. 가끔식 '된장잠자리', '나나니벌'같은 특이한 제목은 아이와 함께 인터넷 검색을 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면에서는 더 튀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각 동시마다 코믹하게 그려진 그림도 책을 보는 또다른 재미였다.

<말놀이 동시집>을 음미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대담해 진다. 나와 내 아이도 힘을 합쳐 동시 하나쯤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이와 둘이 앉아서 '낱말 잇기'를 하다가 서로 밑천이 떨어지면 낱말대신 '문장 만들어 이어붙이기'로 넘어가곤 했는데 어쩜 그런 놀이도 자연스러운 동시짓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무심코 쓰는 한글이어서 잊고 살았지만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면서 새삼 한글이 쉽지 않은 글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한글만큼 과학적이고 세련된 문화유산도 없다.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우리의 자랑이 아닌가? <말놀이 동시집>은 소리글자인 한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며, 이제 막 한글을 시작하려는 유아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두루 읽힐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말놀이 동시집2 >를 먼저 만났고, 이 책을 읽다가 <말놀이 동시집1>도 구입하였다. 참고로, 1권은 가나다 순서에 맞춰서 제목이 정해지고 동시가 씌여졌다는 특징이 있고 그림이나 구성은 2권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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